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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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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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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0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1.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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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화

DUMMY

‘왜.. 곰이 이름이 있어. 그리고 이름을 왜 말해.’


‘동해. 물과. 백두. 산이. 마르’


“나 곰곰인데. 네들은 이름이 뭐니?”


곰은 계속 자기이름을 밝히며 우리에게 통성명을 요청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고닳, 도록, 하느, 님이, 보우, 하사.’


혹시 속으로 곰의 이름을 외칠까 두려워 계속해서 애국가를 불렀다.


“곰곰. 나 곰곰. 곰곰이랑 말 안하면 곰곰이 지나갈래.”


“곰곰이 지나간다.”


“길을 비켜 곰곰이 지나가게~”


아무도 곰을 제지 하지 않았다. 나는 제지하려면 제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곰의 이름을 생각할 것 같아서 막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여태까지 단 하나의 생명도 통로를 지나가지 못했는데 만약 지나간 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하고.


물론 나는 여기에 묶여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궁금했다.


“곰곰~ 곰곰~”


인상 좋고 푸근한 아저씨 같은 곰은 노래를 부르며 아무런 피해도 없이 우리를 지나 뒤의 통로로 들어갔다.


곰 아저씨의 노래 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우리에게 멀어져 이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됐는데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별거 아니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털이 삐쭉삐쭉 서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등 뒤에서는 알 수 없는 흑막이 느껴졌다.


“누가 그냥 보내라고 했나!!!!”


동굴 전체가 울려 퍼지는 쩌렁쩌렁한 소리였다.


“깨갱 깨갱..”


입에서 절로 소리가 나왔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놈들도 같은 소리를 냈다.


그동안 내고 들었던 우리의 소리 중에 가장 온순한 소리였다. 소리를 낸 나도 귀를 찌르는 괴랄한 소리가 아니라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응? 왜!! 네들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들이냐!!!”



오금이 저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느껴졌다. 뒤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자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목숨을 취할 수 있다는 본능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놈들!! 네들 임무는 단 한 명도 이곳을 지나가지 못하게 지키는 것이거늘!!! 한 놈도 아니고 세 놈 모두 놓치다니!!!”


‘도깨비 일까?’


혼자서 뒤에 있는 인물의 생김새에 대해 상상했다. 굉장히 큰 덩치와 무시무시하게 흉악하게 생긴 얼굴 한 손에는 방망이를 그리고 머리에는 뿔이 달려 있을 것 같은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야 어울릴 것만 같았다.


“놓친 게 아니라 그냥 놓아준 거겠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어 차갑게 말했다. 고함을 치다 그렇게 말하니 더 소름이 끼치고 공포감이 느껴졌다.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 임무를 저버리다니. 네들이 선택할 기회를 줬는데 이렇게 나오니 어쩔 수 없구나. 무작위로 배정할 수밖에.”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누구를 선택할까.. 잘 보거라 네들이 선택할 기회를 줬는데 선택을 하지 않았으니 불평을 갖지 말거라. 선택하지 않는다고 피할 수 없으니.”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고는 번쩍 하더니 빨간 빛이 내 옆에 있는 놈의 머리를 감쌌다.


“하하하하하!! 잘 봐라!! 네들이 포기한다면 강제 배정될 뿐이다!!!”


호탕한 웃음소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뒤에 있는 거대한 무엇이 사라지자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긴장하고 있든 근육과 정신이 모두 동시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후우.. 후우..’


옆에 놈도 마찬가지로 짖을 힘도 없었는지 짖지도 않고 기진맥진 하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흐르고야 소모됐던 정신적 에너지와 신체적 에너지가 돌아왔다.


‘이거. 그래도 수확은 있어. 데이터를 또 얻었으니까.’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우리는 이 통로를 지키는 게이트 키퍼이다. 통로를 지나가지 못하게 사람들을 쫓아낸다.


환생을 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이다. 아니 어쩌면 그게 주된 방법인지도 모른다. 쫓아내지도 않고 환생도 하지 않아 통로를 지나가게 만든다면 무언가 거대한 게 와서 임의로 빨 간 빛을 쏜다.


빨간 빛이 감쌌다는 건 환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아마 셋 중 아무나에게 통로를 지나간 생물로 환생하게 된다는 소리이다.


‘그러면 무조건 통과시켜야지.’


환생하기 싫은 놈을 통과 시키면 확률이 1/3로 줄어든다. 그러니 환생하기 싫은 놈이 오면 그냥 통로를 통해 보내는 게 이득이다.


‘확률을 모르네. 보내는 게 이득인데 빛을 랜덤으로 맞을 까봐 무서워서 총대 메고 환생할 바보는 없지..’


“퀑퀑!! 퀑퀑퀑퀑!! 퀑퀑퀑퀑!!!”


“카챵챵챵챵!! 퀓웣웣웣워퀑퀑퀑!!”


사람이 들어와서 짖었다. 어차피 도망 칠 놈이라면 짖어서 쫓아내는 게 에너지도 아끼고 좋은 일이었다.


‘어차피 짖어서 도망칠 놈이라면 빨리 걸러내야지.’



나도 어느새 이놈들처럼 켈베로스 생활에 적응이 돼갔다. 처음 켈베로스가 됐을 때 이해가지 않던 행동들이 이제 전부 이해가 갔다.


짖어서 쫓고 위협해서 쫓고 어떻게 해도 쫄지 않고 굳건한 놈들만 기회를 갖는다.


‘그게 인생이지. 위험을 감수하고 배팅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지.’






“으... 이게 뭐야?”


살면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처음에는 강당 아니 호텔인 줄 알았다. 침대도 굉장히 컸고 방자체가 웬만한 집 크기였기에 당연히 별 5개짜리 스위트룸인 줄 알았다.


스위트룸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렇게 생겼을 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았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문을 열고나서였다.


“방.. 방이었다니. 웬만한 집 만한데 고작 저게 방이야?”


집은 으리으리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별세계에 온 기분이었다.



“와..”


넋을 놓고 집을 돌아다녔다. 입이 떡떡 벌어졌다.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통로의 벽은 유리로 되어 있었고 밖이 훤히 보였다.


전면이 이렇게 거대하게 뚫려 있으니 마치 한 편의 풍경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막힘없이 뚫려 있는 바깥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풀들과 나무들 그리고 호수도 보였다.


“골프장 같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부자로 환생하는 게 꿈이었는데 진짜 부자로 환생하게 되자 믿겨지지도 않았고,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집의 개념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집을 보자 압도당해버렸다.



“와..”


압도당할 정도의 집에 오니 내 감정도 전부 억눌려서 튀어나오지 않았다. 입에서는 계속 같은 감탄사만 나왔다.


“와..”


“집사인가? 이렇게 큰 집이니 집사겠지? 그건 그렇고 왜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지? 너무 넓어서 그런가?”


집이 너무 커서 돌아다니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유리로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와 이렇게 커다랗게 뚫어 놓으니까 진짜 장관이구나.. 풍경도 좋고. 진짜 TV에서 본 골프장 같네.”


넋 놓고 바깥의 풍경을 바라봤다.


“어?”


-쩍


갑자기 흰 물체가 날와 왔고 급하게 몸을 숙였다. 다행히 유리가 막아줬기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골프공이네?”


날아온 골프공에 의해서 유리에 금이 갔지만 유리가 깨지지는 않았다.


“이거 방탄유리야?”


단단하기로 유명한 골프공으로 창문이 깨지지 않는 걸로 봐서는 몇 겹으로 막아놓은 방탄유리 같았다.


“와 죽을 뻔 했네.”


죽을 뻔했다고 느끼자 이제 조금 나로 돌아왔다.


“아 튀어야 하나?”


집사인지 아니면 청소부인지 도무지 내 정체를 아직까지 종잡을 수 없었다.


집은 넓은데 사람이 없는 거 보면 별장 같은 건지도 모른다. 골프공이 날아온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거지인데 몰래 안 쓰는 집에 들어와 있는 거 아니야?”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가거나 숨을 새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왔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주위를 둘러 봤지만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나를 보고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회장님?’


혼자 있고 싶다고 하고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야호!!! 으라차!! 아자아자!!!”


드디어 폈다. 노가다꾼 못생긴 놈 그리고 심지어 개까지 겪었었는데 그 개고생을 드디어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니 날아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환생하게 된 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었나?”


이제 그 개의 이름까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소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소원을 들어주기 전에는 이름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야하는데 회장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고 내가 누군가로 환생하려고 이름을 외쳤던 기억도 없었다.


“이상해... 기억이 나야 하는데.. 아무렴 어때.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회장님인데. 드디어 내 인생 폈다!!!”


회장이다. 나는 회장이다. 이정도 규모의 집에서 산다면 적어도 천억은 넘는 부자다.


“소원 안 들어준다. 내가 소원을 들어줄 것 같아?”


절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드디어 기회가 손에 들어왔는데 스스로 포기할 만큼 나는 바보가 아니다.




재벌 2세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재벌 2세가 되었다. 라면 하나에 벌벌 떨던 나는 이제 없다. 실컷 먹고 실컷 즐길 거다.


“연예인을 만나볼까?”


재벌 2세정도면 최고의 미녀 연예인도 만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지. 그 못생긴 놈으로도.. 수.. 수연이.. 맞다. 수연이.”


하마터면 까먹을 뻔 했다. 수연이를.


“그래 신세 진 게 있으니 갚아줘야지. 이제 재벌 2세인데 내가 500만원을 빌렸나? 10배로 갚아주자.”


재벌 2세가 됐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수연이.. 수연이가 예쁘긴 한데.. 재벌 2세면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 우선은 돈으로 때우고 킵 해두자,”


4번. 4번 째 만에 초대박이 터졌다.


주먹을 쥐었다. 뒤늦게 설렘과 떨림 그리고 전율이 느껴졌다.


“좋아. 회장. 무슨 짓을 먼저 해볼까.. 스포츠카.. 스포츠카를 사자.”



재벌 2세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스포츠카. 그것도 뚜껑이 열리는.


뚜껑이 열리는 스포츠카를 타고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를 달린다. 상상만으로 짜릿해졌다.


“크크.. 그리고 야간 일 했던 곳에 가서 야간 일을 하자.”


더 소름 돋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배팅에 미쳐있던 시절 매일같이 하던 야간일. 그곳에는 나 같은 하루 벌어먹고 사는 하류인생들 밖에 없다.


거기서 다시 하류 인생들과 함께 막일을 한다.


“흐흐. 그런 다음에 일이 끝나고 억대의 스포츠카의 뚜껑을 딱 연 다음에 여유 있게 커피한잔 싹 입에 물고 그 많은 사람들을 향해 브이 자를 날려주면 흐흐..”


하루 꼴랑 몇 만원 주면서 목에 힘을 뻣뻣이 주는 관리자 놈들에게 아주 큰 거 한 방을 날려주는 거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으하하하하!! 그래 이게 인생이지. 우선 얼굴부터 봐볼까.”


환생 전 기억이 없어 얼굴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얼굴을 확인하려 방마다 문을 열었다.


“방이 너무 많네. 찾았다 화장실.”







“으아아아아!!!!!!!!!!!!!!!!!!”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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