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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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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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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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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문이라는 이름의 족쇄(2)

DUMMY

“하아······.”


남궁무애는 한숨을 내쉬었다.


검술을 배울수록, 검 끝이 흔들리고 있었다.


스스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증거였다.


‘망설이고 있어.’


남궁무애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꼬리표처럼 물고 늘어진 과거의 잔재.


남궁세가.


그녀에게 있어서 세가는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도리어 최악이라고 스스로 여길 정도였으니.


‘한심해.’


스스로 너무 한심해서 몸을 숨기고 싶었다.


고작 과거의 일 가지고, 이리도 지금껏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니.


다시 한번 생각해도 너무···.


‘이게 맞는 걸까.’


만약 과거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었다.


대체 왜 이리 약하게 살았냐고.

왜 이리 숨어서 살아야 했냐고.


하나, 스스로 되물어도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무애야.”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렸다.


남궁혁이었다.


“···이곳에 무슨 볼일이죠?”


싸늘하다 못해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잔재 중 하나가 눈앞에 찾아온 것만으로도,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네게 할 말이 있다.”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네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말이냐.”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남궁무애는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할 말만 하시죠.”


남궁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 과거를 청산할 방법을 알려주마.”

“그걸 지금 말이라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말에, 남궁무애는 무현 앞에서 드러낸 적도 없는 분노를 표출했다.


“어머니를 죽게 내버리고 다른 여자를 부인으로 맞이한 것도 모자라서, 뭐? 과거를 청산할 방법? 지금 당신이 그 말을 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뚫린 입이라고 지껄이지 마! 당신은 그럴 말 할 자격도, 아버지로서도 자격이 없어!”

“······”

“세가 내에서도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 허구한 날 찾아와서 어미를 잡아먹은 후레자식이라고 말하고, 그 어떤 대접도 못 받고 독방에 갇혀 그들이 꺼내주기만을 기다렸어. 그게 무려 15년이야.”

“······.”

“그렇게 없는 사람 취급해 놓고, 이제 와서 미안하답시고 아버지 노릇을 하려고? 내가 그걸 용납할 거라 생각해? 두서없이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겨우 그거야?”


분노 섞인 말을 내뱉을수록, 남궁무애의 말끝은 점점 흐려졌다.


분노 뒤에 숨겨진 슬픔과 원망.


아비를 향한 원망, 어머니를 향한 슬픔이 뒤섞여 질책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다.


“···가. 이제 난 당신에게 할 말도, 그 더러운 세가에도 볼 일 없으니까 가라고!”


그렇게 한참이나 분노를 토해내면서 간신히 진정을 되찾은 남궁무애.


“···변명은 하지 않으마. 나는 선화와 널 사랑할 자격도 없다는걸. 하지만, 마지막으로 네게 말해주고 이만 떠나도록 하마.”


남궁혁은 무언가를 참는 듯한 표정과 함께 말을 이어 나갔다.


“조만간 무림맹 내에서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의 전수조사를 시작할 것이다. 네가 남궁세가로 가서 그들을 조사해 줄 수 있겠느냐. 물론 선택은 오로지 너의 몫이다.”

“······.”

“그럼, 이만 가보마.”


그 말을 끝으로 남궁혁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연무장에 홀로 남은 남궁무애는.


홀로 서글피 눈물을 감추며 주저앉았다.


한편, 집무실로 돌아가려는 남궁혁 또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무에 등을 기댄 채 털썩 주저앉았다.


“······.”


성년이 되고, 약관이 된 나이에 이르렀음에도, 마음의 상처는 점점 스스로를 좀먹었다.


‘미안하구나.’


육체적인 상처라면 몰라도, 정신적인 상처는 오직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었다.


남궁혁이 할 수 있는 일은, 딸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주변을 물리는 것밖에 없었다.


“아무도 연무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알겠습니다.”


딸아이와 얘기를 나눴음에도,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음?”


집무실로 다시 돌아가던 길에 무현을 만났다.


하나, 그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매우 화가 나 있는 듯 보였다.


“자네···.”

“왜 그녀에게 갔습니까?”


빤히 바라보는 무현의 날카로운 시선.


“제가 분명 그녀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을 텐데, 왜 어기셨습니까?”

“그게 무슨···.”


남궁혁을 바라보는 무현의 시선은 점점 차갑다 못해 서늘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남궁혁은 영문을 몰라 입을 열려던 찰나에.


카앙-!!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무현은 남궁혁을 죽일기세로 덤벼들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

“칼 뽑아라, 뇌제.”


휙!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에 밀려드는 검을 보자마자, 고개를 젖혀서 회피한 다음에 검으로 쳐냈다.


순간, 허리가 비틀린 상태에서 남궁혁은 무현을 향해 좌정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기습적으로 펼쳤음에도 무현은 몇 발짝 물러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몰라서 물으십니까?”


무현은 남궁혁에게 질책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상처 입은 맹수도 제 곁에 아무도 오지 않게 경계합니다. 가뜩이나 심신이 걸레짝이 되기 직전인 아이에게 가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겁니까?”

“그건···.”


대답하려던 찰나에, 무현의 공격이 재차 이어졌다.


순식간에 일곱 장의 거리를 단박에 좁힌 무현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남궁혁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딸아이의 생각도 있지만, 지금 눈앞의 공격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무현의 공격은 단순하지 않았다.


남궁혁은 생각을 내려놓고 침착하게 대응에 나섰다.


무현의 검법은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단순한 검법이, 도리어 남궁혁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단순하다는 건 검술을 완벽히 통달했다는 증거.


검술의 묘리 따윈 없었다.


그저 빠르게 찌르고, 무겁게 휘두르고, 검이 효(爻)의 모양으로 순식간에 변칙을 담다가도, 맞붙을 때마다 검술은 자유자재로 변해갔다.


검이 눈앞으로 밀려오다가 검 끝이 목덜미를 향할 때가 있고.


검풍으로 시야를 방해한 다음에 쏟아지는 서른여섯 개의 비산하는 검의 파도가 남궁혁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남궁혁도 침착하게 대응에 나섰다.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으로 내공을 끌어 올려, 천풍제왕검법(天風帝王劍法)의 묘리를 담은 검술을 펼쳤다.


남궁혁은 침착하게 벼락을 구사한 검술을 펼치면서도 무현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무현의 검술이 보이지 않을 때는 경험과 본능으로 위치를 파악해서 검을 휘둘렀다.


두 사내는 수십 합을 맞붙을 때까지도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남궁혁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분풀이인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현이라는 사내가 단순히 감정적으로 움직이겠는가.


무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순히 검법을 펼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무현의 표정을 살폈다.


여전히 복잡한 얼굴이지만, 미약하게 드러난 감정이 남궁혁의 시야에 드러났다.


‘질책.’


어째서인가?

단순히 딸아이의 스승이라는 이유만으로?


남궁혁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다.

남궁혁은 본능적으로 싸우면서도 생각을 더듬었다.


맹렬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마음은 냉정했다.


남궁혁은 그제야 무현이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 건지 그제야 기억해 냈다.


‘진심 어린 조언인가.’


단순히 딸아이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하는 것은, 더욱 그녀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남궁혁은 스스로 딸아이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잘못했구나.’


남궁혁은 참담한 심정을 떠안은 채 검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남궁혁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무현이 입을 열었다.


“이제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십니까.”


남궁혁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검을 내려놓았다.


“···멀리 떨어져야 했던 건가.”


남궁무애에게 했던 과거의 속죄가 도리어 그녀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넣는다고 하여, 독에 물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으면 진심 어린 사과 따위가 아니라, 무인으로서 다가가야 했었습니다.”

“······.”

“그녀는 이제 한 명의 무인이자, 오롯이 설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지금 그걸 무너뜨리려 하는 게 남궁혁 당신이고요.”

“······!”


남궁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말이 맞았다.


조금 전 남궁혁이 남궁무애에게 해준 말은 그녀의 상처를 들쑤시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의 일을 잊으려 애쓰는 상대에게, 도리어 큰 상처가 된 것을 남궁혁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남궁혁은 모든 면에서 서툰 인간이었다.


아버지로서, 세가의 가주로서, 한 명의 무인으로서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내가···내가 무슨 짓을···.”

“이제 정신을 차리셨습니까?”


무현은 스스로 자책하는 남궁혁을 위에서 아래로 굽어살폈다.


“제가 무림대전에서 그녀를 내버려두라고 말했는데도, 이제 와서 아비 노릇을 하고 싶었습니까? 그 같잖은 동정심 때문에? 아니면 진심 어린 속죄라도 하고 싶었습니까?”

“······.”

“그게 도리어 그녀를 망치는 길이라는 걸 왜 모르십니까? 서로의 상처만 될 수 있는 길을, 그렇게나 딸아이에게 사죄하고 싶었습니까?”

“······.”


남궁혁이 굳게 입을 다물자, 오히려 무현이 입을 열었다.


“다시 검을 드십쇼. 이번엔 진심으로 갈 겁니다.”


무현은 다시 검을 휘둘러서 남궁혁을 찔렀다.


순식간에 무현은 검을 수차례 휘둘러서 남궁혁을 공격했다.

여러 곳에서 남궁혁을 몰아넣던 무현은 남궁혁의 목에서 허점을 발견하다 힘을 뺀 채로 검을 찔러넣었다.


무현의 검이 남궁혁의 목을 찔렀다.


순간 남궁혁의 온몸에서 벼락이 마구 솟구치더니 남궁혁의 목을 휘감았다.


터엉-!


동시에 무현의 왼쪽 어깨로 밀려드는 남궁혁의 왼손에 좌장을 내질러 막았다.

두 사내가 동시에 튕겨 나갔을 때, 남궁혁이 절기를 휘감은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무현은 허초로 내밀었던 검을 회수하자마자 남궁혁의 왼쪽 어깨를 벴다.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남궁혁의 왼쪽 어깨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그 순간, 공중에 뜬 남궁혁이 두 발에 내공을 주입한 채로 무현의 가슴을 가격했다.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무현은 뒤로 멀찍이 밀려난 채로 몇 걸음 물러섰다.


죽일 의도는 없었다.


절반은 경고였고, 절반은 분풀이였다.


만약 여기서 그가 멈춘다면, 무현의 숨은 뜻을 알아들었다는 거고, 아니라면 무현은 진심으로 그를 상대할 것이었다.


“···내가 졌네.”


그의 입에서 패배를 선언하자, 무현은 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어냈다.


“더 이상 그녀에게 접근하지 마십시오. 이건 경고입니다.”

“······.”


무현은 내기를 거둔 다음에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등을 돌렸다.


남궁혁은 자신의 어깨로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한참이나 가만히 서 있었다.


***


“겁나 아프네···.”


무현이 가슴팍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옷을 들춰내자, 가슴팍 부분에 손바닥 모양으로 피멍이 잔뜩 생겼다.


“나도 아직 멀었구나.”


무현은 조소를 지었다.


정작 자신도 누군가에게 조언할 처지가 못 된다는 사실에, 조소가 절로 나온 것이다.


‘지금으로선 나도 남궁무애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지.’


시간이 약이라지만, 문제는 시간이 도리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스스로 채운 족쇄를 부술 방법···.’


무현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이어지는 고민은.


해가 지고 뜨고를 여러 번 반복할 만큼 이어졌다.


그렇게 한참이나 이어진 고민 끝에, 무현은 한 가지 방법을 도출했다.


물론 부작용이 많겠지만, 둘 사이의 연을 확실히 끝맺을 방법이었다.


그것은 바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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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774 20 12쪽
101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2 24.06.11 813 16 12쪽
100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6) +2 24.06.10 810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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