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1000억 인세 받는 월클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4.02.01 17:54
최근연재일 :
2024.04.08 19:05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24,221
추천수 :
253
글자수 :
709,985

작성
24.03.26 19:05
조회
30
추천
0
글자
12쪽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DUMMY


 “아이고, 무슨 일 있는가?”


 ???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등장에 예림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살폈다.


 “누구세요?”


 고개를 들었으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응?”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예림을 보고는, 상대는 쯧쯧 혀를 찼다.


 “밑이여. 여기 밑을 봐.”

 “네?”


 과연.

 목소리의 주인은 예림의 밑에 있었다.


 뱀이었다.


 “꺄아아악!”


 갑작스러운 뱀의 등장에 놀란 예림은


 콱콱콱콱!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꾸엑! 꾸엑! 꾸엑! 꾸엑!”


 사정없이 뱀을 짓밟았고


 “사, 살려줘. 살려줘!”


 사정없이 짓밟힌 뱀은 넝마가 된 몸을 간신히 움직이며 예림의 발길질을 피해 바닥을 기었다.


 “나, 나는 나쁜 뱀이 아니여.”


 밤탱이가 된 눈으로 뱀은 예림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전통 혼령 향우회>에서 온 구렁이여.”


 그게 뭐야. 무서워. 사이비종교 같아.


 “뱀이 말을 해.”


 지는 귀신이면서.

 뱀은 억울한 마음에 쭈뼛거렸다.


 “처자가 하도 서럽게 울어서 이웃에서 항의가 들어왔어.”


 그게 뭔 개소리야?

 층간소음도 아니고 이게 뭐람.


 “제가요? 그런데 여기 이웃이 있다고요?”


 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저기 고개 하나씩 넘어가면 다 자리 잡은 양반투성인 걸.”


 처음 듣는 정보였다.

 어차피 건물에 묶여 사는 지박령인 예림으로서는 만나러 갈 수도 없는 영혼들이기도 하지만.


 “그 양반들이 자네가 시끄럽다고 하도 하소연해서 내가 대신 왔어. 대체 왜 그렇게 서럽게 울고 있었는가?”


 비록 구렁이였지만 예림으로서는 오랜만에 마음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난 경우였다.


 “흑흑. 구렁이 아저씨.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같은 편(?)을 만난 기쁨에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했다.


 “아니 저런! 그럴 수가! 세상에 그런 놈이! 아니, 그런 일을 당했어? 목하고 허리는 좀 괜찮은가? 아이고, 젊은 처자가 불쌍해서 어째.”


 그는 좋은 리스너였다.

 풍부한 리액션으로 예림의 말을 다 들어준 그는 예림에게 선물을 주었다.


 “내가 좋은 거 가르쳐줄 테니까 하나 배워둬.”

 “뭔데요?”


 구렁이는 긴 몸을 흔들며 예림의 목을 칭칭 감았다.


 “자, 느껴봐. 이게 감각적으로 해야 하거든?”

 “지, 징그러워요!”

 “거참, 듣는 뱀 섭섭하게. 이거 좋은 거야. 어서 따라 해봐.”


 뱀의 특훈으로 예림은 자신의 목을 구렁이처럼 길게 뻗어 목표를 휘감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옳거니. 제법 재능이 있구만. 그렇지 잘하고 있어. 목을 쭉 뺐으면 그대로 감아서 조여!”

 “이렇게요?”


 한동안 특훈이 있었다.


 “범인은 다시 현장에 돌아오는 법이야. 언제고 자네를 괴롭힌 처자가 나타나면, 그때는 또 당하지 말고 이걸로 서브미션을 걸어. 관절 쓰는 것도 아니어서 풀기도 어려울 거야.”


 대 숭이 전략으로 관절 없는 관절기를 배운 예림이었다.


 “이거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금세 침울해졌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안 돌아오면 어떡하죠?”


 흠.

 뱀은 예림과 함께 잠시 고민했다.


 예림은 지박령 출신이라 상대가 이곳에 오지 않으면 적을 만나러 갈 길이 없다.

 상대가 오지 않는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다. 

 직접 찾으러 가는 거다.


 “그렇다면 이동기가 필요한데.”


 흠.

 꼬리와 몸통으로 팔짱 끼는 자세 비슷하게 한 구렁이 아저씨는 곰곰이 생각했다.


 “지박령이라 훌쩍 떠날 수도 없고.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구렁이 아저씨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두 개 알려줄게. 잘 배워봐.”

 “고마워요!”


 예림은 배우는 자세가 좋은 학생이었다.

 학생의 열의에 감동한 구렁이 선생은 성실하게 예림을 지도했다.


 “일단, 근처에 사람이 오길 기다려야 해.”

 “사람이요?”


 구렁이 선생이 가르쳐준 첫 번째 방법은 ‘빙의’였다.


 “심력이 약한 양반에 얹혀서 이동하는 거지.”


 문제가 있다. 예림은 지박령이라 단순히 어깨 위에 얹혀서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자네가 올라타려면 ‘빙의’밖에는 방법이 없어.”

 “빙의라...”


 누가 나타나면 놀라게 한다.

 놀라서 심력이 흐트러지면 그사이에 혼을 잡아먹고 육체를 빼앗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러면 업보를 많이 쌓아서 악령이 될지도 몰라.”

 “악령이라...”


 예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악령. 그딴 거 알빠노.

 어차피 평생을 초보 지박령으로 살아왔던 예림이다.


 악령으로 전직하던, 수호 산신령으로 전직하던, 예림으로서는 구렁이를 만나기 전에는 전직 테크트리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할게요. 악령. 괜찮아요.”


 구렁이는 혀를 찼다.


 “나중에 선과 악의 대결에서 악의 편을 들어야 할 게야.”


 악의 편이라니. 제법 섬뜩한 소리였다.


 “그러면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구렁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선한 편이 너무 적어서 문제지. 요즘 다들 악한 편에 붙었거든. 물론 공격기나 메즈기 이런게 악한 쪽이 좋기는 한데, 너무 한쪽으로 기울면 게임이 안 되잖아.”


 뭔 소리야 그게?


 “선과 악의 균형이 어그러진다는 말씀인가요?”

 “응. 베팅을 해야 하는데 누가 선한 편에 걸겠어? 그래서 요즘은 다들 안 싸워.”


 지금 장난해? 베팅이 문제야?


 “그거 말고 다른 페널티는 없나요?”


 구렁이는 곰곰이 생각하다 대답했다.


 “있지. 뉴비가 악한 편에 많이 붙어서 선한 편은 뉴비가 적거든. 그래서 그쪽으로 가면 초보자들을 위한 후원이 많아. 소매 넣기 장난 아니더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딱히 페널티는 없다는 말이네요?”

 “그렇지 뭐. 일단 악령 테크 탔다가 나중에 페널티 물고 영역 바꿀 수도 있으니까.”


 아, 뭐야. 별거 없잖아?

 왜 고민한 거야?


 “빙의부터 가르쳐주세요.”

 “그려.”


 전직 : 악령

 스킬 해금 : 빙의


 상태창이 열렸다.


 “됐지?”

 “이렇게 쉽게?”

 “뭘 더 바라는겨?”

 “아, 아닙니다.”


 요즘은 다 이렇게 한다고 한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고스트 플레이 앱에서 바로 기술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 이걸 진작 알았더라면...

 이러고 나니 조금은 허탈했다.


 “그런데요.”

 “응.”

 “사람이 안 오면 어쩌죠?”


 사일런트 힐. 집주인들에게조차 버림받은 곳이다.

 최근에 소란이 있었지만, 소란이 가라앉은 지금, 다시 을씨년스럽게 폐허로 변해가는 중이다.


 “사람 못 본 지 며칠은 된 거 같아요.”

 “흠...”


 이러면 나가린데.


 “뭐, 사람이 오면 좋은데, 안 오면 직접 찾아가 봐야지.”

 “직접요?”

 “응.”


 두 번째 스킬 전수.

 이건 꿈에 나타나 상대를 부르는 전략이었다.


 일명, 이렇게 꿈에 계속 등장하는데, 네가 안 오고 베겨? 전법이다.


 “근데 이거 통신사 설정해야 하는데.”

 “으음...”

 “꿈 통신사에 연락해서 상대 꿈 회선을 따야 해. 조상과 후손 사이면 금세 해주는데, 그게 아니면 잘 안 해줘. 아무래도 개인정보 문제가 있으니까.”

 “뭔데. 왜 이렇게 현실적인 건데?”

 “응? 뭐라고 했어?”

 “아, 아닙니다.”


 어쨌든 기술은 금세 배웠다.

 앞으로 울지 않고 조용히 살기로 약속한 뒤 구렁이 아저씨는 멀리 떠나갔다.


 ‘필요하면 전화해.’


 명함도 받았다.


 “연습만이 살길이야.”


 누구 나타나기만 해봐라.

 바로 빙의해서 복수하러 간다.


 이를 갈며 복수를 꿈꾼 예림이었다.

 배운 대로 열심히 연습했다. 어느덧 기술들에 능숙해져 숭이가 나타나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생긴 때였다.


 그런데


 “하하하. 반가워. 오랜만이야.”


 머쓱머쓱하며 복수의 대상이 제 발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반갑다 이 새끼야. 기다리고 있었다.”


 예림의 눈에 검은 기운이 치솟았다.


 “악령으로 전직하고 스킬 숙련도 꽉 채웠는데 딱 나타나네. 각오해라 이놈!”


 이게 얼마 전의 일이다.


 다만.


 정별의 구토 한방에 전의를 잃고

 빅빅빅 팥 아이스크림 한 방에 퇴마 당하기 바로 직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놈을 불쌍하게 여기게 될 줄은 몰랐지.


 복수아닌 복수를 위해 이놈 몸에 빙의를 시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귀신사 새옹지마라더니.’


 예림은 정별의 의식 속으로 다이브했다.


 ***


 사람의 의식은 참 복잡하다.

 밝고 어둡고 길고 좁다.

 시끄럽기도 하고 조용하기도 하고, 삭막하기도 하고 풍성하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것들이 기억에 남아 삶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경험을 자신에 영혼에 담는다.


 영혼.

 그 사람을 움직이는 자아.


 심상의 근원.

 이 모든 것이 담겨있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여태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을 헤치고 지나가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겪어야 그 사람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별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 멀다.”


 근원까지 가는 길이 참 멀다.

 아무리 걸어도 정별의 근원이 보이지 않는다.


 “아, 이자식, 자신을 얼마나 꽁꽁 싸매고 사는 거야? 음흉한 녀석 같으니라고.”


 하릴없이 정별의 의식 속으로 파고드는 와중에 예림은 정별의 무의식, 의식 속 풍경을 보며 건조하고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심상 속 이미지들은 외로웠고, 거칠지만 쉽게 깨질 것만 같았다.

 넝마가 된 사물들, 찢어진 후 얼기설기 기워낸 듯한 풍경들.

 산산이 조각난 도자기와 유리들 파편.

 파편이 되어 흩어진 채 널브러진 기억들.


 “멘탈이 약하구만?”


 그렇다. 정별은 생각보다 쿠크다스 멘탈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충격이 발생하면, 한걸음 물러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구는 거였다.


 모든 것을 마음에 담고 기억에 남기면 결국 괴로운 건 자신이니까.

 남들은 별일 아닌 것처럼 훌훌 털고 지나갈 만한 일조차 정별에게는 폐부를 찌르는 상처가 되어 평생 고통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선을 긋는다.

 선 밖의 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선 긋기는 정별에게 있어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이 선이 없다면 감수성이 예민한 정별은 상당히 괴로운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선을 스스로 만들어낸 거다.


 선을 그어야 자신이 아프지 않으니까.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그중에서도 정별을 아킬레스건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정별이 정해놓은 마지노선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최대한 관심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정별이었지만, 정별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에, 미움, 질투, 시기, 희망, 행복, 모든 감정을 망라하고 <사랑>에만 반응하도록 스스로 감정의 문을 닫은 것이었다.


 사랑받고 싶기에, 사랑을 추구하게 됐다.

 사랑받고 싶고, 미움받고 싶지 않아 자신을 미워할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됐다.

 사랑받고 싶어서,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않게 됐다.


 그러나 고인 물은 둑을 넘어 범람했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감정이 너무나도 커서 금세 마음을 빼앗기고 평생 그 사람만 바라보는 성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금사빠]는 어느새 정별의 종족 특성이 되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못생긴 외모로 놀림 받았고, 이성에 눈을 뜨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외모를 이유로 거절하는 걸 여러 번 경험하면서 정별의 여린 멘탈을 부서지고 다시 기워지길 수없이 반복했다.


 [넝마가 된 유리 공예품]


 이게 사랑에 지친 결과 만들어진 정별의 마음이었다.


 “저거구나.”


 저 멀리 보이는 유리 공예품 안에 들어있는 건 정별의 근원.

 다 깨진 유리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작은 유리병 안에 정별의 영혼이 담겨있는 게 보였다.


 “딱 대. 누나가 간다.”


 예림은 목표물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000억 인세 받는 월클 작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 몽몽이 입니다 24.04.09 35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공지 24.03.19 12 0 -
공지 연참 알림 공지 24.02.22 48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24.02.06 67 0 -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 몽몽이 입니다. 24.02.01 248 0 -
124 살려주세요... 24.04.08 15 0 14쪽
123 예림. 이 땅에 강림. 24.04.05 20 0 14쪽
122 살려주세요 24.04.04 18 0 13쪽
121 정별! 어셈블! 24.04.03 21 0 13쪽
120 정별을 둘러싼 세상은 24.04.02 22 0 13쪽
119 괴수대전? 24.04.01 28 0 13쪽
118 개미귀신아 안녕? 24.03.29 29 0 12쪽
117 내가 누구라고? 내가 왜 나야? 24.03.28 34 0 12쪽
116 숨 참고 러브 다이브 24.03.27 29 0 13쪽
»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24.03.26 31 0 12쪽
114 사랑의 카운슬러 24.03.25 30 0 13쪽
113 달디단 팥양갱 24.03.22 32 0 12쪽
112 회귀하고 싶다 24.03.21 30 0 12쪽
111 아 내가 정별이 아닌데, 세상이 나를 억까하네 24.03.20 34 0 12쪽
110 탈출! 24.03.19 36 0 11쪽
109 birth of dark star 24.03.18 41 0 14쪽
108 새로운 탄생 24.03.17 47 0 13쪽
107 음주 사고 24.03.16 55 0 12쪽
106 음주 데이트의 결말은 24.03.15 54 0 14쪽
105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24.03.14 53 0 13쪽
104 극장 데이트 24.03.13 47 0 12쪽
103 동상이몽 24.03.12 48 0 12쪽
102 이건, 데이트? 24.03.11 50 0 13쪽
101 홍보요정 정별 24.03.10 53 0 13쪽
100 솔직히 좀 지렸습니다 24.03.09 52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