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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님의 서재입니다.

전음으로죽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mrkwang
작품등록일 :
2005.05.20 19:27
최근연재일 :
2005.05.20 19:27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4,368
추천수 :
2,715
글자수 :
158,711

작성
05.05.14 00:22
조회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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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
11쪽

[전음으로 죽다] 6. 이것이 정말로 모든 것의 끝인가? (1)

DUMMY

- 턱.

"아우. 다 봤다."

[음공의 대성] 육 권을 덮으며 사마철이 말한다. 기지개도 한바탕 켜는 것이, 몸도 제법 뻐근한 모양이다. 오랜 시간동안 앉아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에 점잖게 앉아 졸던 독고광도 깨어난다. 밤은 깊고 할 건 없지만, 혼자 놔두고 어디 가기도 그랬다. 그래서 옆에 앉아 있다가, 깜박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별다르게 할 것도 없었으니, 그냥 자준 것이 오히려 좋았으리라.

"어떠냐?"

독서하는 옆에서 취침했던 것이 쑥스러웠던지, 독고광은 사마철을 보며 묻는다. 질문은 짤막했지만, 그 내용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쓸만한 정보 나왔냐는 뜻이겠지만.

"재밌었어요."

그럼에도 답은 참 뻔했다.

어느덧 날이 밝아오고 어두움이 사라져가고 있다.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서 이른 새벽이 된 것이다.

여전히 그들은 별다방에 있다. 놀랍게도 이곳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밤에 와본 적이 없어서 몰랐을 뿐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밤에 잠을 자는 법이지만, 어떤 이들은 반대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 동네는 무림맹 근처라, 별종들의 숫자가 조금 더 많다.

그런데 밤의 인간들이라고, 꼭 술을 먹거나 여자랑 놀아나라는 법은 없다. 그저 다도를 즐기거나 대화를 나누려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별다방은 심야에도 깔끔한 대화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연중무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게를 돌렸다. 그런 찻집이 흔치 않은 관계로, 야간 수입도 짭짤한 편이었다.

물론 아삼이 지금까지 깨어 있지는 않다. 그는 늦은 밤이 되었을 때, 야간 근무조와 인수인계를 마치고 들어갔다. 걸작인 것은, 새로 소개받은 점소이의 이름도 아삼이라는 것이다. 업소에서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이름으로 짐작되는데,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잠시 정숙했던 분위기를 밀어내며, 사마철이 말을 꺼낸다.

"그런데 전음 살인 같은 얘기는 없네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음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몇 번 나오지만 그걸로 사람 잡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악마성이 음공을 사용한 방식은 몇 십 명을 한번에 초토화시키는 방식이라서, 이쪽 사건과 연관짓기가 쉽지 않을 듯 싶더군요."

아까는 읽는 중이라 간단하게 '재밌다'로 맺었지만, 이제는 육 권까지 읽었으니 거기에 더 붙이는 것이리라.

독고광이 조금 인상을 쓴다.

다 읽으면 뭔가 밝혀질거라 여겼는데, 최소한의 작은 단서라도 보일 줄 알았건만, 결국 밤새며 읽은 결과는 '흥미진진한 무림 탐방기'에 불과했을 뿐이다. 사건의 해결은 좀 더 멀어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사마철이 말을 조금 늘인다.

"육 권 끝에서, 뭔가 발전의 기미가 보여요. 봉을 귀신처럼 쓰는 사람과 한 판 붙는데, 거기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완결은 칠 권이지."

사마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여태까지 읽은 여섯 권의 책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음공의 대성]은 총 일곱 권으로 되어 있다. 그들이 아직 읽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다는 거다.

마지막 권에서 악마성은, 또 다른 음공의 경지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특정인의 귀속에 내공을 퍼부어 죽이는 수법이 나올 지도 모른다.

완결을 봐야만 한다.

"그럼... 마지막 권 빌리러 가죠. 어제 저녁에 배달 온다고 했으니, 아마 지금쯤은 갖고 계실 겁니다. "

"괜찮겠냐?"

자지 않아도 되냐는 질문이다.

그나마 독고광은 졸기라도 했지만, 사마철은 쉬지도 않은 채 꼬박 샜다. 게다가 대충 곁눈질해보니, 묻어온 책들도 건드린 흔적이 있다. 겸사겸사 다른 책들도 훑어봤다는 거다. 피로가 제법 쌓였을 것이니, 좀 잔 후 돌아다니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얘기다.

그런 와중에서도, 취침중일지 모르는 제갈훈에 대한 염려는 없다. 사실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책 주인의 상태일텐데. 여기까지가 독고광이 할 수 있는 배려의 한계다.

피식 웃으며 사마철이 답한다.

"말씀 안 드렸나본데, 저희 동네에서는 제가 가장 덜 잤거든요. 아직 끄떡없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긴 한데...

"가자."

독고광은 간단하게 답한다.

설마 술 한잔에 쓰러졌듯, 이번에도 한 발짝 떼다가 골아 떨어지겠냐. 괜찮다고 씩씩하게 일어나는 애, 괜히 침대로 붙잡아 갈 필요는 없겠지. 눕힌 후 아기자기한 행위를 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사마철과 독고광은, 별다방을 나와 걸었다. 조금 걷다보니 제갈훈의 숙소가 나왔다. 별다방과 무림맹의 정문은 그리 멀지 않고, 그 입구에서 제갈훈의 숙소까지도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는 서서히 올라가며, 세상의 어두움을 지워주고 있다. 아직은 다소 부족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빛이 어두움을 완벽하게 이기리라. 음이 쇠하면 양이 성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계세요?"

지독할 만큼 간결하게 안부를 물은 사마철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제갈훈의 방으로 향한다. 차단진 같은 건 알지도 못한 덕분에, 옮기는 발걸음에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다.

- 드르륵.

그리고 문을 연 직후.

사마철과 독고광은 발견한다.


---------------------------------------------------


총관은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 적어도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밤마다 죽어나가지, 덕분에 처리해야 할 업무는 엄청나게 쌓여버렸지. 대충 써먹다 버리려고 한 놈들은 여러 가지로 상상을 초월하지, 게다가 시체들 치워줄 손노대도 모가지 뎅강 되셨지.

엄밀하게 따지자면, 두려움을 분실한 것이 아니라 그냥 무감각해진 것이다. 너무 많은 자극을 짧은 시간동안 몰아서 받았기 때문이다. 이거나 그거나 별 차이는 없겠지만.

더 이상 총관에게는 놀랄 일도 두려울 것도 없다. 더 이상 열도 받지 않는다. 어떤 몰상식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저 허허롭게 웃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거대괴수가 등장해 무림맹 건물을 밟고 가더라도, '안녕하세요. 좋은 날씨입니다.'라며 방긋 웃어줄 거 같기까지 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어제 남궁기가 갖다 준 천일취 먹은 것과, 오늘은 새로운 시체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는 것 정도?

먼동이 터서 어느덧 세상이 밝아진 이 시점까지, 헐레벌떡 뛰어오는 놈이 없다. 자다 깨버리는 것도 지겨워져서 아예 생으로 새버렸건만. 오히려 아무 일도 없으니 아쉬움까지 느껴질 정도다.

참으로 안녕한 하루구나. 범인도 오늘은 쉬는 모양이구나. 그래 매일매일 힘들게 일한다고 세상이 달라지냐. 이렇게 하루 정도는, 고분고분하게 넘어가는 맛도 있어야 좋은 거지. 고맙다 이놈아. 덕분에 오늘은 무사히 보냈다. 너도 푹 쉬고 내일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어지르고 다녀라.

말도 안 되는 격려까지 저 하늘로 던진 총관은, 이제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버틸 만큼 버텼으니 이제 자줘야 한다. 눈도 감고 머리도 쉬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의복을 벗어제낀 후, 완전체로 변신한 해님을 생까며 잠자리에 들려 하는 그 때.

- 타타닥.

"총관님! 큰일났습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복이 있다고, 오늘은 제대로 자본단 말인가. 그놈이 얼마나 독한데, 날 불쌍히 여겨서 사정을 봐주겠는가. 이제 또 처리하러 나가야 하는 구만.

생각과 달리 육체는 더욱 침상 속으로 파고들며, 못들은 척 이불을 푹 뒤집어 써버린다.

- 덜커덕.

문까지 열고 들어온다. 일대 위기다.

하지만 그 정도를 처리하지 못해서야, 총관의 자격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강의 수를 둔다.

"장총관 없다."

"아니 뻔히 계신데 무슨 말씀을..."

요즘 부쩍 수고가 많은, 야간 경비대 허조장이다. 그도 잠 설치면서 이리저리 바쁘겠지만, 그래봤자 총관의 노고보다는 덜하리라. 보고와 수습까지만 하면 될 뿐, 전체적인 총괄은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총관은 왠지 모를 억울함을 느낀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답한다.

"나는 잠 못 들어 죽은 귀신이다. 장총관이 아니다."

그러면서 옆으로 뒹굴.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빨리 보고 받으셔야 합니다."

"안 들려 안 들려."

아무도 믿지 않을 귀머거리 무사 행세까지 한 후.

"또 누구 죽은 거지? 일 없다. 난 지금부터 쓰러져 잘 거다. 너네끼리 알아서 초동조사 한 다음, 나 일어나면 알려줘라. 하암."

"그러지 말고 일어나십시오. 정말 큰일입니다!"

이제는 침대로 와서 몸을 흔들기까지 한다.

참을 만큼 참았다.

참고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 벌떡.

"도대체 왜 나만 갖고 그래! 누구 하나 자기 숙소에서 죽은 거, 귓속에서만 상흔 발견된 거. 아예 외우고 다닐 정도로 뻔한 얘기잖아! 그런 거 뒤처리는 나도 지긋지긋하니까, 너네들이 다 알아서 하고 사후보고나 해! 폐관수련한다고 짱 박힌 맹주나 툭 쓰러져 죽으면 그때 깨우란 말야아아아!"

이불을 걷어 헤치고 일어나 앉아, 총관은 허조장에게 마구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할 소리 못할 소리 모두 뱉어버리고 만다.

허조장의 기미가 이상하다. 욕먹었으니 주눅 들어 있던지, 아니면 꿋꿋하게 버티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총관이 아는 바로는, 이런 상황에서 지어야 할 표정은 저 둘 중 하나다.

그런데 허조장의 얼굴은, 의아함과 경악이 잘 뒤섞인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

이건 아닌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뭐가?"

마음 속 깊은 곳을 잠식하는 불안함을 뒤로하고, 총관이 허조장에게 되묻는다.

설마. 에이 그럴 리가 있나. 잠 못 자서 성질 부리느라 한 소린데, 아무리 말이 씨가 되더라도 그 정도까지 되겠어. 단지 의사소통이 조금 불확실해서 그럴 뿐이야.

긍정적으로, 밝고 맑게 세상을 보려는 총관에게.

"맹주님 돌아가신 거요."

- 쾅.

허조장이 제대로 강타를 날린다. 커다란 쇠뭉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기분이다.

"그것도 자살입니다. 유서까지 남기시고요."

- 콰쾅.

두 개다.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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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전음으로 죽다] 7. Ende gut, alles gut (3) <완결> +32 05.05.20 2,548 7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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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전음으로 죽다] 7. Ende gut, alles gut (1) +26 05.05.18 1,962 66 9쪽
29 [전음으로 죽다] 6. 이것이 정말로 모든 것의 끝인가? (4) +27 05.05.17 2,229 7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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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전음으로 죽다] 6. 이것이 정말로 모든 것의 끝인가? (2) +24 05.05.15 2,004 66 11쪽
» [전음으로 죽다] 6. 이것이 정말로 모든 것의 끝인가? (1) +20 05.05.14 1,935 65 11쪽
25 [전음으로 죽다] 5.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은가? (6) +33 05.05.13 2,033 74 12쪽
24 [전음으로 죽다] 5.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은가? (5) +28 05.05.12 1,955 77 9쪽
23 [전음으로 죽다] 5.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은가? (4) +23 05.05.11 2,107 74 9쪽
22 [전음으로 죽다] 5.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은가? (3) +24 05.05.09 2,038 72 8쪽
21 [전음으로 죽다] 5.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은가? (2) +20 05.05.08 2,104 73 12쪽
20 [전음으로 죽다] 5.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은가? (1) +26 05.05.07 2,188 76 11쪽
19 [전음으로 죽다] 4.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4) +27 05.05.06 2,243 8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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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음으로 죽다] 2. 세상의 이치란 어디에 있는가? (4) +27 05.04.25 3,054 87 10쪽
7 [전음으로 죽다] 2. 세상의 이치란 어디에 있는가? (3) +21 05.04.24 3,186 95 8쪽
6 [전음으로 죽다] 2. 세상의 이치란 어디에 있는가? (2) +30 05.04.22 3,565 90 11쪽
5 [전음으로 죽다] 2. 세상의 이치란 어디에 있는가? (1) +20 05.04.20 3,932 87 12쪽
4 [전음으로 죽다] 1. 돌고 도는 것은, 사람인가 세상인가? (3) +30 05.04.20 4,989 10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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