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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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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27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7.15 12:00
조회
514
추천
10
글자
10쪽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DUMMY

두성이는 사부가 억지로 넣어주는 내단을 깨물었다. 그러자 내단은 액체가 되어 목을 통해 흘러들어갔다. 바로 스승의 엄한 음성이 들렸다.


“가부좌를 틀고 운공조식에 들어가라!”


처음 내단을 복용하고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약 한 식경쯤 지나자, 뱃속이 불에 타는 듯 뜨거워졌으며 전신혈도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곧 이어 뼈마디가 무수한 개미떼에게 물어뜯기는 듯 괴로웠고, 살가죽이 찢겨나가는 것만 같았다.


두성이는 신음을 토해내며 숨을 헐떡였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금방이라도 기절해버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질 수는 없었다. 두성이는 어금니를 악물고 참고 또 참았다.


단전을 거쳐 순식간에 기경팔맥을 통과한 뜨거운 기운은 마침내는 임독양맥으로 세차게 부딪쳐 갔다.


"번쩍!"

"으윽!"


두성이는 벼락에 얻어맞은 듯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옆에 있던 천면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죽은 듯 바닥에 쓰러진 두성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잘못 손을 댔다가는 두성이가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천면노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틀이 꼬박 지났을 무렵, 쓰러져 꼼짝을 않던 두성이가 서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힘겹게 눈을 뜬 두성이는 근심스런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천면노를 보고,


"아, 사부님!"

“정신이 들 때까지 움직이지 마라!”


천천히 일어나던 두성이가 자신의 손을 보더니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손이 아이들 손처럼 윤기가 났고 포동포동했다.


"어, 이 이럴 수가....."


팔뚝을 걷어 올리고 보니 벗겨진 얇은 피부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옷을 벗자 두성이의 전신은 백옥 같은 피부로 변해있었다.


천년붕새 내단의 기이한 효력으로 내공은 일 갑자가 넘었고 몸은 환골탈태가 되어 있었다. 놀란 눈으로 보고 있던 천면노가 웃으며 말했다.


“얼른 물속에 들어가 몸을 말끔히 씻어라.”


몸을 씻고 나온 두성이의 몸에선 빛이 나는 것 같았고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그 뒤로 탄탄한 공력을 바탕으로 한 두성이의 무공 수련은 일취월장하여 괄목상대했다.


이제 제대로 공력이 붙은 두성이의 몸놀림은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달라졌다. 스승인 천면노도 자신을 능가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지 항아리에 있던 그 많던 영약도 바닥이 나고 있었다.


영약 탓인지 열한 살이었던 두성이는 키가 한 뼘 정도는 더 커졌고 옥처럼 윤기 나는 몸도 근육이 제대로 붙어 탄탄해졌다.


현무절서의 무공도 모두 대성했다. 간혹 감았다 뜨는 눈빛은 무척이나 강렬하고 예리하여 감히 마주쳐다볼 수 없었다.


그러나 눈빛만 갈무리한다면 외모는 전혀 무공을 배운 사람 같지 않았다.


“자, 이제 드디어 나갈 시간이다!”


그동안 갑갑하고 지루했던 천면노가 기지개를 켜며 큰소리로 말했다.


천면노는 두성이의 무공수련을 도와주면서 나름대로 자신에게 맞는 무공비급을 틈틈이 연마했다.


게다가 진귀한 영약을 매일 먹으니 적지 않은 내공이 쌓였고, 무공 또한 가일층 발전했다.


물론 현무절서를 대성한 두성이의 실력이 자신을 능가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도 이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볼 기회가 온 것이다.


천면노는 거대한 돌로 막힌 문 앞에 서서 두 손에 공력을 끌어올렸다.


손 주위의 공기가 일렁이며 손바닥으로 몰려들었고 손에서 은은한 빛이 어른거렸다. 전엔 없던 현상이었다.


“이얏!”


동굴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기합소리가 터져 나오며 폭풍우가 몰아치듯 세찬 광풍이 손에서 뻗어나갔다.


“꾸왕!”


장풍에 맞은 거대한 돌 벽이 진동으로 부르르 떨며 주위에 돌 부스러기를 떨어뜨렸으나 문은 요지부동,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천면노는 계면쩍은 웃음을 흘리며 무안한 듯 두성이를 쳐다봤다.


두성이는 스승도 못한 일을 자신이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우물쩍거리고 있었다.


“두성아, 넌 할 수 있어!”


천면노의 한마디가 두성이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두성이는 현무절서에서 배운 현무일장(玄武一掌)에 십성의 공력을 싣고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현무는 전설의 사신(四神) 중의 하나로 북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을 상징하는 신수를 말한다. 거북과 뱀이 합쳐진 모습이다.


이때 두성이의 얼굴색은 짙은 갈색으로 변했고, 앞으로 뻗은 두 손은 거무튀튀한 가운데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연한 육각의 무늬가 나타났다.


마치 거북이로 변한 것처럼.


두성이의 두 손에서 뻗어나간 장풍은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도, 세찬 바람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저 미풍이 부는 듯 조용했다. 그러나,


“우르르르릉!”


거대한 돌문은 두께가 한 자 반이나 되었는데 한동안 세차게 진동하더니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꽉 닫혀있던 돌문이 열리자 마음까지 활짝 열린 듯 가슴이 뻥 뚫어진 느낌이었다.


“자, 이젠 슬슬 나갈 준비를 하자. 우선 몸을 씻고 귀중품만 챙기면 되겠지?”


몸을 씻고 난 후, 보석 상자에 들어있는 사마통의 구리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천면노가 은은한 광채가 어려 있는 진주와 대환단을 반씩 논아 두성이에게 주었다.


“사부님, 전 이렇게 많이 안주셔도 돼요. 사부님께서 더 가지셔야죠.”

“아니다. 너와 내가 발견한 것이니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맞아. 요긴하게 쓰일 데가 있을 테니 남한테 함부로 주지 말고 잘 간직해라.”


두성이는 보물을 천에 꽁꽁 싸서 품속에 잘 간직했다. 서가에서 꺼낸 중요한 무공비급과 무기들을 보료가 있는 석실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무기들을 살펴보았다.


“사부님, 저한텐 어떤 게 어울릴까요?”

“내가 하나하나 살펴봤는데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지만, 너무 욕심을 내면 도리어 화를 부른단다.

너한텐 장검도 아니고 단검도 아닌 중간 크기의 이 ”군자검“이 어울릴 것 같다.”


두성이가 군자검을 뽑아보니 날카롭게 빛나는 예기도, 서늘한 한광도 뿜지 않고 그저 담담한 담묵빛이 검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마치 희노애락에 물들지 않고 본분을 잃지 않는 군자처럼.


“참, 넌 무공비급은 안 가지고 나갈 거니?”

“전부 외웠어요. 이곳에 그냥 놔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 후세에 인연이 있는 자에게 남겨놓는 것이 도리겠지.”


정말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두 사람은 정말 욕심이 없었다.


수련장이 있는 석실의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아, 이제 좀 조용해 졌군.”


지하 수련장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깜작 놀랐다.


아직껏 아이가 있는 걸 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아이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지하로 뛰어 내려갔다. 그런데 어린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누구니? 어디 있니?”

“쯧쯧! 눈은 뒀다 어디에 쓰려고? ”


샘 옆에 검은 고양이가 앞발로 물을 찍어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었다. 두성이가 고양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허! 고양이가 말을 하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오늘 좀 이상한 날이네.”


그러자 세수를 하던 고양이가 두성이를 앞발로 가리키며.


“이상한 날이 아니라 운수가 좋은 날이지, 날 만난 것은.”

“난 두성인데 넌 이름이 뭐니?”

“이름? 하도 오래 살다보니 이름도 까먹었어. 네가 지어줄래?”

“이름도 까먹었다니 까멍이 어때?”

“안 까먹었으면 안까멍이냐?

좋은 이름을 지어주면 네게 복을 내리고, 나쁜 이름을 지어주면 네게 화가 미칠 거니 잘 생각해봐!”

“그렇게 겁을 주면 어떡해? 아까 세수하는 걸 봤으니, 깔금이는 어때?”

“깔끔이? 모양새나 솜씨가 깨끗하고 매끈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 응, 그거 맘에 드네. 그래, 난 오늘부터 깔끔이야.”

“근데..., 그동안 어디서 뭐하고 있었어?”

“한 숨 푹 자다가 일어났지. 한 이백 년 잔 것 같은데...”

“뭐 뭐야? 이백 년이나 잤다고? 그게 말이 돼?”

“난 말이야, 잠에서 깨면 일이백 년은 잠을 안 자고, 한번 잠들면 백여 년 동안 자는 체질이야.

사는 게 재미없으면 잠자는 게 낫거든. 네가 재미없게 굴면 난 어디 숨어서 몇 백 년 잠이나 잘 거다.”

“난 친구가 없으니까 같이 놀자. 잠자면 안 돼!”

“너 지금 이 동굴을 나가려고 하는구나? 나도 여긴 이제 싫증나거든, 빨리 나가자.”


천면노가 뒤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이상한 고양이가 정말 두성이와 친구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까만 고양이는 서가에 있는 책에서 본, 말하는 고양이 ‘묵묘’였다.


앞으로 두성이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데리고 갈 생각을 했다. 천문노는 두성이와 깔끔이를 데리고 처음 들어왔던 동굴로 향했다.


처음 들어왔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문 앞의 넓은 공간엔 천문노의 뒤를 쫓아와 싸우다 죽은 괴한들의 무기와 시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두성이는 그동안 훌쩍 자라서 입고 있던 옷이 몸에 맞지 않고 작았다. 낡은 소매 끝은 팔뚝에 걸쳐져있었고, 바지는 장딴지에 걸려있었다.


마침 한쪽 구석에 괴한들 것으로 보이는 보퉁이가 떨어져 있었다. 풀어보니 깨끗한 갈색의 저고리와 바지가 들어있었다.


재빨리 갈아입었는데 좀 큰 편이라 소매와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 보퉁이 속에는 엽전꾸러미가 있어서 스승님에게 드렸다.


“이곳을 나가면 당장 돈이 필요한 참인데 잘됐다.”


냉큼 소매 속에 집어넣은 천면노는 기관을 눌러 문을 열고 지긋지긋한 곳을 빠져나왔다. 문을 열고 나와도 동굴은 이어져 있었으나 갈수록 앞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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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87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49 제49화, 방귀 뽕! 왕王자 23.07.18 520 7 11쪽
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1 9 10쪽
»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5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1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39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49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1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2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7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0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8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4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3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1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1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8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5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7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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