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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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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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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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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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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00)

DUMMY

Episode 99 - New



철컥.

정혁이 생활관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새벽 4시가 넘은 시점이었지만 윤 설은 자고 있지 않았다.

"누나, 이제 괜찮아요?"

그러나 윤 설은 아무 말 없이 정혁을 노려보았다.


"왜, 왜 그래요?"

"조태훈씨, 어떻게 됐어?"

정혁은 아무 말 없이 한숨을 쉬었다.

윤 설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어떻게 됐냐고 묻잖아!"


"못 찾았어요, 아직은."

정혁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그는 답답한 심정에 울분을 토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말해줄 수 있어?"


복잡한 감정만 나타내기에는 침착함이 필요했다.

윤 설이 목소리를 낮추자 정혁이 침대에 다가가 앉았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거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혁은 천천히 그간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송재승과 강병태.

그리고 조태훈에게 맨 처음 들었던 조언.

지금 이 사태까지.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윤 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그 수면 가루가 묻은 손수건을 괴수에게 시선이 집중된 틈을 타서......"

쾅!!

윤 설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정혁의 몸이 움찔거렸다.


"왜, 왜 그래요?"

"정혁아,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해줬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왜 송재승에 대한 이야기를 숨겼냐는 질문이겠지.

윤 설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내가, 내가 계속 물어 봤었잖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말.

[ 혹시 재승씨랑 싸웠어? ]

[ 무슨 일 있어? ]

등등.

여러 말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정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윤 설이 다시 한번 말했다.

"왜 대답을 안해? 어째서 나한테는 이야기 안 해줬냐고."

정혁이 작은 목소리를 냈다.

"누나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까봐....."


정혁의 말에 윤 설이 충격을 받은 듯 굳어버렸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저한테만 쌓인 거니까 제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

"아, 친구잖아!!!!"


정혁의 눈이 번쩍 뜨였다.

고개를 들어 보니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어설프게 사과의 말을 건네봤자 독이 될 게 뻔했으니까.

지금은 그저 윤 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왜 나한테 신뢰를 안 줘?! 저번에 약속했잖아, 뭐라도 쌓아두지 말고 서로 이야기하자고. 그런데 이게 뭐야?!"

그녀의 목소리가 다른 생활관까지 퍼질까 염려스러웠지만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

정혁 역시 그런 사고회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대답해!!!!"

그러나 여전히 묵묵부답.

윤 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알았어, 네가 정 나를 못 믿고 나에게 계속 무언가를 숨기고 싶게 된다면."

그녀는 생활관 문 앞에서 문고리를 돌렸다.


- 내가 사라져줄게.

그 말에는 반응이 저절로 나갔다.

절대로 나오면 안되는 말이 나왔기 때문에.

정혁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붙잡으려 했다.

"누, 누나, 잠깐ㅁ......!"

"오지 마!!!"


단호하고도 간결한 대답이었다.

그 말 안에 윤 설의 분노가 함축되어 있었다.

"지금 나 붙잡으면, 너 다시는 안볼거니까."

보통이라면 저런 말을 해도 붙잡았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무기력해졌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윤 설이 떠났다.

정혁은 아주 처참하게 혼자로 남았다.

그녀의 행선지가 어디일지는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물론 무모한 짓은 하지 않겠지만 걱정이 되는 것 또한 당연했다.

정혁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를 싸매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좌절한 연기자처럼.


------


윤 설은 성큼성큼 중앙 계단을 내려갔다.

속으로는 온통 최정혁을 향한 비난을 계속했다.

'개X끼, 나쁜 X끼......!'

눈물 방울이 글썽거렸다.

만약에 최정혁과 송재승의 비밀을 알았더라면.


이런 사태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 짐작했기에 더욱 속이 타들어갔다.

그녀는 2층과 3층 중앙 계단 사이에 웅크려 앉아 소리 없이 울었다.

조태훈에 대한 죄책감, 최정혁에 대한 분노.


두 가지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내가, 내가 그 때 찢어져서 찾아보자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윤 설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할 것이다.

자만에 의해 자기 자신마저 위험해졌던 반면, 조태훈 또한 어떻게 되었는지 생사를 알 수 없었으니까.


"여기서 뭐하고 있냐?"

누군가의 목소리에 윤 설이 고개를 들었다.

"아."

천가민이었다.

윤 설은 곧장 눈물을 닦아내고 일어섰다.

"지휘관님, 훌쩍."


가민은 커피를 손에 쥔 채로 내려와 윤 설의 얼굴을 살폈다.

"뭐야, 너 울었냐?"

그의 동공이 커졌다.

약간 창피했다.

"아, 아닙니다, 그냥 하품을 너무 많이 해서....."


둘러댈 말이 딱히 없었다.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인물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한 그녀였다.

"흠."

가민은 눈알을 위로 들어 생각하다가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잠깐 이야기 좀 할래?"


가민은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아, 알겠습니다."

뒤따라 나섰다.

왠지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바깥 바람이 차가웠다.

가민은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윤 설은 그저 머뭇머뭇 서 있을 뿐.

"힘들었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녀가 허둥지둥거렸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절로 깍듯한 말이 튀어나온다.

"아니긴, 표정에서 다 보이는데."

가민의 장난끼 가득한 얼굴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말해봐, 뭐가 고민인데? 보통 심각한 게 아니면 울진 않으니까."


"아....."

가민의 말에 윤 설의 얼굴에 홍조빛이 띄워졌다.

"으흠?"

그의 어깨가 으쓱거렸다.

"다름이 아니라, 인간 관계에 대해서요."

"인간 관계라....."


어떻게 보면 제일 조언하기 어려운 부류였다.

윤 설은 지금까지의 일을 조금씩 풀어냈다.

모든 것은 아니고 약간의 생략 과정을 거친 후에.

커피를 입에 집어넣으며 그는 윤 설의 말을 경청했다.


"......,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까지 오게된 것 같아요."

"최정혁이가 조금 답답한 면이 있네."

"하하하....."

윤 설은 웃어보이며 속으로 여간 답답한 게 아니죠, 라고 생각했다.

"하하, 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에게 뭔가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가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인간 관계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러워서 어렵네."

"아닙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그녀는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최정혁 좋아해?"


"......, 네?"

순간 벙쪄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속에서 나오는 답은 아니오, 였다.

"아니에요, 아닙니다."

윤 설은 두 손을 휘저으며 부정을 표했다.

가민의 거짓말 탐지기 레이더가 발동되었다.


'진짠가......?'

가늘게 뜬 눈이 윤 설의 표정을 스캔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윤 설은 혼자 횡설수설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때, 전대 주변에 분홍빛의 안개가 스며들었다.


"어, 이건 뭐지?"

윤 설이 안개를 응시했다.

무언가 가루가 묻어있는 것 같았다.

가민 역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게, 이게 뭐지?"

그러다 문득, 정혁이 이야기해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 손수건에 수면 가루를 묻혀서 조태훈씨를...... ]

윤 설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곧장 가민을 붙잡고 외쳤다.

"지, 지휘관님, 이거......!"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윤 설의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으으으......!"

눈을 감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의 반응은 어쩔 수 없었다.

"아, 안 돼......"

그녀의 몸이 추욱 늘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가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흠."

그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씨익 웃어보였다.

"성능 확실한데?"

가민의 몸체가 군화부터 다리, 골반, 상체까지 계수에 휩싸였다.


그리고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한 쪽 팔이 회색빛 사이보그로 이루어진 남자.

거의 반 로봇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남자는 기계 팔을 앞으로 뻗어 손 중앙 부분에 위치한 원형의 버튼을 눌렀다.


분홍빛의 수면 가루가 그 안으로 조금씩 빨려 들어갔다.

"변장은 원래 내 타입이 아니지만, 단장께서 빠르게 일처리를 하라고 하셨으니 어쩔 수 없지."


5인 군단 - 헬 파이브 단원 : 로제츠

"흠, 깨끗해졌구만."

로제츠는 연기가 다 사라진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윤 설을 어깨에 걸쳤다.

"그럼, 수고하시고."

로제츠의 형체가 검은 안개에 가려지더니 곧 모습을 감췄다.


------


파스티비아 가문의 성역 - 보랏빛 은하

티 테이블 룸

"그래서 어떡할래?"

제인이 턱에 손을 얹은 채로 태훈에게 말했다.

"그래, 그래. 상처도 치료해주고 해명도 잘 들었고, 네가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도 알았어."


태훈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그 학방이라는 게 뭔지 설명은 해줘야할 것 아니야?!"

제인은 손뼉을 치며 목소리를 냈다.

"그러네, 생각해보니 내가 너에게 학방이 뭔지 설명도 안 해줬구나?"

"참, 어이가 없어서."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제인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손가락으로 스냅 소리를 냈다.

"내가 말하는 데에 재주는 별로 없어서 차라리 직접 데려다줄게."

"데려다 줘?"

"응, 잠시만 기다려 봐! 10초면 되니까."


태훈은 헛웃음을 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초만에 어떻게......"

쿠구구구구구구구.

진동이 일어났다.


제인은 눈을 감고 노란색 계수를 머리 위에 생성한 뒤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이 바뀌었다.

진동이 멈추자 태훈은 꿈인듯 둘러보았다.

테이블 위를 가득 메우던 과자들은 어디로 가고 연구물들이 즐비어 놓여있었다.


"어, 어???"

어리둥절 했다.

여태 처음보는 장면과 장소.

그리고 처음보는 인원들.

그 중에서도 굉장히 미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동그란 안경을 낀 채로 붉은 머리를 넘기고 있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그녀는 이리저리 연구재료들을 옮기다가 제인을 확인하고는 동공을 키웠다.

"어머, 제인!!"


마치 오래본 친구처럼 여성은 팔을 벌리며 제인에게 다가왔다.

꽉 끌어안는다.

여성은 볼을 비비적거리며 인사했다.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왔어, 올거면 얘기라도 하지. 차라도 내놓을 걸 그랬네!"


"아, 미안 로자리아. 이 친구를 이곳에 소개해주고 싶어서."

제인이 태훈을 가리켰다.

"어?"

로자리아가 반가운 듯 태훈의 두 손을 덥썩 잡았다.

"너구나, 우리 학방의 착출 리스트에서 봤어."


"어, 네?"

순간 손을 잡자 당활한 듯 태훈이 눈알을 굴렸다.

로자리아는 가슴팍에 손을 얹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반가워, 나는 이 학방 단체의 방장인......"


- 로자리아 로이아네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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