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1,953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0.31 19:51
조회
31
추천
1
글자
12쪽

레퀴엠(110)

DUMMY

Episode 109 - talking



촤라락-.

네 사람이 방 안에서 나오자 지휘관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민호가 곧바로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어? 잘 끝난 거야?"

정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음, 잘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은 좋은 상황이라 볼 수가 없네요."


이즈웰이라는 남자의 구체적인 면모를 보지 못했으니 곧바로 판단할 수 없었다.

모두가 숙연한 표정으로 정혁을 바라보았다.

"아, 맞다."

한석이 화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파견 간부님들은 해외에서 언제 돌아오십니까?"

화람이 손목 링을 응시했다.

"지금 바로 연락을 돌렸으니 빨라도 내일 아침 쯤에 오시지 않을까 싶은데."

"정부국에 보내는 서류는 제가 작성해서 올리겠습니다."


민호가 말하자 화람이 옅은 미소로 끄덕거렸다.

"고마워."

하지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도 잿빛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엄청 개같은 거 있지?"

"......, 네?"


갑작스러운 과격한 표현에 모두가 놀랐다.

화람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이를 꽉 깨물었다.

민호가 걱정되는 듯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 지휘부대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화람이 고개를 들었다.

"아, 아니야. 그냥 너무 화가 나서. 내 사람들 하나 지키지 못하고 내 삶 하나 박살이 난 게 힘이 들어서."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이 한 두명씩 늘어났다.

그들 역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을 건넬 수가 없는 것이었다.


"흐음, 그럼 다시 찾아야겠네요."

로자리아가 상어 이빨을 약간 드러냈다.

"억울하게 빼앗긴 것이 있다면 다시 돌려받는다, 그게 맞지 않아요?"

화람이 고개를 들어 로자리아를 빤히 응시했다.


선한 눈빛과 그 속에 담겨있는 빛.

무언가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함이 보였다.

그러나 벗겨내지 못하는 거부감 또한 같이 생성되었다.

"다시 되찾아야 한다고? 웃기는 소리."


화람이 앞으로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멋대로 쳐들어오고, 멋대로 죽이고, 멋대로 부숴버리는 주제에 뭐라고? 되찾아? 그게 당신네들이 뱉을 수 있는 말인가?"

돌발 행동에 모두의 머리가 멍해졌다.


"한번 더 설명을 해줘야 하나?"

제인이 옆머리를 긁적이며 정혁에게 눈치를 보냈다.

정혁은 화람의 앞을 막아서며 그녀를 말렸다.

"지휘부대장님, 잠시만요."

화람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뭐야, 왜 막아서는 거야? 비켜. 저 놈들은 이런 말을 들어도 되는 놈들이잖아."

정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다 설명할게요. 그러니까 일단 한 번만 접어주시면 안될까요?"


화람의 머릿속에서 미궁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무언가를 곱씹어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나중에 꼭 설명해."

화람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정혁이 알았어요- 라고 답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작은 소동이 지나가자 로자리아가 손뼉을 쳤다.


"자, 그럼. 일단 이 친구는 백조전대? 맞아?"

그녀가 시선을 돌리며 묻자 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거기. 그쪽에서 생활하게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즈웰은 무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민호가 앞으로 나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로자리아가 허리를 틀며 모두에게 손짓을 건넸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정혁이랑 지휘대장님께서 그렇다고 하셨다면....."

"우리도 그 결정에 따라야겠지."

제인이 펄쩍 뛰어올라 이즈웰을 쓰다듬었다.

"그럼 결정된 거야."


------


2시간 뒤 백조전대.

게스트 룸.


"후우."

화람이 홍차를 들이키며 정혁을 노려보았다.

'오늘따라 엄청 쓰네, 왜 이러지?'

어느 정도의 상처를 다 회복한 그녀는 대화를 하기 위해 조태훈과 최정혁을 룸에 불렀다.


"자, 그럼 설명해봐."

정혁이 태훈에게 손을 펼치는 제스쳐를 취했다.

"내가 할까?"

"예, 저는 대략적으로만 들어서 자세하게는 모르거든요."

태훈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원래 신념을 가진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라 했던가.

그것도 적호학사관의 백화람이 상대라니.

태훈의 머릿속이 잠깐 백지가 되었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고 말을 시작했다.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목소리가 저절로 작게 나왔다.

직급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설득(?)이 시작되었다.


화람은 모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들어주었다.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혹시나 중간에 크게 화를 낼까봐 조마조마한 순간이 있었지만 이내 그녀는 넘어갔다.


10분이 지나자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화람은 생각이 많아진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신은 할 수 있어."

꽤나 불안한 확신이었다.


"너희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네."

"믿어주시는 거에요?"

태훈이 묻자 화람이 검지를 펼쳐 돌렸다.

"어디까지나 너.희.들.의. 말.을. 믿는다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이에요?"


화람이 손가락 스냅으로 딱- 소리를 내자 허공에서 붉은 불꽃이 튀어나왔다.

"이건 내가 이 게스트 룸에 들어올 때부터 발현시킨 거짓의 불꽃이야, 평소에는 아무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 무색이지만 말의 허점이 드러나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지."


"일명 거짓말 탐지기같은 건가요?"

화람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딱 그 말이야. 그러니 아까 말했듯 내가 믿는 것은 어디까지나 너희들이 해준 대화들 뿐. 그 사람들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아."


이해는 가는 말이었다.

당사자가 아닌 남을 통해 제 3자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으니, 제대로 된 믿음은 나올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 문제라면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무의 망언이라는 플라스크의 색이 변하지 않았으니."


"무의 망언? 그게 뭔데?"

화람이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상체를 뺐다.

"아, 좀 더 세밀화된 거짓말 탐지기라고나 할까요? 지휘부대장님이 발현시킨 거짓의 불꽃이랑 비슷한 원리입니다."

화람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이다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못 믿겠어."

그녀는 벌떡 일어나 옷무새를 정돈했다.

"그 무의 망언인지 뭔지, 솔직히 말해 너희와 나 같은 관계는 신뢰가 있지만 그쪽 계열의 종족과는 거의 접점이 없었잖아."

"그건 맞는 말씀이지만......"


"그렇다면 조작 해놨을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하는 거 아니야?"

화람의 결심은 확고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말 또한 틀리지는 않았다.

태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그래 맞아, 어찌 보면 저들은 아니라 하지만 적은 적. 그렇다면 조작의 가능성도 있긴 해.'


살짝 실수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너무 믿어버렸나, 그 두 사람을?'

겉으로 보기에는 장난기 많지만 속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제인 파스티비아.

아름다운 외모의 학방 방장, 로자리아 로이아네르.


약간 미모에 현혹된 것 같은 느낌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학방의 일원이 되겠다고 선언까지 하였으니 무를 수도 없는 상황.

태훈은 화람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저는, 제 판단을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화람에게 꺼낸 견고한 한 마디였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 그래?"

털썩 주저앉으며 다시 홍차를 목으로 흘려보내는 화람.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정혁에게 물었다.

"여기 혹시 남는 생활관 있니?"

"......, 남는 생활관이요? 아마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자세한 건 지휘대장님에게 여쭤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야, 전대장을 불러와 줘."


"하진명 대장님 말씀이십니까?"

"응, 말을 좀 해야겠어서."

태훈이 불안함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는......"

"내가 백조전대에서 당분간 생활하려고."


너무 무덤덤하게 말해서 정혁과 태훈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ㄴ, 네?""


5분 뒤.

하진명이 게스트 룸으로 들어와 화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오셨습니까? 언질도 듣지 못해서 인사하러 온다는 것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화람이 손을 펼쳤다.

"아니, 괜찮아. 원래는 내가 먼저 찾아가려 했는데 이쪽도 사정이 있다 보니."


진명이 의자에 앉았다.

이미 그의 앞에는 홍차를 가득 담은 찻잔이 놓여 있었다.

화람이 손짓으로 마시라는 듯 행동을 취했다.

"아, 감사합니다."

진명은 따뜻한 홍차 액체를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본론을 말하기 전에......"

화람의 시선이 정혁과 태훈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은 잠시만 나가줄 수 있을까? 내가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알겠습니다, 그럼."


태훈과 정혁은 90도 인사를 건넨 후, 게스트 룸을 나섰다.

철컥.

방문이 닫히자 화람이 말을 꺼냈다.

"그 사건 이후로 어떻게, 잘 지냈어?"

진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뭐, 잘 지냈다고도, 잘 못지냈다고도 할 수 없죠."

화람이 피식 웃었다.

"그래, 뭐. 직책을 부여받았으니 이것저것 할 일도 늘어났을테고, 처리해야 할 사건도 많아졌을 거야."

사실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지만 섣불리 입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르자 화람이 입을 열었다.

"별 건 아니고, 나 남는 생활관 있으면 거기에 배정 좀 해주라."

"......, 네?"

진명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인지 의심이 되어 얼굴을 앞으로 뺐다.

"그러니까, 지휘부대장님께서 저희 전대의 생활관을요?"


"응, 왜? 혹시 문제될 거 있어?"

문제야 굉장히 많았다.

"아니, 저야 괜찮지만 소속된 부대가 다른 쪽인데 어떻게 이곳에서 생활을 하시려고......"

"일단 학사관 건물이 다시 재건될 때까지는 흩어져 있어야지. 그중에서 나는 이곳을 선택하는 것뿐이야."


그렇게 말한다 하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학사관에 배정을 받아도 될 능력자가 굳이 전대에 틀어박혀 있다니.

그러나 화람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탁 좀 할게, 내가 학사관장님에게는 잘 말해볼 수 있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알겠다고는 했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게이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을 일이었거늘.

정말 인생은 별의별 사건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그럼 생각해보니, 나 제복을 다시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화람은 자신이 입은 복장을 점검했다.

"학사관 문양이 그려져 있으면 혼동이 있지 않을까?"

'이미 당신이 들어온 것부터가 혼동인데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가슴팍에 그려진 J.H 필기체를 가리켰다.

진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냥 복장은 지금 그대로 있어주시면 됩니다."

화람은 찝찝했는지 혀를 찼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그렇게 하자."

그녀가 일어서서 룸을 나서려 했다.


"나 잠시 밖에 산책 좀 다녀올 테니까 다녀오면 생활관 좀 알려줘."

"아, 넵."

그렇게 화람이 룸을 떠나려는 찰나.

"저기, 지휘부대장님."

진명이 그녀를 멈춰세웠다.


"응, 왜?"

그는 어두운 얼굴을 올리며 화람에게 말했다.

"혹시......"


- 레코드 어나일레이션이라고 아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3 레퀴엠(123) 23.11.14 23 1 11쪽
122 레퀴엠(122) 23.11.13 26 1 12쪽
121 레퀴엠(121) 23.11.12 24 1 12쪽
120 레퀴엠(120) 23.11.10 25 1 12쪽
119 레퀴엠(119) 23.11.09 30 1 12쪽
118 레퀴엠(118) 23.11.08 24 1 12쪽
117 레퀴엠(117) 23.11.07 23 1 12쪽
116 레퀴엠(116) 23.11.06 26 1 12쪽
115 레퀴엠(115) 23.11.05 25 1 12쪽
114 레퀴엠(114) 23.11.04 26 1 12쪽
113 레퀴엠(113) 23.11.03 24 1 12쪽
112 레퀴엠(112) 23.11.02 25 1 12쪽
111 레퀴엠(111) 23.11.01 23 1 12쪽
» 레퀴엠(110) 23.10.31 32 1 12쪽
109 레퀴엠(109) 23.10.29 27 1 12쪽
108 레퀴엠(108) 23.10.28 26 1 12쪽
107 레퀴엠(107) 23.10.27 28 1 12쪽
106 레퀴엠(106) 23.10.26 25 1 12쪽
105 레퀴엠(105) 23.10.25 28 1 12쪽
104 레퀴엠(104) 23.10.24 24 1 12쪽
103 레퀴엠(103) 23.10.23 26 1 12쪽
102 레퀴엠(102) 23.10.22 29 1 12쪽
101 레퀴엠(101) 23.10.21 28 1 11쪽
100 레퀴엠(100) 23.10.20 32 1 12쪽
99 레퀴엠(99) 23.10.19 23 1 11쪽
98 레퀴엠(98) 23.10.17 25 1 11쪽
97 레퀴엠(97) 23.10.16 28 1 12쪽
96 레퀴엠(96) 23.10.15 28 1 11쪽
95 레퀴엠(95) 23.10.14 23 1 11쪽
94 레퀴엠(94) 23.10.13 24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