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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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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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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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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1)

DUMMY

“하하하하하!!”


사례감 내에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드디어 무림의 두 기둥 중 하나가 쓰러졌구나.”


왕진의 목소리에 만족감이 묻어났다.



무림맹.


이름만 들어도 골치가 아픈 족속들이다.


중원 무림을 양분하는 세력 중 하나가 무너지자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광목, 수고 많았다.”

“아닙니다. 마땅히 일을 했을 뿐입니다.”


광목이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역시 동창의 두뇌로다.”


왕진의 목소리에는 만족감이 잔뜩 묻어났다.


사실 왕진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자기들끼리 알아서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본래 고인 물은 썩는 법입니다.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정사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존재해 온 이들이었으니, 당연히 위쪽부터 썩을 수밖에 없사옵니다. 이번 경우에는 원로 중 하나였던 법명의 섣부른 판단으로, 알아서 자멸한 것일 뿐입니다.”


말이야 쉽지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다.


오랜 세월을 정계에 몸담은 노괴들은, 제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뒤에서 증거를 은폐하기 바쁘다.


특히 이번 대숙청의 경우, 맹주가 직접 칼을 뽑아 들었을 줄은 광목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나, 수뇌부만 숙청된 것이 조금 우려스럽습니다.”

“됐다, 무림맹은 현재 구심점을 잃었고, 주력 부대인 사신대도 물갈이되었다 했으니, 당분간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네 우려는 모르는 건 아니다만, 신경 써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 이에 집중하도록 하여라.”

“명 받들겠습니다.”

“헌원에게 말해 줄 테니, 다른 이들에게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움직이도록 하라 지시하라.”


커다란 장애물을 치운 동창 앞엔 이젠 걸림돌이라곤 단 하나.


“아참, 놈은 어찌 되었더냐?”


왕진이 말하는 자가 대영반이라는 걸 눈치챈 광목은 재빠르게 대꾸했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원을 더 배치하도록 할까요?”

“아니다. 오히려 폐하의 의심만 더 살 것이니, 경계만 하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


“여기가 아니다. 좀 더 왼쪽으로.”

“알겠습니다.”


무현이 목검으로 일일이 지시를 내렸다.


며칠 전부터 무림맹 내에 머물면서, 남궁무애를 가르치고 있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무현이 가르치는 단천삼검(斷天三劍)이라는 검술은, 과거 마교의 천마서고에서 읽었던 무공 중 하나였다.


총 세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현이 읽어 본 검술 중 단연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뛰어난 검술이었다.


‘초, 중반 부분은 이상이 없는데···.’


유독 후반부 초식에서부터 찰나지만, 그 끝이 흔들렸다.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녀를 가르친 지가 몇 년이 지났지만, 이 정도로 머뭇거렸던 적은 없었다.


고수와의 싸움에서 찰나의 망설임은, 곧 목숨과 직결되는 큰 문제였다.


“그만.”


그러자 목검을 휘두르던 남궁무애가 멈췄다.


“초식은 전부 외웠어?”

“예, 전부 외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그녀가 단천삼검을 전부 외웠다는 점이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망설임은,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아직까지 크진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 흔들릴 가능성이 높았다.


‘원래 당분간 수련에 몰두하려고 했는데.’


최근 두 개의 기운을 조화롭게 다룰지에 대해서 생각하려던 찰나에, 제자가 벽에 부딪혔다.


무공은 이미 충분하다.


문제는 마음의 문제였다.


그렇기에 스승으로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남궁혁을 만나봐야겠군.’


***


무림맹 맹주실.


“후우.”


화려한 건물에서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났다.


무림맹주 운허였다.


“이렇게나 많이도 해 먹었을 줄이야.”


맹주는 진심으로 열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의 얼굴이 잘 익은 홍당무처럼 새빨개질 정도였다.


“한숨 내쉴 시간에 빨리 일이나 처리하게.”

“아니, 곧 있으면 맹주 직에서 물러날 사람한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스스로 백의종군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하지 않았나.”

“하아···.”


맹주는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에 대해 후회막심하여 눈을 질끈 감았다.


‘괜히 그런 소리를 해 갖고 고생을···!’


맹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림맹의 소식이 알려지고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중원 무림에 있어서 무림맹의 사건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맹주와 무림맹은 여기저기서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만큼 수뇌부의 빈자리는 컸다.


많은 정파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정파 무림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적대적으로 돌아서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자신들도 찔리는 게 있어서 그렇다.


“맹주님, 성검련주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수하 중 하나가 문을 두들기며 말했다.


“···들라 하게.”


수하가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무현이 들어섰다.


“서류가 어찌 더 쌓이신 거 같습니다.”


무현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맹주에게 다가갔다.


“말도 말게. 자네가 가져온 후폭풍이 이렇게 셀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무현이 가져온 장부는 정파 무림에 어마어마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중소문파부터 시작해, 소위 명문이라 알려진 가문과 문파부터.

종국엔 오대세가와 구파일방까지 맞닿을 정도였으니.


“그나저나 여기까진 무슨 일인가, 아직 회의까진 멀었네만?”

“오늘은 다른 이에게 볼일이 있어서 이리 급히 찾아왔습니다.”


무현은 남궁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인가?”

“남궁무애에 대한 일입니다.”


우뚝.


“···말해보게.”


남궁혁은 붓을 놀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최근 그녀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문제는 무공은 차고 넘치는데, 유독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하아···.”


남궁혁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내게 원하는 게 뭔가?”

“그녀의 과거사. 그것에 대해 제게 말해주십시오.”

“······후우.”


예상은 했으나 생각보다 심각했다.


좋지 않았다.

매우 좋지 않았다.


사랑하는 딸아이의 어두운 과거사를 들려주는 것만큼, 가슴이 찢어지는 건 없었다.


“참고로 지금 끝내지 않으면, 그 아이는 영원토록 성장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정도로 심각한가?”

“처음은 크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만, 날이 갈수록 점점 눈에 들어오더군요.”


무현이 남궁혁을 바라보았다.


“···잠시 걷지.”


***


두 사람이 찾은 곳은 무림맹에서 반 시진은 걸어야 나오는 작은 정자(亭子)였다.


무현이 눈을 빛냈다.


‘무림맹에 이런 곳이 있었군.’


비단잉어와 아름다운 수련이 피어있는 연못과 일대를 뒤덮은 소나무 군락지가 인상적인 장소였다.


오직 맹주만이 들어올 수 있는 이곳에, 오늘 두 사내가 찾아왔다.


남궁혁은 정자에 앉아 말했다.


“···내겐 두 명의 부인이 있네.”


첫째 부인이자, 남궁무애를 낳은 무선화.

둘째 부인이자, 남궁위무를 낳은 소월.


사건의 발단은 무선화가 남궁무애를 낳게 되면서 벌어졌다.


“그 당시 나는 가문의 일로 출타하고 세가에 없었네. 내가 이미 도착했을 땐 그녀는···.”


이후 남궁혁이 본 것은 죽은 무선화와 홀로 남은 남궁무애만이 있었다.


이후 남궁혁은 크게 실의에 빠져 한동안 가문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게 문제였던 거지.”


남궁혁의 칩거 이후, 홀로 남게 된 남궁무애에게 안 좋은 소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된 것이다.


어미를 잡아먹은 후레자식, 불길하게 생긴 하얀 머리카락, 속내를 모르는 음침한 계집아이 등.


소문은 점점 커지게 되었고, 이내 세가 내에서도 그녀를 배척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원로원이었다.


원로원의 남아선호사상(男兒選好思想)이 남궁무애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차후 수하들에게 듣기론, 그 아이를 독방에 가두고, 굶주리지 않는 선에서 희멀건 죽과 풀떼기 몇 개만 내줬다고 했네.”


그렇게 궁핍한 나날이 이어지던 도중.


실의에 빠졌던 남궁혁이 칩거를 깨면서 세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칩거를 깨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그래서 둘째 부인을 들이신 겁니까?”

“······.”


당시에 잘나가던 소천검문(小天劍門)의 차녀를 부인으로 들이게 되면서, 남궁무애는 점점 궁지로 몰리기 시작했다.


원로원뿐만 아니라 세가 내에서도 남궁무애를 아예 없는 사람으로 취급해 버린 것이다.


이후 둘째 부인이 남궁위무를 낳게 되면서부터, 그녀는 완전히 세가 내에서,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피폐한 나날을 보낼 때쯤.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는 그녀는 홀로 집을 나서게 되었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 위해 중원 곳곳을 떠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무현을 만나 그를 스승으로 삼게 되었고, 현재 한계에 봉착했다.


“······.”


무현은 그녀의 어두운 과거사를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토록 어두운 과거의 내면을 품은 자들은 대개, 스스로 삶을 마감하거나, 안 좋은 길로 빠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스스로 생을 마감했거나, 혹은···.


‘천하를 뒤흔들 대마두가 되었을 거다.’


대게 무림에서 마두나, 무림공적의 대부분은 과거가 그리 좋지 않았다.


물론, 그들을 동정하는 건 아니다.


과거가 어찌 되었든 간에, 스스로 자행한 행동에 면죄부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바꿀 수만 있다면.


무현은 반드시 바꾸고 싶었다.


과거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바꿔야한다.’


설령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도.


그녀를 바꿀 수만 있다면 무현은 나설 자신이 있었다.


“···여기까지일세. 이후론 자네가 잘 알고 있겠지.”


남궁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건 나도 알고 있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아이의 용서를 구할 수만 있다면 백팔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네. 하지만···.”


남궁혁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파경부중조(破鏡不重照)

낙화난상지(落花難上枝).


깨진 거울은 다시 비출 수 없고,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에 붙일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나간 과거를 백날 후회한들, 이미 떠난 기억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궁혁이 남궁무애에게 보여야 할 언행은···.


“쉽지 않을 겁니다. 아니, 떠난 마음을 다시 돌려놓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나도 알고 있네.”

남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무애의 마음속엔 이미 남궁이라는 성씨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정신적인 한계에 내몰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지금이라도 멀리서나마 속죄하고 싶고, 도와주고 싶었다.


“···내가 어찌하면 되겠는가?”


남궁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무현이 이내 답했다.


“세가 내에서 그녀를 적대시했던 인물들을 전부 불러주십시오.”

“그들을 어찌할 생각인가?”


무현은 남궁혁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 스스로 과거의 잔재들을 치우게 유도할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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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심문(1) +1 24.06.19 672 17 14쪽
106 집으로(2) +1 24.06.18 684 17 12쪽
105 집으로(1) +2 24.06.17 719 18 12쪽
104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0) +1 24.06.14 801 21 12쪽
103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9) +1 24.06.13 718 19 12쪽
102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738 20 12쪽
101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2 24.06.11 777 16 12쪽
100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6) +2 24.06.10 775 20 12쪽
99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5) +1 24.06.07 858 19 14쪽
98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4) +2 24.06.06 80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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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2) +1 24.06.04 853 19 12쪽
95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 +2 24.06.03 933 21 13쪽
94 칼춤(4) +3 24.05.31 1,026 22 11쪽
93 칼춤(3) +2 24.05.30 898 20 14쪽
92 칼춤(2) +1 24.05.29 907 22 12쪽
91 칼춤(1) +1 24.05.28 949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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