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새글

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28 20:10
연재수 :
114 회
조회수 :
235,837
추천수 :
3,455
글자수 :
672,093

작성
24.05.07 20:10
조회
1,363
추천
25
글자
11쪽

공청석유(3)

DUMMY

"검마, 자네가 놈들을 처리해 준 건 고맙지만 그래도 몇 가지 물어볼 것이 남았네. 혹, 괜찮으면 대답해 줄 수 있겠나?"


무현은 검을 내려놓은 다음에 취걸개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이미 너희들은 내게 질문할 자격을 잃었다. 네놈들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다스렸다면 애초부터 내가 쓰레기나 치우는 개짓거리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능력도 명분도 부족한 주제에 함부로 뚫린 입이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

"명분도 부족하고, 가뜩이나 무능하기까지 하니. 자칭 무림의 의와 협을 책임지시는 협객들께서 이렇게 무능하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너희들을 어떻게 생각할 거 같으냐. 생각은 해보고 입을 열어라."


취걸개는 무현의 말을 듣고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문 채로 있었다.


"굳이 날 찾으려고 이렇게 많이 모여든 것은 아닐 테고. 내 뒤에 다른 세력이 있다고 생각했나?"


그 말에 정곡이 찔려 취걸개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걸 못 본 채 넘어갈 무현이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네놈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군. 애초에 난 누군가와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지."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아니면 어쩔 건가. 날 잡기라도 할 건가?"


그 반응에, 취걸개와 개방의 무인은 즉각적인 경계 태세를 취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에는 숨 막히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 순간.


“야, 야-!”


멀리서 청년이 누군가를 쫓아가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청년의 앞으론 작달 만한 소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자연스레 취걸개와 무현의 시선에는 소녀에게 향했다.


소녀는 숨을 헐떡이며 무현을 쳐다봤다.

험하게 달려왔는지, 무릎과 팔꿈치엔 흙과 먼지, 그리고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여긴 위험한데 왜 왔느냐.”

“아저씨 때문에요.”


소녀의 손가락에는 취걸개와 개방의 장로를 향해 있었다.


“···거지들이 아저씨 잡아갈까 봐요.”

"꼬마야. 어른들의 대화 중에···."

“저 아저씨는 할아버지 살리려고 홀몸으로 뛰어들었는데, 정작 여기 있는 사람들은 무시하기 바빴잖아!”


소녀의 외침은 모두의 정신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저놈들 때문에 할아버지랑 창수 아저씨가 다쳤고, 이웃들도 전부 잡혀가서 돌아오지 못했어! 정작 내가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할 때는 도와주지도 않고 방관만 했잖아!"


소녀는 결국 참아왔던 눈물을 결국 터뜨리고 말았다.

고통, 그리고 설움과 분노가 합쳐져 원망만이 가득한 눈물을 한차례 쏟아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녀의 눈물에 취걸개와 개방의 거지들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무현은 그런 소녀의 모습을 보며 어찌할지 몰라 애꿎은 검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하아.”


보다 못한 무현이, 이내 한숨을 내쉬며 검을 집어 던지고선.


“···미안하다.”


울먹이는 여자아이를 간신히 달래며 일으켜 세워 등을 토닥였다.


"꼬마야,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 못 할 악행이 많아. 애초에 선과 악이라는 개념 자체가 통용되지 않은 세계어서 무인은 미친놈이지. 협객이라는 자들도 간혹 있지만, 분명 나 같은 사람들은 결코 협객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지. 하지만 아저씨가 한 가지는 약속하마."


무현은 소녀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가 끌고 가 주마.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놈들, 사람 같지 않은 놈들, 다 이 아저씨가 불구덩이에 끌고 가서 전부 태워 죽이고, 남은 녀석들마저 없애주마."


멍한 눈빛으로 무현을 바라보던 소녀는 점점 진정하더니.


"그러니 어서 돌아가려무나. 아저씨는 저기 못생긴 아저씨들하고 볼 일이 있으니까 어서 가라."


무현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봤다.

소녀도 무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대꾸했다.


"···네."


그리곤 빨갛게 퉁퉁 부은 눈을 잔뜩 비비며 종종걸음으로 자리에서 벗어났다.


“···자네도 어서 가게.”

“예, 예. 알겠습니다.”


창수는 그런 소녀를 뒤쫓아가며 빠르게 내달렸다.

그런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무현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일어섰다.


"이게 너희의 시선이 미치지 못한 현실이다."

"······."

"우리 같은 야만인들은 저 아이의 마음을 보지도, 읽지도 못해. 할 수 있는 건 저들을 도와 자립하게 도와주는 것뿐이지. 너희들 중 일부는 이게 무슨 같잖은 신파극이라고 생각하는 머저리도 있겠지만, 이게 너희들이 끝끝내 외면했던 현실이다. 아니, 애초에 무림맹이라는 거대한 새장에 갇혀있었으니 보지 못한 게 당연했나."


물론, 무림맹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선조들의 희생과 노력이 더해져 무림맹이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고, 그들 덕분에 중원이 평화로워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눈앞의 저들은 그런 선조의 희생을 잊은 채 본인의 힘에 심취한 원숭이들일 뿐.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되겠나?"


취걸개가 물었다.


"가서 놈들 시체 치우고, 장부 찾고, 그동안 미룬 일이나 열심히들 해. 그게 당신들이 백성들에게 보일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다."

"···알겠네."

"태상장로님!"

"그만!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취걸개는 감히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개방의 태상장로이기 전에 무림맹의 원로로서 중원 무림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헌데, 이게 무엇인가?

자신은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세상은 넓고, 아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많았다.

의와 협을 입에 달고 살았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사실 취걸개의 잘못은 없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중원 무림을 수호했으며, 그 누구보다 한발 앞서 의와 협을 실천했으니까.


그렇기에 그가 부끄러운 것은 당연했다.


'이토록 세상 물정에 대해 몰랐었구나···.'


뒤늦은 깨달음에 취걸개는 쓰게 웃었다.

지금에서야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는 확실히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었으니까.


"전원 놈들의 시체를 치워라."


취걸개는 힘없는 걸음을 이어나가며 놈들을 처리하러 갔다.

그 모습을 본 이들도 그를 따라 시체를 치워나갔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무현은 어디론가로 걸음을 옮겼다.


***


"대체 거기까지 왜 간 거야?!"


창수는 식겁한 표정으로 소녀를 타박했다.


"어휴, 내가 못 살아! 너 그러다 칼 맞고 죽을 일 있어?! 무림인들이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 놈들인 줄 알기나 해?"


창수는 화가 잔뜩 난 듯한 얼굴로 그런 소녀를 보며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곤, 이내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학수 할배한테 가자. 할배가 너 뛰쳐나가는 거 보고 많이 걱정하신다."

"···네."


잔뜩 우울한 표정으로 창수와 걸음을 걷던 중.


"학수 할배! 저희 왔어요!"


창수의 외침에 반응한 노인은, 방문을 열고 지팡이를 짚어가며 간신히 나왔다.


"아이고, 이 못난 놈아! 이 할애비 심장 떨어지게 만들 일 있냐!"

"···죄송해요."

"됐다. 네가 무사하니 다행이구나."


노인은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뒤 소녀의 등을 열심히 토닥였다.


"근데요···."


소녀는 무언가 망설이며 잠시 머뭇거리곤 이내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 아저씨 눈, 되게 슬퍼 보였던 거 같았어요."


소녀가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아저씨가 절 끌어안고선 손을 부들부들 떨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되게 슬퍼 보였어요."

"그게 무슨 소리니?"

"···저도 모르겠어요. 그저 본 대로 말했을 뿐이라."


소녀가 본 그는 고독했다.

마치 한 마리의 늑대처럼 고고하지만, 그 뒤엔 무언가 알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몰아치는 것만 같았다.


"그자의 인상착의가 어떠했니?"

"머리에 죽립을 쓰고, 까만 옷이랑 철검을 들고 있었어요."


‘···설마?’


"학수 할배,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그분이시구나."


노인은 덜덜 떠는 손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니, 학수 할배. 왜 이래요?"

"할아버지?"

"그분으로부터 두 번이나 구원을 받았구나."


노인은 허허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네가 젖먹이 시절에 종남산에서 나와 널 구해주신 분이다."

"할아버지가 매일 말씀하셨던 그분이요?"

"그래, 그분이 확실하구나."


노인의 말에 소녀는 눈을 반짝였다.

소녀는 두 눈빛은 마치 옛날이야기를 기대하는 동심 가득한 아이와도 같았으니.

노인은 그런 소녀를 바라보며 허허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오직 행복만이 공존하는 마을.


그런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


무현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


'대체 이 느낌이 무엇인가.'


영문 모를 감정은 계속해서 무현의 신경을 건드렸고, 이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감정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모르겠군.'


마도(魔道)를 걸었던 사내가 감정을 느끼기엔 아직은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적어도 계기가 만들어지기엔 충분했다.


***


"원로님. 정말 그자를 놓아줘도 괜찮겠습니까?"

"책임은 내가 모두 지마. 지금은 눈앞의 상황에만 집중해라."

"허나, 그자는 위험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단 말입니다."


취걸개의 명령에, 개방의 일원들은 하나같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너는 그자의 눈빛을 봤느냐?"

"예? 그게 무슨···?"

"처음엔 난 죽는 줄 알았다."


아직도 그 무저갱과도 같은 눈빛을 떠올리면 취걸개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처음에 잡아먹히는 줄 알았다. 내 일흔 가까이 살면서 수많은 인간군상을 봤지만, 그런 무서운 눈빛은 처음이었다. 만약 그 꼬맹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이 자리에서 죽는 건 우리였다."

"······!"

"그런 자를 ‘우리 따위’가 어떻게 할 명분도, 힘도 없다. 그러니 그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거다. 네놈들이 지금 불만이 많은 건 알겠지만, 그자는 나나 네놈들이나 마음만 먹는다면 지워버릴 수 있는 사내다."

"······."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마라. 네놈들이 의와 협으로 살아가는 이들인 건 알지만, 세상은 의협심만으로 상대할 수 없는 절대 강자라는 게 존재하니까."


취걸개가 시체를 마저 치우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몽구 이 새끼는 아까부터 오라니깐 언제 오는 거냐?"


취걸개는 어구구-거리며 간신히 굽은 등을 피곤 투정을 부렸다.

그렇게 한참이나 시체를 치우던 도중.


"태상장로님!"


이때, 멀리서 개처럼 헉헉대며 뛰어오는 한 거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취걸개는 절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일하러 가라는지가 언젠데, 왜 이제 왔냐?"

"그,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제갈세가에 난리가 났습니다!"

"뭐?"


영문도 모르는 몽구의 소리에 질문하려던 찰나.


"남궁 여협께서 사라지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마전생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5 내면과의 대화(1) +2 24.05.20 1,054 21 14쪽
84 기연 아닌 기연(3) +1 24.05.17 1,240 22 13쪽
83 기연 아닌 기연(2) +2 24.05.16 1,190 22 12쪽
82 기연 아닌 기연(1) +1 24.05.15 1,234 24 12쪽
81 혼란스러운 기억(2) +2 24.05.14 1,246 23 13쪽
80 혼란스러운 기억(1) +1 24.05.13 1,249 27 13쪽
79 공청석유(6) +3 24.05.10 1,389 28 11쪽
78 공청석유(5) +1 24.05.09 1,263 22 12쪽
77 공청석유(4) +1 24.05.08 1,312 27 12쪽
» 공청석유(3) +1 24.05.07 1,364 25 11쪽
75 공청석유(2) +3 24.05.06 1,458 23 12쪽
74 공청석유(1) +1 24.05.03 1,612 26 12쪽
73 중독(3) +3 24.05.02 1,549 24 12쪽
72 중독(2) +3 24.05.01 1,542 25 12쪽
71 중독(1) +3 24.04.30 1,572 24 13쪽
70 용을 끌어내리다(13) +2 24.04.29 1,615 26 15쪽
69 용을 끌어내리다(12) +5 24.04.26 1,609 29 12쪽
68 용을 끌어내리다(11) +3 24.04.25 1,567 27 13쪽
67 용을 끌어내리다(10) +1 24.04.24 1,579 25 12쪽
66 용을 끌어내리다(9) +2 24.04.23 1,593 25 13쪽
65 용을 끌어내리다(8) +1 24.04.22 1,623 23 12쪽
64 용을 끌어내리다(7) +4 24.04.19 1,693 25 13쪽
63 용을 끌어내리다(6) +3 24.04.18 1,720 26 13쪽
62 용을 끌어내리다(5) +3 24.04.17 1,721 26 13쪽
61 용을 끌어내리다(4) +1 24.04.16 1,753 25 12쪽
60 용을 끌어내리다(3) +1 24.04.15 1,708 28 12쪽
59 용을 끌어내리다(2) +1 24.04.12 1,861 29 13쪽
58 용을 끌어내리다(1) +1 24.04.11 1,930 31 13쪽
57 지부 소탕(3) +2 24.04.10 1,899 29 13쪽
56 지부 소탕(2) +2 24.04.09 1,852 3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