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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는 광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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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상어
작품등록일 :
2023.09.17 11:17
최근연재일 :
2023.10.23 11: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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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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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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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Page 19. 점조직의 세 머저리들

DUMMY

사사사삭.


“으흐흐흐.”


사사사삭.


“이히히히.”


사사사삭!


“낄낄낄낄!”


따악!


무뢰한처럼 웃던 남자를 한 여자가 뒤통수를 갈겼다. 남자의 시선에 짙은 핑크색 머리의 여자가 드리웠다.


“그만 웃어! 이 버러지야. 들키고 싶어?”

“아, 미, 미안.”

“이번에도 성과 안 올리면 빈센트한테 다 뒤진다고. 정말로 다른 애들처럼 숲으로 끌려간다니까! 젠장······ 치안대가 움직이지만 않았어도 애들 납치해서 충당하는건데!”

“알지······ 아니까······”

“닥쳐어─! 닥쳐 닥쳐 닥쳐어! 입만 벌리지 말고 성과를 만들어야지 성과르을! 언제까지고 이 밑바닥에 박혀있고 싶은거야?!”


짝! 짝! 짜악!


남자의 등짝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남자의 입에서 소리없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여자는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끄아아악! 화나서 미쳐버릴 것 같아!!”


“그, 근데 다이애나, 에반이 뒤에서 뒤쳐진 것 같은데.”

“몰라! 저 여자가 빠른걸 어쩌라고! 뭐 이렇게 골목을 왔다갔다 거려 따라가기 힘들게! 에반은 알아서 오라고 해!”

“저 여자 마법사 같은데······ 3명이서 덮치는게 낫지 않을까. 게다가 저 사람 검, 검도 패용하고 있는데에······.”

“아. 끄응······”


다이애나는 일단 화를 삭히고 생각했다.

이 머저리랑 저 검은 마녀를 덮칠까?

아니면 에반과 함께 덮칠까?


전자는 빠르지만 마녀의 역공이 두려웠고, 후자는 먼저 떠난 야만전사를 만날 확률이 높았다.


‘적어도 마녀는 붙기만 하면 잡을 수 있는데, 야만전사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사사사삭! 파바바박! 하면 어떻게든 되려나?’


“그렇지만 다이애나랑 나 정도면 잡을 수 있을지도? 팔도 하나밖에 없으니까. 헤헤······ 아닌가?”

“음? 어음······ 확실히? 근데 어떻게?”

“잠깐 귀좀.”


속닥속닥.


“오?”


속닥속닥.


“오오······!”


다이애나의 얼굴이 미소로 물들었다.

아주 뿌듯한 표정의 듀크의 등을 톡톡 두드려주며 검은 마녀를 향해 씨익 웃었다. 사악하게, 아주 사악하게.


검은 마녀의 본체가 뒤에서 보고있는 걸 모른 채로 말이다.



*



짝! 짜악!


나는 저 핑크머리에게 ‘에반’이라고 칭해진 뚱땡이의 뺨을 갈겨 깨웠다. 두툼한 볼살에 데미지가 분산되었는지 깨지 않길래, 이번에는 초스피드로 갈겼다.


짜라짝짝짜악!


“느으아악! 누나 미안해! 그만 잘게! 그만······어?”

“일어났니?”

“느야아아악! 누나! 누나! 여기 표적이야! 누나아!”


쫙! 쫘악!


“느갸악!”

“조용히 해 뚱땡아. 내장까지 파먹어버리기 전에.”

“히이이익!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오!”


아직 뺨밖에 안갈겼는데 설설 기는 에반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원래 이런 머저리들이 있지는 않았는데. 게다가······

너무 어린 애들이잖아.


나이는 16쯤 되려나?

얼굴에 주근깨를 봐선 그쯤인듯 보이는데.


나는 내려두었던 지팡을 주우며 말했다.


“뚱땡아. 상징 내놔. 너네 점조직 상징.”

“사, 상징이요? 그걸 어떻게······!”

“안줘?”


콰앙!


오러를 실은 발로 벽돌을 밟아 분쇄해버리자, 에반의 눈이 한없이 흔들렸다. 그 모습이 웃겨서 벽돌과 에반의 목을 번갈아 가리켜 주니, 단번에 상징을 상납했다.


“여, 여기있습니다! 형님!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형님?”

“에?”

“형님이라고 부르는게 맞아?”

“그렇지만 제겐 이미 누님이······”

“분홍머리? 친누나야?”

“예? 예······.”

“같이 죽여줘?”


“아닙니다 누님!”


반사적으로 에반은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그 빠른 판단에 나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정도로 간사하단 말인가? 목숨이 위협받자 몸담은 점조직을 팔아넘기고, 가족의 정보를 휙휙 넘기고, 적에게 쉽게 머리를 박는 모습까지.


한쪽팔이 없어 박수를 못치는게 한이 될 정도였다.


“와우, 와우! 왜 머리를 박아 동생. 일어나.”


벌떡 일어나 차렷자세를 유지하는 에반을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아마 원래 여기서 인신매매를 하던 놈들이 모종의 이변에 의해 이 아이들로 교체된 것 같은데. 굳이 얘네들까지 죽일 필요는 없지.

그래도 범죄자니 그냥 풀어주기는 그렇고.


“동생. 우리 재미있는거 보러갈까?”

“아, 아뇨?”

“안 따라오면 죽어.”

“흐익!”


내 분신한테 하는걸 보고 결정해야지.

.

.

.

나는 다이애나라는 핑크머리 여자와 듀크라는 더벅머리 남자를 뒤따라가며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정리되어 나온 결과는 총 세 문장.


이곳도 ‘이변’의 영향이 미쳐 ‘원작’과 달라졌다.

원래 흉악범이 있었는데 웬 어린애들로 바뀌었다.

허나? 이곳을 담당하는 점조직은 그대로다.


『“신성국 히페리온은 9개의 커다란 영지로 구분되어 각각 백작위 이상의 귀족들이 관리하고 있다.

‘뒷세계’는 영지마다 각각 9개의 지부를 두고 있으며, 각 지부마다 9개의 단체를 관리한다. 그 단체들 또한 아홉의 무리를 통제한다.”』


한마디로 지금 내가 제압한 에반이 소속된 점조직의 형태는.


대가리(1) -> 9지부(9) -> 9단체(81) -> 9무리(729)


······뭐, 이런 식이다.

게다가 각 지부에서 다른 지부의 단체 정보를 확인할수도, 알아볼수도 없기에 9단체에 들어선 이후부턴 서로의 존재를 알 수가 없다.


심지어 각 단체조차 상급자에게 일방적인 임무 하달만 받기에 말단들을 아무리 털어봤자 ‘진짜’들은 잡을수가 없다는 소리다.


게다가 사실상 대부분의 행동은 단체의 지휘 아래 무리에서 진행된다. 실패해도 꼬리를 잘라버리면 그만이기에 이후 정보를 알 수가 없는 구조.


그렇기에 어딘가에 숨어있는 ‘지부’나 ‘대가리’는 조지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설정이다 이말이지.


허나 내가 누구지?


회귀자다.

물론 아직 뒷세계를 지배해본적은 없다.

반쯤 와해시켜본적은 있어도.


그리고 빙의자다.

그러나 ‘원작’에선 이들의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는 ‘지부’의 절반도 와해시키지 못한다. 정보가 없으니까.


허나 나는 작가다.


비록 내 손을 떠난 이야기라도, 작가의 흔적은 남아있는 법.

‘뒷세계’는 내가 공들여서 짠 조직이라고.


나는 흑막처럼 큭큭 웃으며 분신의 뒤를 쫓았다.


“아. 시작하려나 보다.”


헉헉거리며 뛰어오는 에반을 일별하며 쭈그려 앉아 상황을 주시했다. 내 분신은 설정한 대로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빠르게 걸어가고 있고, 그 앞에는······ 와이어?


줄? 저걸로 뭘 하려는 거지?


그때, 와이어의 너머에서 다이애나가 튀어나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손가락질까지 하는게 자신감이 대단해 보이는 여자로군.


“멈춰라! 이 검은 마녀 녀석!”


분신이 움찔하며 멈추자, 다이애나는 악동처럼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구역은 빈센트 대장이 지배하는 구역이다! 너같은 외지인이 함부로 다닐만한 천한 거리가 아니라는 말이지!”


폐허가 언제부터 귀한 거리가 되었나.


“게다가! 이 구역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지나려고 하다니! 이렇게나 무식하고 멍청할 수가!”


분신이 화가 난듯 지팡이를 꽉 쥐었다.

아무리 분신이라도 내 성격을 따라하게끔 설정해 두었으니, 마녀라고 불렀을 때 공격하지 않은 게 용한 거다. 분신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다이애나가 움찔했다.


“너, 너! 움직이지 마라! 나는 우리 대장이 아끼는 인재라고! 나를 공격했다간 우리 대장이 널 죽을때까지 쫓을 거다!”


사사사삭─


분신이 상황을 살피려는 듯 다이애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나의 지적 능력을 30%만 닮은 분신이기에 사실 멍하니 있을 뿐이지만, 다이애나 입장에선 머리를 굴리는 것처럼 보였겠지.


다이애나가 단검을 어설프게 홱홱 돌리며 말했다.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해라 이 마녀야! 순순히 대답한다면 그나마 좋은 곳에 팔아주도록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사창가에 팔아버릴테다 이 마녀야!”


‘나를 노예로 팔라고 했구나.’


분신이 지팡이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곧이어 지팡이 끝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하자, 다이애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듀크!”


파아앙! 파앙!


폐허의 2층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분신의 위에 하얀 가루들이 퍼졌다. 마치 고운 밀가루같은 것에 분신이 주변을 살피자 다이애나의 표정이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마녀! 네놈 화속성 마법사지? 그건 밀가루다! 거기서 마법을 쓰려고 하면 그대로 터져 죽어버릴 테지! 그러니 얌전히 따라와라 이 마녀!”


마녀, 마녀라.


나는 옆에서 보고있던 에반에게 말했다.


“야. 내가 만약 물 원소 마법사였으면 어떡하려고? 분진폭발이 될만한 마법은 전격과 화염뿐인데.”

“그, 글쎄요. 그걸 저한테 물으셔도······”


나는 얼척없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어차피 가면이 있긴 하지만.

아니 그전에, 화염 원소와 전기 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것까진 좋다 이거야. 근데 분진 폭발? 위가 뻥 뚫린 이곳에서 분진 폭발이 일어날 것 같나?


게다가 벌써 밀가루는 바닥에 깔렸는데.


‘머리는 많이 썼는데. 죄다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는 계획이야.’


분진 폭발은 일어나지도 않을 거고, 와이어는 대놓고 보이게 설치가 되어 있다. 만약 분진 폭발이 가능할 정도의 밀폐된 공간이었다면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검을 패용한 마법사에게 이런 공간은 오히려 유리한 위치였다.


적도 다가올 수 없으니, 마법을 쓰기 딱 좋지.

여차하면 검으로 해도 되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뭔가 안배는 만들어뒀겠지.


‘설마 와이어에 함정을 깔아뒀나?’


막 밟거나 걸리면 돌이 쏟아진다거나.

기름을 부어버린다거나.

건물 자체가 무너진다거나?


그러나, 내 생각에 동조한 분신이 줄을 건드려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정말로 이동만을 제약하기 위한 와이어였다.


나는 가면의 이마 부분을 탁 쳤다.


‘어디서 이런 머저리들이 온 거지?’


사사사삭!


듀크가 움직여 분신의 뒤에도 와이어를 설치하고 나니 다이애나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감정과 생각이 표정에 드러나는 저 모습에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좋아! 좋았어! 넌 이제 도망칠 수 없다 이 마녀!”


마녀라!

내 기분이 분신과 같았는지 분신의 지팡이가 심하게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물론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난 지팡이 대신 가면이었을 뿐.


“저, 저기. 무섭게 왜 그러세요······”


분위기를 읽었는지 옆에있던 에반이 덜덜 떨었다.

나는 애써 분노를 감추며 가면 속에서 악마처럼 웃으며 말했다.


“이봐 동생, 나는 마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

“그러면 뭐라고 불러야······ 검은 마법사?”

“그건 그냥 별로야. 그냥 보이는대로 검은 마녀라 불러.”

“근데 마녀가 싫다고······”

“마녀는 싫지!”


어쩌라고?


하는 표정이 에반의 얼굴에 만연했지만 그는 표정으로조차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그의 머리를 툭툭 쳐주며 오러에 살기를 섞어 흘렸다.


“나는 나를 검은 마녀라 지칭하는 건 괜찮아.”

“······?”

“근데 나를 마녀라 지칭하는 건 용서할 수 없어.”

“······에?”

“마녀는 기분 좋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잖아?”


나는 고개를 홱 돌려 다이애나를 노려보았다.

내 분신을 포획했다고 여겼는지 호쾌하게 깔깔 웃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의 갈색 머리 여왕님이 떠올라 미소를 숨길수가 없었다.


천천히 분신을 향해 다가가는 그들을 보며, 나는 마법을 읊었다.


“파이어 버스트.”


세 개의 붉은 서클.

에반이 무언가 외치기도 전에, 서클에선 불안정하게 일렁이는 파이어 볼이 분신을 향해 출발했다. 그들이 고개를 들어 불을 인식했을 땐 이미 늦었다.


“······누나! 도망─”


콰아아앙─!!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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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Page 21. 돈 벌러 가자! 23.10.13 6 0 14쪽
20 Page 20. 안티푸스 패거리 23.10.12 6 0 13쪽
» Page 19. 점조직의 세 머저리들 23.10.11 9 0 12쪽
18 Page 18. 카이사르 백작령 23.10.09 6 0 14쪽
17 Page 17. 슬픈 비극엔 전조가 없다 23.10.08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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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Page 15. 모든 별은 빛을 품는다 23.10.05 10 0 11쪽
14 Page 14. 빛나는 끝의 유토피아 23.10.04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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