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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님의 서재입니다.

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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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40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7.06 16:54
조회
581
추천
11
글자
10쪽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DUMMY

만약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오늘 여기 있었던 사람들을 내가 끝까지 추적해서 목숨을 거둘 것이다. 알아들었냐?”


“네 네 네!”

“절대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쓰러진 부하들을 데리고 산채로 돌아간다. 서둘러라!”


홍미미의 명령에 산적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자 마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덜커덩거리며 산길을 달렸다.


(포쾌가 달려오다가 공중으로 뛰어오르지 않고 오른쪽을 향했다가 급히 왼쪽을 밟으며 검을 찔렀다면 홍미미는 어떤 방법으로 막았을까?)


두성이는 홍미미와 포쾌의 싸움을 처음부터 머릿속에 떠올리며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분석하는 것을 ‘심상수련’이라 한다.

고수들도 몇 장면만 기억하고 복기하는데 두성이는 모든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 무공수련에 입문도 하지 못한 어린애가 생각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데 두성이의 천재성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는 어쩐 일인지 산적이나 도적들이 나타나지 않아 마차는 순조롭게 목적지인 황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같은 마차에 탔던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너무 늦어서 이 근처에서 숙박하고 내일 아침 일찍이 황산으로 갈 생각에 불이 환한 객잔을 찾아들었다.


귀인객잔(貴人客棧)의 점소이가 웃으며 맞이했다.


“식사를 할 겁니까, 숙박을 할 겁니까?”

“식사도 하고 숙박도 할 것입니다.”


식당의 규모가 커서 그런지 매우 친절했다. 식사를 하고 방값까지 지불한 두성이는 점소이를 따라 이층의 빈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이미 따듯한 물이 준비되어 몸을 씻을 수가 있었다.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침대에 누운 두성이는 홍미미와 포쾌의 싸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 보았다. 지나간 장면 장면을 하나하나 그림책을 보듯이 볼 수 있는 게 두성이의 능력이었다.


홍미미가 포쾌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홍미미의 몸놀림이 포쾌보다 반 박자 빠르기 때문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홍미미는 포쾌의 움직임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무공의 실력이 늘면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인지 거기까지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할아버지한테 호신술의 기초를 배운지 일 년밖에 안된 두성이의 실력으로 고수들의 싸움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었다.


정말로 괴물인지 아니면 단순한 천재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공장한 대물임이 틀림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식사를 한 두성이는 황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어물어 황산의 입구에 도착했을 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다. 입구에 있는 마을은 제법 컸고 유람객들로 붐볐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두성이는 가게에서 비옷을 사 망태에 넣었다. 지금은 날씨가 화창했으나 황산에 발을 들여놓으면 날씨가 갑자기 변해 광풍과 비바람이 친다는 걸 할아버지가 알려주셨다.



할아버지와 왔던 기억을 떠올리고 유람객들이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계곡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버섯들과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며 짙푸른 숲속을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풀숲에는 독충이나 뱀들이 숨어있어 대나무 지팡이로 풀을 이리저리 헤치며 걸었다.


두성이는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강황이 눈에 들어왔다.


강황(薑黃)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이 강황이고, 덩이뿌리를 말린 것이 울금(郁金)이다. 한 가지 식물이 부위가 다르면 약재로서 명칭도 바뀐다.


강황에는 부기를 내리고, 진통, 소염, 항균의 효과가 있다.


두성이는 대나무 칼로 조심스럽게 흙을 파고 강황을 채취했다. 처음으로 그것도 혼자 힘으로 채취했다.


대여섯 개를 더 채취하여 망태에 넣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가슴 한편이 뿌듯해졌다.


계속 앞으로 걸으면서 백목향, 천심련, 적설초 등을 채취하였다.


그동안 책에서만 보다가 청정한 산속에서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고, 예쁘게 자란 약초를 직접 캐는 맛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성취감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들의 바둑판을 들여다본 사람처럼 두성이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약초 채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잘 자란 당귀가 무리를 지어 있었다. 잎이 넓은 당귀의 짙은 향이 주위에 가득했다. 향긋했다.


당귀는 기혈을 조절해주는 효능이 있어 여인들에겐 중요한 약이며 남편을 그리워한다는 뜻도 있어 당귀(當歸)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그때, 갑자기 일진의 광풍이 깊은 계곡을 휩쓸고 지나가더니 후드득 후드득!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다가 이내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했다.


두성이는 대나무로 만든 비옷을 입고 잎이 무성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했다.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나뭇잎을 때리자 알 수 없는 묘한 소리가 휘몰아치는 바람을 따라 몰려갔다 몰려오곤 했다.


억수 같은 장대비로 눈앞의 나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비의 장막이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금방 그칠 바가 아니었다.


흐르는 빗물이 발등까지 차올랐고 설상가상으로 번개까지 요동을 쳤다.


이곳에 이대로 있으면 위험했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불어난 빗물이 계곡을 휩쓸고 지나갈 것 같아 갑자기 무서워졌다.


두성이는 왔던 방향을 어림짐작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뛰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갑자기 눈앞에 들이닥친 나무에 부딪칠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눈앞에 거무스레한 바위가 나타나자 두성이는 미끄러지면서도 악을 쓰고 기어 올라갔다.


바위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커다란 나무통의 물을 쏟아 붓는 것 같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두성이는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위로만 기어 올라갔다. 바위에 올라가서는 나무뿌리를 붙잡거나 늘어진 넝쿨을 붙잡고 정신없이 올라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이젠 지쳐서 손과 발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장대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비옷을 걸쳤지만 속옷까지 흠뻑 젖어 옷의 무개가 천근만근이나 되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멀리 번개가 내려치며 천둥소리가 고막을 찢어발기듯 요란했다. 그렇지만 살기 위해선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잠시 숨을 고른 두성이는 손바닥을 눈썹 위에 대어 눈으로 흘러드는 빗물을 막고 위쪽을 살펴보니 거무스레한 작은 구멍이 보였다.


아마 산짐승들의 보금자리거나 쉬어가는 곳일지도 몰라 잔뜩 지친 몸을 끌고 그곳으로 기어 올라갔다.


가까이 가보니 키 큰 풀들이 입구를 가렸는데 세찬바람에 잠시 입구가 드러나곤 했다.


두성이가 겨우 기어들어갈 만한 구멍이라 혹시 안에 짐승들이 있을지 몰랐다. 먼저 대나무 지팡이를 굴속에 집어넣고 바닥을 딱딱딱! 두들겼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두성이는 지팡이를 앞세우고 살금살금 기어서 굴 안으로 들어갔다.


비가 들이친 탓인지 물기를 머금은 바닥은 빗물이 흥건했다. 굴은 들어갈수록 조금씩 넓어지더니 급기야는 일어서서 걸을 수 있었다.



일단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자 꼼짝하기도 싫었다. 두성이는 땅바닥에 대자로 누워 꼼작하지 않았다.


한참을 숨을 고르며 쉬고 있던 두성이가 간신히 일어났다. 그러나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 준비해온 화섭자를 꺼내 불을 붙였다.


굴은 구불구불 이어져있었는데 군데군데 짐승들의 뼈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울퉁불퉁한 암벽은 물기를 머금어 불빛에 번득였고 이따금 물방울이 한두 방울씩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계속 가다보니 서너 평 넓이의 공간이 나타났지만 앞은 막혀있었다. 바람이 안 통해서 그런지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 속으로 스며들었다.


“쳇!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던 대로 동굴 속에 숨겨진 무공비급이라든가 보물창고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네.


내 주제에 바랄 걸 바라야지...”


두성이는 씁쓰름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다시 돌아나가도 비가 그치기 전엔 꼼짝할 수가 없었기에 비가 그칠 때까지 이곳에서 쉬려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너무 지치고 피곤하여 팔베개를 하고 바닥에 누웠다. 밖에서 불어오는 귀곡성처럼 으스스한 바람소리가 굴속까지 들려왔다.


비가 그쳐도 한동안은 분명 짙은 안개가 계곡을 덮어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황산은 깊은 계곡과 기암절벽, 높은 봉우리가 이어져서 웅장하고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지만, 갑자기 내리는 비나 짙은 운무로 황산의 진면목을 보기 힘들다고 했다.


혹시 운이 좋아서 화창한 날씨를 만나 황산의 절경을 제대로 구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삼대의 조상이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전해져온다.


두성이는 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깨었다. 귀를 기울이니 비바람 소리가 좀 잦아든 것 같았다.


밖의 정황을 살펴보려고 다시 화섭자에 불을 붙여 일어서는데 낮은 동굴 천정에 무슨 글자 같은 게 얼핏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곳에 웬 글자일까 하고 화섭자를 가까이 대고 살펴보니 음각으로 새겨진 손바닥만 한 크기의 글자였다.


천장은 습기로 인해 푸르스레한 이끼가 끼어있어서 글자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지팡이를 들어 글자 주위의 이끼를 야금야금 없애고 보니 동굴 ‘동(洞)’자가 분명했다.


이곳이 동굴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어떤 웃기는 사람이 힘들여서 장난질을 한 모양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약초라도 하나 더 캘 일이지..., 두성이는 헛웃음을 지으며 입구로 걸어가다가 다시 생각해보았다.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굳이 장난질을 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장난이 아니라면?


두성이는 다시 돌아와서 ‘동’자 주위의 천장을 세밀히 살펴보았다. ‘동’자 주위에 사각으로 선이 그어져 있었다.


작가의말

귀중한 방문 6000회를 자축하며

한 편 올립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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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88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49 제49화, 방귀 뽕! 왕王자 23.07.18 520 7 11쪽
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1 9 10쪽
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5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1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0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2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2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7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1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4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3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2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1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8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5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8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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