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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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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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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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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4)

DUMMY

무현은 남궁세가로 가기 전에 수하들에게 본부로 복귀하라고 했다.


무림맹이 혼란스러운 지금, 자칫 잘못하면 중원 무림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상황을 보며 지켜보기로 했다.


동맹까지는 아니었으나 무림맹과의 사이는 청산되었으니 당분간 만족하고 욕심을 버렸다.


문제는 이 이후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인데······.


무현이 가만히 있자, 남궁무애가 말했다.


“세가로 곧장 갈 건가요?”

“그래야겠지.”

“곧바로 그들을 상대할 건가요?”

“그건 아니고, 일단 천천히 유랑하듯이 걷다가 차분해지면 가야지.”

“···저 때문인가요?”

“그래. 너 때문에.”


무현은 피식 웃었다.


“내가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무인은 감정보단 이성이 더 앞서야 한다. 지금 네 상태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모래성과도 같아. 톡 하면 와르르 쏟아질 수 있는 나약한 성.”

“······.”

“그러니 네가 할 일은 머릿속의 모든 잡념을 전부 비우고 걸으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들을 쓰러뜨리려면 몸을 풀어야···.”

“이것도 하지 못하면 넌 그들을 쓰러뜨릴 수 없어. 남궁세가가 뒷간의 똥 막대기도 아니고, 엄연히 천하제일의 검가인데. 네가 빈틈을 보이면 바로 찌르고 들어올 거다.”

“······.”

“쉬어.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고, 쉬고 싶으면 쉬고. 많은 건 안 바래도, 그냥 마음을 편히 먹고 잡념을 내려놔.”


무현이 미소를 지었다.


이후로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온후하고 상쾌한 바람이 남녀 사이로 불면서 기분 좋은 포근함을 선사했다.


잠시 후 남궁무애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


찰나지만 몸이 가볍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황스러운 상태였다.

남궁무애는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에 계속해서 걸음을 걸었다.


남궁무애는 순백의 눈밭에 첫발을 내딛는 것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


무현과 남궁무애가 움직였다는 소식은 남궁세가의 귀에도 들어갔다.


당연히 회의의 주제는 두 남녀에 대한 조치였다.


“소검성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하더구려.”

“들었소이다. 소검후도 이곳에 오고 있다고 하더군.”


두 장로의 대화에 2장로 남궁칠과 4장로 남궁산해가 비릿한 웃음을 띤 채로 입을 열었다.


“참 신기하긴 하구려. 고작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화경의 경지에 오르고 말이야. 혹, 그 둘 사이에 무언가 관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소?”

“어허, 속단하는 건 금물이오. 지금 무림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알고 있지 않소?”


그의 말에 모든 장로들이 수긍한 자세를 취했다.


“애초에 성검련이라는 단체도 매우 수상쩍소. 감숙의 그 무지렁이들을 포섭하여 무력 단체로 만드는 것도, 고작 몇 년 새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견줄 만큼 무력을 키웠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소. 여기 있는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 아니겠소?”

“3장로의 말이 맞소.”

“몇 가지 정정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에 반박하는 건 미청년의 모습으로 성장한 소가주 남궁위무였다.


“애초부터 그자가 혈교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없고, 오히려 정파 무림에 숨어 있는 혈교의 간자들을 소탕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분입니다. 그리고 무림맹의 치부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인데, 무슨 이유로 그자가 숨어서 활동했겠습니까.”


혈교가 언급되자 3장로가 혀를 차며 말했다.


“소가주께선 그치들이 오히려 그걸 노릴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그것만으로는 성검련이 혈교와 관련이 있다는 걸 의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중원의 수많은 문파가 맹의 수색에 동참해 주었소. 성검련만 의심을 피해 가는 것도 공평한 처사는 아니지 않겠소?”

“이미 무림맹 내에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걸로 결정했는데, 여기서 뭘 더 하자는 말입니까? 설마 켕기는 거라도 있습니까?”

“어허, 소가주. 지금 날 의심하는 거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남궁세가는 현재 장로들과 소가주를 중심으로 뭉쳤지만, 내부를 더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의지를 가지고 남궁세가의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었다.


이렇게 같은 사안이라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다 늙어 얼마 살지도 않을 늙은이들 같으니!’


남궁위무는 명분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증거만 있다면 공개적으로 그들을 압박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가를 좀먹는 과거의 부산물들을 처리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누님도 반드시 세가로 돌아올 것이다.


모두가 남궁무애와 무현의 만남을 주시하는 가운데.


일행은 합비에 도착했다.


***


“···저희 정말로 이래도 괜찮은 거 맞아요?”

“뭔가?”


합비의 낚시터.


무현과 남궁무애는 현재 저녁거리로 쓸 물고기를 낚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세가 내에서도 저희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달되었을 겁니다.”

“그 꼰대들이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거야?”

“세가에 오래도록 기생한 자들이니만큼 아집과 오만함이 어마어마한 자들입니다.”

“그걸 원하는 거야.”

“예···?”


남궁무애는 무슨 말인지 몰라 갸웃거렸다.


“본래 가진 게 많으면 숨기려고 애를 쓰거든. 마치 쥐새끼처럼. 찔리는 게 많으면 더 안달 나고, 발작하는 게 늙은이들이야. 우리가 굳이 급하게 찾아가는 건 오히려 놈들의 손아귀에 놀아주는 거나 다름없지.”

“그래서 낚시를 하자는 이유가···?”

“슬슬 놈들도 다급해지겠지.”


무현은 씩 웃다가 이내 갑자기 일어섰다.


“으챠아!”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바늘에 팔뚝만 한 물고기가 딸려 올라왔다.


메기였다.


“이걸로 객잔에 가지고 가서 매운탕이나 끓여 먹자.”

“······.”


남궁무애는 펄떡이는 메기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가죠.”


두 남녀는 낚싯대를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어서 오십쇼!”


점소이는 입구에서 들어오는 두 남녀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식사만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숙박도?”

“둘 다, 자리는 있소?”

“1층은 전부 차 있고, 남은 건 꼭대기 층밖에 없습니다만···.”

“그걸로 하겠소.”


무현은 품에서 은자가 든 주머니를 내밀었다.


은자 하나도 아니고 주머니 채로 주자, 점소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어······.”

“그리고 이걸로 요리는 가능하오?”


무현이 손에 든 메기를 내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점소이가 대꾸했다.


“예, 예! 가능합니다! 식사는 뭐로 하시겠습니까?”

“이건 매운탕으로. 그리고 여기 객잔에 추천할 만한 거라도 있나?”

“매운 돼지고기볶음이랑, 봉양양두부가 있습니다. 그걸로 드릴까요?”

“그걸로 주시오.”

“술은 드시겠습니까?”


술이라는 단어를 듣자, 무현은 이내 입술을 달싹였다.


“고정공주(古井贡酒) 한 병.”

“예! 그럼, 위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점소이가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간 사이, 무현과 남궁무애는 계단을 타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둘은 구석진 곳 아무 데나 골라 자리에 앉았다.


“전낭은 어디서 얻었어요?”

“대룡상단. 거기 창고 좀 뒤지다가 몇 개 주워 왔어.”

“···또 훔쳤어요?”

“훔치다니. 엄연히 주인의 곁으로 돌아온 거라고 해야지.”


씨알도 먹히지 않은 소리지만, 그 말이 남궁무애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상한 사람.’


처음 봤을 때 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하고 편안해,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좋네요.”

“그치?”


두 남녀는 머리 위로 내리치는 달빛을 맞아가며 안휘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저 사람들도 하루를 살려고 하루를 빌어먹고 사는 거야. 우리하고 별반 다르지 않지. 단지 각자만의 목표만이 있을 뿐, 모두가 먹고, 마시고, 자고 다 할 건 다 하면서 살아가는 거야.”


사람마다 추구하는 이상이 있고, 현실이 존재한다.


무현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사람에게 맞는 음식이 있고, 잠자리가 있듯이, 각자마다 추구하는 삶은 다르기 마련.


그런 이들이 사는 모습은 한 편의 연극이자, 희극이고, 어쩔 때는 한 편의 비극을 보는 것만 같았다.


“···무현은 어떤 삶을 살았어요?”

“나?”


무현은 이내 고심한 듯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전생엔 낭인으로 전전긍긍하며 먹고 살았다가, 5년 후에 마교에 납치되어서 10년 동안 잠마동에서 개처럼 굴려지고, 중원에 투입되었지.”

“마교는 어땠어요?”

“마교라···거기도 무림맹하고 크게 다르진 않았어.”

“그래요?”

“마교의 역사는 생각보다 엄청 오래됐거든. 세월만으로 견줄 곳이라면, 소림 정도 되려는지도 모르겠지. 나도 자세하게 보지 않아서 몰라. 아는 거라곤, 중원에서 소실되었다고 알려진 신공절학이 마교에 있다는 것만 아는 정도?”

“거기에 뭐가 있었어요?”


무현은 어깨를 으쓱거리곤 말을 이었다.


“너무 많아서 나도 자세한 건 몰라. 한 가지 확실한 건, 역사가 오래된 만큼 천마서고 내에 보관된 무공 정도면 중원에 피바람이 불 만큼 어마어마하다는 것만 아는 정도?”


두 남녀가 떠드는 사이, 점소이가 계단을 타고 양손에 음식이 든 쟁반을 가지고 걸어왔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점소이가 음식을 내려놓고 사라진 뒤, 무현은 말을 이었다.


“수뇌부들도 더하면 더 했지, 무림맹보단 못 하진 않았어. 수뇌부의 대부분이 과거 잘나가던 가문의 후손이거나, 역적의 후손들이었으니까. 그런 놈들이 수뇌부 자리를 차지하니, 얼마나 오만한 놈들이겠어. 나도 녀석들에게 한동안 시달린 적이 많았으니까.”

“···괴롭진 않았어요?”

“괴롭냐고?”


무현은 돼지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처음 임무에 투입되고 악몽을 꾼 적이 있었어. 한동안 눈만 감았다 뜨면, 죽은 놈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고, 동료들이 죽어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허무함도 남아있었지. 이후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도, 기억하지도 못한 채, 마교의 검으로 살다가 토사구팽당해서 죽어버렸고.”

“······.”


무현은 술로 입가심을 하고 새삼스럽게 객잔 아래를 바라봤다.


수많은 시체 더미 위에서 군림하던 과거를 떠올리다가 평화로운 안휘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새삼스럽게 느꼈다.


“역시 평화라는 건 좋은 거야.”


무현이 우두커니 서서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남궁무애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없이 그를 기다렸다.


사실 무현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달리고 여기까지 또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는 여정이어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것 자체가 무현에게 휴식이었다.


“후우······.”


충분히 평화로운 거리를 구경한 다음에 젓가락을 들어 올리자, 남궁무애도 함께 들어 올렸다.


“···사실 내 어머니는 창녀 출신이었어.”

“······!”


젓가락을 들던 남궁무애의 손이 덜컥 멈칫했다.


“아버지라는 작자는 도박에 찌든 목수였고, 어머니라는 사람은 감숙에 몸을 파는 창녀였지. 어머니는 날 낳자마자 그대로 도망쳤고, 나는 도박꾼 아버지 밑에서 돈을 벌 때까지 두들겨 맞았고.”


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느 날 도박으로 가산을 모두 날려 보낸 아버지라는 양반은 오늘도 날 어김없이 두들겨 패고 잠에 들었어. 그리고 한순간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나는 생각했지.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도박 중독자라는 작자와 창녀인 어머니도 모두 원망스러웠어. 그렇게 고심하던 나는 결국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내리고 말았지.”


남궁무애는 무현은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예상했던 바를 이야기하자, 무현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죽였어. 내 손으로···.”


무현은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도박 중독자의 가슴팍에 식칼을 꽂아 넣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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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동맹?(1) +1 24.06.20 700 17 12쪽
107 심문(1) +1 24.06.19 719 18 14쪽
106 집으로(2) +1 24.06.18 728 18 12쪽
105 집으로(1) +2 24.06.17 758 18 12쪽
104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0) +1 24.06.14 836 21 12쪽
103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9) +1 24.06.13 754 19 12쪽
102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774 20 12쪽
101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2 24.06.11 813 16 12쪽
100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6) +2 24.06.10 810 20 12쪽
99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5) +1 24.06.07 896 19 14쪽
98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4) +2 24.06.06 842 17 12쪽
97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3) +1 24.06.05 879 18 13쪽
96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2) +1 24.06.04 890 19 12쪽
95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 +2 24.06.03 976 21 13쪽
94 칼춤(4) +3 24.05.31 1,064 22 11쪽
93 칼춤(3) +2 24.05.30 933 20 14쪽
92 칼춤(2) +1 24.05.29 943 22 12쪽
91 칼춤(1) +1 24.05.28 985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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