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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어째서 나만 로그아웃이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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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4.02.05 18:10
최근연재일 :
2024.07.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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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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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 폐사 구간에서의 고민

DUMMY





“ ...요즘 이렇게 레벨 올리는 게 유행이에요. 아니 유행이랄까. 이게 정석으로 굳어지는 느낌이죠. 퀘스트 최소레벨 제한들을 보면 레벨이 늘어나는 거에 비해 최고 숙련도 요구치는 그렇게 높지 않았으니까요. “

생각해보면 타꼬야끼님의 말이 맞다.

수도 팔콘의 최소 입장 레벨도 보면 120레벨에 40레벨. 주 무기의 숙련도가 전체 레벨의 1/3수준밖에 미치지 않고 있었다.

“ 참.. 머리를 잘 썼죠. 낮은 숙련도를 올리려면 낮은 사냥터에 가야 하고.. 다양한 무기를 써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라면 재미랄까요? 뭐.. 저는 다 취향에 안 맞았지만. “

말은 그렇게 하고는 있지만, 그 안으로 파고들자면 더욱 소름 돋는 사실들이 나타난다.

어차피 낮은 사냥터는 이미 만들어져있고

그 낮은 사냥터를 다른 무기로 계속 돌면 레벨도 알아서 오르니

초반 레벨 올리는 재미와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신선함에 점점 사냥터에 익숙해져 몰이 사냥까지도 가능하게 되는

그렇게 지루하지 않게 반복적인 사냥으로 다른 추가 데이터를 만들지 않아도 되면서 자연스레 콘텐츠 소모속도를 줄여버리는 기획자의 숨은 의도가 엄청나다고 느껴졌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미친 듯이 낫 숙련도만 올려대고 있었으니...

어쩌면 팔콘 성으로 오는 길에 만난 <하급 임프>는 교전 중에 <벨하르 왕자>가 끼어드는 것이 정석 루트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

나는 낫의 숙련도가 59였기에 시간을 끄는 것을 넘어 잡아버린 거고 말이지..

“ ...그래서. 이번엔 제 차례에요. 님이 궁금한 것도 답해드렸으니 제가 묻는 거에도 답해주겠죠? “

어... 같은 선발대끼리 정보 교환을 하자는 건가.

뭐..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지금

같이 선발대를 달리고 있는 타꼬야끼님은 굉장히 소중한 인연인 만큼 내가 가진 정보가 필요하다면 알려주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음..

커뮤니티를 통해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올라오는 이 사람이라면 내 도움이 필요하긴 할까..?

그쪽이 더 빠를 것 같은데..?

...조금 불합리하네.

나도 그런 공략이 있었으면 좀 보고 싶은데 말이지..

“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님이 알려준 늑대 사냥 루트... 덕분에 저는 지금 수도 팔콘에 도착할 수 있는 최소조건을 빠르게 맞췄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드려요. “

음.. 친추했던 인연뿐만 아니라 그때의 정보가 도움이 되어서 현재 이미지가 좋지 않은 나한테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준 건가.

생각해보면 이 방 안으로 데려온 것도 내 이미지를 생각해서, 그리고 나와 함께 있는 본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데려온 느낌이다.

이거 참.. 미안하네.

“ 지금 그 이야기를 하시는 건.. 또 다른 사냥터를 추천해달라는 거죠? “

“ 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님의 맵핑 정보랑 사냥 루트요. 아. 솔직히 맵핑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내는 건 조금 그러니까 맵핑 정보는 저랑 교환하는 형태로 해요. “

솔직히 내가 타꼬야끼님이라면..

내 친구창에 게임 정식 오픈 첫날부터 비매너 유저라고 소문난 사람이 있다면 나는 곧바로 친삭하고 손절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람은 나를 챙겨주었으니 보답하는 것이 도리지.

나는 가볍게 패널을 열어 맵핑 정보를 다운로드. 다운로드한 맵 정보의 코드를 뽑아내 타꼬야끼님에게 넘긴다.


“ ...정말... 구석까지 가셨네요.. “

“ 반대로 타꼬야끼님은 굉장히 높게.. 가셨네요? “

마치 내가 잎사귀가 풍성한 분재라고 한다면

타꼬야끼님은 잎사귀가 전부 떨어진 겨울나무 같달까.

그나마 맵 아래쪽에 귀엽게 자리 잡은 나뭇잎 하나는 내가 가르쳐준 늑대 사냥 루트였다.

“ 아 그중에서 우리한테 익숙한 건 늑대잖아요? 거기 보면 여기랑.. 여기. 그리고 여기가 <푸른 송곳니 늑대> 리젠 지역이에요. “

“ 으으.. 또 늑대군요. “

“ 숙련도 한.. 48까지는 거기서 할 만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은 다르니 저에게 뭐라 하시면 곤란해요. 그리고 팔콘 위쪽으로는 안타깝게도 제가 다녀보지는 않아서.. “

솔직히 이미 120레벨 관문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눈이 돌아갈 만한 정보는 아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얻은 타꼬야끼님의 맵핑 정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조금 더 도움이 된다랄까.

도움을 주기 위해서 거래했지만 왠지 나만 이득 본 기분이 들어 살짝 눈치를 살피게 된다.

아니 근데 뭐... 저쪽에서 원했던 거니까..

음. 그냥 내 양심에 찔릴 뿐이지 난 원하는 대로 다 해준 것이다.

“ 흐음.. 위쪽은 점점 사냥이 어려워져요. 아마 120 - 40은 ‘ 최소 ‘ 제한이어서 그런 건지 지금 여기까지 도달한 사람들은 첫 번째 폐사 구간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숙련도를 올릴만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 여기도 한번 가봐야겠어요. 고마워요. “

오호라.

감사하게도 또 정보를 주다니..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도 40 언저리 숙련도로는 조금 부족했나 보다.

나는 주 무기의 숙련도가 59이기에 큰 문제는 안 될 테니 아직은 조금 앞서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맵의 확인은 끝났는지 타꼬야끼님이 먼저 패널을 지워버리는 것을 보고 나도 예의상 맵을 지웠다.

음..

조금은 어색한 이 공기.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하려는 그 순간

타꼬야끼님은 다시 한번 말을 건넨다.

“ 음.. 저기. 계속 낫을 쓰고 계신 것 같은데.. 그거 괜찮아요? “

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조금 당황스러운데.

“ 그게 무슨..? “

“ 아니아니.. 그게.. 저도 그렇고 님도 그렇고 메이저한 무기는.. 아니잖아요? “

음?

모든 무기를 다 쓸 수 있는 이 게임에서

전부 다 숙련도를 올려서 최소레벨을 맞추는 게 유행인 이 시점에

메이저인 무기와 마이너한 무기가 나뉘나?

뭐 조금 차이는 있을지언정 조합이나 취향의 차이이지 성능의 차이는 없지 않나?

알 수 없는 말이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여본다.

“ 그.. 그렇죠? 저는 솔직히 솔플을 많이 해서 자세히는 모르는데.. 채찍이라는 무기를 주로 쓴다는 건 조금 낯선 느낌이긴 하네요. “

“ 흐음... ... 이제.. 와서 바꾸는 건.. 너무 돌아가는 길이겠죠..? “

고민인 건가.

자신이 계속 사용하던 주 무기를 바꾼다는 것.

다른 게임으로 치자면 주 캐릭터의 직업을 바꾼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처음 오픈한 상황에서 이렇게 선발대까지 올라온 시점에서 무기를 바꾼다는 건 그만큼 하위 사냥터에 더 묶여야 하기에 도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금 이대로를 유지해라! 라고 한다면..

결국, 자신의 무기나 전투 스타일에 불만을 품고 점점 게임이 하기 싫어지며 결국 접속률이 낮아져 무기를 바꾸는 것보다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이럴 때는..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겠지.

“ 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채찍보다 다른 게 끌리셨나요? “

“ 아뇨아뇨.. 전투 스타일 자체는 재미있어요. 몹을 당겨오거나 중거리에서는 빠르게 묵직한 딜을 쏟아낼 수도 있고.. 타격감도 만족스럽고 거추장스럽지도 않으니까요. “

묻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무기에 장점들을 나열하는 것을 보면 플레이 스타일이라든지 무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닌가 보다.

설마 무기에 따라서 파티에 끼워주고 안 끼워주고 같은 게 있지는... 아니 있을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파티단위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퀘스트는 보이지 않았는데..

“ 그럼 왜 그런 걸 물어보신 건가요? “

라고 묻자 타꼬야끼님은 오히려 나를 조금 이상한 사람처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 요즘은 죄다 랜스를 들고 있으니까요. 가장 다루기 쉽고 튼튼해서 HP 관리도 쉽구요. 음..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저보다 일찍 끈 사람이 오늘 저랑 비슷한 곳을 달리고 있으니 살짝 현타온다고 해야 할까요? 조금 그래서.. 고민되네요. “

랜스라...

랜스와 방패가 하나의 세트인 무기로 방패를 든 만큼 방어가 높고 랜스의 특성상 찌르는 공격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난이도도 다소 쉬워 접근성이 좋은 대신 속도와 공격력이 다른 무기에 비해 아주 약간 떨어진다.

실제로 몸을 움직여서 싸우는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손쉽게 게임에 적응한다거나 레이드 트라이때에는 방어가 중요하기도 하니 랜스 종류가 조금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것도 파티 사냥이 시작되고 난 뒤의 일일 줄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효율 좋고 최고인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역시 한국 게이머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키보드 마우스 뚜들기던 게이머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려니 어색해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 흐음... 솔직히.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게임은 질리는 순간 손을 놓게 된다고. 그러니 지금 당장 타꼬야끼님이 즐길 수 있는 무기를 골라서 하는 것이 저는 좋다고 봐요. 생각해봐요. 결국,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다가 접어버리면 영원히 그 레벨에 멈춰있는 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무기가 레벨 올리기가 어렵더라도 결국 접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앞서나갈 수 있을 거에요. “

랜스는 직접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밸런스가 뭉개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지금은 랜스로 바꿔 메인 퀘스트를 끝까지 다 밀어 넣고 그다음에 자신이 좋아하는 무기의 숙련도를 올린다면 이미 레벨업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므로 처음 레벨을 올리기보다 더 쉽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해도 정답은 없다.

남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직접 모험해나가는 것이 정답이지.

적어도 RPG는 그렇게 해야 한다.

타꼬야끼님은 어딘가 깊은 고민에 빠져있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어..

..처음..? 으로 내 앞에서 미소지어주었다.

“ 고마워요. 고민이 조금 해결된 기분이에요. 감사의 의미를 담아 서비스 하나 해줄까요? “

안 그래도 외모 레벨이 상당한 캐릭터가 저렇게 예쁘게 웃으며.

..

..

촛불 하나만 켜져 있는 이 방에서 서비스라고 말하자 뭔가 난감한 느낌이..

어.. 어어.

잠시 왜 다가오시는..

“ ...이곳에서 퀘스트를 조금만 더 깨다 보면 어느 한순간 벽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동시에 무기 강화가 오픈되죠. 재료가 상당히 빡쌔서 아주 신중하게 강화해야 할 거예요. “

....아. 그 서비스구나.

아무래도 내 맵핑 지도를 보고 팔콘 성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확인해 내 현재 진행 단계를 파악한 모양이다.

“ 정보 고마워요. “

정말 다른 생각이 드는 건 남자인 나뿐이었다는 것처럼 타꼬야끼님은 그대로 다시 뒤로 물러나 문고리를 잡는다.

“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거에요? 어차피 내일 해 뜰 때까지는 할 거 없으실 테고... 로그아웃? “

순간

이 방의 유일한 불빛인 촛불 하나가 꺼진 것만 같은 어둠이 내 눈에 들이닥쳤다.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사람을 만나면 로그아웃 버튼이 있는지. 고객센터 문의 버튼이 잘 작동 하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덜컥 겁이 난다.

무섭다.

진짜로 나만 없는 건가.

현실의 나는... 어떻게 되고 있는 걸까.

“ 아냐... 아냐 아냐.. 아냐... “

“ 어.. 이춘배님..? “

“ 아냐아냐아냐아냐... 진짜.. 아니야... “

아니다.

잊어야 한다.

현실은.. 이곳이다.

나에게는 게임 속이 현실이다.

로그아웃? 그런 게 뭔데.

애초에 없는 것이다.

나는 모험가다.

“ 후우.... 후우.... “

“ ..괜찮으세요? “

“ 아.. 네.. 미안해요. 뭘 할 거냐고 물어보셨죠?.. “

나는 정말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물론 타꼬야끼님이 보았을 때는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최대한 머리를 굴려 아무 말이나 해본다.

“ 어.. 가.. 강화 이야기도 나왔겠다 무기라도 구해볼까 싶어서요. 제 무기가 좀 저렙 무기라. “

“ 아. 그것도 퀘스트 조금 진행하다 보면 왕자가 줄 거에요. 구린 무기 쓴다고 시비 걸면서 말이죠. 물론.. 퀘스트로 주는 장비인지라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거쳐 가는 단계에서는 나쁘지 않을 거라고 봐요. “

어... 음... 이런.

쓸데없이 친절한 게임 같으니...

그러면 진짜 지금 당장에는 할 게 없는데..

뭘 해야 하지..?






작가의말

진짜 게임하면서 꼭 한번쯤은 해본 고민이 아닐까싶네요

렙업하다 딱 막혔을때

아.. 다른 캐릭이면 잘 넘어가려나..? 싶은거 말이죠

뭐 결국 투덜대면서 계속하고 있겠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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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메인 퀘스트 24.02.13 64 1 12쪽
6 6. 게임 진행 방해 24.02.12 72 2 12쪽
5 5. 로그아웃 24.02.09 80 2 15쪽
4 4. OBT 조기종료 24.02.08 95 2 13쪽
3 3. 전투 시스템 24.02.07 127 3 13쪽
2 2. 튜토리얼 24.02.06 18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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