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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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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36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6.30 10:41
조회
548
추천
8
글자
10쪽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DUMMY

혜 포두는 자신이 도둑을 제대로 쫓고 있는지 잠시 의심이 들었지만 그들 외에는 달리 의심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확실치도 않은 추리로 장중표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어린애는 여인과 매우 닮았고, 엄마 엄마하며 매우 잘 따랐다고 하니 장 형의 여식은 아닌 듯합니다.”


장중표는 낙담하여 침중한 안색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 넓은 세상천지에서 어떻게 애들을 찾는단 말인가.”


반면에 혜 포두는 호화로운 마차가 나타났을 때, 진귀한 골동품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들어온 터라 두 여인은 분명히 도둑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혜 포두는 장중표의 사정이 딱하기는 했으나 이제 본연의 임무에 치중할 때였다.


게다가 임설매가 옆에 있으니 마음은 물론 좌불안석, 자리까지 편하지 않았다. 죄도 짓지 않았는데 고양이 앞에 쥐처럼 잔뜩 긴장해서 웅크리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 지 고개를 처박고 얼른 국수를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혜 포두가 먼저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럼 공무가 바빠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어린애의 존재가 맘에 걸리긴 했지만, 혜 포두는 장중표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객잔을 빠져나왔다.


호화로운 마차가 북쪽으로 갔다고 하니 아마도 개봉이나 낙양으로 갔으리라.


실낱같던 한줄기 희망이 끊어져버리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장중표는 말이 없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임설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장 대협,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합니다. 외람된 생각이지만 일단 집으로 돌아가 식구들과 의논을 해봄이 어떨까요?”


"......"


현재 장중표로선 속수무책이었다. 특히나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어쩌면 온갖 경험이 풍부한 동송신이라면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돌아가죠.”


장중표와 임설매는 말을 몰아 집으로 향했다.


장중표가 떠난 다음날 조 의원과 두성이는 경덕진에 도착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경덕표국을 찾아갔다.


커다란 대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마차와 수레가 짐을 잔뜩 싣고 들락거렸다. 조 의원은 대문을 지키는 표사에게 다가갔다.


“여보시오, 말씀 좀 묻겠습니다. 혹시 용호표국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우락부락하게 생긴 표사가 인상을 잔뜩 쓰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무슨 일이요, 표물을 맡기러 온 것입니까?”

“장중표라는 표사를 찾으려고 합니다.”

“바닷가 조약돌처럼 널린 게 표산데 그런 사람을 내가 어찌 아오. 바쁘니까 다른데 가서 물어보시오.”

“허, 참! 장사하는 표국에서 이렇게 불친절하다니....”

“뭐요? 이곳에 말꼬리를 잡아 시비를 걸러 온 것이요?”

“됐소, 인심 한번 고약하군.”


두 사람은 그곳을 물러나와 묻고 물은 끝에 거리 북쪽에 있다는 태호표국을 찾아갔다. 경덕표국보다 규모는 좀 작았지만 이곳도 매우 번잡했다.


“혹시 용호표국을 아십니까?”


문지기는 날씬한 표사였는데 서글서글한 인상에 친절했다.


“이곳에는 없는데 어느 지방에 있는 표국입니까?”

“지방까지는 모르고 겨우 표국 이름만 압니다.”

“표국이 있는 도시의 이름을 모르면 찾기 힘들 겁니다. 도움이 안 되어 미안합니다.”


친절한 표사를 뒤로 하고 조 의원과 두성이는 어깨가 축 쳐져서 다시 번화가로 돌아왔다.


점심때가 지나 두성이의 배에서 밥을 달라는 기별을 보냈다. 조 의원이 두성이를 데리고 길가의 국수집에 들어갔다.


뭐가 그리 바쁜지 선채로 후루룩 후루룩 국수를 먹는 사람도 많았다.


조 의원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두성이를 보았다.


“너도 들어서 알았겠지만 용호표국을 찾는 게 쉽지 않구나.”


두성이도 친절한 조 의원을 만나 여기까지 마차를 타고 왔지만 조 의원은 그동안 많은 돈을 썼다.


혼자서 걸어온다면 몇날며칠이 걸릴지도 모르거니와 돈도 한 푼도 없으면서 무슨 재주로 여기까지 오겠는가.


게다가 조 의원 같은 사람만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아무 힘도 없는 자신을 누가 보호해 주겠는가, 불한당한테 잡혀 개고생을 하거나 헐값에 팔려나갈 수도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객지에 나와 거지노릇을 한 경험이 세상을 조금은 넓고 바로 보게 해주었다. 집을 찾아갈 수 없다면 할 일은 단 한가지였다.


(어떻게든 내 힘으로 성공해서 동생을 찾는다!)


두성이는 의자에서 일어나 얼른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할아버지, 저도 의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 이유는?”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습니다.”

“허어, 별소릴...., 내가 뭐가 잘났다고.”

“할아버지처럼 약초를 캐러 다니거나 환자들을 치료해주며 동생을 찾으러 다닐 겁니다.”


조 의원은 두성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동생은 찾아야하는데 당장은 힘이 없으니 힘을 키우겠다는 소리다.


어린애다운 생각이었지만 틀린 생각도 아니었다.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만큼 동생을 찾는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조 의원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못난 자식을 낳고 싶지도 않았지만, 가난하고 힘들게 사느라 여인들과 사귀지도 못했기에.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지만 어린애가 귀엽고 똑똑해 크게 될 싹수가 보였다.


적적하게 홀로 사는 것보다 똑똑한 애를 키워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마음을 굳힌 조 의원은 다음날 마차를 불러 일단 황산으로 향했다. 황산은 항주로 가는 여정에 있는 곳이라 희귀한 약초를 캐고 나서 항주로 갈 계획이었다.


가는 도중 약초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고, 직접 채취하게 하여 경험을 쌓아줄 생각이다.


이렇게 하여 두성이는 일단 의원으로 가는 첫발을 딛게 되었다.



**********



임설매와 용호표국에 만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장중표는 아내와 마주 앉았다.


빈손으로 돌아온 장중표를 보고 어느 정도 사정을 눈치 챈 부인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핼쑥한 얼굴로 울음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아내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장중표는 말없이 아내를 끌어안고 다독여주었다.


아내가 조금 진정되자 아내와 함께 동송신의 방으로 가서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부인은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고, 동송신은 눈을 감고 가슴 한쪽에 스며드는 슬픔을 억누르고 있었다.


“아버님, 이제 어쩌면 좋겠습니까?”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두 사람의 마음을 달래줄 수는 없네.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니, 정말 내 자신이 부끄럽네.”


“......”


“두 애들을 생각하면 해선 아니 될 말이지만 네가 애들을 찾겠다고 집을 나간다면, 연약한 부인이 어떻게 살 수 있겠나?


남편과 애들을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을 것이며, 음식 또한 목으로 넘어가겠냔 말이네.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할 때네.”


“그 그건..., 그렇지요.”

“인명은 재천이라 했지, 이 세상엔 좋은 사람도 많다네. 내 생각에 애들은 좋은 사람을 만나 잘 있을 것이니,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멀리 보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열어주십시오.”

“지금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애들을 찾는 것과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힘을 기르는 일이네. 우선 문 닫은 표국을 일으켜 세우게.”


장중표는 표국 이야기가 나오자 임설매와의 약속이 떠올라 동송신에게 그간의 일을 얘기했다.


“음, 임설매가 복수를 위해 날 찾으려는 수작이 아닐까?”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해서 아버지를 모른척했습니다. 진솔하게 얘기해보니 정말로 의부님을 충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다 같이 표국으로 가세, 내가 총표두와 할 얘기도 있고, 임설매의 속셈을 알아봐야겠네.”


장중표가 동손신을 업고 부인과 함께 용호표국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임설매가 다가왔다.


“동 어르신이죠? 장무위의 처 임설매입니다. 죽은 남편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임설매의 태도는 거짓도, 비굴함도 없었다. 진심을 다한 사과였다. 동송신은 그런 임설매를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장무위 총관은 진실로 내가 아끼던 부하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동송신한테 고개를 숙인 임설매의 눈에 물기가 번졌다. 네 사람은 용호표국으로 들어갔다.


몸이 거의 회복된 철면금강 하일웅은 급하게 나와 네 사람을 맞았다. 장중표가 서로 인사를 시키자 하일웅은 놀라서 안색이 변했다.


무정나찰은 물론 환관 동송신 같은 인물을 만나다는 것은 이런 촌구석에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하일웅의 외모와 행동거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눈여겨 본 동송신이 나직이 말했다.


“하 대협은 앞으로 용호표국을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게..., 표국을 접고 다른 곳에 표두로 취직을 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기반이 잡혔던 표국을 살릴 생각은 없습니까?”

“지난번에 잃어버린 표물을 변상하느라 그럴만한 자금이 없습니다.”

“만약 누가 자금을 도와준다면?”

“그러시다면 당연히 용호표국을 살려야지요.”


이때 장중표의 부인 전씨가 찻주전자를 들고 들어왔다. 차를 마신후 동송신이 하일웅을 보고 말했다.


“우리끼리 의논할 일이 있으니 잠시만 자리를 비워주시지 않겠습니까?”


하일웅과 전씨가 나가자 동송신이 임설매의 마음을 넌지시 떠보았다.


“임 여협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일단 힘을 기르려면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도 어르신과 같습니다.”


임설매가 품속에서 정교한 열쇠를 꺼내 동송신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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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0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1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2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7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1 8 10쪽
»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4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3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2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1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8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5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8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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