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33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2.05 18:44
조회
28
추천
0
글자
11쪽

36화

DUMMY

돈을 코인으로 바꾸면서 약간의 가격변동은 예상했다. 하지만 이정도로 가격이 변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뭐야 이게.. 7억이 700만원이 됐잖아..”




“이런 젠장!!!!!!!!!!!!!!!!!”



이런 개 같은 일이.



“아들 왜 그래?”



“예? 아..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굉장히 걱정된다는 듯이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그래도 부족한 것 같아 대충 발가락을 침대에 찍혔다고 둘러댔다.


“알았어.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네.. 아니 응.”




이런 젠장. 말이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어쩌고 하면서 앞으로는 코인이 돈을 대체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돈이 혼자 다이어트를 해서 7억이 700만원이 된 단 말인가.



“미친... 이거 사기 아니야?”



혹시 사이트에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10분의 1토막이 나는 게 말이 되냐?”


황당했다. 그런데 더 둘러볼 것도 없었다. 이미 온갖 커뮤니티에서 코인하락은 한물 간 떡밥이었다. 그래도 코인 커뮤니티를 찾아가니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손을 털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대 의견이 안 보이는 건 다들 자포자기해서 손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적당히 떨어졌으면 버텨 보겠지만 떨어져도 너무 많이 떨어졌다.



“지금이라도 손 털자는 놈들도 진작 판 놈들이지.”


커뮤니티를 꺼버렸다. 손 털자는 놈들과 남의 불행을 놀리는 놈들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그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고, 마음에 위안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10토막이 나냐.”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몇 번을 다시 봐도 변함이 없었다.


“열 토막.. 맞나? 아니지 7억에서 7백이 됐으니까 백 토막.”



“이게 차세대 화폐냐? 미래의 돈을 대신한다며? 내가 멍청이지.”


차라리 돈으로 묻을 걸 하고 후회가 됐다. 5만원짜리 200장.


“천 만원만 묻었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갖게 ...”


“왜.. 내 코인만 100토막이 난거야.. 10토막만 됐어도 7천인데..”


쓰렸다. 웬만한 사람이었다면 7억이란 돈을 날린 순간 쓰리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수 옴 붙었네. 그래도 아직 나에게는 많은 인생들이 남아있어.”


“그런 철두철미한 재벌 노인네가 아니라 돈 좀 만지는 사람만 만나도.”


어차피 나에게는 앞으로도 수많은 기회가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원을 들어주거나 아예 소원을 들어줄 수 없게 만들어 다시 동굴로 돌아가면 된다.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규칙을 하나 더 알아냈다.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다시 동굴로 돌아간다는 것.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그런데..”


행복한 가정을 갖고 꽤 준수한 외모를 갖고 있는 이놈의 몸이라면 다시 돌아가는 건 좀 더 뒤로 미뤄두고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여차하면 다시 동굴로 돌아가서 다른 놈으로 환생하면 그만이야.”


그렇게 좋게 생각해보려 했지만 7억이 눈에 밟혔다. 그리고 피곤한데도 잠이 도망갈 만큼 마음이 너무 쓰렸다.


“좋게 생각하자. 그동안은 밑바닥 인생을 겪고 그 지독한 할배를 기점으로 이제 더 나은 사람으로 환생하기 시작했으니까.”















“아들. 일어나야지.”



“예? 아. 응..”


처음이다. 아니 오랜만이다. 누가 나를 깨운 건.



“왜?”



“피곤해? 일 나가야지.”



“일? 아.. 그렇지.”



회장 할배는 은퇴를 했는지 일을 나가지 않았다. 가끔 회사에서 찾아오기만 할뿐. 그때 생활이 몸에 익숙해졌다.



‘아.. 일...’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거울을 봤다.



“3.. 레벨이 안 올랐네.”


할배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해서 그런지 숫자가 그대로였다. 처음 놈에게 소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줬을 때는 숫자가 상승했는데.



“레벨. 소원을 들어주는 횟수. 소원을 들어주면 레벨이 상승하는 건가?”






“엄마. 내가.. 직장이 어디지? 이렇게 물어보면 이상하겠지?”



“마음도 적적한데 그냥 재낄까? 야 이놈아~ 네 이름은 뭐냐~~~”




어제 벗어놓은 양복을 뒤져 지갑을 꺼냈다.


“양복이 흙으로 다 더러워졌네. 양복입고 있는 줄도 몰랐네.”



지갑을 꺼내서 제일 먼저 돈부터 확인했다.


“20만원. 합격.”



“국축전. 볼수록 이상한 이름이네.”



처음 동굴에서 자기 이름을 말했을 때도 이상하게 생각했던 이름이다. 주민등록증을 보니 국축전 이라는 이름이 박혀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이다.


“나이는 34이고요. 보자.. 이 자식은 뭔 변호사들 명함이 이렇게 많아? 이혼이라도 했나?”



“변호사. 변호사. 이것도 변호사. 어?!”



확인한 명함을 하나씩 맨 뒤로 보냈다. 그러다가 다시 맨 뒤에 있던 명함을 앞으로 끌고 왔다.


“어?! 국... 국축전... 변호사???”



“변호사???”



“으하하하!!!”



“축전아 좋은 일 있어? 입이 귀에 걸렸네?”



“엄마.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야지.”



변호사다. 진짜 변호사가 됐다. 이번엔 가짜가 아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변호사님 어제 밤에 술 드셨어요?”


“어제 밤에? 술?”



‘어제 땅 팠는데..’


“아니. 왜?”



“아. 차를 안가지고 퇴근 하셔서 여쭤봤어요.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래 너도.”



일단 명함에 적혀있는 주소로 왔다. 이제 여기가 내 직장이다.


“차도 생겼네. 변호사가 가오가 있지.”





변호사의 삶을 만끽해보기도 전에 의자에 앉자마자 사무실 문이 두들겨졌다.



-똑똑



“들어와.”



“변호사님. 법률상담 있습니다.”




“법률상담? 다른 사람 없어?”



“사무장이 아니라 변호사님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상담을 받겠답니다.”



“그래?”


변호사면 어깨의 힘 빡주고 남들 내리깔아보며 우월감에 취해 살면 될 거라 생각했다.


‘아.. 변호사.. 법률 전문가. 난 아무 것도 모르는데.’




내 앞에 앉은 아줌마는 주절주절 자기 억울한 상황들을 풀어놨다.



‘30분에 6만원.. 장난 아니네. 1시간에 12만원이란 소리잖아. 12만원을 벌려면 몸 받쳐서 몇 시간씩 노가다를 했어야 하는데. 와..’



아줌마는 계속 주절주절 말했다. 나는 대충 아줌마가 한 말을 요약해서 인터넷에 검색했다.



‘여기에 다 있네.’



대충 아줌마를 위로해준 다음에 인터넷에 본 내용을 말해줬다.



그렇게 내가 번 돈은 12만원이었다.



“뭐야 껌이잖아.”




법률상담은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쉬웠다.


“이렇게 돈을 쉽게 벌어도 되나?”


어차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법률적 고민이란 이미 누군가 다 겪었던 고민이다. 그러니 인터넷에 이미 질문과 답이 전부 있었다.


“재판.. 그게 문제네.. 상담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거 같은데...”


대충 상담해주고 일을 맡기려고 하면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둘러댄 다음에 더 큰 곳에 가보라고 하자.


동네 병원에서도 대충 감기약이나 지어주고, 자기가 모르겠다 싶으면 며칠 보다가 큰 병원 가라고 하니. 마찬가지이다.


“그래.. 그게 서로 윈윈이지.”



“사무장 좀 불러봐.”




“변호사님 찾으셨다고?”


“아 예. 사무장 궁금한 게 있어서.”



반말을 하자 사무장의 표정이 변한 걸 보고 다시 존댓말로 바꿨다.


“사무장님. 그. 이건 제 변호사 친구이야기인데. 그 친구가 조금 다쳐서 재판을 할 수 없는 아니 그러니까 갑자기 법률적 기억을 잃어서 조금 곤란한 상황인데 이럴 땐 어떻게 합니까?”



제대로 정리도 안 된 말을 횡설수설하면서 사무장에게 물었다.



“그런 거라면. 사무장변호사로 활동하면 될 거 같은데요?”



“사무장 변호사요?”


“옙. 변호사가 거의 명의만 빌려주는 거랑 비슷합니다. 이런 말하기는 죄송하지만 변호사는 허수아비처럼 있고 사무장이 법률적인 일을 다 처리하는 게 사무장 변호사입니다.”



‘합리적이야. 저거라면..’



“아 그래요?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로 존재하는 군요. 페이는 그럼 어떻게 나누죠? 월급을 주나요?”



“방법이 많은데. 퍼센트를 정해서 수입을 나누거나, 사무장이 월급을 좀 많이 받는 다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변호사가 사무장한테 명의만 빌려주고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경우도 있죠.”



“정하기 나름이군요. 감사합니다. 아주 큰 도움이 됐네요.”



“아. 물론 그 친구한테요.”


“제가 아는 분 몇 분 소개시켜드릴까요?”


“일단 알겠습니다.”



변호사 생활은 즐거웠다. 책임감만 집어던진다면 인생이란 즐거운 것이다.


상담 오는 사람들은 대충 인터넷을 이용해서 대충대충 답변해줘도 된다. 어차피 상담을 하는 사람 자체가 법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만 답변해줘도 충분했다.


상담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선임한다. 내 설명이 부족하거나 지식이 없어서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나는 고객을 골라서 받는다. 사무장이 해결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문제라면 수임을 한다. 하지만 내가 관여해야하거나 조금 복잡한 사건이다 싶으면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핑계로 더 큰 로펌에 가보라며 돌려보낸다.



그냥 수임한 다음에 수임료만 받고 상대가 지던 말든 나몰라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정도까지 나쁜 놈은 아니다.


“꿀. 개꿀. 역시 전문직이 개꿀이다.”



비전문가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내가 무슨 개소리를 지껄여도 상대가 알 턱이 없고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문직의 강점은 돈을 쉽게 많이 번다는 것과 개인의 삶이 보장 된다는 것~”


물론 전문직의 삶이 모두 이렇지는 않다. 내가 당연히 가져야 할 전문직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다.



변호사의 삶은 너무 좋았다.


여유 있게 출근해서 대충 이빨 좀 털어주고, 일은 사무장에게 떠넘기고 하루를 때우다가 퇴근.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역시. 고난 끝에 행복이 오는 구나. 이제 퇴근하고 집에 가자~~~”


-똑똑


“어? 변호사님 퇴근하시게요?”



“오늘은 한 시간 먼저 퇴근할게.”


“손님이 변호사님을 뵙자고 하십니다.”



“나를?”



사무장에게 사무실을 맡기고 퇴근 하려고 했는데 불청객이 찾아왔다.



“예..”



“법률상담?”



“그건 아니고 변호사님을 좀 뵙자고.”



“내일 오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나가려다가 조금 기다렸다. 괜히 마주쳤다가 귀찮아지기가 싫었다.


-똑똑


“예.”


“변호사님.”


“갔어?”


“그게 아니라 변호사님을 꼭 만나야 된다고. 정말 변호사님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해드리겠다고..”


“중요한 이야기?”


“네. 제가 물어봤는데 꼭 변호사님에게 직접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하십니다.”



“가라고 해. 별 귀찮은 사람을 다 보겠네.”


“만약에 변호사님께서 거절하시면 동굴에 대해서 말하면 알아들으실 거라고 하십니다.”


“동굴?”


“예. 켈베로스에 대해 말하면 아실거라고..”



“켈베로스?”



“켈베로스라고 그랬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자유연재로 시작한 작품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16 47 0 -
45 45화 +2 20.12.16 30 1 12쪽
44 44화 20.12.14 22 0 11쪽
43 43화 20.12.12 22 0 12쪽
42 42화 20.12.11 22 0 11쪽
41 41화 20.12.10 25 0 11쪽
40 40화 20.12.09 27 0 11쪽
39 39화 20.12.08 32 0 11쪽
38 38화 20.12.07 27 1 11쪽
37 37화 20.12.06 25 2 11쪽
» 36화 20.12.05 29 0 11쪽
35 35화 20.12.04 29 0 12쪽
34 34화 20.12.03 26 0 11쪽
33 33화 20.12.02 47 1 11쪽
32 32화 20.12.01 33 1 11쪽
31 31화 20.11.30 57 1 11쪽
30 30화 20.11.29 81 0 11쪽
29 29화 20.11.28 34 0 11쪽
28 28화 20.11.27 38 0 11쪽
27 27화 20.11.26 33 0 12쪽
26 26화 20.11.25 42 0 11쪽
25 25화 20.11.24 33 0 11쪽
24 24화 20.11.23 35 0 12쪽
23 23화 20.11.22 37 0 11쪽
22 22화 20.11.22 50 0 11쪽
21 21화 20.11.21 51 1 11쪽
20 20화 20.11.21 71 1 11쪽
19 19화 20.11.20 50 1 12쪽
18 18화 20.11.19 50 1 12쪽
17 17화 20.11.18 54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