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2,026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1.09 19:52
조회
30
추천
1
글자
12쪽

레퀴엠(119)

DUMMY

Episode 118 - He



AM 02 : 31.

"스읍, 후우."

하나가 희미한 연기를 뱉었다.

"크읍, 콜록, 콜록. 어우, 왜 이래 이거?"

오랜 시간 의식을 잃었던 터라 담배의 맛을 약간 잊어버린 듯했다.

그녀는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으며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생각이 많아보이는 표정이었다.

순간, 과거 자신의 기억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나도 참 예전 같지가 않네."

그렇게 혼자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하소연하고 있을 때.


"뭐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거야?"

진명이 어느샌가 바로 옆까지 와있었다.

하나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아, 깜짝이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녀를 향해 진명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뭐 몹쓸 짓이라도 하다 들켰나? 왜 이렇게 놀라는 거지?"

"아니, 그렇게 인기척도 없이 불쑥 다가오시면 어느 누구라도 놀란다고요."

진명이 머쓱한 듯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런가? 요즘 남몰래 튀어나오는 이동법이 유행이라길래 따라해봤건만."


도대체 그런 유행 소식은 어디서 접하시는 건데요?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것 같은 진명의 말이었지만 하나는 고개만 저을 뿐 따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오밤 중에 도대체 뭘 하고 있나?"

"머리가 답답해서 담배라도 피우려고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피워서 그런지 목이 간지럽네요."


진명은 하나가 들고 있는 담배를 유심히 쳐다보며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이제 그 지긋지긋한 담배 좀 그만 피울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러나 하나는 자동반사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마 평생 못 끊을 것 같습니다."


'저러는데 시집은 대체 어느 세월에 가려고.'

걱정 아닌 걱정이었다.

이제 서른의 중반을 곧 넘길 그녀의 나이였다.

빠른 시일 내에 결혼하지 않으면 꽤나 늦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항상 전대 내에서만 거의 살다시피 하는 그녀라 더욱 그런 것이겠지만.


'저거라도 끊으면 일단 가능성이 0.1퍼센트는 더 높아질 것 같은데.'

그러나 금연은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옆에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소용 없을 것은 분명했다.

진명이 허리를 돌리며 스트레칭했다.

"그래서, 마음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나?"


연보라의 죽음에 관해서였다.

그 물음에 하나는 재빨리 담배를 흡입했다.

타오르는 담뱃잎이 붉은색으로 빛났다.

"후우, 아직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일상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는 괜찮아졌어요."


"......, 그건 다행이군."

그 이후로 약 1분 간은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진명은 그저 하나가 담배를 다 태우기를 기다렸다.

탁- 탁- 탁-!

하나가 능숙하게 담배를 털어 자신의 곽 안에 넣었다.


"들어가실까요?"

그녀가 먼저 걸음을 옮기려 하자 진명이 물었다.

"이번 작전은 내가 회의실에서 말했던 것처럼 투입될 거냐?"

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아주 중요한 작전인만큼 본인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했다.

진명은 그렇기에 하나에게 다시 한번 물었던 것이다.


하나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진명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는 약간 인위적인 미소를 보였다.

"당연하죠, 설이는 구하러 가야지!"

평범해 보이면서도 공허한 웃음이었다.

하나는 말을 끝마치고는 곧바로 전대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진명은 방금 보았던 하나의 초점 없는 눈빛을 떠올렸다.

연기란 것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을 해야 하는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후우, 미치겠구만."

진명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두운 밤하늘을 계속 바라보았다.


------


AM 08 : 03.

따가운 햇살에 화람이 먼저 눈을 떴다.

그녀는 어질러진 자신의 침대 맡을 바라보며 비몽사몽한 정신 상태를 붙잡았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그녀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하아아아아암!"


커다란 하품 소리가 생활관 내부에 울려퍼졌다.

이즈웰과 정혁은 아직 꿈나라를 해매는 중이었다.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약간 가관이었다.

화람은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아, 너무 일찍 일어났나? 그래도 9시 전까지는 기상했어야 했는데."


그녀는 꿈틀거리는 정혁에게 다가가 이불을 확 잡아당겼다.

"으, 으음......!"

정혁의 신음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저, 조금만 더 자면 안될까요?"

잠꼬대도 하고 있는 듯했다.


"으이구, 이 화상아. 얼른 안 일어나? 오전에 회의 시작한단 말이야!"

정혁이 그 말을 듣고는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밝은 햇살을 받으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하암, 어떻게 잘 주무셨어요?"

화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생각할 게 조금 많아서 썩 잘 잤다고는 말 못하겠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화람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잘 모르겠네, 어쨌든 빨리 준비해야 하니까 어서 일어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생활관 밖으로 나갔다.


30분 뒤.

철컥-.

생활관의 문이 열리고 도민호가 들어왔다.

"어, 일어나 있었네? 보고 받은 게 없어서 아직 자고 있는 줄 알았어."

세 사람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민호는 화람에게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 잠자리는 편안하셨습니까?"

"자리 자체는 괜찮았는데 개인적으로 잘 자지는 못했어."

돌려말하는 건지 진짜 개인적인 이유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민호는 관자를 긁적이며 화람의 시선을 피했다.

"아, 혹시라도 따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최정혁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저기요, 왜 난데요?

갑자기 이름이 팔려진 정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쨌든 전대장님이 9시에 바로 회의 시작한다고 하시니까 준비해둬."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 사람도 지금 와있나요?"

"그 사람?"


"제인이요."

- 어허, 갑자기 왠 반말일까?

아, 또.

아까부터 불길한 기운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제인의 형체가 나타났다.


민호의 어깨 위에서 계수 결정이 흩날림과 동시에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여, 왔냐?!"

"왔냐, 라는 말은 원래 우리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민호가 자신의 어깨를 둘러보며 말했다.

"어쩐지 어깨가 계속 무겁더라니."


화람이 다리를 꼰 자세로 툴툴거리자 제인이 곧장 그녀의 어깨를 향해 점프했다.

제인의 하체가 화람의 어깨 위에 안착했다.

"읏챠,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인삿말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제인은 화람의 머리켤을 어루만지며 한움큼 잡은 뒤 이리저리 휘적거렸다.


"아오, 아파. 왜 못살게 굴고 난리야."

"빨리 가자고, 임마! 언제까지 여기 앉아있을 건데?"

화람이 곡소리를 내며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나가자 나가! 정혁아, 나 먼저 나가 있을게. 회의실에는 9시 전까지 꼭 갈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녀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먼저 떠나버렸다.


정혁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풉, 그래도 어느 정도 둘이 친해져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네요."

이즈웰이 쓰읍 소리를 내며 얼굴 각도를 한번 틀었다.

"쓰읍, 가주님의 저런 모습은 처음보는 것 같은데."

이제까지 학방에서 그녀와 마주친 것이 어언 1년.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시간 동안 저런 웃음은 본 적이 없었다.

"신기하네요, 정말 여러분들이 가주님을 저렇게 웃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인지......"

혼자서 심각한 고민에 잠겨 있는 그에게 정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 그냥 혼자 북치도 장구치는 것 같은데요?"


"......, 예?"


------


백조전대 지휘부대장실.

"흠......"

하나가 두 눈을 감은 채 명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땀을 흘리며 곧 다가올 거대한 전투에 대비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계수가 점차 밖으로 빠져나감과 동시에 몸을 순환한다.


'흐름을 익혀야 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기절해 있어서 감각을 잊었을 수도 있어.'

약간의 스파크가 주위로 튀기기 시작했다.

'조절하자, 이런 간단한 힘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그녀는 혹시나 자신의 존재가 다른 이들에게 짐이 될까 겁이 났다.


이미 끼칠대로 끼친 민폐인데 더 이상은 전대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는 암흑.

빛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하얀색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지, 무의식인가?'

하나는 본인이 컨트롤을 실패하여 저절로 육체가 움직여진 줄 알았다.

그러나 감각으로만 보았을 때는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암흑 속에서 보이는 저것은 대체 무엇일까.


'안 돼, 이대로는.......!'

그녀는 아랫 입술을 깨문 채 억지로 전신의 힘을 주었다.

붕괴가 시작되었다.

컨트롤 되고 있는 계수 결정들이 시전자의 구역 내에서 벗어나려는 현상.


평소보다는 꽤나 많은 양을 분출하기는 했지만 원래라면 이 정도는 거뜬히 컨트롤이 가능할 터인데.

'집중하자, 일단 오라를 안으로 끌어들여.....!'

하나는 최대한으로 인력을 집중시켰다.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작용 현상을 약화해 자신의 가까이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지휘부대장실이 흩뿌려진 계수 결정으로 인해 난장판이 될 수도 있었다.

'내가 그 꼴은 못 보지!!'

곧이어 인력으로 끌어당겨진 결정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저 사람이 뿜어내는 굉장한 오라처럼 느낄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굉장히 작은 입자를 촘촘히 자신의 주위에 위치시키는 정렬 행동.

'좋았어, 성공했다! 이제는 이 끌어모은 힘을 다시!'

하나의 주위에 위치한 결정들이 조금씩 흔들렸다.

체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동.

결정들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단계.

'좋아......, 뭉쳐!!'

그 순간.

우우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두웅!!

손목에 차고 있던 콜 링이 진동과 함께 기계음을 내었다.


하나의 눈이 번쩍 떠지며 주위에 뭉쳐진 계수 결정들이 소멸했다.

동공이 흔들리며 손목을 올렸다.

"아아, 진짜 마지막 단계였는데!!"

그녀는 머리를 쥐어잡으며 허탈함을 느꼈다.

하필 타이밍 좋지 않게 마지막 단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콜 링 화면에 뜬 번호는 이때까지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조합의 숫자들이었다.

"뭐야, 어디지?"

하나는 링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삐- 소리와 함께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아, 조하나 지휘부대장님 되십니까? ]

익숙한 듯 그렇지 않은 목소리였다.

"네, 맞는데요."

[ ......, 혹시 저 모르십니까? ]

갑자기 자신의 정체에 대해 질문하는 상대방에 하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혹시 누구시죠?"

[ 아, 재미없게. ]

순간 장난기 넘치는 말투가 들려오자 하나가 동공을 확장시켰다.

"어, 이 목소리는?"

그러나 추측의 결과를 말하기도 전에 상대방이 먼저 정체를 밝혔다.


[ 저 민윤찬입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3 레퀴엠(123) 23.11.14 24 1 11쪽
122 레퀴엠(122) 23.11.13 26 1 12쪽
121 레퀴엠(121) 23.11.12 25 1 12쪽
120 레퀴엠(120) 23.11.10 26 1 12쪽
» 레퀴엠(119) 23.11.09 31 1 12쪽
118 레퀴엠(118) 23.11.08 25 1 12쪽
117 레퀴엠(117) 23.11.07 23 1 12쪽
116 레퀴엠(116) 23.11.06 27 1 12쪽
115 레퀴엠(115) 23.11.05 26 1 12쪽
114 레퀴엠(114) 23.11.04 26 1 12쪽
113 레퀴엠(113) 23.11.03 25 1 12쪽
112 레퀴엠(112) 23.11.02 25 1 12쪽
111 레퀴엠(111) 23.11.01 23 1 12쪽
110 레퀴엠(110) 23.10.31 32 1 12쪽
109 레퀴엠(109) 23.10.29 27 1 12쪽
108 레퀴엠(108) 23.10.28 26 1 12쪽
107 레퀴엠(107) 23.10.27 29 1 12쪽
106 레퀴엠(106) 23.10.26 26 1 12쪽
105 레퀴엠(105) 23.10.25 29 1 12쪽
104 레퀴엠(104) 23.10.24 24 1 12쪽
103 레퀴엠(103) 23.10.23 26 1 12쪽
102 레퀴엠(102) 23.10.22 29 1 12쪽
101 레퀴엠(101) 23.10.21 28 1 11쪽
100 레퀴엠(100) 23.10.20 33 1 12쪽
99 레퀴엠(99) 23.10.19 23 1 11쪽
98 레퀴엠(98) 23.10.17 25 1 11쪽
97 레퀴엠(97) 23.10.16 28 1 12쪽
96 레퀴엠(96) 23.10.15 28 1 11쪽
95 레퀴엠(95) 23.10.14 23 1 11쪽
94 레퀴엠(94) 23.10.13 25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