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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34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2.07 20:23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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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8화

DUMMY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내 앞에 있는 남자가 나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잠깐만.. 뭘.. 뭘 원하는 거야..”



“원하는 거? 난 딱히 원하는 거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재미?”



‘재미? 사이코 패스인가...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어..’



“몇 번을 살다보니까 사람이라는 게 극단적인 걸 취하게 되더라고. 어차피 다시 태어나면 되니까.”



“안 그래?”



“나도 처음에는 제대로 살고 싶었지. 그런데 계속 삶이 리셋 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 그냥 되는대로 나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지.”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있으면 줘 패고. 죽이고 그래도 심심하면 소원도 들어주고. 아 나는 소원도 내가 재미있을 만한 거만 들어줘.”



“만약 점령하는 족족 들어줬으면 아마 레벨이 99는 넘었을 걸?”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 일부러 입을 다문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혹시 이 남자의 심기를 거스를 까 싶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눈은 사무실을 둘러보며 방어를 하거나 공격을 할 만한 것들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심심해지는 거야. 그래서 레벨을 올리기로 했지. 레벨 올리려고 사람들 소원을 들어주고 있어. 지금 벌써 45까지 올렸어.”



“아.. 네.. 그렇군요..”



“만렙은 찍어야지. 그건 그렇고 갑자기 왜 이렇게 공손해졌어? 겁을 먹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니.. 그래도 레벨이 45이면 저보다 선배인데 제가 조금 건방지게 행동한 거 같아서요..”



“에이~ 됐어. 그런 게 어디 있어. 한 몸을 공유하는 사이인데.”



그 남자가 웃으며 말했는데 오히려 소름이 끼쳤다. 먹잇감을 바라보며 손에 칼을 들고 웃으며 서있는 사이코패스 같았다.



“예.. 그렇죠.. 형제 같은 사이.. 어?!”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자 그 남자는 자기 뒤를 살폈다.


나는 잽싸게 사무실 구석에 놓여있는 골프백 앞으로 갔다.



“뭐하는 거야?”



골프백 안에 골프채가 있기를 바라면서 지퍼를 열려고 했다.


“으잇! 으잇!!”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퍼를 열려고 해서인지 지퍼가 열리지 않았다.


“뭐하냐니까?”



사이코패스는 조금씩 나에게 걸어왔다.


심장은 더 떨렸고 사이코패스와 골프백을 번갈아보며 지퍼를 열려고 했지만 지퍼가 열리지 않았다.



“으아아아!!!”



어느새 사이코패스는 내 앞에 서있었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



-찌이익



“자. 이렇게 열면 되잖아.”



“어?!”


사이코패스는 너무 쉽게 지퍼를 열었다. 나는 잽싸게 가방 안을 확인하고 골프채를 꺼내들었다.


“가까이 오지마!!! 내가 이 인생을 얻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제야 조금 제대로 된 가정과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살려고 하니까. 왜!! 나타나서!!”



“뭔 소리하는 거야? 누가 뭐래?”



“가까이 오지마!! 이 사이코 패스야!!”


“아니. 누가 보면 내가 네 인생을 뺏으러 온 사람인 줄 알겠네.”



“이제야 조금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게 됐는데!! 왜!! 방해하는 거야!! 이 사이코패스!! 내가 쉽게 내줄줄 알았냐!!!”


“변호사님 무슨 일이세요?”



내가 소리를 지르는 소리에 놀라 사무장과 직원이 달려 왔다. 그리고 내가 사이코패스에게 골프채를 들고 대치하는 상황을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변호사님 경찰 부를까요?”



“아이고 됐습니다. 난 레벨을 올려야 돼서. 내가 가보겠습니다.”



사이코패스는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뒤돌아섰다.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골프채를 들고 사이코패스를 주시했다.


문으로 껄렁하게 걸어가던 사이코패스는 등을 돌려 말했다.



“아. 그리고 이건 내가 서비스로 알려주는 건데. 그 좋은 인생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소원만 안 들어주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소원이 깨지지 않게 보호해야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다.



“훗. 그 삶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시한부의 삶이야. 어디 한 번 열심히 살아보라고. 그럴수록 더 공허함만 느낄 테니까.”



‘미친놈. 넌 미친놈이야. 안정된 몸에 정착될 생각을 하지 않고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네 놈처럼 살 것 같으냐?’



“돈을 모으고 쓰지 않고 죽으면 아무 의미 없듯이 네가 살고 있는 인생도 모으지 말고 쓰라고. 하하하. 후회하기 싫으면.”



사이코패스는 그렇게 사라졌다.



“변호사님 괜찮으세요?”






오늘은 대충 일찍 퇴근하고 좀 쉬려고 했는데 사이코패스 놈이 와서 나를 흔들어 놨다.


퇴근을 하지 않고 사무실 쇼파에 기대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왜.. 도대체 왜 왔을까? 정보를 얻으려?”



“나를 죽이려다가 내가 저항이 심하니까 포기한 건가?”



그 사이코패스 놈의 말을 되새겨봤다.


“그 놈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어. 가짜 정보를 여기저기 섞었을 거야.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그 사이코패스 놈이 방문한 뒤로 며칠간은 불안한 마음에 주변을 살피며 다녔다. 혹시 그 놈이 어디에서 나타나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코패스 놈이라면 재미로 나를 죽일지도 몰라. 아무런 목적 없이...”



하지만 내 우려와 다르게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미친놈 분명히 환생하면서 사람을 많이 죽였을 거야. 이제 사람을 죽이는 것도 재미가 없어져 레벨 업에 열중하고 있는 거야..”



“조심은 하되 신경은 쓰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사무장에게 사무실을 맡겨 놓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며 인생을 즐겼다.



“그 회장 놈처럼 속도 썩을 일 없고 좋다, 좋아.”


회장 놈일 때 맛있는 음식들을 실컷 먹을 수는 있었지만 즐기지는 못했다.


“됐어.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사는 거야.”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소원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게끔 신경만 써준다면 변호사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 수 있다.


“그 사이코패스 놈이 신경 거슬리는 말을 했지만. 그 놈 말은 믿을 게 없어. 그냥 경쟁자를 견제하는 것일 뿐이야.”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소개팅도 했다. 변호사라는 직업으로 우월감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신기하고 좋았던 것들이 익숙해지니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당연한 일은 지루함을 불렀다. 변호사의 삶은 그동안 내가 겪었던 하류 인생들의 삶과 비교했을 때 아주 행복한 삶이었지만 단조롭고 지겨웠다.



“해보고 싶은 걸 다하면 할 게 없어지고 심심해지는 구나..”



어느 순간부터 그 사이코패스 놈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것의 즐거움.


처음 환생한 놈이 어떤 놈 일까하는 기대감과 설렘.


어차피 다시 환생할 수 있으니 내 마음대로 사는는 것까지.


“아니야. 난 그런 사이코패스가..”


문득 그 사이코패스가 말했던 찔러버리고 다시 환생하면 된다는 막무가내식 사고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변호사.. 내가 가질 수도 없던 꿈에만 그리던 직업을 얻었는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지루하구나. 이게 인생인가?”



노가다판을 전전할 때는 양복을 입은 놈들이 대단해보이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양복을 입으니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변호사라서 품위, 체면 같은 걸 지켜야 하니까...”



그 사이코패스 놈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면서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 나도 레벨을 키우는데 열중할까?”



지금까지의 쌓인 데이터를 볼 때 소원은 들어줄 수 있을 만한 소원이다. 그리고 피치 못하게 소원이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다시 동굴로 돌아가게 된다.



“변호사... 앞으로 다시 환생하면 더 좋은 인생을 만날 수도 있고. 또 변호사를 만날 수도 있는데..”



그 사이코패스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이 100번 가까이 환생을 했다면 환생에 제한은 없다는 소리이다.



“아니야.. 지금 지루해서 그래.. 막상 또 노가다판에서 막일을 하게 되면 마음이 다를 거야..”


“인간이란 다른 사람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니까..”



어차피 껍데기만 변호사이기 때문에 내 생활은 백수와 다를 바 없었다. 모든 일은 사무장에게 맡겨 놓고 집에는 출근하거나 출장 간다고 나와서 돌아다니는.



“재미없어. 이게 뭐야..”


놀아본 적도 없었기에 뭐하고 놀아야 되는지 뭘 해야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여행도 몇 번이나 가봤지만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몇 번씩 환생하면서 인생을 여행하는데. 고작 장소 바뀌는 여행 따위가 재미있을 리가 없지..”



곰팡이로 가득한 반 지하 방에서 하루 한 끼를 겨우 먹으며 버티던 때에는 이런 멋들어진 직업을 갖고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행복하긴 한데.. 행복의 유통기한은 짧구나..”



지루했다. 자꾸 그 사이코패스 놈이 떠오를 만큼.


“목표.. 목표가 있어야 해..”


“레벨.. 나도 레벨을 올릴까?”


“아니야.. 배부른 소리야..”


그 사이코 패스가 나타나서 내 인생을 흔들어 놨다. 그 놈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지루함을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느꼈다고 해도 그 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막상 원하는 걸 손에 넣으니까 왜 이러냐..”



가짜 변호사가 아니라 진짜 변호사가 됐는데 재미가 없었다. 생각을 해보니 하류인생으로 마음대로 살던 시절이 재미는 더 있었다.



“재미냐.. 안정이냐.. 어차피 돈은 의미가 없는데.. 여행을 더 다녀 볼까? 인생 여행..”



그 사이코패스 놈처럼 떠돌아다니다가 정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물론 나중에 내가 지금 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환생할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인생에 보장은 없지. 하지만 시도 하면 할수록 좋은 놈을 만날 확률은 올라가겠지..”


“어쩌면 잘생긴 놈으로.. 아니면 잘생긴 연예인으로 환생할지도 모르잖아..”


그런 생각을 하니 지루함으로 멈춰 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잘생긴 연예인이라..”


하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인생이 너무 평탄해서 그러는지도 모른다.


변호사 놈의 인생이 얼마나 평탄하냐면 소원이 어머니 생일에 미역국을 한 번 끓여주지 못했으니 미역국을 끓여주는 게 소원이었다.


“아 몰라!! 생각은 천천히 하자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사이코패스 놈은 괜히 나타나서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냐!!”



‘아 어떻게 하지? 그냥 확 소원을 들어주고 환생을 해버려?’


“퀑퀑!!! 퀑퀑퀑!! 쿼췅췅췇췅!!!”


“퀑퀑!! 컹컹크창창창!! 쿼췅췅!!”


“컹컹컹!! 컹컹컹컹!! 컹컹컹!!!”



‘어? 뭐야?“


“퀑퀑퀑퀑!!!!”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다시.. 다시 켈베로스가 됐잖아?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설마.. 그 사이코 패스 놈의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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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20.12.14 22 0 11쪽
43 43화 20.12.12 22 0 12쪽
42 42화 20.12.11 22 0 11쪽
41 41화 20.12.10 25 0 11쪽
40 40화 20.12.09 27 0 11쪽
39 39화 20.12.08 32 0 11쪽
» 38화 20.12.07 28 1 11쪽
37 37화 20.12.06 25 2 11쪽
36 36화 20.12.05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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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20.12.03 26 0 11쪽
33 33화 20.12.02 47 1 11쪽
32 32화 20.12.01 33 1 11쪽
31 31화 20.11.30 5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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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0.11.26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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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20.11.21 51 1 11쪽
20 20화 20.11.21 71 1 11쪽
19 19화 20.11.20 50 1 12쪽
18 18화 20.11.19 50 1 12쪽
17 17화 20.11.18 5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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