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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는 광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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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상어
작품등록일 :
2023.09.17 11:17
최근연재일 :
2023.10.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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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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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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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 끝의 마을의 야만전사

DUMMY

“······살려주십쇼.”

“누가 죽인대?”

“죽을꺽, 죽을 것 같습니다.”


나는 가볍게 목을 돌리며 재차 물었다.

뚜둑, 뚜둑 하는 소리가 들리자 앞에 무릎꿇은 세명의 남자가 동시에 ‘히이익!’하는 소리를 냈다.


“뭔 일이야?”

“예?”

“뭔 일이냐고. 할배가 여기서 뭔일 했어?”

“대답하면 살려주십니까?”


빠악!


“꾸엑!”

“내가 죽인대? 아니, 누가 죽인대?”

“끄흐읍······”


가운데 남자가 말을 하지 않으니, 나는 왼쪽에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는 머뭇거리다가, 머리를 방어하며 간신히 말했다.


“사, 사실 테슬로 할배가, 아니 테슬로님께서 특별한 일을 하신건 아닙니다. 다만 그분이 워낙 특별하신 분이라······”

“끊지 말고 빨리 말해!”

“네! 네! 최근에 이단심문관이 지나갔는데, 저희 마을에 테슬로님을 옛적에 알던 사람이 있었는지 이단심문관에 가서 쪼르르 일러버린 겁니다. 그래서······”

“그래서 이단심문관이 몇명을 고문했다?”

“예. 그래서 두명이 죽고, 세명은 끌려갔고, 다른 세명은 반항하다가 크게 다쳤습니다.”


나는 가면의 볼 부분을 톡톡 치며 한숨을 쉬었다.

이단심문관이라.


‘하긴, 내가 22살때쯤 베들레헴에서 그들을 처음 만났지. 원래라면 거기서 나를 만나야 했지만, 나는 이곳에 있으니.’


“그 이단심문관, 몇명이었어?”

“많았습니다. 약 20명 정도.”

“그럼 그사람들은 아니네.”

“네?”

“닥쳐.”

“헙.”


일단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이단심문관은 아니군.

이 세계의, 아니 소설의 주요 내용은 이단심문관과 크게 연관이 있다. 우선 주인공이 베들레헴에서 그들을 만나고, 인간성을 배우며 악마를 멸하면서 남주를 만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는게 주 내용이다.


나도 초회차에는 그 내용만 죽어라 따라가려고 했지.


“그 이단심문관들 중 기억나는 사람 있어?”

“전부 검은 사제복을 입고있었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아, 옙!”


그 중요한 이단심문관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악마’라는 특수한 인간종을 멸하는 특수 부대.

다른 하나는 평범하게 ‘이단’인 인간들을 고문하고 처형할 수 있는 우리가 흔히 아는 진짜 이단심문관.



둘중 누가 더 위냐고 하면 특수부대 쪽이지만······.


‘서로의 역할에는 터치하지 않으니까.’


“걔네 우두머리는 누군지 기억나?”

“아 옙. 눈에 큰 흉터가 있었습니다.”

“그렇군. 알았다.”


뭔 상황인지 대충 이해되었다.


“그냥 재수가 없었구만.”

“예?”


과거 악마를 연구했던 테슬로가 ‘우연히’ 이 마을에 나타났고, 그를 아는 사람이 ‘우연히’ 마을에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이단심문관이 이 마을을 지나갔고 테슬로가 있다는걸 알아챈 이들이 마을사람들을 심문했다······.


보통 우연이 겹치면 뒤가 구린 법이지만······.


‘이 시점에 이단심문관이 지나가는건 필연이니까.’


어쩔 수 없지.

신탁으로 움직이는 이단심문관을 뭐 어쩌겠는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여관 밖으로 향했다.

만날 사람도 여기에 없는 것 같으니, 나는 원래 가려던 길을 가야지.


내가 가만히 걸어나가자 남자가 소리쳤다.


“저, 저기요!”

“응? 왜?”

“도, 도와주시는 겁니까?”


아.

내가 사정을 듣고 움직이자 도와주는줄 안 건가?

아닌데?


“내가 왜?”

“제발 도와주십시오! 최소한 다친 사람이라도 치료를······!”

“아하. 4서클 마법사니까 힐링 마법을 써주길 바라는 거구나?”


이런.

나는 머쓱함에 볼을 긁었다.

분명 4서클 마법사면 2서클의 힐링 마법은 필수로 배우고 있다. 실용성도 굉장히 높으니까. 근데 나는 그딴거 없다.


악마는 기본적으로 다쳐도 몇분이면 회복하니까.

힐링 마법이 필요가 없다.


‘애초에 악마는 힐링 마법을 못써.’


그래도 못쓴다고 하기엔 뭐하지.

정보를 풀기도 싫고. 게다가─


“싫어.”

“예?! 어째서······”

“너네 나 죽이려고 했잖아. 복수니 어쩌니.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며 입구를 막은 석벽을 해제하려는 순간, 밖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냐아! 이 겔리온이 점찍어둔 여자를 죽게 만든 원수가 있는곳이이!”

“그래 겔리온. 이 석벽 뒤에 사람들이 있어!”


석벽을 쳐놨는데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누구도 겔리온의 주먹을 막을 수 없다! 후읍······ 으랴아아!”


꽈아아앙!


“어억!”

“으아아악!”


마치 약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울리고 건물이 통째로 흔들렸다. 건물이 위태롭게 삐걱거리면서 구석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쿠구궁······


‘뭐지? 주먹으로 벽을 쳤다고 지면이 울려?’


물론 석벽이 지면과 연결되어있긴 하지만, 인간의 힘이 대지랑 건물을 통째로 흔들 정도로 강력하다고?


“으랴아아!”


꽈아아앙! ······꽈직!


“꺄아악!”

“으아아아! 살려 줘!”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단 침착해야 한다. 저 괴력몬이 무슨 종족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휴먼은 아니다. 저 멀리 황야의 야만전사거나, 오크겠지. 근데 오크가 여기 있을리가······


꽈아아앙!


투콰앙!


“이런, 빨리도 부수는구만.”


다행히 건물은 부숴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람 하나가 지나갈 정도로만 벽이 부숴졌을 뿐.

건물 뒤쪽 창고는 좀 무너진듯 점주의 절규가 들리긴 했지만, 적어도 사상자는 없었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키가 족히 2m는 넘어보이는 떡대가 문 뒤에 있었으니까.


“이 겔리온의!”


꽈아아앙!


‘미친, 벽을 또 친다고? 그냥 숙이고 들어오면 안돼?’


빠지지직!


겔리온의 무지막지한 주먹질에 건물이 한계치에 다다른듯 기둥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분명 밖까지 울렸을텐데 겔리온은 아랑곳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고개를 숙이게 만들 수는!”


꽈아아앙!


콰지지지직─!


“이 또라이 새끼! 건물 다 부술 셈이냐!”


저놈을 막으려 몸으로 달려들었다간 내가 박살이 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빠르게 구상했다.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묵직하고 빠른 돌 기둥을, 거대한 덩치라도 하늘로 날려버릴만한 넓은 지면을.

그리고 외쳤다.


“스톤 엣지!”


꾸드득······ 화아아악!

바닥에서 돌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시야에서 거구가 사라졌다.


“없······ 으어? 느아아아악!!”


휘이이익!

콰아아앙!


입구는 다시 돌로 막혀 보이지는 않았지만 약 2m 이상의 거구가 하늘로 솟구쳤다 바닥에 처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떨어지는 것조차도 대지를 울릴만한 거대한 소음.

나는 활성화시킨 마법을 해제하며 천천히 여관을 나갔다. 그리고는 겔리온의 상태를 확인하던 노인에게 물었다.


“죽었나?”

“히이이익!”


꽁지빠지게 도망치는 노인을 일별하며 나는 겔리온을 걷어찼다. 오러를 담은 사커킥에 겔리온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살아있군.


“으컥! 커어어억!”


겔리온은 다량의 피를 토하며 멈칫거리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직 정신이 몽롱한듯 눈은 풀려 있었다. 전부 다 일어나니, 역시나 나보다 머리가 세개쯤 더 높은 거구였다.


“이봐 겔리온. 너 테슬로 만난 적 있냐?”

“우우······ 겔리온, 테슬로 복수한다. 근데 테슬로 언제부터 안 온다. 대신 손녀 복수한다.”

“이 새끼가.”


겔리온이 더듬더듬 대답하며 주먹을 들자, 나는 지팡이에 오러를 실어 그의 다리를 가격했다.


뿌드득!


끔찍한 소리와 함께 거구가 다시 쓰러졌다.

얼굴을 오만상을 쓰며 바닥을 구르는 겔리온은 눈물까지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그런 그의 흉부를 살포시 즈려밟았다.


“끄아아아! 다리!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 갈비, 갈비뼈도 아프다! 밟지 마라! 아프다!”

“말해. 그럼 이 언니가 살살 대해줄 테니.”

“언니? 겔리온 남자다! 너 겔리온 모욕했다!”

“이게!”


빠아악!


“끄아아아! 여자 강하다! 우리 아버지보다 강한 것 같다!”


나는 어머니처럼 웃어주었다.

물론 보이진 않겠지만.


“그래그래. 대답해 보렴.”

“끄으으으······ 테슬로, 나 치료해 줬었다. 근데 테슬로 나쁜 놈이었다. 때문에 내가 사랑하던 여자 테슬로 때문에 죽었다. 테슬로 나쁘다. 고로, 여자 나쁘다······”

“대답.”

“윽, 테슬로, 여자가 찾아오면 같이 가라고 했다. 고행일 거라고. 우리 야만전사 먼 황야에서 고행 찾아 왔다. 우리 고행 떠나야 한다.”


테슬로 할배, 끔찍한 짓 하긴.

이 오지랖 넓은 츤데레 할배.


“그래서?”


겔리온이 울분이 터진 듯 소리질렀다.


“근데 여자 나쁘다! 겔리온 나쁜 사람과는 고행 안 떠난다!”

“나도 너같은 바보랑은 다니기 싫은데.”

“근데 겔리온 약속 잘 지킨다! 테슬로가 너 지켜달라 부탁했다! 여자 굶을 거라고! 겔리온 사냥 잘 한다! 그러니 고행은 떠나야 한다!”

“근데 왜 날 죽이려 했지?”

“약속과는 별개로 여자는 나쁘다! 그러니 몇대 때려주려고 했다! 이 마을 촌장이 부탁한 거다!”


아까 도망가던 노인이 촌장인가 보군.

한번 만나봐야겠는걸.


나는 쓰러져있는 겔리온을 뒤로하고 주변에서 알짱거리던 남자를 불렀다. 놀란 남자가 뒷걸음질치길래, 홀드를 걸어 움직임을 멈췄다.


“겔리온은 여기 있고, 거기 남자분? 촌장에게 안내해 주시죠. ‘대화’를 좀 하고 싶어서요.”

“시, 싫어! 촌장을 죽일 셈이지 이 마녀!”

“누가 마녀야!”


꽈앙!


평범한 마법지팡이로 머리를 가격하자, 남자는 마치 머리가 터져버린것마냥 오바를 떨기 시작했다. 나는 진정을 위해 뺨을 몇번 쳐준 뒤, 진정된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



“크읍. 여기, 여깁니다.”

“왜 울어요? ‘대화’만 할거라니까요?”

“크흐흐흑! 죄송합니다 촌장님!”


나는 전력질주로 도망가는 남자를 보며, 이 마을에서는 살기 참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이단심문관에게 대항했다고 하길래 끈끈할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촌장님? ‘대화’를 하러 왔습니다.”


콰앙! 콰앙!


지팡이를 바닥에 두번 내리찍자, 저 멀리 구석에서 움찔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묘하게 쇳소리가 들리는것이 식칼을 쥔 듯했다.


“하아.”


나는 탁자 앞에 의자를 끌어 앉았다.

그리고 위에 놓인 서류를 몇개 읽어보려는 와중, 촌장이 고함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지팡이를 들어 달려드는 그의 명치를 눌러 제압했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촌장을 나는 가볍게 일별했다.


“끄으으읍! 커억!”

“촌장님. 나이도 있으신데 무리하지 마시고 앉으시죠. 아직 더 사셔야지. 응? 죄를 더 키우지 마시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면을 스윽 내려놓았다.

내 붉은 눈과 촌장의 눈이 마주치자, 촌장이 고함을 질렀다.


“아, 아, 아, 악마아아!!”

“스톤 월.”


입구가 막힌것을 보자, 촌장은 마치 진짜 악마에게서 도망치려는 듯 석벽을 미친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부얶으로 가 차를 하나 우렸다.

어차피 소리도 밖으로 안들리게 해놨으니, 제 풀에 지쳐 대화할 마음이 들때까지 기다리는게 좋겠다 생각하여.


“저주! 저주에 걸릴거야아아······!”


촌장의 음색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



“여기, 차 드세요. 좋은 차더군요.”

“크흑. 비싼 건데······”

“저주?”

“으히이익!”


나는 자애롭게 미소지어 보였다.

저주라.


“저주.”

“으아아악!”

“저주.”

“끄아아악! 제발 그만!”


말만 했을 뿐인데.

마치 진짜 저주에 걸린 것 같이 발작하는 촌장.


나는 촌장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참······’


“재미있네.”

“으흐흐흑······.”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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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Page 17. 슬픈 비극엔 전조가 없다 23.10.08 11 1 11쪽
16 Page 16. 이단심문관 대 악마 부대, 루크 프레드릭 23.10.06 8 0 13쪽
15 Page 15. 모든 별은 빛을 품는다 23.10.05 10 0 11쪽
14 Page 14. 빛나는 끝의 유토피아 23.10.04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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