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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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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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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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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금원방

DUMMY

※※※



“그래서 이번에는 잠시 회녕에 내려갔다 와야 할 것 같아.”


남궁세가 장원 끄트머리에 자리한 작은 전각 안. 백연과 단휘가 머무르는 숙소 안이었다. 벽을 타 넘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아래 침묵이 흘렀다.


백연은 왜인지 약간 죄지은 기분을 느끼며 시선을 슬쩍 들어 앞을 쳐다보았다.


팔짱을 낀 단휘가 그를 보며 턱을 톡톡 매만지고 있었다.


“왜 말 안했어.”


막 지금까지의 사정에 대해 설명을 마친 참이었다. 전날은 그가 피곤해하는 기색에 아무말 않던 사형은, 오늘 아침 그가 수련을 마치고 오자마자 대뜸 질문을 던졌다. 이쯤 되면 다친것을 걸리지 않은게 다행이라 해야 할까.


“그리고 다쳤다면서.”

“......아? 어디서 들은건데 그건?”

“당소하한테.”


백연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당소하와 단휘가 이렇게 친하게 붙어다닐 줄이야.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지금이 딱 그랬다.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그랬어. 그리고 확실하게 하고 싶었고.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있는 의심이 아니야.”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다음부턴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한숨을 내쉰 단휘가 다가와 백연의 몸을 살폈다.


“몸은 괜찮아?”

“좀 다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전력으로 적양공을 전개하지만 않으면 될 일이었다.


파괴적인 힘을 지닌 무공. 생사결을 치룰 상황에서는 꼭 꺼내야 하겠지만 당장은 그럴 일이 없다.


금원방에 내려가는 것도 싸움을 걸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백연 자신이 이룬 성취는 상당한 수준에 닿아 있었다. 현음공까지 얻으며 기파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야? 또 다쳐오면.”

“아니. 금원방은 위장을 하고 갈 생각이야.”


몸 전체를 스스로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은 기운을 숨기는 것의 기본이다. 세간에는 경지가 높은 이는 반드시 하수의 위장을 알아본다라는 이야기가 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만약 그랬다면 살수라는 업은 존재할 수가 없었을 테니.


반박귀진이라는 경지가 존재하는 것과 별개로, 기파와 기세를 숨기는 것은 스스로의 몸에 대한 섬세한 통제였다. 그리고 지금의 백연은 검왕 정도 되는 이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무인의 이목을 속일 자신이 있었다.


‘현음공을 만들기 전까지는 아니었지만.’


화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기운을 숨기는 일도 쉬워졌다. 때문에 백연은 말 그대로 금원방을 ‘방문’할 생각이었다.


“같이 갈 수 없는거야?”


백연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은 안돼. 하지만 혼자 움직이는건 이번까지야. 다음번은 아마 사형의 힘이 꼭 필요할테니까.”

“......그렇다면야. 그리고 이번에는 절대 다쳐오지 마라. 응? 네가 깜빡 잊었나본데, 돌아가서 장문인께 혼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단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단휘의 얼굴에 걱정이 잔뜩 묻어있어 백연은 웃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그러했다. 표정 변화가 적지만 대놓고 말로 하는 소홍과 반대의 성향에 있다 할까. 뭐가 되었든 좋았다. 본인을 아낀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계획이 있어?”

“당연하지. 완벽한 계획이야.”

“뭔데?”


사형의 물음에 몸을 돌린 백연이 구석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가져왔다. 어제 오후에 대회가 끝나고 미리 공수해둔 물건이었다.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짠.”

“......이거 맞아?”

“검왕이 봐도 속아넘어갈거야.”


그렇게 말하며 씩 웃는 백연의 손에는, 회색 장포 한벌과 커다란 죽립이 들려 있었다.



※※※



안휘 회녕. 며칠만에 다시 내려온 도시였다. 여전히 활기차고 시끄러운 것은 같았는데,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표정이 밝은데.’


길을 따라 죽 늘어선 사람들과 장사꾼들. 하나같이 얼굴이 전에 봤을적과 비교해도 밝아져 있다. 아마 얼마 전에 실시했던 사파 토벌의 여파이겠지.


쏟아져 들어오는 물류의 행렬이 길을 가득 채우고도 뒤로 몇 리에 걸쳐 이어져 있었다. 육로 상행이 그간 사파로 인해 많이 약탈당하며 위축되었다곤 들었었으나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여보게들, 내가 직접 눈으로 봤다니까?”

“어허. 말로는 누가 못 봤겠는가?”

“내가 얼마 전까지 숙주에 납품하러 갔던 것을 모르나? 거 머리를 열어 보여줄 수도 없고......”

“그래. 뭘 봤는지 말이나 해보게.”

“해하 언저리에 드넓은 평원이 있지? 멀리서도 똑똑히 보였네. 그 지평을 가득 채우며 하늘을 찢는 거대한 푸른 검이. 그 크기가 가히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 같더군. 검왕의 무공은 지천을 뒤흔든다더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 축소된 것이었어.”


한 객잔에 모여든 사내들이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담소를 나누는데, 그 내용이 귀를 잡아끌었다.


“엄청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았는데도, 그 푸른 빛을 보는 것 만으로 피부가 따끔따끔 해지더군. 검왕의 기세가 사방을 뒤덮는 것이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무인중 하나였어.”

“뭐야 이사람? 검왕을 직접 본 것도 아니구먼. 나는 무공은 몰라도 뇌룡을 직접 봤다네.”

“악가의 그 뇌룡을?”

“그래. 그 미모가 참으로......”


들리는 소리가 하나같이 검왕을 비롯한 후기지수들에 대한 찬양이었다. 일전 나섰던 사파 토벌. 그 효과가 확실했다. 실제로 상행의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남궁세가를 비롯한 정파 무인들에 대한 여론까지 좋아졌다.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검왕은.’


백연은 죽립을 지그시 잡아내렸다.


저 사람들의 말대로라 하면 토벌까지는 검왕이 저 정도 무공을 펼칠 수 있을만큼 멀쩡했다. 헌데 그 며칠 사이에 쓰러지다니. 남궁혁이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마기 중독을 급성으로 일으킬 방법이 있던가. 그것이 아니라면.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한건가.’


검왕을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을 일이었다.


백연은 가만히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움직이는 걸음이 거침이 없었는데, 이미 어디로 갈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걸음이었다.


회녕에 자리한 하오문 지부. 금원방이 담당하고 있는 이 지부의 위치는 이미 처음 회녕에 왔을 때부터 파악해두었다. 하오문에서 내분이 일어났다고 한들 하루아침에 사용하던 지부의 위치를 바꿀리는 없으니까.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던 백연이 걸음을 멈춰선 곳은 회녕에서도 거의 중심부에 자리한 거대한 건물이었다. 앞에 늘어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려입은 옷이 화려했다.


늘어진 비단과 몸을 치장하고 있는 장신구들이 한눈에 봐도 이곳이 돈이 흐르는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앞에 세워진 건물은 크기 뿐만 아니라 높이도 거대했는데, 왠만한 주루들은 비교도 안될 크기였다.


‘옥수의 백야주루도 컸는데. 이건......’


백야주루 몇개를 합쳐놓은 수준의 거대함이었다. 위로 층층이 쌓아올려진 건물의 한 가운데에 달린 현판조차도 거대한 크기였다.


그 현판의 위에는 고아한 필체로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금원전장(金員錢莊)]


하오문의 회녕지부. 겉으로는 전장으로 위장한 건물이었다.


물론 실제 전장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하루에 이곳에서 오가는 돈의 양이 짐작하기도 어려울 터.


전 무림을 아우르는 막대한 크기의 하오문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관리하고 움직인다. 금원방은 그 이름 그대로 하오문의 자금을 다루는 방인 것이다.


서안지부와는 달리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성화방에 의해 관리되는 서안지부는 암야서고라는 특수성과, 그 역할을 감안해 하령의 술법으로 모습을 감춰 놓았지만 이곳은 정반대였다.


신기한 모습이다.


그렇게 백연이 죽립을 들어올리고 한참동안 금원전장의 건물을 쳐다보던 그때였다.


“거, 좀 비키시오. 길 막지 말고!”


뒤에서 외치는 소리에 백연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편에서 커다란 수레가 줄줄이 이어져 들어오고 있었다. 수레 위로 가득 실린 상자가 커다랬는데, 안에서 금속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돈이나 금속을 취급하고 있는 듯 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백연이 옆으로 한걸음 물리자 수레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길게 이어지는 행렬이 끝이 없었다.


수레의 행렬이 자연스레 금원전장 옆으로 들어가고, 그 뒤를 따라 한 남자가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일 없으면 얼쩡거리지 말고 꺼지쇼.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닌......”


말하며 그를 지나치려던 남자가 고개를 천천히 돌려 백연의 모습을 다시 확인했다. 한쪽 귀가 뭉툭하게 잘려나간 남자였는데, 몸이 무공을 익힌 사람은 아닌 듯 했다. 잔뜩 찌푸리고 있는 얼굴이 불만이 많아 보이는 인상이었다.


헌데 지금 그 얼굴 위로 떠오른 것은 옅은 공포감이었다. 백연을 보며 남자가 목소리를 떨었다.


“그, 그, 당신.”


백연은 가만히 고개를 기울였다. 죽립의 끝을 눌러 밑으로 당겨 얼굴을 가리면서였다. 그 동작에 남자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사, 사, 상회에서 오셨소? 헌데 왜 여기로. 아니, 이럴게 아니라 안으로 드시지요!”


삽시간에 존대로 바뀐 남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반응으로 백연은 두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우선 저들은 그가 죽립의 사내와 전투한 것을 모른다. 죽립의 사내가 죽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만금장과 금원장은 확실한 거래가 있었다.


‘그것도 아마 만금장이 갑인 거래일 가능성이 높군.’


그를 무서워 하는 모습이나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고개를 숙이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백연은 목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의 손끝에서 옅은 내공의 흐름이 흘러나와 목을 건드렸다.


“안내해라.”


아직 변성이 오지 않은 목소리였기에 특별히 많은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 더 날카롭고 불쾌한 쇳소리가 섞이게끔 목에 내공을 불어넣자 죽립의 사내와 비슷한 목소리가 났다.


머릿속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미세하게 조정을 더하며 백연이 남자를 쳐다보았다.


“예, 예!”


허둥지둥 앞서 나가는 남자를 따라 백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금원전장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가자 한순간 시선이 살풋 쏠렸다가 이윽고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간다. 각기 바쁘게 움직이는 금원방의 사람들.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이쪽을 쳐다보지 않는 반응이 재빨랐다.


백연은 신경쓰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거대한 건물은 그 구획이 큼직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정문을 따라 이어진 안쪽에는 전장을 이용하러 온 일반적인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이 상회의 사람들인 듯했다. 간간히 무공을 익힌 무인도 존재했고.


‘외벽은 단단하네. 하지만 구역을 나눈 벽은 조금 다른데.’


다중으로 이어진 구조가 유사시에 특정한 형태로 부서지고 이어지게 만들어진 듯했다. 건물 내에서 전투가 일어날 것을 대비한 모습이다. 얼핏 서안지부의 미로같은 형태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이쪽입니다.”


남자의 안내를 따라 더 안쪽으로 걸음하자 점차 전장을 이용하러 온 손님들이 사라지고, 바삐 움직이는 금원방의 일원들만 가득했다.


빠르게 달려나가는 금원방도들의 품 가득 들린 주머니와 상자들. 짤랑이는 소리와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하나 하나 전부 돈이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가는 것이 전부 정해진대로 움직여 관리중인 것이었다.


‘신기하네.’


전장이란 것의 내부를 보는 것은 처음인데 굉장히 독특했다. 이만한 양의 돈과 물자를 다루면서 그 움직임에 오차가 없어 보인다. 여타 움직임이 마치 무공을 익힌 무인들과 같이 전문적이다. 다만 그것이 돈을 다루는 방법을 연습한 것일 뿐.


“여기 방으로......”


그렇게 한참을 돌아나가다 한곳에 멈춰선 남자가 문을 열었다. 안쪽에 자리한 방이었는데 내부의 장식이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딱히 다른 용도는 없이 손님을 맞이하는 방 같았다.


안으로 걸음한 백연은 가만히 벽의 한켠에 기대어 섰다. 그 모습에 남자가 안절부절하며 손을 매만졌다.


“편히 앉지 않으시고......?”

“......”


백연은 침묵으로 응수했다.


잠입, 타인의 행세를 하는 것. 전부 하나의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 있을때에는 굳이 많은 말을 해 상대의 의심을 살 필요가 없다. 본디 사람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고, 보고 싶은대로 보기 마련이니.


이윽고 손을 매만지던 남자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를 잔뜩 의식하는 눈치다.


“헌데 이리 빨리 다시 오시다니. 어떤 일로 오신 겁니까? 혹 남궁세가와의 거래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하신 건지......”


빨리 왔다라. 남자의 말에서 만금장과 금원방이 최근에 만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금원방도 만금장의 거래 내역을 알고 있다는 것도.


잠시 죽립을 매만지던 백연이 짧게 중얼거렸다.


“네가.”

“......예?”

“이곳의 지부장이라도 되나.”


그렇게 말하며 동시에 백연은 살기를 미미하게 풀어냈다.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워나가는 기운. 백연으로써가 아닌, 마도 검귀가 쌓은 살업이었다.


“아, 아닙니다! 당장 지부장님을......!”


남자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목덜미를 부여잡는 모습이 다급했다. 유형화된 살기가 그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무인도 아닌 평범한 금원방도로써는 대하기 어려운 기세.


백연은 잠시간 남자를 응시하며 살기를 끌어올리다 이윽고 뚝 끊어냈다.


후욱.


한순간에 방 안의 공기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갔다.


빠르게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백연은 방의 내부를 살폈다.


‘특이한데.’


벽에 다가간 백연이 그 위를 톡 쳤다. 그러자 안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벽의 안쪽에 공간이 있는 것이다. 이중으로 만들어진 벽이다. 미묘하게 잘 위장해두어 구분하기 쉽지 않았으나, 백연의 기감에는 잡혔다.


‘기관장치인가.’


유사시에 방 안에 들어온 사람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손님이 들어왔다 나가지 못하는 일도 꽤 있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백연은 비어있는 벽의 부분들을 대강 확인해 두었다. 만에 하나 공격당한다면 알고 회피하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이다.


방을 천천히 살핀 백연이 다시 자리로 돌아올때였다.


문 바깥에서 존재감이 느껴졌다. 강렬하고 묵직한 기운. 무공을 익힌 사람 특유의 내공 기파가 백연의 예민한 감각에 잡혔다.


‘......고수다. 칠룡보다 위. 하령보다는 아래.’


한순간에 파악을 끝낸 백연이 검파를 매만졌다. 바깥의 무인.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는데 기파를 숨길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기습은 아닌 듯 했다.


‘지부장이 이리 강할리가 없는데.’


서안지부는 성화방주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부에서는 그런 일은 없다 했다. 지부장은 평범한 수준의 무인이거나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인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밖의 무인은 명백히 그 수준을 넘어섰다.


백연은 천천히 기운을 가라앉혔다. 그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새어나가 틈을 주지 않게.


이윽고 방문이 벌컥 열리고.


“허허, 이거 만금장에서 어쩐일로 바쁜 걸음을 하셨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외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커다란 덩치의 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둥그스름한 팔뚝과 그 아래 굵은 손마디. 무지를 제외한 여덟개의 두툼한 손가락에 전부 은빛으로 빛나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몸 전체는 허리의 구분 없이 이어져 있는 듯 했는데 그 덩치가 엄청났다. 딱히 진각을 밟는 것도 아닌데 걸을때마다 바닥이 쿵쿵 울리는 것이 무게가 짐작이 갈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백연은 왜 이 사람이 기파를 숨기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숨길 생각도 없었겠지만, 못 숨기는 것이었다.


금실로 장식된 청색 장포를 두른 무인. 그 살집이 크다 못해 출렁거릴 지경이었다. 몸이 너무 비대한 나머지 그냥 움직이는 것조차 내공 기파로 신체를 강화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도 백연은 우스운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강하다.’


흘러내리는 기파가 강렬했다. 승리를 논하기 어려운 상대. 압도적인 기운이 사방을 지그시 내리누른다.


백연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지부장이 올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하하. 이 몸이 간만에 안휘를 찾은 터라 말이오. 방주된 몸으로써 만금장의 사절을 보지도 않고 돌려보낼 수 없지 않겠소?”


그렇게 말하며 씩 웃는 무인의 얼굴. 그러나 웃음이 눈에 닿고 있지가 않았다.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이 백연을 훑고 있었다.


“다리도 아프실텐데 앉아서 이야기 하는게 어떻겠소이까.”


백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묻는 것이 아니었다. 거부할 수 없는 통보. 눈앞의 무인의 정체는 확실했다. 지금 이 시점에 여기 있을거라 생각지 못한 인물.


하오문주 아래 일곱 방. 그중 금원방의 수장인, 금원방주(金員幫主)가 그를 쳐다보며 만면 가득 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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