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1000억 인세 받는 월클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4.02.01 17:54
최근연재일 :
2024.04.08 19:05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24,122
추천수 :
253
글자수 :
709,985

작성
24.03.28 19:05
조회
30
추천
0
글자
12쪽

내가 누구라고? 내가 왜 나야?

DUMMY


 끊임없이 땅굴을 판다.

 조금씩, 조금씩.


 정별의 의념이 깊은 어둠 속으로 조금씩 침잠해 들어가기 시작한다.


 ‘난 쓰레기야. 난 정별 같은 놈이야.’


 역시 경력직은 다르다.

 땅굴도 파본 사람이 잘 판다.


 자세 잡고

 각 잡고


 ‘난 똥멍청이야.’


 자아 비난을 몇 번 반복하자 금세 어둠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우울한 얼굴에 텅 빈 동공을 한, 불행의 기운을 팍팍 뿌려 대는 흑별이 자신의 어둡고 깊은 내면에 들어섰다.


 “어서 와.”


 그런 흑별보다 더 우울해 보이고 기운 빠져 보이는 흑별인지 정별인지 모를 게 흑별을 반겼다.


 “이렇게 마주 보는 건 처음이네. 난...”

 “난 흑별이야.”


 누가 봐도 또 다른 정별이다.


 “아, 초장부터 말 끊네.”


 밖에서 들어온 인격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아, 말 좀 끊었다고 발작하기는.”

 “성격 더러운 게 꼭, 나 같네.”


 흑별 호소인의 부드럽지 못한 환영 인사에 살짝 심통이 났다.

 그래서 괜히 틱틱거려본다.


 적당히, 뭐 있는 척 허세도 좀 부려보고.

 마치 바쁜 사람인냥 괜히 빈 손목을 바라보며 빨리 가야 하는 것처럼 굴어본다.


 “아, 바쁜데 왜 부르고 그래?”


 그러나 통하지 않는다.


 “아, 바쁘긴 뭐가 바빠? 너 뒹굴뒹굴하다가 들어온 거 다 아는데.”


 자기 자신에게 허세는 통하지 않는 법이다.


 원래 개도 자기 집에서는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정별 본인의 내면세계이므로 원래대로라면 정별이 우위에 있어야 하지만


 그 집이 처음 들어가 보는 집이면 좀 낯설 수도 있지.

 게다가 여기는 이미 흑별이 자리 잡은 곳 아닌가.


 분명 자기가 주인인데 좀 밀리는 기분이다.


 '새끼가 말이야. 처음 보는데 핀잔주기 있기? 없기?'


 본인이지만 처음(?) 보는데 거참 야속하네.


 ‘속마음을 숨길 수 없으니 민망하네, 이거.’


 흠흠

 그래도 기죽지 말아야지.

 내가 나 자신에게 기죽으면 그게 뭐람?


 그래서 허파에 바람 넣고 당당하게 굴기로 했다.


 “아,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길래 불렀어?”


 흑별의 말에 흑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줌마 좀 같이 꺼내자. 지금 구덩이에 빠졌는데, 나 혼자 못 꺼내겠어.”


 흑별의 말에 흑별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림이 아주머니. 호들갑 떨 때부터 내 알아봤다.

 어쩐지 믿음이 안 가더라니.


 “저번에도 느꼈지만...”

 “좀 칠칠치 못한 거 같지?”

 “내 말이!”


 역시 동일 인물이다. 생각이 같다 보니 서로 죽이 잘 맞는다.

 어색한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데에는 역시 뒷담화가 최고다.


 “그러고 보니.”

 “너 좀 잘생긴 거 같다?”

 “이 새끼 아주 그냥”

 “마음에 쏙 드는데?”


 이심전심 놀이 너무 재미나요!

 꺄르르 꺄르르

 드디어 인생 친구를 만난 거 같아요!


 “하, 우리가 진작 만났어야 했는데.”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 것 같다.”


 당연하지. 내가 너고, 네가 난데.

 내가 지금 거울 보면서 잘생겼다고 자화자찬하는 거랑 뭐가 달라.


 “하아....”

 “하아....”


 거울 놀이를 하고 있다 보니 현타가 씨게 온다.

 내가 나랑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다.


 거울 보고 장난치는 거 같기도 하고.

 다 큰 어른이 뭐 하는 거야?


 에휴.

 에휴.


 서로가 서로를 보며 심란함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뱉는다.


 “가자...”

 “가자...”


 구덩이에 빠진 사람이 있다는 데, 아니 구덩이에 빠진 귀신이 있다는 데, 가서 구해는 줘야지. 다른 데도 아니고 내 내면에 있는 구덩이에 빠졌다는데, 내면의 주인으로서 그냥 방치하기에는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하다.


 “내 몸속에서 죽어서 썩으면 어떡하지?”

 “윽! 상상도 하지 마. 기억나? 옛날에 어렸을 때”

 “지렁이나 벌레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가 깜빡했던 거?”

 “으익! 상상도 하지 말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바지 주머니도 아니고 어쩌면 가슴, 어쩌면 뇌. 어쩌면 영혼 옆에서 예림이 죽어서 썩어갈지도 모른다.


 “오염되면 어떻게 하냐?”

 “그러게. 빨리 건져서 내다 버리자.”

 “에휴. 빙의는 무슨 빙의야...”

 “그러게. 환생이나 회귀 같은 거를 배웠어야지.”


 우리 둘은 또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속마음을 혼잣말하는 건지, 마음 잘 맞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에휴”

 “에휴”


 오늘따라 한숨 많이 쉬네.

 어차피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는 중인데, 생각해서 뭘 할까.

 그냥 움직이기나 하자.


 “가자.”

 “따라와.”


 둘은 심상의 길을 걸었다.

 그 길에는 그동안 정별이 살면서 겪었던 일들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사방에 널려있었다.


 다만, 자살 직전의 예술가가 술에 취해 그린 그림처럼 엉망인 작품들이 사방에 널려있다는 게 문제.


 엉망진창인 풍경에 여행자들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여기 왜 이러냐?”

 “에이. 알면서 뭘 물어.”


 정별은 미래만 보고 사는 남자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남자다.


 살다 보니 좋든 싫든, 지난 일을 금방 잊고 앞으로 할 일만 기억하고 몰두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과거를 떠올려봤자 좋은 일 보다는 상처가 더 많으니까.

 잊고 싶은 과거가 하도 많다 보니, 이제는 뇌가 과거의 일이라면 필터 없이 다 분쇄해 버리게 된 결과다.


 과거를 잊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의 과거 심상이 갈가리 찢겨 바닥을 구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와, 이거 무슨 심리치료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좀 받으러 가봐.”


 짜식. 남 일처럼 말하고 있어.

 짜쳐서 흘겨보았다. 똑같이 생긴 놈이 얄미워 보인다.


 “나 그런 센터 같은 데 가는 거 뭔가 좀 무섭더라.”

 “미친놈 판정받을까 봐?”

 “그렇지 뭐.”


 정별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래도 쉬운 길이 보이니 한번 물어나 보자.


 “그러니 나중에 네가 한번 가봐.”

 “내가?”

 “네가 나잖아.”

 “아, 귀찮게.”


 이 자식! 내가 지금 그런 데 가는 게 귀찮아서 너한테 시키는 거잖아요!

 너까지 귀찮아하면 어쩌라는 거냐.

 하여간 누굴 닮아서 저렇게 귀차니즘인지.


 “적어도 우리 둘 중 하나는 좀 성실해야 하는 거 아니냐?”

 “네가 성실하면 안 되냐?”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흑별은 문득 떠올렸다.


 “야! 흑별!”

 “왜! 정별!”


 살짝 짜증 난다.


 “내가 흑별 아니냐? 왜 네가 흑별이냐? 우리 왜 둘이나 있냐?”


 본인이 흑별이라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내면에 들어 있던 흑별에게 한 소리 해본다.


 ‘여기서 서열 정리하고 간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가 흑별이라 지금 정별 몸 차지하고 있는 거잖아. 근데 내 안에 왜 흑별이 또 있지?”


 상대방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후우...거기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새꺄. 전설 드립으로 넘어갈 생각 말고, 내가 흑별인 거 인정해. 너는 도대체 뭐야?”


 하아···

 한숨이 나오는 내면의 흑별. 그가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흑별이 맞거든. 그래서 막 이제 세상에 나가려 했거든?”

 “근데?”

 “그때가 병원에 있을 때였는데, 나가자마자 기자들한테 둘러싸인 거 기억해?”

 “응. 기억나지. 그때 정별 욕 엄청나게 했는데.”

 “나도 정별 욕 엄청나게 했어. 근데, 막 태어났는데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어쨌는데?”


 흑별 호소인은 머뭇거리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너한테 다시 바통터치하고 튀었어...”


 정별행동해버렸다.

 무서워서 튀었다고 한다.


 “그, 그럼 나는 뭔데?”

 “너야 정별이지.”


 ???


 “나, 흑별 아니야?”

 “아니야. 너 정별이야. 내가 다시 내면으로 들어가 버리니까 많이 당황스러웠나 봐. 그래서 갑자기 너 아닌 척하더라?”


 ???


 “이게 지금 무슨 소리지? 내가 정별이라는 거야?”

 “그래. 내가 흑별이고, 넌 정신 나가서 흑별인 척하는 정별이야.”

 “그게 뭔 개소리야?”


 상황은 그러했다.

 갓 태어난 흑별은 현실의 냉혹함에 탈주해버렸다. 제2의 인격이 탈주해버리자, 제1의 인격이 다시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와 버렸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미쳐 자신이 아닌 것처럼 스스로를 외면하고 말았던 것이다.


 “미안하다. 그런데, 네가 싼 똥은 네가 치워야지. 나한테 미루면 어떡하냐.”

 “내, 내가 정별이라니!”


 마치 자신이 고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심영과도 같은 심정의 정별이었다.


 “나, 그럼 인격이 분열된 게 아니라 미친 거였어?”

 “그, 원래 미쳤으니까 분열된 거 아닐까?”

 “내가 고자라니!”


 순서가 이상하지만, 어쨌든 놀라운 진실을 깨달은 정별이었다.

 현실을 깨달은 정별이 절규했다.


 “그, 그럼 바깥에 일어난 사태는 누가 감당하라고!”

 “...”


 정별이 간절한 눈빛으로 흑별을 바라보지만, 흑별은 땀을 흘리며 정별을 외면했다.


 “너, 내 새로운 인격이잖아. 그러면 막 내 몸을 빼앗고 세상에 나가고 싶지 않아?”


 정별의 말에 흑별은 무슨 해괴한 소리를 하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왜냐니...”


 그런 건 다중인격 캐릭터의 전형적인 클리셰잖아.

 네가 안 하면 누가 하니?


 하지만 흑별은 팩트 폭행으로 정별의 가슴에 비수를 박았다.


 “내가 나가면 네가 이 안에서 달달한 공상이나 하면서 꿀 빨고 놀게 뻔한데 내가 왜 나가냐?”


 와. 어떻게 알았지?


 “와, 의리 없는 자식!”


 양의신공으로 인생 치트키 좀 써보겠다는데 그게 안 통하네.

 아주 그냥 내 속을 들여다본 것 같네.


 흑별은 혀를 찼다.


 “게다가 지금 나가면 숭이 누나 팬들한테 찢길걸?”

 “아! 맞다!”


 이놈 이거, 지금 무서워서 못 나가는 거구만?


 “난 죽기 싫어. 너나 죽어.”

 “야! 내가 죽으면 너도 죽어!”


 씨익 씨익.

 서로 더 편하겠다고, 서로 더 게으르겠다고 상대를 몰아붙인다.


 이래서 도플갱어를 만나면 하나는 죽는다고 하는 건가?

 뭔가 얄밉다. 짜증 난다.


 “내가 이렇게 짜증 나는 캐릭터였나?”

 “호오. 자아 성찰 중이신가?”

 “뭔 새로운 인격이 이렇게 게을러? 부지런하게 본체의 몸을 빼앗지 못해?”

 “안 해! 절대 안 해! 이 안이 얼마나 편한데! 나가봤자 고생만 하지!”

 “맞아! 나가면 고생만 해! 그러니까 너도 좀 나가! 내가 힘드니까 네가 탄생한 거 아니냐! 그러니 네 본분을 다하라고!”


 정별이 악다구니를 쓰자 흑별이 인상을 찌푸렸다.


 “야! 난 너의 어두운 부분이야!”

 “알아!”

 “그래서 난 너의 게으른 부분도 가지고 있다고.”

 “아!”


 큰 깨달음이 있었어요.


 “응. 수고. 절대 안 나감. 여기서 평생 행복하게 게으름 부릴 거임. 고생 혼자 잘해. 열심히 일해서 나 먹여 살리는 거 잊지 말고.”

 “와...이, 환타스틱 베이비를 어떻게 하지?”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지?

 그럴 거면 왜 태어난 거야?


 어두운 인격이면 어두운 인격답게 적극적으로 육체의 통제권을 빼앗아서 세상을 어지럽힐 계획을 세우고 그래야지, 뭐 이리 게으른 놈이 다 있담?


 마치 나 같네.

 짜증 나게.


 “야비한 놈.”

 “응. 셀프 디스 오지구요.”


 제길! 욕이 통하질 않아!

 무지개 반사 열받네. 진짜!


 얄미운 놈과 티격태격하다 보니 어느새 심상의 벽에 도착했다.

 잘 지은 성을 보며 정별은 감탄을 내뱉었다.


 “와. 이거 짓느라 고생 좀 했겠네? 공구리 수준 보소.”


 전문가가 보면 다르다.

 누가 작업했는지 모르지만, 빈틈없이 튼튼하게 잘 지은 성벽이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넌 뭘 숨길 게 있다고 이렇게 벽을 치고 살았냐?”

 “사나이 정별. 비밀이 많은 신비한 남자지.”

 “응. 그냥 방구석 찐따.”


 티격태격

 썩을 썩을 죽어! 죽어!


 거대한 성문을 열고 나니 보이는 건 웅장한 성 따위가 아니었다.

 텅 비었다.


 “모래는 누가 다 퍼갔냐?”

 “쟤가.”


 흑별은 모래 구덩이 한 가운데를 가리켰다.

 거대한 구덩이 저 멀리 가운데에 뭔가 꽂혀 있었다.


 “저게...”


 뭐긴 뭐야.


 “아줌마의 묘지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000억 인세 받는 월클 작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 몽몽이 입니다 24.04.09 33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공지 24.03.19 11 0 -
공지 연참 알림 공지 24.02.22 46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24.02.06 66 0 -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 몽몽이 입니다. 24.02.01 248 0 -
124 살려주세요... 24.04.08 15 0 14쪽
123 예림. 이 땅에 강림. 24.04.05 19 0 14쪽
122 살려주세요 24.04.04 17 0 13쪽
121 정별! 어셈블! 24.04.03 19 0 13쪽
120 정별을 둘러싼 세상은 24.04.02 21 0 13쪽
119 괴수대전? 24.04.01 26 0 13쪽
118 개미귀신아 안녕? 24.03.29 28 0 12쪽
» 내가 누구라고? 내가 왜 나야? 24.03.28 31 0 12쪽
116 숨 참고 러브 다이브 24.03.27 29 0 13쪽
115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24.03.26 30 0 12쪽
114 사랑의 카운슬러 24.03.25 30 0 13쪽
113 달디단 팥양갱 24.03.22 31 0 12쪽
112 회귀하고 싶다 24.03.21 30 0 12쪽
111 아 내가 정별이 아닌데, 세상이 나를 억까하네 24.03.20 34 0 12쪽
110 탈출! 24.03.19 36 0 11쪽
109 birth of dark star 24.03.18 41 0 14쪽
108 새로운 탄생 24.03.17 47 0 13쪽
107 음주 사고 24.03.16 54 0 12쪽
106 음주 데이트의 결말은 24.03.15 52 0 14쪽
105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24.03.14 53 0 13쪽
104 극장 데이트 24.03.13 46 0 12쪽
103 동상이몽 24.03.12 48 0 12쪽
102 이건, 데이트? 24.03.11 49 0 13쪽
101 홍보요정 정별 24.03.10 53 0 13쪽
100 솔직히 좀 지렸습니다 24.03.09 52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