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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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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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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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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숙청(1)

DUMMY

“그 망할 놈들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을 거요?”


어둠이 내리 앉은 밀실.


무림맹의 수뇌부들이 모여 은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재 의식을 잃고 몸져누운 종리천 원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뇌부가 원탁에 둘러앉아서 모여있었다.


“그래서 주작대주께선 방도가 있으시오?”

“차라리 친선전을 가장하고 몇 명을 불구로 만들면···.”

“불가. 오히려 우리가 놈들에게 당할 수가 있소.”


명치까지 길게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무림맹의 저력을 무시하는 것이오?”

“그건 아니오, 주작대주. 당연히 무림맹의 저력은 한낱 무뢰배 따위에게 패배할 리는 없지.”

“한데, 왜 불가하다는 것이오?”

“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길 수도 없기 때문이오.”

“그게 무슨···?”


주작대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뇌부가 이해가 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당시에 성검련을 멀리서 우연히 본 적이 있소.”

“그게 무슨 상관이···.”

“그들 전체가 절정 이상의 고수라면 믿고 싶소?”


그 말에 원탁의 모든 수뇌부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게 사실이오?”


현무대주가 놀란 물음에 질문을 던졌다.


“설마 내가 잘못 봤다고 말하고 싶은 거요, 현무대주?”

“그건 아니오. 단지···.”

“그대도 믿지 못하겠지. 실제로 나 역시 그랬소.”


전원이 절정 고수 이상이라니?


그 말대로라면, 성검련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필적하는 무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집과 오만으로 똘똘 뭉친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쉬이 믿기 힘든 눈치였다.


“허, 고작 변방의 촌구석에서 그런 무력을 비밀리에 키울 줄은···.”

“그러니 회의에서 놈들을 밀어붙였어야 했소! 괜히 종리천 원로가 어벙벙거리다 그 꼴이 난 거 아니오!”


그 모습에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같은 무림맹의 원로를 감싸긴커녕, 헐뜯고 비난하는 저들의 모습은 위정자 그 자체였다.


“···맹주는 어떻소?”


백호대주가 노인에게 물었다.


“별 반응은 보이지 않았소.”

“어찌 되었든 상관이 없단 소린가?”

“그럴지도 모르지.”


군자처럼 허허로운 모습을 보이는가 싶어도, 갑자기 악귀처럼 돌변하여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모습을 자아내고 있으니.


수뇌부들 입장으론 맹주의 언행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내게 한 가지 방도가 있소.”


수뇌부들 가운데 유독 머리가 반짝거리는 이가 입을 열었다.


소림의 법명대사(法名大師)였다.


“무엇이오?”

“맹주의 은퇴식을 이용합시다.”

“은퇴식?”

“이렇게 해서···.”


무림맹의 수뇌부들이 그의 발언을 집중했다.


“···이런 방향으로 신입 맹주를 압박하는 것이 어떻겠소?”


법명대사의 발언에 무림맹 수뇌부들의 눈에 이채와 동시에 흥미가 깃들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 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찬성이오.”

“나 역시 동감이오.”


수뇌부들이 긍정 어린 시선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럼, 은퇴식에서 미리 말을 맞춘 걸로 알고 있겠소.”


법명대사의 말을 끝으로, 수뇌부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모두가 잠든 새벽녘.


명치까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은밀하게 맹주실 문을 두들겼다.


“···맹주님. 접니다.”

“들어오게.”


맹주실로 향하는 문이 열리며, 한 인물이 안으로 들어섰다.


“청화 진인께서 이 새벽에 무슨 일이오?”


무림맹의 원로이자, 화산파 출신의 청화 진인.


무림에선 화령검(花翎劍)이라는 별호로 명성을 떨친 초고수였다.


그리고.


“조금 전, 무림맹의 수뇌부들이 모여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세히 말해보시게.”


맹주의 말과 함께, 청화 진인은 회의에 있었던 주제와 발안을 설명했다.


“···허, 허허.”


맹주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음을 흩트렸다.


“허, 허허. 허허허허-!!”


맹주의 웃음소리는 커져만 갔다.


하지만 정말로 웃겨서 웃는 웃음이 아닌, 분노와 경멸로 가득 한 소리였다.


“내가 잘못 본 게로구나, 잘못 본 것이었어. 무림맹에 그런 마귀 같은 놈들이 있을 줄이야.”

“맹주님···.”


그런 맹주를 바라보는 청화 진인의 표정엔 비통함이 가득했다.


맹주는 과거부터 무림맹의 썩어빠진 내부 구조를 고치고자 노력했었다.


하나, 그가 맹주로서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사전쟁이 발발하면서 무산되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 내부 단속에 들어갔을 때.


무림맹은 한참이나 곪아있었다.

말 그대로 구더기 소굴이었다.


‘이 육시랄 놈들···!’


마음 같아선 무림맹을 전부 다 뒤엎어 버리고 싶었다.


수뇌부들은 권력의 평등화가 아닌, 자신들이 맹주 위에 올라서고 싶었다.


그 대상이 바로 신임 맹주였고.


‘네놈들이 원하는 대로 놔두지 않겠다.’


맹주의 두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청화 진인.”

“예, 맹주님.”

“이번 은퇴식은 조촐하게 치르도록 하시오.”

“하나···.”

“그리고 신입 맹주 선발을 앞당기시오.”

“······!”


맹주의 굳은 얼굴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십 년 넘게 맹주를 보필하며 이제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훤히 보였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청화 진인은 고개를 숙이며 복부했다.


무림맹주 운허.


상천십삼좌 삼제의 일인.


오래도록 몸을 웅크린 용이 무림맹을 청소하기 위해 직접 몸을 일으켰다.


***


한편, 비슷한 시각.


“···해서 이번 신임 맹주 취임식에 수뇌부들이 일을 벌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담벼락 너머의 그림자 속에서 여섯 명의 인영이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썩을 대로 썩어 빠졌군.”


무현은 혀를 잔뜩 찼다.


‘신임 맹주를 상대로 판을 벌인다고?’


무림사를 통틀어 맹주를 상대로 흥정하거나, 맹주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이는 지금까지 없었다.


맹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


제아무리 무림맹의 명숙들도 맹주 앞에선 개처럼 빌빌 기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맹주와 수뇌부 사이의 권력 구도가 깨지려고 하고 있다.


‘미쳤군, 단단히 미쳤어.’


무림맹은 썩었다.


그것도 이미 부패가 한참 진행되어 돌이킬 수 없는 수순을 밟기 직전이었다.


삼백 년의 세월 속에서 정파 무림의 굳건한 기둥으로 버텨온 무림맹이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골치 아프군.’


무림맹이 이 지경이 되도록 썩었다는 건 무현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이러면 완전 나가리인데.’


정도 무림의 중심인 무림맹이 무너진다면, 중원은 급속도로 빠르게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그게 동창이 노린 거고.’


동창의 목표는 무림의 혼란과 몰락.


정파와 사파가 간신히 무림의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정파 무림 동맹에 균열이 생긴다면···.


“미치겠군.”


무현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외통수다.’


설마 이렇게까지 타락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게 하지?’


회귀 이후로 처음 겪는 혼란에, 무현은 머리를 바쁘게 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자네 여기서 뭐 하나?”


이때, 무현이 있는 방향으로 중년의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남궁혁이었다.


“그것이···.”


무현은 남궁혁에게 무림맹 수뇌부들이 비밀리에 작당 모의를 한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남궁혁의 얼굴 위로 노기가 잔뜩 일었다.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군.”

“저도 이것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만약 무림맹이 갈라진다면 자네는 어찌할 텐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

“전 어디까지나 외부인입니다. 무림맹의 결정에 반박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 말대로 무현은 외부인.


무엇보다, 성검련과 같은 신출내기 세력과 손을 잡기 위해 무림맹이 먼저 손을 내미는 건 수뇌부들이 용납지 않을 것이다.


“그 노괴놈들이 이 일을 용납하지 않을 테지.”


생각을 끝낸 남궁혁이 말했다.


“혹, 이 동맹. 꼭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면 좋겠지만, 애초에 무림맹의 명숙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겁니다.”

“만약을 가정해서 말일세. 이들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성검련과 동맹을 체결한다면?”

“설령 된다고 해도, 무림맹이 있는 안휘성과 성검련이 있는 감숙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여기선 득보다 실이 더 큰 상황입니다.”


무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방도가 있다면?”

“···예?”

“무림맹과 성검련이 동맹을 체결할 방도 말일세.”

“그게 가능합니까?”


무현이 남궁혁의 말에 갸웃하며 되물었다.


“물론 완전한 동맹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도 무림과의 연결고리가 중요하지 않겠나.”

“좀 더 자세히 말씀해 보십시오.”

“자네도 알다시피, 무림맹은 현재 썩었네. 구제 불능 수준으로. 여기서 억지로 동맹을 체결하기보단, 차라리···.”

“이 기회에 새로운 무림맹을 만들자?”


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을 겁니다.”

“이 기회에 초석을 단단히 다지는 게 좋겠지.”

“행적체계부터 무림맹의 무력 단체부터 싹 다 갈아엎어야 합니다.”

“중소문파들이 이를 도울걸세. 내가 아는 이들 중에 실력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이들이 제법 있네.”


남궁혁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건가.’


일찍이 무림맹의 썩은 부분을 깨달은 남궁혁은, 암암리에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만들고자 밑에서부터 중소문파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를 따르는 세력이 점점 늘게 되었고, 거기에 성검련이 합세한다면?


‘문제는 뒤에 있을 혼란이란 말이지.’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믿기로 했다.


원래 새로 초석을 쌓기 위해선 주변의 돌부터 깨부숴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일주일 후.


무림맹주의 은퇴식이 다가왔다.


***


안휘성 합비는 무림맹주의 은퇴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무림의 명숙들이 무림맹을 드나들었고, 중소문파의 인물들도 적지 않게 무림맹 안에 도착했다.


무림맹원드리 움직였다.


쉴 틈이 없었다.


특히 오대세가나 구파일방에서 온 손님은 더욱 친절하게 맞이해야 한다.


이들은 귀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리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풍신개(疾風神丐) 대협.”


잔뜩 떡 진 머릿결과 개기름 가득한 얼굴을 한 장년인이 씩 웃는다.


질풍신개 자오개, 개방의 수장인 방주였다.


“오랜만에 잔치 밥 먹으러 온 것뿐인데, 뭘 그렇게 환대하나.”

“그래도 오신 것만으로도 든든합니다.”


두 사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런, 손님들이 밀고 들어오는군. 이만 안으로 들어가 보지.”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수문장이 자오개를 들여보내자, 수많은 방문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렇게 손님들을 한창 받고 있을 때.


장원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은퇴식에 어울리는 들뜬 분위기지만, 그보다 더 큰 탄성이 들려왔다.


“허어, 저분들이 모습을 드러내다니!”

“근 십 년만이 아닌가!”

“내 생전에 이분들을 보게 될 줄이야!”


수문장은 방문객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보았다.


대체 누가 왔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가?


소란의 중심에 도착한 한 사람은 바로···.


“허억!”


수문장이 헉 소리를 지르며 두 명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민머리에 황색의 승복을 입고 있었고, 다른 이는 대충 뒤로 묶은 머리와 짙은 푸른빛의 의복을 입고 있었다.


한 사람은 인자한 인상의 소유자지만, 옆에 나란히 걸어오는 사람은 그와 상반되는 험악 그 자체의 인상을 풀풀 풍기고 다녔다.


수문장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


“도, 도존 대협과 불존 대협을 뵙습니다!”


상천십삼좌 도존(刀尊) 팽진혁.

상천십삼좌 불존(佛尊) 원광 대사.


하북팽가의 태상가주와 소림의 전대 방장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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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686 18 12쪽
101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1 24.06.11 723 14 12쪽
100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6) +1 24.06.10 722 19 12쪽
99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5) +1 24.06.07 803 17 14쪽
98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4) +1 24.06.06 752 16 12쪽
97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3) +1 24.06.05 775 17 13쪽
96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2) +1 24.06.04 796 17 12쪽
95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 +1 24.06.03 875 19 13쪽
94 칼춤(4) +3 24.05.31 969 20 11쪽
93 칼춤(3) +2 24.05.30 846 19 14쪽
92 칼춤(2) +1 24.05.29 857 22 12쪽
91 칼춤(1) +1 24.05.28 892 22 13쪽
90 검주의 무덤(3) +2 24.05.27 893 21 13쪽
89 검주의 무덤(2) +1 24.05.24 997 19 12쪽
88 검주의 무덤(1) +1 24.05.23 1,003 21 12쪽
87 내면과의 대화(3) +1 24.05.22 976 25 12쪽
86 내면과의 대화(2) +1 24.05.21 1,005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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