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10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2.02 22:46
조회
45
추천
1
글자
11쪽

33화

DUMMY

“코인? 그게 뭔데?”


당장 코인에 대해 알아봤다.


“이거.. 가능성이 있겠는데.”


암호화폐. 지금 가진 돈으로 코인을 사서 코인 지갑에 넣고 그걸 땅에 묻은 다음에 다시 환생해서 찾아낸다.



“그래.. 현금을 통째로 묻을 때 보다 부피도 훨씬 작아지고.. 좋았어.”



됐다. 이 방법이라면 다른 사람으로 환생해서 쉽게 돈을 쓸 수 있다.


“그래. 일단 한 개는 해결이다.”


문제는 회장놈이다. 회장 놈을 생각하니 돈을 옮기는 건 아주 쉽게 느껴졌다.


“텅텅 비었네.”


집 안을 돌아다니며 텅빈 방들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회장놈이 자기 취향에 따라 채워넣은 것들을 팔아 치워 텅텅 비게 만들어 놓으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렸다.


“귀금속도 고가의 그림도 안 걸어 놓은 수전노. 철저하게 도둑놈을 대비 했겠지만 이 큰 가구와 운동기구들을 팔아 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방을 거닐며 흡족해 하는데 집사가 와서 물었다.



“회장님. 시간 괜찮으십니까?”



“왜.”



“기재 담당 면담 시간입니다. 회장님.”


“가라 그래.”


“회장님 꼭 해야할 필수 결제가..”



“알아서 하라 그래.”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사인뿐 아니라 비밀번호를 입력할 사안이 있습니다.”



“비밀번호?”



‘대단한 양반이다. 회사가 망하던 흥하던 내가 얻을 이익이 없으니 그냥 회사를 망하게 하자.’


“네 회장님. 시한이 오늘까지인데 1주일 전부터 회장님이 나중에 하자고 하셔서..”


“그래? 그럼 내버려 둬. 망해버리게.”



“예?”



“회사 망하게 두라고.”



집사는 당혹스러워 하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회장님 그게 아니라. 회장님이 사용하시는 금액에 관한 것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금액?”



“예. 회장님. 집에 들어가는 관리비나 전기 수도같은 비용부터 회장님에게 드는 식비 같은 것을 망라한 비용입니다.”


내가 아무 것도 모르면 의아해 할 법도 한데 집사는 그런 기색 없이 매번 내게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그러니까 내가 먹고 자고 쓰는 비용에 대한 결제를 위해 와있다는 말이지?”


“예. 회장님.”


“오라 그래.”


집사가 뒤를 돌아 고개를 숙이자 손에 서류를 든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와 인사를 했다.



“회장님. 결제서류입니다.”


대충 사인을 휘갈기고 가라고 손짓했다.



“회장님 죄송한데 비밀번호..”


비밀번호. 아까도 비밀번호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내가 먹고 자고 쓰고 하는데 드는 돈을 결제하는 데 필요하리라 생각지 않았다.


“비밀번호? 왜 비밀번호가 필요해 내가 돈을 찾는 것도 아니고.”


조금은 짜증나는 투로 말했고, 서류를 든 직원은 차분하게 내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으면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말이지?”


“예. 회장님.”



“결제가 되지 않으면 전기수도 할 거 없이 전부 끊기고, 요리사들 월급과 내 식비가 지급되지 않아서 밥도 못 먹는 다는 거고?”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회장은 정말 지독하리만치 대단한 인간이었다. 그래도 잠 잘 곳이 있고, 왕이나 먹을 법한 식사를 매일 먹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비록 돈은 없더라도 최대한 이곳에서 뻐기려고 했다.


하지만 회장 놈은 마치 지금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그것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미친. 지독한 인간. 이거 돌은 거 아니야?”


“예? 회장님? 제가 실수라도?”


어이가 없었다. 만약 자기가 진짜 치매에 걸리면 정말 그건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어떻게 이런 짓을 해놓을 수 있을까 싶었다.




자기가 치매에 걸렸을 때 돈은 쓰지는 못 하지만 최소한 밥은 잘 먹고 잠은 편한데서 지낼 수 있게 만들어 놨을 줄 알았다.


정상적인 판단이었다면 그게 당연했다.


‘미쳤다. 미쳤어.’


“그래서? 그럼 내가 지금 비밀번호를 말해주지 못하면 다음 달이면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쓰나?”


“회장님이 정하신 날에 따르면 1주일 남았습니다.”



“으허허허허!! 으허허허!!!”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죽은 회장 놈이 번번이 살아있는 나의 계획을 방해 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직원에게 말했다.


“1234”


“예? 회장님 비밀번호가 아닙니다.”


“알아. 나도 1234가 비밀번호가 아닌 건 그럼 7777”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7777도 비밀번호가 아닙니다.”


‘그래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해보자.’


회장 놈의 집요함과 철저함이 내 오기의 심지에 불을 지폈다. 시간은 많다. 회장 놈의 도움 없이 하나씩 번호를 불러서 비밀번호를 맞혀버리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직원이 말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하루에 3번 비밀번호를 잘못 부르시면 절차에 따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뭐? 정신병원? 그걸 왜 지금 말해.”


“회장님께서 2번 틀리면 말씀하라고 규칙을 정해 놓으셔서..”



“와.. 대단하다 대단해. 이야~ 그럼 이제 한 번만 더 틀리면 나 정신병원 가는 거네?”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규칙이 그래서.”


“2번.. 하루 2번까지만 틀릴 수 있는 거네..”



지독하다. 이 정도는 돼야 그 많은 돈을 지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계획이었다.


회장 놈은 누가 자기 몸을 차지하더라도 아무리 늦어도 2달 안에는 그냥 초라하고 늙은 몸뚱이를 탈환한 바보 멍청이로 만들 대책을 전부 만들어 놨다. 그게 비록 자기 자신이라 할지라도.



내가 한 참을 생각하는 동안 충직한 직원은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가봐.”



“회장님.. 비밀번호를..”



“됐으니까 가보라고.”


“회장님. 오늘까지 결제를 하시지 않으면 1주일 이내에 회장님에게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가 중지..”



“가!!!! 가보라고!!! 회장이 말하잖아!!! 가라고!!!”



“회.. 회장님.. 죄송합니다.”


“야!! 집사!! 너도 가!!!!”



멀리 떨어져 나를 기다리고 있던 집사에게도 소리를 질렀다.



집 안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다 팔아버려 가구도 없이 휑한 복도에 앉았다.


“세상아.. 내 인생 왜이래.. 재벌 회장으로 다시 환생해놓고..”



지독한 인간을 만나 재벌로 환생했으면서도 잠깐 즐겨보고는 갖고 있는 걸 모조리 빼앗겼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 환생할 수밖에 없잖아.”


꿈같은 짧은 날이었다. 그 회장 놈 때문에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매일 궁궐 같은 집에서 왕이나 먹을 법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 삶의 만족도는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활도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지독한 인간.. 그나마 환생 조건이 쉬우니까 다행이지 환생 조건마저 어려웠다면 그냥 할아버지의 몸에 갇힌 꼴이 될 뻔 했잖아.”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돈을 확보해야 했다. 은행에서 비밀번호 없이 찾을 수 있다는 5천 만원도 찾아야 했고, 곧 떠날 거기 때문에 옷도 많이 필요 없었다.



“옷도 다 팔아버리자. 회장이 입던 옷이니까 꽤 비쌀 거야.”


회장 놈한테 돈을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그 정도 돈이면 그래도 재시작하기에는 충분한 돈이다.


“지금 내가 단위가 너무 큰 재벌 돈 때문에 눈이 너무 높아진 거야. 충분히 큰돈이야. 욕심 부리지 말자.”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아는가?”



“회장 놈.. 차이가 뭐가 있어. 폐품 줍는 사람 옷을 입으면 폐품 입은 사람처럼 보이는데. 그냥 돈 좀 있는 거 말고 차이는 없어.”



“아닐세. 성공한 사람은 쉽게 포기하지 않지. 그리고 결국엔 길을 찾아내고 말지. 그래도 안 되면 길을 만들어 낸다네.”


“인생 설교는..”



“자 생각해보게. 내가 어떻게 소원을 빌어야 하는 입장에서 자네가 소원을 들어줘야 입장으로 바꾸어 버렸는지.”


“예.. 예 알겠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저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잔소리는 듣기 싫었다. 자기를 대단하다고 뽐내는 것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하하하. 그것 역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특징이지.”


“예.예. 잘 알겠습니다. 성공해서 좋겠습니다. 어차피 죽으면 다 똑같은 거 아닙니까? 그러네. 죽음 앞에는 똑같지. 성공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나.”



“저번에 만났을 때 자네 태도가 바뀌었었지. 아마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그러듯 쉽게 포기했던 거겠지.”



“예. 예. 회장님 말이 다 맞습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죽어서 아무 것도 못하시나? 어차피 죽으면 다 똑같아.”


“그래. 듣기 싫어하니 그만 하지. 그래서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텐가?”



기로에 선 순간이었다. 감정적으로는 내가 회장에게 한 방을 먹여주고 싶지만 그런다고 나에게 남는 건 없었다. 또 지금 아무 것도 없는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이상 어차피 환생은 해야 할 일이었다.



‘어차피 돈도 받지도 못하는 거 배짱이라도 부려보자.’



“안 듣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나도 막나갈 겁니다.”


“불쌍하네. 나는 육체도 없는 상태에서 협상을 통해 거래를 만들어 냈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해버리다니.”


“어차피 돈도 못 받는데 제가 위험을 감수해야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왜 못 받는가? 나는 살면서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네. 나 자신과의 약속까지도. 그게 내가 성공하고 성공을 잃지 않은 방법 중 하나야.”



“못 해요. 못해. 어떻게 믿어 말 뿐인데. 하다못해 월세 방을 계약하더라도 계약금은 거는데 최소한 믿을 수 있게끔 계약금 정도는 줘야죠.”



회장 놈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하면 계약금 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



“미안하네만.. 나는 절대 물건을 받기 전에는 값을 치르지 않네. 그게 내 원칙이네.”


죽어서 원칙이 무슨 소용이라고 회장 놈은 자동응답기처럼 그때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니 뭘 믿고.. 최소한 계약금은..”


회장 놈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노. 나는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계약을 깰지언정 내 원칙을 어겨가며 거래하지 않네.”


‘독한 인간.’


속으로 굉장히 고민했다. 소원을 들어준 순간 나는 돈을 받을 길이 없어진다는 걸 말해야 하는 지를.


‘어차피 지금 저 회장 놈 때문에 환생을 다시 해야 되는데..’


어찌 됐든 나는 환생을 해야 했기에 고민하다가 사실대로 지금 상황을 털어놓았다.


“날 속이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런가?”


“그러다니까요. 소원을 들어주면 끝이라니까. 돈을 받을 기회가 없어. 난 할아버지를 꿈에서 만나고 바로 다시 그 동굴에 켈베로스로 돌아간다니까.”



회장 놈에게 사실대로 털어놨다. 내가 왜 미리 돈을 받아야 하는 지를.


회장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떡거렸다.


‘불안하게 음흉한 미소를 짓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자유연재로 시작한 작품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16 47 0 -
45 45화 +2 20.12.16 28 1 12쪽
44 44화 20.12.14 21 0 11쪽
43 43화 20.12.12 22 0 12쪽
42 42화 20.12.11 21 0 11쪽
41 41화 20.12.10 25 0 11쪽
40 40화 20.12.09 25 0 11쪽
39 39화 20.12.08 32 0 11쪽
38 38화 20.12.07 27 1 11쪽
37 37화 20.12.06 25 2 11쪽
36 36화 20.12.05 28 0 11쪽
35 35화 20.12.04 29 0 12쪽
34 34화 20.12.03 26 0 11쪽
» 33화 20.12.02 46 1 11쪽
32 32화 20.12.01 32 1 11쪽
31 31화 20.11.30 57 1 11쪽
30 30화 20.11.29 81 0 11쪽
29 29화 20.11.28 34 0 11쪽
28 28화 20.11.27 37 0 11쪽
27 27화 20.11.26 32 0 12쪽
26 26화 20.11.25 40 0 11쪽
25 25화 20.11.24 33 0 11쪽
24 24화 20.11.23 34 0 12쪽
23 23화 20.11.22 37 0 11쪽
22 22화 20.11.22 50 0 11쪽
21 21화 20.11.21 51 1 11쪽
20 20화 20.11.21 70 1 11쪽
19 19화 20.11.20 50 1 12쪽
18 18화 20.11.19 50 1 12쪽
17 17화 20.11.18 53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