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32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1.25 19:42
조회
41
추천
0
글자
11쪽

26화

DUMMY

망했다. 개의 몸으로 죽을 사람을 구해내라니. 의사소통도 통하지도 않아서 알릴 수도 없다. 위험하다고 짖어 봤자 그냥 성질 더러운 개로 볼 뿐이다.


“발로 안 걷어차이면 다행이지.”


“감사합니다.”


“그 아저씨가 누군데? 바다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누렁이는 그 아저씨에 대해 설명해줬다. 생김새와 옷차림새를 보고 어떻게 사람을 찾아 내냐고 누렁이를 닦달해 집 위치를 알아냈다.




“월월!! 월월월!!”



잠에서 깼다. 사람을 구하라니. 다시는 동물로 환생하지 않으리라.



호수.. 개.. 유일하게 잘해준 사람을 구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호수에 물을 뭍혀서 불을 끄는 이야기였나? 설마..’


일단 누렁이가 말한 집을 빨빨거리며 찾아다녔다. 집은 그게 그거처럼 보였다. 처음 들어갔던 집에서는 쫓겨났다.


‘집이 왜 다 비슷하게 생겼냐. 환생 한 번 하기 힘드네..’



“왈!!! 왈왈!!! 왈왈왈!!!”


일단 비슷한 집을 다 찾아다녔다. 개가 되니 집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개의 눈으로 바라보니 이집이 이집 같았다. 더군다나 본 적도 없이 설명으로만 집을 찾으려니 더욱 더 그랬다.


“왈!!! 왈왈!!! 왈왈왈!!!!!”


또 비슷한 집에 와서 짖었다. 계속 짖다보면 사람이 나왔고 인상착의를 확인했다.


‘어?!’


“어!! 누렁아!! 어? 어? 어디가!!”


무작정 달렸다.


‘잠깐만.. 옷 차람이나 행색은 누렁이가 말한 사람이 맞는데.. 나를 누렁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피 냄새를 맡고 불길하다고 여겨 그동안 도망쳤지만, 어쩌면 피 냄새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른다.


‘누렁이 말대로라면 좋은 사람일 텐데...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을 지도..’


도망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누렁아!!”



깡마른 몸을 가진 아저씨는 나를 반겼다. 하지만 여전히 몸에서는 피 냄새가 배어 나왔다. 도살자라는 생각이 들만큼 진한 피 냄새였다.


이 피 냄새나는 도살자와 함께 지냈다. 이 아저씨는 누렁이가 말했던 것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밥이라고 주는 건 다 쉬어빠진 음식물 쓰레기들이다. 도살자는 누렁이를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로 사용했다. 그렇다고 때리거나 학대를 가하지는 않았다.


그냥 딱히 돈도 안 들고 음식물을 처리해주니 데리고 사는 걸로 보였다. 누렁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을지 모르나 나는 절대 입도 대지 않았다. 배가 고프면 어김없이 편의점 앞으로 갔다.


나에게 늘 소세지를 주던 대학생은 그때 손을 물고 가버린 게 괘씸했는지 이제는 내게 소세지를 나눠주지 않고 보고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왈!! 왈왈!!! 왈왈왈!!”



본의 아니게 배은망덕한 짓을 한 걸 사과했지만 내 사과를 알아들을 리 없었다.


‘저런 놈을 왜 구하라는 거야..’


누렁이를 전혀 가족이나 친지처럼 생각하지 않는데 정말 바보 같다고 느꼈다.


‘개의 종족 특성인가. 주인을 섬기는.. 딱 봐도 이용해먹는 건데..’


도살자는 누렁이의 주인이 아니다. 누렁이를 위해 시간도 돈도 그 아무 것도 투자하지 않는다. 그냥 음식물 처리기로 쓰고 있을 뿐이다.


‘멍청하긴..’



“그래.. 몸도 허한데 조금만 더 크면 이제 개소주를 해먹을 수 있어.”


“수육으로 해먹는 게 더 괜찮지 않아?”


도살자는 내가 개라서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할 거로 여겨 마음껏 자신의 속내를 턱턱 말로 표현했다.


개소주. 역시 누렁이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순수하지 않았다. 음식물 처리기로 쓰다가 몸보신으로 쓸 요량이다.


‘개소주가 한약재랑 오랫동안 푹 고아서 뼈까지 녹이는 건가?’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고 튀었다가는 평생 개로 살아야 한다.


‘누렁이 이 멍청한 놈. 시간은커녕 정도 주지 않은 놈인데 뭐가 좋다고.’


개들은 이상하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잠깐만.. 처음에..’


처음 환생했을 때 딸이 친 딸이 아니란 걸 알려주고 소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다는 걸 말하니까 다시 켈베로스가 됐다. 그렇다면 누렁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다시 환생할 수 있다.








“누렁아!!”


“안녕하세요 누렁입니다.”



“누렁아 네가 구하려는 사람은 너를 아끼고 보살펴주는 게 아니야. 그저 음식물 처리기로 쓰다가 너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 소원은 성립을 안 해. 하하하. 미안! 난 다시 동굴로 돌아갈게.”


숨도 쉬지 않고 누렁이에게 사실을 전달했다.


“네? 제 소원은 다른 게 아니라 그냥 그 아저씨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달라는 게 제 소원인데요?”


“아니 네가 말한 거랑 다르다니까.”


“저를 아껴주는 아저씨를 구해주세요가 아니라 아저씨를 구해주세요가 제 소원이에요.”


“아니. 너를 죽이려고 한다니까!! 조금 지나면 너를 죽일 거라고!!”


누렁이를 눈을 껌뻑껌뻑하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전 이미 죽었는데요?”



“어?! 그건.. 이제 내가 누렁이니까.. 내가 죽잖아 임마!!!!”


소원이 자기를 아껴주는 아저씨를 살려 주세요. 였다면 아껴주지 않는 게 증명 된 순간 끝이었겠지만 누렁이의 소원은 아저씨를 살려주세요. 였다.


멍청한 놈이다. 이미 소원은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처음 소원을 바꿀 수 있다면 소세지를 먹고 누렁이를 만났을 때 켈베로스가 됐어야 했다.


“하.. 뭐 이런 걸 만나가지고..”


“왈 왈!! 왈왈왈!!!”



‘후... 최소한 어떻게 죽을지는 알려줘야지..’


아무런 정보도 없다. 그냥 죽는다니. 조금 마르긴 했지만 건강이 이상해보이지는 않았다.


‘설마 진짜 불이라도 나냐?’


“월월!! 월월!! 월월월!!!”


“왜 이렇게 짖어?”


혹시 밤에 불이 날까 밤에 잠도 자지 못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선잠을 잤다. 밤에는 불이 나지 않나 지켜봤고 조용해질 때쯤 계속 짖어서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월!! 월월!!! 월월월월!!!!”


“아이씨!! 그만 짖어!!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고 그래!!”


‘멀쩡하군.’


문이 열리고 도살자가 나왔을 때 튀었다. 도살자가 나오는 순간 항상 도망쳤다. 잡히지 않기 위해.


언제 개소주나 수육이 될 지 몰랐기에 잡히지 않으려고 튀었다. 도살자가 내 근처로 오기 전에 항상 거리를 벌렸다.


“어휴 저놈이 안하던 짓을!! 그 순하던 놈이 갑자기 왜 저래!! 빨리 잡아먹던가 해야지!!”


‘이런.. 저런 놈을 살려줘야 한다니..’


“월!! 월월!!! 왈왈!!! 월월월!!! 월!!”


“어휴!! 이씨!! 너 일루와!!!”


도살자는 손에 마늘 찧는 작은 절구를 들고 뛰쳐나왔다.


“너!! 이게 자꾸 엌!! 엌!!!!”


-쿵


도살자는 엌엌 소리를 내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이겼다!! 내가 이겼다!!! 이게 아니지.’


“월월!!! 왈왈왈!!!! 왈왈왈왈!!! 월월!!! 월월월!!! 월월!!!!”



아무리 짖어도 도살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함정일까 싶어 언제든지 튈 준비를 하면서 다가갔다. 함정은 아니었다.


‘아.. 어떻게 살리라고..’


“월월!!! 월월!!!! 월월월!!! 월월!!”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짖는 거 밖에 없어 계속 짖었다. 하지만 며칠 째 짖어 대서 사람들이 그러려니 했는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안 돼.. 죽으면 안돼!!’


도살자 몸 위에 올라가 심폐소생술을 하려고 가슴팍 위에서 점프를 뛰었다. 뛰었다 내렸다 했지만 가벼운 몸으로는 무리였다.


‘아!!! 안 돼!!!’



한 시가 급했다. 이 아저씨가 죽는 다면 나는 영영 개로 살아야 한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사람.. 사람을 불러오자.’



“월월!! 월월!!! 월월!!!”


“엄마야!!”


‘마음만 앞서서 너무 세게 짖었어.’



“월월!! 월월월!! 월월!!!”


“절루 안 가?”


발길질만 당했다. 아저씨는 무리다.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으로 갔다.


‘여기라면... 이제는 짖지 말자.’


곧 있으면 그 대학생이 올 시간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그 대학생이 나타났다. 칼 같은 사람. 딱 정각에.


마음은 급했지만 짖었다가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꼴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걸 알았기에 짖지 않았다. 대학생은 아직도 마음이 상했는지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대학생의 다리에 가서 머리를 비볐다. 대학생이 편의점에 나왔을 때 다리에 엉겨 붙어 계속 머리를 비볐다.


“그래 알았어.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대학생은 소세지를 까기 시작했다.


‘아.. 그게 아닌데.’


계속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응? 왜? 다른 거?”


머리를 비비다가 조금 걷고 대학생을 바라봤다. 대학생도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봤고 나는 다시 가서 머리를 비비고 자리를 옮기기를 반복했다.


“따라오라고?”


다행히 몇 번 만에 대학생은 내 마음을 알아챘고, 나는 대학생을 그 도살자의 집으로 이끌었다.


‘제발 살아 있어라. 제발..’


속으로 기도하며 집으로 향했다.


“어?! 괜찮으세요!!”


대학생은 휴대폰을 들고 119에 전화를 했다.


“월!!! 월월월!!! 월월월월!!!”


짖었다. 심폐소생술이라도 해보라고 짖었다. 대학생은 계속 쓰러져있는 도살자에게 괜찮은지만 물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직접 시범을 보였다. 도살자 가슴에 올라가서 몇 번 점프를 뛰고는 대학생을 향해 짖었다.


“월!!! 월월!! 월월!!! 월월월!!! 월월월월!!!”


‘심폐소생술 빨리해. 얘가 죽으면 나는 누렁이로 살아야 돼!!!’


급했다. 마지막 기회였다. 도살자가 죽는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영영 개로 살아가야한다.


“월!! 월월!!!”



대학생은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박자를 맞춰 짖어줬다.


“월월!! 월월!! 월월!! 월월!! 월월!!”


정말 세차게 짖었다. 대학생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숨도 안 쉬고 짖다보니 호흡이 가빠지고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다.


“고마워요.”


“누렁이!!”


“고맙습니다 소원을 들어줘서.”


“뭐?! 됐다!! 됐어!!!!”


누렁이의 몸은 조금씩 가루가 돼서 사라져갔다.


“누렁아 내 퀑퀑퀑!!! 퀑퀑퀑!! 쿼췅췅췅!!! 퀑퀑퀑”


‘됐다. 됐어!!!!’


이제 조건과 법칙을 모두 안 나에게 무서울 것은 없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개로 환생하나봐라.’




“곰 곰!! 난 곰이야~”


동굴의 정적을 깬 건 곰이었다. 곰이라니. 절대 곰으로 환생하지 말자.


‘호랑이랑 싸우기 뭐 이런 게 소원이려나?’


다른 놈들도 곰으로는 환생하기 싫은지 입을 다물었다. 나는 환생조건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수월했다. 다른 놈들을 놀려 주려고 짖어볼까 하다가 그냥 귀찮아서 그만뒀다.


‘난 이름만 안부르면 되니까.’


곰이 두리번거리는 걸 멈추고 우리를 보고 말했다.


“내 이름은 곰곰이야.”


‘이름이 무슨 어?! 이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자유연재로 시작한 작품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16 47 0 -
45 45화 +2 20.12.16 30 1 12쪽
44 44화 20.12.14 22 0 11쪽
43 43화 20.12.12 22 0 12쪽
42 42화 20.12.11 22 0 11쪽
41 41화 20.12.10 25 0 11쪽
40 40화 20.12.09 27 0 11쪽
39 39화 20.12.08 32 0 11쪽
38 38화 20.12.07 27 1 11쪽
37 37화 20.12.06 25 2 11쪽
36 36화 20.12.05 28 0 11쪽
35 35화 20.12.04 29 0 12쪽
34 34화 20.12.03 26 0 11쪽
33 33화 20.12.02 47 1 11쪽
32 32화 20.12.01 33 1 11쪽
31 31화 20.11.30 57 1 11쪽
30 30화 20.11.29 81 0 11쪽
29 29화 20.11.28 34 0 11쪽
28 28화 20.11.27 38 0 11쪽
27 27화 20.11.26 33 0 12쪽
» 26화 20.11.25 42 0 11쪽
25 25화 20.11.24 33 0 11쪽
24 24화 20.11.23 35 0 12쪽
23 23화 20.11.22 37 0 11쪽
22 22화 20.11.22 50 0 11쪽
21 21화 20.11.21 51 1 11쪽
20 20화 20.11.21 71 1 11쪽
19 19화 20.11.20 50 1 12쪽
18 18화 20.11.19 50 1 12쪽
17 17화 20.11.18 54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