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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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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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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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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용봉지회(2)

DUMMY

※※※



드넓은 연무장의 한 가운데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용봉지회에 참여한 무인들을 위해 마련된 연무장이다. 평시 항상 북적북적한 공간인데 지금은 수련하고 있는 무인이 거의 없었다. 사파 토벌 작전이 막 끝난 탓이었다. 무인들도 휴식을 취해야 했으니.


그러나 그것이 연무장에 사람이 적다는 뜻은 아니었다.


“구경꾼이 많네.”


백연이 연무장을 한번 슥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시선에 닿는 모든 곳에 삼삼오오 모여든 무인들이 있었다. 저마다 모여 속삭이고 있는 것이, 산책을 나온 양 편안해 보였다.


허나 그들의 눈동자가 이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여긴 올때마다 이런건가. 정파 무림의 무인들은 이런 식으로 교분을 쌓나보네.”


타인의 무학 수련. 공개된 연무장이긴 하지만 대놓고 지켜보는 것은 꽤나 실례인 행동이라 알고 있었는데. 정파 무림의 중심에서는 그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대놓고 자신이 무공을 연마하는 것을 보고 있는 모습이 그랬다.


“......너는 정말 자각이 없는건가?”

“응?”


옆을 보자 당소하가 이마를 짚고 있었다. 예의 또 그 한숨과 어이없음이 섞인 표정이었다.


“왜 또.”

“본래 이렇지 않다. 타인의 수련을 대놓고 지켜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야. 다만 네가 그 불문율을 어길 만큼 관심을 끌고 있는거다.”


눈치없는 놈아, 하고 덧붙이는 목소리를 흘러넘기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들이 지켜보든 말든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애시당초 공개된 연무장에서 무학을 펼치는데 본다 해서 예의가 아니라는 것도 웃긴 일이라 생각한다. 정 숨기고 싶으면 홀로 숲속에 박혀 연습해야 하지 않겠나.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금방 관심을 거둔 백연이 앞을 돌아보았다. 검을 비스듬히 걸친 단휘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좋아, 사형. 보여주고 싶다는게 뭐야?”


토벌에 가서 얻어낸 것이 있다 했다.


본디 실전은 무인의 실력 증진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다. 특히 그가 만들어낸 곤륜의 검은 그 기반이 실전검에 뿌리를 깊숙히 두고 있으니 더욱 그러할 터. 삼원검과 화신풍을 배운 사형이 실전에서 무엇을 터득했는지는 백연 자신도 궁금했다.


“사실 실전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화신풍과 삼원검. 활용 방법을 좀 오랫동안 고민해봤거든.”


단휘가 발끝으로 연무장 바닥을 툭툭 두들겼다. 어느새 그의 몸에서 풀려나온 운연동공의 기파가 연무장 바닥에 미미하게 깔린 먼지를 흩날리게 만들었다.


“화신풍 보법. 기본적으로 바람을 휘감아 내딛는데, 보법 여파가 허공에 잔존해. 맞지?”

“맞아.”


그 여파를 통해 술법진 비슷한 기예도 펼쳐낼 수 있었다. 공간을 장악하는 보법인 것이다. 영역을 이끌어낸다 해야 할까.


“그 여파를......아니다. 직접 보는게 낫겠지. 검 좀 받아줄래?”

“그래.”


백연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맑은 소리와 함께 뽑혀나온 여휘검이 오후의 햇살 아래 비스듬히 빛을 발했다.


눈앞의 사형이 천천히 숨을 가다듬는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비스듬하게 어깨 위로 걸친 검. 손잡이를 아래로 향하게 걸치고 있는 모습이 평범하지 않았다. 사형의 습관과도 같은 검을 매는 법.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무인은 저마다의 버릇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간다.”


짧게 중얼거린 단휘. 백연이 채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갑작스레 사방의 기파가 일어났다. 단휘의 발끝에서 풀려나온 화신풍 보법의 경파가 피부에 스치고, 다음 순간 그의 코앞에 도착한 단휘가 검을 뽑아 내치고 있었다.


카앙!


검이 부딪히며 허공에 불티가 날렸다. 그 속에서 백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보법 성취가.’


단휘 사형. 처음 화신풍을 연습할때부터 가장 빠르게 익혀낸 사람이다. 그 뒤로도 밤낮없이 보법을 연습하는 것을 보았다. 평소에 걸어다닐 때조차 화신풍 보법 구결대로 걸음을 걷고 있던 사람.


성취가 낮을 수가 없었다. 그를 증명하듯 한순간 움직인 단휘의 신형은 그의 눈으로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극한의 쾌(快)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움직임.


‘단순히 걸음만 빠른게 아니야.’


처음부터 돋보였던 단휘의 균형 감각. 신체 근골이 그리 파괴적이고 단단하지 못한 대신, 단휘에게는 천부적인 균형 감각이 존재했다. 팔다리가 길쭉하고 유연한 사형은 빠르게 보법을 내딛으면서도 몸의 균형이 결코 깨지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보법의 추진력이 전부 검의 파괴력으로 더해지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보법으로 내딛는 진각의 반동을 이용해 전신으로 검을 베어낸다. 그러면서 커진 동작은 재빠른 움직임과 균형 감각을 통해 약점이 아닌, 다음 공격의 단초로 활용하는 모습까지.


백연이 이야기 했던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잘 적용하고 있는 사형이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야?”


캉! 카앙!


연속해서 보법을 밟으며 검을 내치는 단휘의 공격. 어렵지 않게 받아내며 백연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것은 그가 만들어낸 화신풍과 삼원검에서 크게 벗어날 것이 없었다.


단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으니 뭔가 다른 것이 있을텐데.


그의 말에 단휘가 씩 웃는 것이 보였다.


“간다.”


짧은 선언.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단휘의 걸음이 살풋 달라졌다.


‘허공에 남은 기파가.’


문득 깨달았다. 삼원검의 검격 경파. 지금까지 연속으로 그를 공격해 들어오던 삼원검의 검격에 실린 기파가 아직 허공에 남아 있었다. 화신풍 보법의 이해를 검격에 적용한 듯 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한 무공에 대한 이해를 다른 무공에 실어 적용하는 것은 쉬이 하기 힘든 것이다. 그만큼 화신풍에 대한 단휘의 이해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검을 내치던 단휘가 공세를 거둬들이며 발을 내딛었다. 백연은 가만히 그 모습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어 펼쳐지는 화신풍 보법이 능란했는데, 한순간 주변에 펼쳐진 기파가 단휘의 몸으로 휘어들듯 겹쳐졌다.


‘저건.’


검으로 일으킨 기파. 허공에 남아있는 바람과도 같은 기파이니 검풍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단휘의 몸에 운연동공의 바람 뿐만이 아닌 검풍이 겹쳐들었다. 삼원검으로 펼쳐낸 경파 조각. 허공에 남긴 검흔을 모아낸 발걸음이 백연의 곁을 스치듯 지나갔다.


검풍을 갑옷처럼 몸에 휘감은 채였다.


“후아. 이런거야.”


그의 뒤편에서 멈춰선 단휘가 털썩 주저앉으며 씩 웃었다. 사형의 얼굴에 떠오른 기색이 더없이 신나 보였다.


“어때?”

“대단해.”


가감없는 감상이었다. 곁에서 보고 있던 당소하도 한마디 거들었다.


“곤륜파는 기재들만 모아놓는 장소인가보군.”

“녹림하고 싸우는데 야산에서 자꾸 암기가 날아오길래. 한번 시도해 본거야. 그런데 크게 효용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단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나 백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방금 단휘가 보여준 응용법.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탓이었다. 저렇게는 가벼운 암기를 걷어내는 정도밖에 안되겠지만, 아예 새로운 구결로 엮어낸다면.


‘검으로 엮어낸 갑옷.’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중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단초를 얻었다. 머릿속이 번뜩였다.


‘보법 경파만으론 부족하다. 하지만 사형이 보여준대로 검이라면.’


허공에 그어낸 검로. 그 경파를 오래 잔존하게 할 수 있다면 그의 마음대로 엮어 몸에 두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또 뭔가가 생각난거야?”

“응. 사형 덕분에.”


백연이 납검하며 주변을 살폈다.


방금 얻어낸 심득. 활용하려면 좀 더 있어야 한다. 운연동공의 바람으로 자아낸 검로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방어초로써의 활용도가 부족하다. 바람은 그 근본이 자유로운 탓이다. 한곳에 오래 붙잡아 두기가 어렵다. 보법에는 더없이 적합하나 그의 몸에 두를 갑주로 삼기에는 더 어울리는 것이 있었다.


‘화기는 아니야.’


불꽃은 자칫하면 그를 잡아먹을 힘이다. 적양공의 불꽃. 근래 꺼내기만 하면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이 위험해지고 있었다. 결국 남는 것은 하나였다.


‘수기.’


적양공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완성해야 옳았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내공운용법을 완성하는 것이, 그의 경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뭘 그리 고민하지?”


당소하의 물음에 답했다.


“그냥 이기는 것은 자신 있는데, 그걸로는 부족해.”


용봉지회의 우승. 입에 담긴 했지만 단순히 우승으로 충분할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상태 그대로도 다른 후기지수들을 꺾고 그 위에 오를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남궁산의 이목을 완벽하게 끌 수 없을 것이다. 당장 그의 무공 경지만 따지자면 검룡과 비슷한 정도였으니까.


더욱 뛰어난 것이 필요했다. 검왕의 시선을 완벽하게 끌어낼 수 있는 무공이.


하지만 아직이었다. 지난 이틀간 수기를 끌어내려 시도한 방법은 그다지 효용이 좋지 못했다.


현재 그의 몸속에 자리한 물의 기운은 화기의 씨앗을 감싸고 돌고 있었다. 하단전 부근에 감겨있는 물의 고리를 잘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을 몸 밖으로 끌어내고 증폭시키려는 시도는 번번히 실패했다. 워낙에 안정적이고 무거운 기운인 탓이었다.


‘회전하는 고리가 완벽히 균형을 이루고 있어.’


물의 고리 그 자체만으로 이미 균형이 충족된 것이다.


때문에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할 듯 싶었다. 그것이 지금 그가 연무장에 걸음한 이유중에 하나기도 했고.


“대련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실전이 필요했다. 검을 내치는 감각 속에서 항상 얻어내는 것이 많았다.


백연이 당소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에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발짝 물러났다.


“싫다.”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네가 잊어버렸나 본데, 나는 당가 무인이다. 독공을 사용할 수 없는 대련에서는 내 전력의 반을 봉인하고 임하는 것이나 다름없단 말이다. 그 상황에서 네 검을 정면으로 받아치려면 얼마나 집중해야 되는지 아나?”


단호한 거절에 백연이 턱을 매만졌다. 당장 독룡 정도의 무인이 아니라면 그의 검을 상대해줄 사람이 거의 없는데. 전력에 준하는 힘을 이끌어내 내치는 것을 받아줄 수가 없다면 의미가 부족했다.


“대회를 하면서 만들어 가야 하나.”


용봉지회가 당장 내일 시작이다. 그 속에서 차례차례 상대를 꺾으며 실력을 쌓는 것도 좋겠지. 구파와 오대세가의 자제들도 참여할테니 그들 중 하나랑 붙는다면 충분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백연이 걸음을 돌리려던 때였다.


“흐음?”


당소하가 의문이 담긴 목소리를 내었다.


갑자기 주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기색이 잘 느껴졌다.


“무슨 일이지.”


백연이 소란이 일어난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한걸음씩 물러나고, 그 사이로 움직이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음? 저놈이 왜.”


먼저 반응한 것은 당소하였다. 동시에 백연의 시선에도 소란을 일으킨 원인이 보였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키보다 커다란 창이었다. 비스듬히 어깨에 걸쳐 있었는데, 그 끄트머리가 머리 뒤편으로 한참 길게 뻗어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빨아들일 듯한 흑색으로 빛을 담아내는 창대가 그 재질이 통째 흑단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직후, 그 창을 든 무인의 모습이 보였다. 주루에서 한번 스치듯 보았던 무인의 외형. 가볍게 묶어내린 머리칼은 흑단목 창대보다도 훨씬 짙은 흑색이었고, 그 아래 자리한 얼굴은 고아하다는 말이 어울릴 법한 외모였다.


곁에 서 있던 당소하가 떨떠름한 목소리를 내었다.


“......뇌룡. 여긴 왜 갑자기?”


악가의 뇌룡.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토벌을 끝마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당소하의 목소리에 뇌룡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독룡 당소하를 알아본 듯 그녀의 눈이 잠시 동그랗게 커졌다.


“독룡? 이런데서 따로 보는 것은 간만이군요.”

“방금 토벌이 끝난 것 아닌가? 이 시간에 연무장을 찾을 줄이야.”


그에 그녀가 살풋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림으로 그린 듯 지어지는 미소에 주변에서 숨을 들이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인의 본분은 무공 연마지요. 하루도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는 좀 게을리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만.”

“검룡이 폐관에 들어갔다 들었는데, 가만히 멈춰 있을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창을 고쳐쥐며 당소하에게 물었다.


“당신도 여기 있는 것을 보니 무공을 연마하러 온 모양이군요. 간만에 한번 손 좀 나누지 않을렵니까? 대련 상대가 있으면 좋은데.”

“이놈이나 저놈이나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군.”


당소하가 질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갑자기 손을 뻗은 그가 백연의 어깨를 턱 붙잡았다. 가벼운 손길이 그를 끌어내 앞으로 내세웠다. 백연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당소하를 쳐다봤다.


“뭔데?”

“너희 둘이 대련해라. 딱 좋군. 나는 구경이나 할테니.”


그 말에 뇌룡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차분한 눈빛이 그를 응시했다. 더없이 정갈한 시선.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저 눈으로 지금 자신의 신체 상태를 가늠하고 있는 것이었다.


백연이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근맥이 짜여진 방향을 가늠했듯이.


“누구신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한참 그를 훑어보던 뇌룡이 입을 열었다.


“너는 세간의 소식에 관심이 없는거냐? 이놈이 암화다. 이름은 백연이라 하지.”


당소하의 핀잔 섞인 목소리에 그제서야 뇌룡이 아, 하고 입을 작게 벌렸다.


“들어봤습니다. 섬서에 나타난 신성.”

“그래. 둘다 무공에 미친 놈들이니 같이 연습하면 딱 좋겠군.”

“괜찮겠습니까?”


뇌룡이 그를 보며 물었다. 백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그렇잖아도 무공 수련을 하려고 했기에.”

“그러면 잘 부탁드리지요. 뇌룡 악예린이라 합니다.”



※※※



평시 수십에 달하는 무인이 수련하는 연무장. 지금 그 위에는 두 사람만이 서 있었다. 청강석으로 이루어진 바닥 위에 선 두 사람이 가만히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뇌룡 악예린.’


아는 정보가 적다. 단편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악가창을 배운 무인이라는 것과, 잘 짜여진 몸이 극한의 공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 뿐.


산동악가의 악가창법. 여러 갈래가 존재하는데, 그 중 가장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은 그 이름도 드높은 연환창식이다. 실제로 마주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 위명은 익히 들어본 바. 여타 창술과는 다르게 공세의 전개가 쉴새없이 내리치는 뇌전과 같다 들었다. 쾌속하고 파괴적이기 그지 없다고.


‘궁금한데.’


정식으로 짜여진 창법 무공을 상대 해보는 것은 드문 경험이다. 어떤 것일지 기대감이 돋았다.


“손대중으로 하지 않겠습니다. 괜찮은가요.”


그를 마주한 악예린이 물어왔다. 백연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것으로 대답이 충분하다 여겼는지 악예린이 창을 치켜들었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팔짱을 낀 당소하가 입을 열었다.


“비도가 저 벽에 박히면 시작이다.”


그가 소매에서 묵빛 비도를 꺼내들더니 빙글빙글 돌렸다. 여휘검을 뽑아든 백연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이번 대련, 단순히 적양공으로 맞상대하려 들면 안된다. 공격에 공격으로 맞받아치는 것을 벗어나 방어초를 엮어내야 할 시점. 이런 대련을 통해 강제로라도 그의 수기를 끌어낼 생각이었다.


다음 순간.


피잇-


당소하의 손에 들려있던 묵빛 비도가 한줄기 검은 선이 되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그 비도가 벽에 박히는 순간.


‘빠르다.’


악예린의 신형이 사라졌다. 쾌속의 극치에 달한 움직임. 한순간 이동하는 방향을 놓쳤다. 그러나 그것을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백연의 몸은 이미 기파를 일으키고 있었다. 한껏 끌어올린 바람의 기파가 허벅지의 근육을 지나 발뒤꿈치에 이르러 겹겹이 터져나왔다.


보법 화신풍. 일보의 끝자락을 앞으로 내딛지 않았다. 발끝을 바닥에 걸쳐 몸을 회전시키는 속도에 더했다. 보법 가속을 몸의 회전에 응용시킨 움직임이었다.


동시에 손에 들린 여휘검의 끝자락에 검격 경파가 거칠게 일었다. 삼원검이었다.


그 순간 그의 시야 가장자리에 흐릿한 인영이 비치고.


쩌엉-!


섬전처럼 대기를 찢어낸 창끝과 비스듬히 베어낸 검면이 허공에서 스쳤다.


한순간 놀람을 담은 악예린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초격(初擊). 동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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