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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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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42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6.26 16:33
조회
583
추천
8
글자
10쪽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DUMMY

신웅비는 감히 맞서지 못하고 뒤로 훌쩍 몸을 피한 후 다시 갈고리를 던졌다.


끝이 날카로운 갈고리가 임설매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자 임설매는 검을 휘둘러 갈고리를 두 쪽을 내고 전광석화처럼 신형을 날려 황인교의 팔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황인교도 지체하지 않고 맞받아쳤지만 임설매는 중간에서 검을 변화시켜 곧장 황인교의 목을 향해 검을 찔렀다.


황인교가 몸을 뒤로 젖히며 검을 피하는 순간에 임설매는 왼손을 매의 발톱처럼 구부려 황인교의 검을 쥔 손목을 움켜잡았다.


임설매가 손에 힘을 주기만 하면 황인교의 팔목은 부러져서 힘을 쓸 수가 없게 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크고 작은 싸움으로 실전에 강한 황인교는 당황하지 않고 발을 들어 임설매의 복부를 걷어찼다. 임설매는 할 수 없이 손을 놓고 뒤로 한 발작 물러섰다.


그때 신웅비가 임설매의 등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임설매는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면서 검을 휘둘렀다.


기겁을 한 신웅비가 잽싸게 몸을 뒤로 피했지만, 결국 가슴팍이 검 끝에 스쳐 옆으로 길게 베어진 옷자락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


임설매가 한숨을 돌릴 틈을 내주지 않고, 황인교는 위로 뛰어오르면서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위에서 아래로 도끼질을 하듯이 내려쳤다.


좌우에선 부하들이 창으로 협공하여 날카로운 기세로 어깨를 찔러왔다.


졸지에 삼면에서 예리한 공격을 받은 임설매는 뒤로 훌쩍 몸을 날리며 공중제비를 돌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였다.


사지를 벗어났지만 등골이 서늘해진 임설매는 입을 앙다물고 눈빛을 빛내며 황인교의 무리들을 노려보았다.


싸움을 빨리 끝내려고 하였지만 떼거리로 덤비는 놈들의 공세에 숨을 돌릴 틈이 없었다.


그러나 임설매의 신법이 워낙 빨라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하며 공격을 해오자 다소 기가 죽은 황인교가 점잖게 말했다.


“이곳에는 감옥도 없거니와 동송신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 난데없이 나타나 없는 사람을 내놓으라니 세상천지에 이런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황인교가 화를 참으며 점잖게 말했지만 임설매는 곧이듣지 않았다. 교활한 놈들이 분명히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한 임설매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개소리! 구백청이 분명히 이곳에 가둬놓았다고 했는데 일파의 우두머리가 거짓말만 한단 말이냐?”


그러자 황인교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이곳에선 내가 우두머리인데, 왜 내말은 안 듣고, 딴 사람 말만 믿는 거냐? 동송신을 찾는 이유를 말한다면 내가 도와서 찾아줄 수도 있다. 그러니 그 이유를 말해 보거라.”


그러자 임설매는 할 말이 없었다. 남들이 듣는 데서 어떻게 황궁의 보물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임설매는 대답을 못하고 한동안 우물쭈물 하다가 갑자기 신경질이 났다.


“나는 말주변이 없으니 말로 해봐야 소용이 없다. 오직 실력이 말할 뿐이다.


오늘 여기서 죽기 싫은 놈들은 모두 자리를 피해라. 내 검에는 눈이 없으니 이제부턴 인정사정 보지 않겠다.”


임설매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날렸는데 아까보다 더욱 빨라져서 몸을 움찔하는 것 같았는데 그의 몸은 검은 그림자로 바뀌어 버렸다.


이쪽을 치다가 반대쪽을 치고, 동쪽을 치는 것 같으면 어느새 북쪽을 공격해 네댓 명이 땅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황인교의 부하들은 거의 반 이상이 중상을 입어 움직이지 못했다.


황인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임설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 부하들이 나자빠지자 눈에서 불이 날 지경으로 화가 치밀었다.


황인교는 비겁하게 암기를 쓸 생각은 없었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순 없었다. 옷자락을 찢어 가슴을 동여맨 신웅비에게 속삭이듯 나직이 말했다.


“내가 저년과 싸울 테니 틈을 보아 암기로 공격하게.”


황인교는 대갈일성을 하고 임설매를 향하여 몸을 날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황인교의 공격은 그 기세가 태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폭풍우 속에 천둥 벼락 떨어지듯, 정을 끊어버린 칼날 아래 연민이나 자비심 따위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길 없었다.


후려 내리친 검 끝이 땅에 닿을 듯한 순간에 아래쪽에서부터 다시 솟구쳐 오르다가 일순 멈칫하더니, 곧바로 임설매의 가슴과 아랫배 사이를 노리고 세차게 뻗어들어 갔다.


임설매는 침착하게 황인교의 검세를 막고 요리조리 피하다가 빈틈을 찾아 반격하였고, 어느 순간에는 예리하게 심장을 찔러갔다.


그들은 불꽃 튀는 공방전을 계속하였으나 좀처럼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다. 빠른 그림자가 연거푸 몇 회합을 겨루었는데 그것은 눈 깜짝할 정도의 찰나에 불과했다.


그만큼 그들의 무공은 절묘했으며, 쌍방이 모두 절정의 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황인교가 회심을 일격을 가하자 임설매가 맞받았는데 힘에 밀려 비칠거리고 한 발작 뒤로 물러섰다.


순간, 맹수가 웅크리고 기회를 엿보다가 일격에 먹잇감의 숨통을 끊는 것처럼 노련한 신웅비의 손에서 두 대의 표창이 허공을 가르며 번쩍였다.


임설매가 미처 신형을 가다듬기도 전에 세찬 바람소리를 듣고 검을 휘둘렀지만 검에 빗맞은 표창 하나가 임설매의 허벅지에 꽂혔다.


“아앗!”


임설매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승리의 기회를 잡은 황인교가 그 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 황인교가 팔을 죽 뻗어 검을 앞으로 내밀고 임설매의 어깨를 향해 돌진했다.


날카로운 검에 어깨를 꿰뚫리게 되면 팔을 못 쓰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멀찍이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황인교의 예리한 검이 임설매의 어깨를 향해 두 치 앞으로 다가갔을 때, 황인교는 자신의 뒤통수를 향해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내며 암기가 날아드는 것을 느꼈다.


내 살고 난 후에 남을 죽인다는 말(我生然後殺他 아생연후살타)처럼 황인교는 찔러가던 검세를 돌려 날아오는 암기를 쳐내지 않을 수 없었다.


임설매는 찔러 들어오는 황인교의 예리한 검을 막지 못하고 사색이 되어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준 것을 알았다.


뒷골이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황인교가 급하게 암기를 쳐내고 보니 암기란 것은 바둑알만한 돌멩이였다.


황인교는 다된 밥에 재를 뿌린 놈이 누군가하고 뒤를 돌아봤지만 특히 눈에 띠는 사람이 없었다.


장중표가 사람들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돌멩이를 재빨리 쏘아 내고 시치미를 뗀 것이다.


신웅비는 물론 부하들도 모두 두 사람의 싸움에 정신이 없었기에 뒤에서 누가 손을 썼는지 알 길이 없었다.


작은 돌멩이를 위협적으로 세차게 쏘아낼 정도라면 숨은 고수임이 분명했다.


황인교는 뒤에 늘어서서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두 손을 잡고 점잖게 말했다.


“어느 고인이신지 이 황모에게 가르침을 주시겠다면 모습을 드러내십시오.”


그러나 모여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누구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분명히 손을 쓰고 슬그머니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황인교는 속에서 욕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욕할 수 없어서 속으로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화가 치민 낯빛을 바꿔 몸을 돌리고 보니 표창에 찔린 임설매가 어느 사이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격으로 애꿎은 부하들만 다치게 하고 소득이 없으니 화가 끓어 참을 수 없었다.


“제미랄, 부상자들을 데리고 수채로 돌아가자!”


황인교가 화를 삭이지 못해 얼굴이 벌건 채로 돌아가자 숨을 죽이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장중표도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누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장 형, 소식이 없다더니 여긴 웬일이오?”


장중표가 돌아보니 몇 차례 안면이 있던 혜 포두가 빙그레 웃으며 서있었다.


“아, 혜 포두님. 이곳에서 뵙다니 뜻밖입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디 가서 목이라도 축입시다.”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선술집을 찾아 들어가 떠들썩한 자리를 피해 구석에 앉아 간단한 해산물 안주와 박주를 시켰다.


“듣기론 표물을 운송하러 가서 소식이 없다고 걱정하던데 이곳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구료?”


혜 포두는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지그시 장중표를 쳐다봤다. 어떤 사건에 대한 감각이 남달리 뛰어난 혜 포두.


마치 바람난 장중표가 가정을 내팽개치고 객지에서 이 꽃 저 꽃 희롱하며 꿀을 빨고 있다는 듯한 조롱 섞인 비웃음이었다.


정말 기분 나쁜 작자였다. 장중표는 정색을 하고 혜 포두를 노려보았다.


“그동안 악당들의 소굴에 끌려가서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간신히 탈출해 돌아와 보니 애들이 사라졌는데, 이곳에서 봤다는 제보가 있어 급히 달려온 것입니다.”


장중표의 말에는 절박함이 내포되어있었다. 혜 포두는 어린애들이 사라졌다는 말에 가슴이 저렸다. 어찌 보면 자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었다.


애들 엄마가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두만풍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옥에 가둔 탓에 이런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겉으로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자신은 잘못이 없었으나 속으로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내가 오해했구려. 그래 애들은 찾았습니까?”

“이곳에 왔다가 또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입니다. 애들을 찾아주십시오.”


혜 포두도 그렇게 막돼먹은 인간은 아니었다. 일말의 책임을 느낀 해 포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꼬리가 드러나지 않은 골치 아픈 도둑의 뒤를 쫓고 있는 중인데 겸사겸사 같이 찾아봅시다.”

“감사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중표는 정중하게 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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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1 9 10쪽
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5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1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0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2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2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8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1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4 9 10쪽
»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2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1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8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5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8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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