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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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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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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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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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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18)

DUMMY

Episode 117 - 뒤틀린 자객



"에......?"

"예......?"

진명이 뜬 눈으로 덕광을 응시했다.

어정쩡한 반응에 놀란 덕광이 눈알을 굴렸다.

"어, 왜, 왜 그러십니까? 그 반응은 뭔데요."


"아니, 분명 그때는 문자의 꼬임이 많아서 해석이 어렵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화람의 물음에 덕광이 거대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쳤다.

퍽-!

"제가 누굽니까, 학사관에서 제일 가는 연구회의 책임자 아니겠습니까? 이 정도는 조금만 고민해보면 금방이죠."


아니었던 것 같지만 괜히 꼬투리는 잡지 않은 화람이었다.

"그럼 그 내용이 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덕광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었다.

"물론입니다, 사실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종이 조각을 꺼내 펼쳤다.

구겨진 종이는 약간 찢어진 것 같았다.

덕광은 종이에 적혀진 무언가를 유심히 관찰한 후에 웃으며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자, 보십쇼. 이게 해석본입니다."


구겨진 종이에 쓰여지고 그려진 글자들과 성형문자가 보였다.

화람이 입을 쩍 벌리며 감탄했다.

"와 정말 세삼 느끼는 거지만......"

두 사람은 덕광의 글씨체에 꽂혀 눈을 떼지 못했다.

"글씨 정말 못쓰시네요."


덕광이 몸을 움찔거렸다.

막 날려쓴 여러 나라의 글씨체와 성형문자가 덕광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쑥쓰럽게 웃었다.

"하, 하하, 글씨에는 영 솜씨가 없나봅니다. 제가 하나하나 설명해 드릴게요."


덕광이 해석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많은 문장들을 본 결과, 지금 여기 보이는 이 문양이 바로 천국이라는 뜻 같습니다. 그리고 이 불모양의 문양이 지옥."

그는 빛과 불의 그림을 각각 가리켰다.

진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 내용을 천천히 살폈다.


"천국과 지옥이라, 왠지 성경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데요? 아니면 단테의 신곡인가?"

"오, 맞습니다! 정확해요."

덕광의 동공이 커지며 검지가 저절로 진명을 가리켰다.

"맞다고요? 정말로?"

"예, 제가 해석해 본 결과, 루난이라는 책은 성서입니다."


너무나도 예상 외의 판별이었다.

화람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고작 성서라고요? 말이 안되는데, 나는 무조건 계수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해석본을 몇 번 넘게 들여다봐도 성서가 아니고서는 그런 문장들이 나올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도대체 어째서 고작 성서인 유물이 H.P.A 200의 힘을 분출하고 있었던 걸까요?"

화람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예상이건데 아마 그건 계수보다 더 높은 단계에 존재하는 힘일 가능성도 있어요."


"한 단계 높은 힘?"

"예, 저도 아직 추측일 뿐이지만요."

"혹시 더 조사하실 것이 있나요?"

화람의 물음에 덕광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요, 도둑맞은 이상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해석해보았는데도 이 정도의 정보만 알 수 있다면....."


"더 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겠네요."

"맞습니다."

덕광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해석본 종이를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저는 지금부터 부산에 갈 겁니다, 아는 분께서 학사관이 재건될때까지 지내도 된다고 하셔서. 아마 그곳에서도 계속 해석본을 들여보고 있을 것 같긴 하지만....."


화람이 씨익 웃으며 답변했다.

"저는 말씀드린대로 여기에 남겠습니다."

세상 고집쟁이의 영혼이 모두 그녀의 육체로 들어간 것 같았다.

"하, 알겠습니다. 그럼 몸조리 조심히 하세요.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학사관장님이 백조전대를 가만 놔두지 않을 테니."

'왜 하필 우리야!'

화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덕광이 걸음을 옮기자 진명이 곧장 일어났다.

"혹시 가까운 곳까지 데려다 드립니까?"

"에헤이,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기준이 애매하잖아요? 어쨌든 부산까지 가야하니까."

"아, 그러시다면."


진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아, 그래."

화람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이러다가 부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난타에 테이블이 안쓰러워졌다.


"나, 생활관 배정해줘."

"아, 그것 말입니다만 아까 편성표를 확인해보니 마땅한 자리가 없던데요."

그녀의 표정이 곧장 일그러졌다.

화람은 얼굴을 들이밀며 진명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뭐?? 아무리 그래도 비어있는 자리 하나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무턱대고 그렇게 말하니 진명의 입장이 굉장히 난처해졌다.

'아니, 그렇게까지 하신다면 다른 대원들이 불편해 한다고요.'

일반 병사들이 쓰는 생활관에 갑자기 학사관의 상위 간부급 인물이 들어온다니.

이건 뭐 대원들이 똥줄 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분명히 찡그러진 얼굴로 하소연하는 친구들이 몇 있으리라.

그러나 이대로 화람의 결정을 무를 수도 없는 지경.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한가지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마땅한 곳이 하나 있죠."

"뭐? 어딘데?"


------


30분 뒤, 401생활관.

"아, 그러니까......"

정혁이 침대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화람을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마땅한 곳이 없어서 여기에 들어오시게 되었다고요?"

"응!"

화람의 해맑은 눈빛이 주먹을 불러왔다.


점점 떨리는 정혁의 눈빛.

그러나 티를 내면 안된다.

상대는 적호학사관의 총 지휘부대장이었으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같은 방 룸메이트가 적호학사관의 총 지휘부대장과 함께 외계 행성에서 데려온 이계인이라니.

마음이 편할래야 편할 수가 없었다.

화람이 손을 휘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아, 정혁아. 내가 있다고 해서 따로 달라질 건 없잖아? 그러니까 편하게 있으라구, 편하게!"


발랄한 목소리로 말하는 화람이었지만 정혁은 속이 울렁거렸다.

"네, 네......"

그럴 수가 있겠냐고요, 이 양반아.

이즈웰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두 분은 원래부터 알던 사이인가요?"

"아, 제가 좀 아끼는 녀석이에요."


화람이 눈웃음을 지으며 정혁을 가리켰다.

"아낀다고요?"

"그래, 아끼는 게 당연하지. 정말 그 때 너를 학사관으로 스카웃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울 정도라니까?"

정혁이 억지 미소를 지었다.

"하하, 말씀만은 감사합니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화람이 조심스레 묻자 이즈웰이 손가락을 올렸다.

왼손이 2, 오른손이 1이었다.

"스물 한 살?"

"네, 맞아요."

화람이 곧장 그에게로 달려가 등을 두드렸다.


"뭐야, 아직 애기네 애기!! 난 또 생각외로 나이가 많을 줄 알고!"

이즈웰이 그녀의 텐션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눈알을 계속 굴렸다.

"아, 다들 스물 한 살로는 안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한 스물 다섯 살 처럼은 되어보이는데."

......, 예?

갑자기 훅 들어오는 놀림에 정혁의 동공이 커졌다.


그러나 화람이 곧바로 웃으며 농담투로 이야기했다.

"조크에요, 조크. 아시죠?"

"아, 네. 당연하죠."

의외로 사회생활을 잘하는 건지 아니면 화람에게서 곧장 벗어나고 싶은 건지 모르는 이즈웰의 부드러운 말투가 들렸다.

화람이 곧장 정혁에게 검지를 들었다.


"그거 알아요? 이 친구가 말이에요, 그 백상아리를 물리친 장본인이에요."

순간 이즈웰이 놀란 듯 입을 오므렸다.

"아, 그 올로소를 무찌른 게 최정혁씨라고요?"

반응이 꽤나 격렬했다.

"그쪽 세계에서는 유명한가요?"


정혁의 물음에 이즈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명한 편이죠. 물론 순수한 강함이 아니라 그 악랄함과 사이코패스적인 면모가 더 돋보이는 사람이지만요."

그 말은 즉슨, 그보다도 더 강력한 괴물들이 많다는 것.

그러다 문득 아까 제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 이즈웰씨. 그럼 제인 씨는 얼마나 강해요?"

"예?"

이즈웰이 잘못 들은 듯 되물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얼마나 강한지 궁금해서."


"아무리 약하게 잡아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걸요?"

처음에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원래 정혁이 추측으로 측정한 순위보다 몇십 배는 높았기 때문에.

"여, 열 손가락이요?"

"네, 가주라는 직책은 거의 순수한 강함으로 올라가는 자리거든요. 물론, 그 외 부가적인 것들도 따로 가산점을 받겠지만."


"그럼 아까 회의실에서 우스겟소리로 말했던 소리가....."

이즈웰이 얼굴의 각도를 돌렸다.

"뭘 말하시는, 아! 그 헬 파이브 수천 명 어쩌구 했던 거요?"

"네."

굉장히 목소리 크기가 줄어든 정혁이었다.

그러나 이즈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맞을걸요? 저도 가주님이 힘을 꺼내신 걸 본 적은 없어서 확답은 못 해 드리겠지만."

충격이었다.

정혁은 토르메 한 명에게도 쩔쩔매는 처지인데.

그런 인물들 수천 명이 덤벼도 거뜬하다니.


'이거, 내가 엄청난 분에게 실례를 범한 것 같은데?'

이때까지 말했던 까칠한 언행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일 만나면 절이라도 한번 해드려야겠는데요?"

"예?"


"그럼 수련이라도 시켜달라고 하자."

화람이 벌떡 일어나 주먹을 들었다.

"수련이요?"

"그래, 짧은 시간안에 강해지려면 그 방법 밖에 없지.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가르침을 받는 건 어때?"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이제 전대 내에서는 정혁보다 확실히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 명확하지 않았다.

물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피드백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체내의 계수를 끌어올리는 것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제인에게 수련을 받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생각일 수 있었다.


"내일 한번 말이라도 해볼까요?"

화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물론 나도 빠질 수 없지."

"아, 지휘부대장님도 받으시려고요?"

"당연하지, 너만 강해지면 장땡이야? 나도 너랑 똑같이 놈들에게 졌으니까 가르침 정도는 받을 수 있잖아."


맞는 말이다.

다른 이의 전력을 늘린다고 해서 딱히 불이익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니까.

어차피 경쟁이 아닌 협동이라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오케이, 그럼 그 이야기는 내일 아침에 하도록 하고 나는 샤워실 좀 들렸다 온다!"


화람이 자신의 침대 아래에 있는 샤워 바구니를 들고 나섰다.

쾅-!!

생활관의 문이 닫히고 정적이 흘렀다.

정혁의 머릿속에 몇 가지의 기억이 떠올랐다.

윤 설의 기억이었다.


- 얼씨구, 잘하는 짓이다. 누나 씻고 온다!!

쾅-!!

생활관의 문을 항상 있는 힘껏 닫던 기운 넘치던 사람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녀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정혁이 손에 힘을 꽉 쥐며 이를 갈았다.

'걱정하지 마, 누나. 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구해줄 테니까.'


정혁은 오늘 또 하나의 다짐을 가슴에 새겼다.


------


서울 강북.

보라색의 게이트가 열림과 동시에 어두운 힘의 기운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나타나는 여성.

- 아아, 서울 게이트 통과 완료.

치지직- 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윤 설의 모습이 등장했다.


- 타겟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사이보그 아이(Eye)가 가리키는 포인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임무는 확실히 수행하고 갈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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