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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나만 로그아웃이 없는걸까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4.02.05 18:10
최근연재일 :
2024.06.28 1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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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9,528

작성
24.02.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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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 선택지

DUMMY




“ 에리스?! “

설마.

<엘크>의 누나가 에리스였나?

그러고 보니 투구 사이로 보이는 노란 머리카락과 황금빛 눈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둘 다 어딘가 얼빵한 게..

어라. 생각보다 많이 닮았네?

“ 어라..?! 모험가님.. 아니아니.. 이춘배님..?! 왜 이런 곳에?! “

“ 에리스! 그쪽이야말로 왜..? 아무리 동생이라고 해도 이렇게 막 찾아와도 되는 거에요?! “

나는 조심스레 감옥을 감시하는 기사가 있는지 살펴보고서는 다시 높은 창문을 올려다보며 에리스를 바라본다.

“ 이춘배님은 왜 여기 계시는 거에요..?! “

“ 아니 그게.. 아.. “

...그런가.

함께 3일간 같이 지내면서 너무 자연스레 대화를 해버리는 바람에 지금도 너무 자연스레 말을 걸어버렸다.

에리스는 원래 NPC였으니까.

나는 패널을 열어 <에리스>를 클릭하자 자신은 NPC가 맞다는 듯이 선택지가 나와버렸다.

“ ...[<에리스>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죠?] “

왜 조금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거지.

“ 전 제 동생 녀석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때 헤어졌던 그 마을이 사실 이 녀석이 있던 곳이었는데 레독스에서 기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가.. “

“ 그.. 누나.. 미안해... “

“ 어휴...! 증말..! 가만히 있어! “

그렇게 <에리스>는 <엘크>의 입을 다물게 하더니 갑자기 창살을 두 손으로 쥐었다.

딱 봐도 너무나도 수상한 행동.

말려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들지만

상대는 NPC다.

내 말 따위는 듣지도 않으며 아무리 클릭해봐도 말릴만한 선택지가 나오지 않는다.

“ 끄으으으으응...!!!!! “

-끼긱... 끽.... 끽....

역시.. 거대한 해머를 휘두르는 여자아이라 그런가.

아주 단단해 보이던 쇠창살에 힘을 쏟아내자 쇠창살이 비명을 내지르며 조금씩 구부러지더니 부서져 버린다.

“ 헥.. 헥.. 됐다..! 내 손 잡아! 엘크! 이춘배님! “

“ ...저거.. 저래도 되는 건가..? “

“ 누.. 누나. 이래도 돼? “

내가 망설이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엘크>도 같은 생각인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원래 시나리오 대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엘크>가 나의 궁금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질문을 해주었다.

“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여기에 있다간 죽는 거나 다름없다구! 탈출해서 어떻게든 다른 대륙으로 망명해서 조용히 살아가자! 그게 최선이야! “

그래 뭐 악마의 소문이 돌고 있는 기사의 대륙에서 기사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당연하지.

“ [저는 왜...?] 나는 왜 데려가려는 거지..? “

“ 에? 같이 죄를 지어서 이곳에 오신 거 아니에요? “

“ ..[전 풀려날 거라 상관없을걸요? 의심만으로 들어온 거라..] “

그래.

괜히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데 굳이 나가봤자 내 상황만 안 좋게 흘러갈 뿐이다.

그래서 나는 감옥에 가만히 있는 선택을 하자

갑자기 <엘크>가 감옥 안으로 다시 들어와 버리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 안돼요 모험가님..! 제가 여기서 탈출하는 이상 당신이 여기에 있으면... 당신이 난감해져요...! 그러느니 저도 안 나갈래요..! 안 그래도 이분께 잘못을 저질렀.. “

“ 야! 어딜 다시 들어가려고..! 안돼! 이미 창살 부숴버려서 끝이야 끝! “

겉으로 보기에는 저렇게 투덕대는 것이 참 귀여운 남매처럼 보이지만

어떤 식으로 포장해도 이 둘은 지금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게 아닌가.

이거 참...

“ 이춘배님! 얼른 손! “

결국, 신출내기 기사 <엘크>는 거대한 해머를 휘두르는 모험가 <에리스>에게 힘에서 밀렸는지 창문에는 예쁜 여자아이의 손이 튀어나와 있었다.

선택지.

그것도 자유도 높은 게임이기에 지금의 선택지에 따라 앞으로의 스토리가 조금씩 바뀔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메인 퀘스트] 내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선택) 기다리지 않고 <에리스>의 손을 잡고 탈옥하기.

(선택) 이대로 <엘크>를 보내고 <기사 라함>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 ...진짜냐.. “

평범하게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이런 다양한 선택지를 통한 스토리 변형 및 멀티 엔딩 같은 느낌은 참 좋겠지만

지금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나아가는 것이 목적인 만큼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에리스>의 손을 잡지 않고 그냥 보낸다.

..그렇게 여기에 갇혀서 조사를 받고 무죄가 증명될 때까지 버티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따라잡지 않을까.

<에리스>의 손을 잡는 선택이 오히려 레독스 도시를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숏컷이라면

그 순간 나는 선발대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닐까.

“ 얼른 제 손을 잡으세요! “


반대로


<에리스>의 손을 잡고 이곳에서 탈출한다.

이 게임은 이 세계에 전생한 컨셉이기 때문에 <기사 라함>이 주인공 캐릭에 대해 조사해봤자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더욱 수상하게 여길지 아니면 문제없다고 여길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나의 운명을 다른 NPC의 판단에 맡기지 않고 내 손으로 탈출한다.

기사들을 적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지만..

“ ...내가 밖에서 악마를 잡아 오면.. 해결되는 거 아냐? “

“ 이춘배님!! 시간이 없어요!! 얼른 손!!! “

순간 번뜩였다.

이 모든 것은 악마가 근처에 살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니

내가 나가서 악마들을 다 잡으면

퀘스트를 밀고 나갈 시간도 단축하고

가려져 있는 지도도 밝히고

악마도 잡아서 레벨을 올리고

탈옥이라는 죄도 지워질뿐더러 악마를 잡았으니 오히려 포상이 주어질지도 모른다.

“ 그래. 맞잖아? 퀘스트의 종착역은 결국 악마 섬멸이겠지. 그러니까 그걸 미리 제거해버리면.. 빠르게 스토리가 밀리겠지. “

“ 이춘배님! 손!!!! 쫌!!!! “

나는 <에리스>의 손을 누르고 [(선택) 기다리지 않고 <에리스>의 손을 잡고 탈옥하기.]를 누른 뒤 가녀린 부드러운 손을 붙잡았다.

“ 끄으으으으..!! “

되게 힘들게 끌어올리는 척하는데..

생각보다 내 몸이 쑥쑥 올라가고 있었다.

“ 우왓..?! “

힘이 장난 아니네..

억지로 끌어 올려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에리스>가 억지로 몸을 누르는 바람에 다시 주저앉았다.

하긴.. 여기서 탈출하고 있는 와중에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지.

“ ..누나. 이제 우리 어떻게 할 거야? “

“ 으으.. 몰라..! 빼낸다는 생각만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안 정했어..! “

“ ...뭐?!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떻게해요?!] “

아무래도 선택지를 잘못 선택한 느낌인데.

지금이라도 다시 창문을 통해 감옥으로 들어가면 선택지를 되돌려주려나.

“ 괘.. 괜찮을 거에요 모험가님..! 어떻게든 밀항해서 풍요의 대륙이나 엘리시안느로 들어가면 소박하게 입에 풀칠할 수 있을 만큼의 밭을 사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죠...! 소소한 행복도 소중한 법이니까요..! “



[퀘스트 완료] 내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메인 퀘스트] 레독스 도시를 탈출하기.



뭔 퀘스트가 이렇게 시작되는지 원...

“ 그러니까 지금 아무런 계획.. 웁... “

“ 쉿..! 조용히..! 순찰을 돌고 있는 기사들에게 들켜서는 안 돼요..! “

<에리스>의 부드러운 손이 내 입을 틀어막자 손을 막아서 입을 다문 게 아닌 어딘가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오묘한 기분... 뭐지?

너무 리얼하게 피부를 재현한 거 아닌가?

뭐. 이렇게 여자의 손이 직접 닿아본 적은 없지만 아마 똑같은 감촉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많이 당황스럽다.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손을 떼어내며 고개를 끄덕이자 <에리스>는 만족한 듯이 살인적인 눈웃음과 함께 주위를 경계한다.

“ ...뭐. 결국, 내가 앞장서고 NPC는 따라오는 형식이겠지만 말이야. “

지금이 점검 때처럼 자유롭게 대화했었더라면 <에리스>의 성격상 자신이 앞장섰을 수도 있겠지만

게임 속 NPC가 잠입 퀘스트에서 진행할 때는 오직 유저의 뒤를 따라오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

그 말대로라는 듯이 내가 주위를 둘러보자 <에리스>와 <엘크>가 따라서 두리번거리고 나의 뒤로 숨는다.

..생각보다 꼬리가 기네.


나는 패널을 열어 미니맵을 확인한다.

“ 흐음.. 벽 세 개를 넘어야 되는 건가..? 조금 힘든데..? “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니맵 상에 붉은 점으로 기사들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일까.

솔직히 이 정도면 너무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자 한 명의 기사가 지나가고

나는 슬그머니 담벼락 뒤에서 나와 조심스레 길을 건너가 나무 뒤에 숨는다.

그렇게 두 번째 기사가 지나갈..

..잠깐만.

“ 어.. 야..! 빨리 숨어..! “

날 따라오는 두 명의 NPC. <에리스>와 <엘크>가 나무 뒤에 숨은 내 뒤에 딱 붙는 게 아닌

내가 지나왔던 경로에 꼬리에 꼬리를 물듯 자세를 낮춘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가장 뒤에 있는 <에리스>는 순찰로에 오른쪽 발이 걸쳐있는 수준으로 훤히 드러나 있는데..????

“ 빨리..! 야! 들어오라고! “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불러보지만

안타깝게도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주위를 두리번거릴 뿐이다.

그렇게

두 번째 기사가

<에리스>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까지 걸어와 버렸다.

“ ...망했다.. “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뛰쳐나가서 기사를 암살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 탈출 임무에 암살이 포함되나..?

내가 조금 더 뒤로 가서 <에리스>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나?

하지만 그랬다가 내 위치가 들킬 것 같은데...???


이 짧은 순간이 마치 무한히 늘어난 시간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오가는 도중

나는 판단이 늦어져 이미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사가 우리를.. .. 우리를..

..지나쳐간다.

...

너무 현실적인 게임인지라 이것저것 고려한답시고 고려해봤지만 이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쨌든 NPC는 NPC.

내 말은 들리지도 않으며 코딩된 대로 움직일 뿐이다.

내가 직접 움직여서 NPC의 위치를 조절해가며 탈출하라?

이렇게 내버려 두면 분명 유저들은 이 악물고 욕할 것이다.

“ 하아.. 진짜 괜히 쫄았네.. 그래도 결국 게임은 게임이구나. “

“ 누구냐!!!!!!! “

“ 으앗..! 들켰어요...! “

“ 도.. 도망쳐..!! “

아니 씨.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대놓고 등이 보이던 <에리스>는 지나쳐놓고 선택지를 통한 대화도 아닌데 NPC가 내 소리를 감지해 이쪽을 바라보는 건.. 조금.. 치사하지 않냐...?

...잠깐만.

순간 머릿속에 이 퀘스트가 시작되고 곧바로 <에리스>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쉿..! 조용히..! 순찰을 돌고 있는 기사들에게 들켜서는 안 돼요..!


쉿. 조용히.

...이미 힌트는 주어졌던 거였나.

“ ...힌트는 대놓고 <힌트> 이렇게 줘야지 이따위로 힌트를 주면 누가 알아먹냐...!! 그리고 쫌 NPC든 리얼이든 둘 중 하나만 하라고..!!! “

<에리스>와 <엘크>는 기사를 등지고 도망가려고 하지만

나는 역으로 단검을 뽑아 든 채로 기사를 향해 달려나간다.


<레독스 감옥 기사>

LV.90

HP 3300 / 3300


상대적으로 레벨 자체는 나보다 조금 높지만

그래도 인간형인 만큼 체력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상대하지 못할 건 없다.

물론 빠르게 뽑아서 싸울 수 있는 보조 무기인 단검으로 싸우기에 숙련도가 조금 더 부족해 확실하게 기습할 수는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어차피 불리한 상황에서는 도박 수를 던지는 것이 가장 올바른 상대법이다.

“ 안돼요 이춘배님! 여기서 기사를 더 공격하면...! “

그 순간

눈앞의 시야가 회색빛으로 물든다.

내 몸이 천천히 흐른다.

기사의 대응도,

<에리스>의 목소리도 늘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모든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선택) 공격하기.

(선택) 공격하지 않기.


왜지.

나는 지금 공격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단검을 빼 들고 달려가고 있는데 어째서 한 번의 선택지가 또 나오는 걸까.

이미 들킨 시점에서 끝이 아닌가?

왜 이렇게까지 시간을 멈춰가면서 한 번 더 붙잡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나에게..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기회를 주는 걸까.


(선택) 공격하지 않기.


“ 큿..! 다들 도망쳐..!! “

“ 어딜 도망가려고!! 읏..!? “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 도망가는 척 페이크를 걸고

자세를 낮춰 단검 스킬 중 하나인 [다리 걸기]를 시전해 <레독스 감옥 기사>의 발을 걷어차 넘어뜨렸다.

“ 이춘배님..! 이쪽..! “







작가의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종류의 퀘스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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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메인 퀘스트 24.02.13 64 1 12쪽
6 6. 게임 진행 방해 24.02.12 71 2 12쪽
5 5. 로그아웃 24.02.09 80 2 15쪽
4 4. OBT 조기종료 24.02.08 95 2 13쪽
3 3. 전투 시스템 24.02.07 127 3 13쪽
2 2. 튜토리얼 24.02.06 182 4 12쪽
1 1. 로그인 +1 24.02.05 313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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