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목로 님의 서재입니다.

사룡검 시간을 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31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6.17 09:34
조회
687
추천
9
글자
10쪽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DUMMY

채홍이 가만히 귀를 기우려보니 다가오는 무리들이 적어도 이십여 명이상인 것 같았다. 그중에는 고수가 끼어있을 수 있어서 은근히 불안했다.


“사람들이 깨나 많은 것 같은데 내가 돕겠습니다.”


장중표의 무공 실력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필요해 변하를 쳐다보니 변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앗! 조강이 죽었다!”

“어떤 놈의 소행이냐?”

“분명 계집들의 소행이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십여 명의 괴한들이 집 앞으로 몰려들었다.


“두 년은 일류검객이라니 방심하지 마라!”


무기를 꺼내들고 급하게 여인을 향해 다가오던 놈들이 갑자기 흠뻑 물먹은 소금자루 모양 스르르 주저앉았다. 뒤에 오던 놈이 쓰러진 동료를 부축하며 물었다.


“이봐! 왜 그래? 어, 어... 독이... 다!”


부축하던 놈도 목을 잡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자의 코와 입과 눈과 귀에서 피가 흘러나와 땅바닥을 적셨다. 어느 틈에 변하가 마당에 독을 뿌린 것이다.


장중표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속전속결을 하려고 작정했다. 이들이 우왕좌왕할 때 바람처럼 달려가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장중표를 막던 두 놈이 목과 어깨를 베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변하와 채홍의 날씬한 몸이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이며 놈들을 무차별로 살육하였다.


이들의 우두머리는 현상금 사냥꾼인 낙성추혼 하후정이었다. 부하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하후정이 눈을 부라리며 장중표를 막아섰다.


장중표는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었고 잘 먹어서 힘이 넘쳐났다.


하후정 역시 싸움으로 잔뼈가 굵어 결코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었다.


장중표가 훌쩍 뛰어오르며 역벽개산(力劈開山)의 수법으로 하후정의 머리통을 향해 칼을 내려쳤다.


하후정은 창문을 활짝 열고 달을 바라보는 모양의 추창망월(推窓望月)의 초식으로 좌에서 우로 두 팔을 벌리며 내공을 주입해 맞받아쳤다.


내공을 실은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지고 불똥이 사방으로 튀였다.


장중표는 손아귀가 찢어지는 것 같아 주춤거렸고, 하후정은 충격에 팔이 빠지는 것 같아 뒤로 비실비실 물러갔다.


장중표는 독이 잔뜩 오른 독사가 날카로운 이빨로 상대의 숨통을 끊으려고 잽싸게 굴을 빠져나오듯, 독사출동(毒蛇出洞)의 수법으로 하후정의 가슴을 찔렀다.


신형이 채 안정되지 않은 하후정은 당황해서 검을 들어 막다가 팔목을 찔려 소매를 피로 물들였다.


장중표가 그동안 감옥에서 동송신에게 무공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결코 하후정을 이길 수 없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송신은 무공의 요점만을 뽑아 가르쳤고, 장중표는 밤낮으로 죽음도 불사하고 수련했기에 지금 장중표의 무공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후정의 무리들은 반수 이상이 중상을 입거나 죽었지만 남은 칠팔 명은 무공이 비교적 고강했다.


그들은 동료가 죽자 기회를 포착하면 즉각 표창이나 암기를 던지며 악착같이 덤벼들었다.


이미 채홍과 변하가 적의 암기에 찔리고 다리와 손목에 칼을 맞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장중표 역시 적의 암기가 어깨에 박혀 왼손이 자유롭지 못했다. 장중표가 채홍에게 살며시 말했다.


“내가 뒤를 맡을 테니 두 분은 어서 여길 빠져나가십시오.”


채홍과 변하도 상황이 불리한 것을 알자 고개를 끄덕였다. 채홍은 허리에 차고 다니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미혼향을 한 움큼 거머쥐고 앞에서 달려드는 놈들에게 뿌리며 소리쳤다.


“이거나 처먹어라. 독가루다!”


채홍과 변하는 이미 독가루를 다 써버렸지만 미혼향을 뿌리며 독가루라고 외쳤다.


놈들은 한차례 독의 무서움을 맛본 터라 기겁을 해서 숨을 참으며 모두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 틈을 타서 두 여인이 몸을 날려 도망쳤다.


그때 방에서 기어 나와 부엌에 있던 동송신이 뾰족한 나뭇가지를 힘차게 날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나뭇가지는 나무 뒤에서 빠끔히 내다보는 놈들의 눈에 박혔다.


이제 남은 놈은 부상당한 하후정과 부하 네 놈이 전부였다.


장중표는 훌쩍 몸을 날려 부엌을 등지고 서서 하후정을 노려봤다. 하후정은 장중표를 보며 혀를 찼다.


“두 년의 기둥서방이라도 되느냐? 현상금 붙은 년들을 도우면 너도 똑같이 범죄자가 되는 거야. 네가 이쯤에서 손을 뗀다면 더는 따지지 않겠다.“


그 소리에 장중표가 우물쭈물하는데 동송신이 고개를 저었다.


“놈의 말을 믿지 마라. 놈들을 모두 죽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속 도망 다녀야 할 거다. 마음을 독하게 먹어라!”


장중표는 마음을 굳게 먹고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갈 지자 형태로 뛰면서 적의 행동을 분산시키고, 곧장 하후정을 노리고 질풍같이 검을 내밀었다.


하후정은 손목에 부상을 입어 정면으로 상대할 수가 없었다. 스르르 뒤로 물러나 부하들 곁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장중표는 그보다 빠른 신법으로 어느새 하후정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뿌렸다. 옆에 있던 부하가 장중표의 검을 맞받아쳤다.


“쨍그랑!”

“으윽!”


잔뜩 힘을 실은 장중표의 검에 부하의 검이 잘려나가며 복부에 긴 칼자국이 났다. 뒤이어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큰 상처는 아니었으나 부하는 놀라서 뒤로 비칠비칠 뒷걸음질을 쳤다. 그와 동시에 하후정이 쏜살같이 튀어나오며 두 손으로 칼을 잡고 장중표의 머리통을 향해 힘껏 내리치는 하후정.


그러나 반박자 빠르게 가슴팍을 파고드는 장중표의 어깨에 받혀 하후정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뒤로 발랑 넘어져 나뒹굴었다.


이제 남은 세 명의 부하는 전의를 상실해 도망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도망갔던 두 여인이 그들 뒤에 귀신처럼 나타났다. 채홍과 변하의 검에 두 부하는 각각 심장과 목을 찔려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장중표가 나머지 한 놈을 처치하는 사이에, 채홍과 변하는 부상으로 땅에 자빠져 있는 놈들의 명줄을 잔인하게 끊어버렸다.


장중표가 그들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한테 맡겼으면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지 뭣 땜에 다시 오신 겁니까.”


“체면을 구기고 도망치다보니 아무래도 뒤통수가 따가워서. 어디 다친 데는 없죠?”


“네, 괜찮습니다. 그럼...”


장중표는 아버지를 업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을 내려갔다.


채홍과 변하는 원래 일정하게 거처하는 곳이 없었다. 이곳저곳 유람하다가 맘에 드는 곳이나, 맘에 드는 사내들을 만나면 싫증이 날 때까지 한동안 머물렀다.


암기에 찔리고 칼에 맞기는 했지만, 모처럼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두 여인은 장중표의 늠름하고 훤칠한 모습을 지울 수 없었고 안위가 걱정되어 뒤돌아온 것이다.


두 여인은 멀어지는 장중표의 뒷모습을 보며 서운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말없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


한편, 두풍만 때문에 옥에 갇힌 전씨는 집에 남겨진 어린 애들을 생각하자 불안감이 엄습해 몸을 가눌 길이 없었다.


옥졸에게 울고 불며 통사정을 했지만 그들은 콧방귀를 뀌고 조용히 하라고 눈을 부라리며 윽박질했다.


전씨는 하소연해도 들어주는 이가 없자 눈물만 흘리며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이 넓은 세상천지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신세라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옥졸이 넣어주는 밥도 목에 넘어가지 않았다. 겨우 물만 한 모금 마신 전씨는 지칠 대로 지쳐 꼼짝할 수도 없었다.


해거름에 혜 포두가 나타나 두만풍의 부탁으로 풀어준다고 말하며 전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부인을 풀어주는 것은 모두 두 대인의 덕이니 그리 아시오.”


전씨는 혜 포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전씨는 아이들 생각에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몰랐다.


밤새도록 엄마를 기다리며 불안에 떨었을 아이들을 생각하자 가슴이 메어져 다시 눈물이 흘러나왔다.


전씨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을 부르며 방문을 와락 열어 젖혔다.


텅 빈 방안에는 냉기만 돌뿐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씨는 갑자기 불길한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혹시 아이들의 신상에 나쁜 일이 생긴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그대로 서있을 수 없어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았다.


억장이 무너졌으나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난 전씨가 이웃에게 물었으나 누구하나 애들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 전씨는 부뚜막에 걸터앉아 눈물만 흘렸다.


남편이라도 있으면 서로 의논이라도 해보련만 이제는 죽었는지 소식도 없는 남편이 야속할 따름이었다. 남편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지 가슴이 먹먹하였다.


그때 두풍만의 집사가 찾아왔다.


“부인, 무슨 일이 있소? 애들은 어디 가고 혼자 울고만 있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게 말해보오, 내 힘이 미친다면 힘껏 도울 테니...”


전씨는 그래도 집사는 믿을 수 있어서 울면서 말했다.


“애들이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아요. 이일을 어쩌면 좋죠?”


집사가 안쓰러운 얼굴을 하고 전씨를 위로했다.


“별일 없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진정해요. 주인어른께 말하면 사람을 풀어서라도 아이들을 찾아줄 거요.”


두만풍의 얘기가 나오자 전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으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우선이라 다급한 마음에 부탁을 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룡검 시간을 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88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49 제49화, 방귀 뽕! 왕王자 23.07.18 520 7 11쪽
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1 9 10쪽
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5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1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39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49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1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2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7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1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8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4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3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1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1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8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5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8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