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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11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2.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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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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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화

DUMMY

수연이의 집 앞에 도착하자 기사는 도착했다고 말하고 잽싸게 내려 내 문을 열어줬다.


“다시 타게.”


“예?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여기에서 기다리게.”


“예. 회장님.”


수연이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운전기사와 나를 보필하는 집사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수연이 집으로 걸어갔다.


“잠시만. 저랑 옷을 바꿔 입겠습니까?”


“예?”


폐지를 줍고 있던 할아버지가 놀라 되물었다. 회장이랑 비슷한 연배로 보이지만 둘의 신분격차는 옷으로도 확연히 구분 가능했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의 꾀죄죄한 옷과 내가 입고 있던 명품 옷을 바꿔 입었다. 옷을 바꿔 입으니 회장도 영락없는 폐지 줍는 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었다.


“옷이 날개야.”


가슴이 두근거렸다. 할아버지의 몸이라서 그동안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세차게 가슴이 뛰었다.


“수연이가.. 가난한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물론 그 못생긴 놈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않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수연이가 가진 성격적 결함으로 거절하지 못해 외견적으로 사귀는 것처럼 보였던 것뿐이다.


“수연이가.. 가난한 할아버지의 말도 거절하지 못해서 데이트를 하게 될까?”


수연이 집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요동쳤다.


“키스.. 그래 키스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 시간이 급박해서 돈만 빌리고 끝냈지. 이 할아버지로 수연이와 키스를 할 수 있을까?”


내 초라한 행색을 보고 기가 죽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기운이 넘쳤다.



‘나도 이상한 놈이 다됐네..’



차 유리에 비친 나는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쳤다. 그동안의 몇 번의 인생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놨는지 비록 옷은 허름하지만 보통 인물이 아니게 느껴졌다.


“회장의 몸이라서 회장 포스가 남아 있는 건가?”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지만 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아까 폐지를 줍던 할아버지의 자세와 표정들을 떠올려 최대한 따라하려고 애썼다.


“좋아. 옷차림뿐만 아니라 전부 폐지 줍는 할아버지 같아.”


흡족했다. 재벌 회장님이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된다면 좌절을 넘어 절망해야 하는데 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나도 꼬일 대로 꼬인 놈이구나.”


더 못난 꼴로 수연이와 만날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흥분되고 묘한 감정이 흘렀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벨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낯선 중년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 누구세요?”


“수연이 좀 보러 왔습니다.”


“수.. 수연이요? 그런 사람은 없는데..”



나는 수연이의 생김새에 대해서 설명했다.


“아.. 저희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사람들 말씀하시나 보네요. 그 사람들 이민 갔다고 알고 있는데..”





나는 믿기지 않는 소리에 몇 번을 되물었다.


“이민? 이민이요?”



“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어디로.. 미국으로”


“어디지? 우루과이 아니지 파라과이라고 그랬나? 그렇게 유명한 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 알겠습니다.”






“이민.. 이민을 갔구나..”





“회장님! 무슨 일이 십니까?”




어느새 차 앞에 도착했고 내 행색을 본 집사가 놀라 달려왔다.



“됐어. 가서 입을 만한 옷 아니지 집으로 갑세.”



수연이를 만나 조금이나마 내 마음을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후.. 회장 놈..’








이제 포기다. 방법이 없다. 회장놈의 소원을 들어줘도 그 큰돈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회장 놈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그냥 할아버지일 뿐이라지만 그래도 큰 소비만 하지 못할 뿐 웬만한 대기업 직원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어.”


소비란 즐거운 것이란 걸 재벌이 되고 깨달았다. 돈이 많으니 필요도 없고 쓸모도 없는 비싼 물건들을 사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았다.


밥도 잘 나오고 대궐 같은 집이 있으니 아쉽지 않다.


“갈 때는 가더라도 나도 배짱 좀 부리자. 그 회장 놈이 기분 나쁘게 했던 만큼 갚아주는 거야.”


환생할 때 소원을 들어주면 된다. 하지만 돈은 어차피 받지 못하니 회장 놈의 속을 타게 만들자.


“어차피 돈도 안 받고 일하는 데 실컷 내가 하고 싶었던 데로 하자.”









“아직 멀었나? 미안한데 나는 시간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네.”



“아.. 예.. 그러믄입쬬. 그러면 시간이 갈수록 약속한 금액도 깎으시겠네요?”



회장 놈은 내 태도의 변화를 알아채고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말 좀 해보세요. 엉?




회장 놈은 아랑곳 않고 내 태도에는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200억”


“히엑!!! 200억!!!!”


“150억”



“예!! 150억”



“회장님..”



“아!! 뭐야? 더 놀려 줬어야 됐는데. 왜?”


꿈에서 회장 놈을 더 놀려줘야 했는데 집사 놈이 나를 깨웠다.



“회장님. 보고 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뭔 보고? 됐으니까 알아서 하라 그래.”


“중요한 일이라고..”


“아 귀찮게. 들어오라 그래.”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전무이사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각 계열사별 사람들이 들어와 자기소개를 하고 보고를 하고 내 의견을 물었다.



“그래 진행해.”


뭔 알 수 없는 단어들과 말들을 했다. 어련히 다들 알아서 했을까 싶었다. 사실 일이 잘 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이걸로 회장 놈 엿 먹일 수 있었으면 회사를 망가뜨렸을 텐데. 이게 바지 사징이지 뭐야... 돈도 못 쓰고.’



분했지만 그런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살만했다. 차도 있었고 맛있는 밥과 간식들도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웬만해선 전부 해결 됐다. 단지 사치를 부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래서는 답이 없는데.. 언젠가는 회장 놈 소원을 들어주기도 해야 하고..”



비자금을 만든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지금 남아있는 회장의 물건들을 판매하고 남은 돈들을 숨겨둬서 다음번에 환생했을 때 쓰면 그럭저럭 괜찮을 것이다.


“몇 백억은 아니더라도 꽤 돈이 나올 거야.”


집사에게 내 귀금속들이 어디 있는지 물었고 금고 속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단하네. 금고 속에 쳐 보관을 하고..”


우선 차고 있는 시계부터 팔려고 했다.


“15만원?”


이런 미친..


이미지 관리용인지 회장은 재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저렴한 물건을 차고 있었다.


“그놈의 비밀번호. 비싼 시계는 전부 금고에 있냐? 회장 놈아!!!”



회장은 아주 지독한 인간이었다. 누군가 자기 집에 침입할 거라는 걸 예견이라도 한 듯이 귀금속은커녕 돈도 찾을 수 없었다.


“전부 금고에 보관했겠지. 저 큰 금고랑 숨겨져 있는 금고들에...”


우선 차부터 팔려고 했지만 그것도 녹녹치 않았다.


“리스? 그게 뭔데? 파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못 받는다고?”


회장이 보유하고 잇던 차를 파는 일도 녹록치 않았다. 내가 카드를 긁어 산 스포츠카는 팔 수 있었지만 감가를 많이 먹었다.


“우선 그래도 목돈 확보..”



회장 놈은 철두철미했기에 훔쳐갈 수 없는 가구들 빼고 돈이 될 만한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가구.. 이 거 밖에 팔게 없네. 대단하다.”


회장 놈의 가구들을 팔았다. 내가 잠을 자야 할 침대 한 개와 TV 그리고 식탁 빼고는 모조리 팔아버렸다. 마음 같아선 집도 팔아버리고 싶었다.


“어차피 이 넓은 집에 방하나 쓰는데 뭘 이렇게 꽉꽉 채워놨냐.”


회장 놈은 귀금속은 꽁꽁 숨겨두고 몸에도 잘 차고 있지 않으면서 훔쳐가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 넓고 많은 방을 가구와 기구들로 가득 채웠다.


“회장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괜찮으니까 집 안에 있는 모든 걸 팔아. 헬스방 있잖아. 거기에 있는 머신, 기구까지 싹 다 팔아버려.”



“회장님. 최고급 물품들인 만큼 감가가 꽤 있을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시간을 더 두고 파신다면 어느 정도 방어가 되겠지만, 이렇게 급하게 파시면 감가가 심할 겁니다.”


“괜찮아 싹 다 팔아버려.”


회장 놈이 얼마나 돈을 아끼는 구두쇠였는지 집사는 물건을 팔라는데 감가를 걱정하고 있었다.


집사는 오히려 감가는 상관없으니 최대한 빨리 팔아 치우라는 명령에 놀랐다.



“이 수전노. 얼마나 돈을 아꼈으면 사람들 반응이 이러냐.”



비록 귀금속은 없었지만 이 넓은 집 안에 있는 헬스기구 까지 전부 팔아버리니 꽤 큰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7억 이 정도면 큰돈이기는 한데....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좀 부족하단 말이야.”



복권 1등에도 미치지 못한 돈이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 지독한 회장 놈이 아니었으면 그래도 꽤 큰돈을 만졌을 텐데.”


어쩔 수 없었다. 후회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


“이 돈을 어떻게 하지...”


은행에 통장을 만들어 넣자니 다른 사람으로 환생한 다음이 문제였다.


“입금은 쉬운데. 다른 사람으로 환생하면 뺄 수가 없으니..”



“이걸 그냥 땅에 묻어 놓을까?”



다른 사람에게 내 돈을 쉽게 전달할 방법을 떠올렸다. 떠오른 방법은 그냥 땅에 묻어 놓고 나중에 찾으러 가는 것밖에 없었다.


“내가 많은 돈을 벌어본 적도 없는데 그런 방법을 알 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에게 걸리지만 않는다면.. 누가 털어가지만 않으면 가장 완벽한 방법인데..”


“아이씨. 산 넘어 산이네.”


6억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몇 백억이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합리화를 했다.



“땅에 묻자.. 그 방법 밖에 없다.”



땅에 묻는 건 아무도 몰라야 한다. 기사가 알았다가는 기사를 때려 치고 이 돈을 훔쳐 달아날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돈을 먹고 튈 것이다.




문제는 땅부터 구하는 거였다. 개인 사유지가 아니라 누구나 드나들 수 있으면서 아무도 절대 파보지 않을 땅이 필요했다.


“아무도 파보지 않는 땅을 내가 파는 순간 의심을 살 텐데..”



진짜 돈을 숨기는 것도 넘겨주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아니 재벌 놈들은 그동안 어떻게 돈을 꼬불치는 거야?”



그렇게 한 참을 고민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의심도 사지 않게 땅을 팔 방법과 돈을 묻을 방법을.


“관에다가 돈을 넣고 묻어? 아니야. 재벌 조상의 산소면 누가 도굴하려고 할 수도 있고 접근하기도 어려울 거야..”



“아니면 개를 하나 잡아서 애완견 무덤을 만들어준다는 명목으로 산에... 아니야. 이것도 재벌 개니까 누가 파볼 거야..”



“아오!!!”


틀어놓은 뉴스에서 멘트가 흘러 나왔다.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탈세와 증여에 이용될 소지가 높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어?!! 저거.. 저거라면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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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20.12.02 4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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