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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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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56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7.05 10:48
조회
583
추천
7
글자
10쪽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DUMMY

“점심은 내가 사주고 싶은데 뭘로 할까? 맛있는 걸로 시키렴.”

“헤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들 같아서 그러니 사양하지 마렴. 호호.”

“그럼 소고기국수를 시켜도 될까요?”

“응, 나도 그걸로 할래.”


점심식사 후, 마차는 다시 출발했다. 배를 채운 후라 그런지 마차 안의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들었는데, 코를 고는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이 인상을 쓰며 억지로 눈을 감고 있었다.


세 대의 마차는 관도를 벗어나 좁은 길로 들어서서 앞에 있는 산을 향해 달렸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길에는 물론 멀리보이는 논밭에도 사람은커녕 강아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어디 그늘에 들어가 낮잠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그나마 길옆의 냇가에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꾸준히 들려와 더위가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산자락을 돌자 자갈이 많아져서 마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산은 점점 깊어지고 말과 마부는 지치기 시작했다.


그때 앞에 가던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서자 따라오던 마차들도 자연히 멈췄다.


마부가 일어서서 뒤꿈치를 들고 앞을 보니 한 무리의 산적들이 길을 막고 서서 호통을 치고 있었다.


“통행세를 걷겠다. 마차는 은자 한 냥이고 사람은 동전 열문이다.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준비해라! 돈이 없는 사람은 산채에서 노동을 하는 영광을 주겠다.”


사람들은 구시렁대면서도 산채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허리춤에서 동전을 꺼내 손에 들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산적들이 인상을 쓰면서 두성이가 탄 마차의 휘장을 들어올렸다.


모두 겁에 질려 떨고 있었는데, 아래위로 검은색 경장을 한 괴한은 쳐다보지도 않고 눈을 감고 있었다.


낭아봉을 든 산적 하나가 낭아봉 끝으로 경장을 한 사나이의 가슴을 콕콕 찌르며 소리쳤다.


“이놈아, 귓구멍이 막혔냐? 빨리 돈을 내놓지 못해? 육시랄 놈 같으니!”


그러자 경장의 사나이는 눈을 번쩍 뜨더니 왼 손으로 낭아봉을 잡아당기며 오른손으론 산적의 목을 잡고 마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 바람에 산적은 뒤로 넘어져 머리가 깨졌다.


옆에 있던 산적들은 깜짝 놀라 그 사나이를 둘러싸며 무기를 겨눴다.


그 사나이는 품속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양손에 들고 산적들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자못 살벌해 산적들이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다.


두성이가 겁도 없이 마차에서 내려 상황을 살펴보았다. 다른 마차에서도 검은 경장의 사나이가 무기를 들고 산적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경장의 사나이들은 한 마차에 한 명씩 타고 있었다.


갑자기 경장의 사나이들이 산적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무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조용한 산속에 울려 퍼지더니 뒤이어 신음소리가 난무하며 산적들이 꼬꾸라졌다.


앞 마차에 있던 경장의 사나이가 아직 무기를 들고 있는 산적들을 향해 호통을 질렀다.


“우리들은 황산 아문에 있는 포쾌다. 오늘 너희들을 잡으려고 특별히 왔으니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포박을 받아라.


반항하는 놈들은 이 자리에서 즉결심판을 할 것이다. 목숨이 아깝다면 빨리 무기를 버려라!”


이곳에 나타난 산적들은 이십여 명이었는데 잠간 사이에 대여섯 명이 쓰러져 일어나지를 못했고, 나머지 놈들은 겁에 질려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산적들은 정식무사가 아닌 도둑이나 일반 부랑자들이 대부분이다.


무공을 배운 자들은 그중에 하니 둘인데, 포쾌가 부하를 둘이나 데리고 나타났으니 오금이 저려 도망가지도 못하고 절절 기는 수밖에 없었다.


겁에 질린 놈 하나가 바지에 오줌을 질질 싸고 있었다.


그때 키가 크고 덩치가 우람한 산적 하나가 한손으로 장창을 꼬나쥐고 앞으로 나섰다. 창을 위로 들고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리는데, 창에서 웅웅! 돌개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아귀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분명 무공을 제대로 배운 자의 솜씨였다.


그자는 돌리기를 멈추고 땅에다 창을 꽂았는데 지진이 난 듯 땅이 큰소리로 울렸다.


“으하하! 난 대력신창(大力神槍) 양문수라 한다. 겨우 포괘 밖에 안 되는 놈이 애들을 겁주고 있구나. 얘들아, 우리 두목이 곧 오실 테니 모두 겁먹지 마라.”


“난 살구검(殺狗劍) 원호중이라 한다. 전문적으로 미친개를 죽이는 포쾌다.”


양문수는 자신을 미친개라고 욕하자 부아가 치밀어 이를 부드득 갈았다. 발을 들어 힘껏 땅을 밟더니 원호중을 향해 달려가며 창을 휘둘렀다.


놈의 팔 힘이 얼마나 센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도 휘두르는 창에서 이는 바람이 원호중의 옷자락을 펄럭이게 만들었다.


창으로 공격하는 상대를 정면으로 맞받아치면 검을 든 자가 힘에서 밀린다. 창의 공격을 피해서 바짝 다가가야 한다.


요리조리 피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원호중을 노리고 양문수가 계속 창을 휘둘렀지만, 빠른 신법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원호중을 따라잡지 못했다.


양문수는 휘두르던 창을 앞으로 내밀며 상하좌우로 원호중의 요혈을 예리하게 찔러왔다.


원호중은 찔러오는 창을 검으로 막아 옆으로 흘리며 창대를 타고 앞으로 돌진했다.


원호중이 검을 수평으로 들고 몸을 회전시키며 돌개바람처럼 다가오자 화들짝 놀란 양문수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 머릿속이 하얘졌다.


양문수는 산적 놈치고는 제법 실력이 있었다.


그러나 악랄하고 흉악한 놈들과 숱한 싸움을 거친 포쾌 원호중의 공격은 양문수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양문수는 결국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창을 놓고 뒤로 훌쩍 몸을 피했다. 그러나 너무 당황해서 다리가 꼬여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믿고 기대했던 양문수가 패하자 산적들은 모두 망연자실하였다. 잔뜩 주눅이 들어 공격하지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공중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빨간색 경장을 한 사람이 포쾌 앞에 떨어져 내렸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리더니 먼지가 자욱이 일었다.


먼지가 걷히자 십칠팔 세의 날씬한 아가씨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피부가 하얗고 윤기가 났으며 무척이나 예쁜 얼굴이었다.


다만 눈이 위로 찢어져 매우 날카롭고 고집이 센 인상이었다.


“난 흑호채의 두목, 호랑이를 사냥하고 늑대를 사로잡는 엽호포랑(獵虎捕狼) 홍미미(紅美美)라고 한다.


그대는 포쾌로 할 일도 많은데, 유독 이 두메산골에 와서 우리를 괴롭히는 이유가 뭔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는가, 아니면 일이 안 풀려 엉뚱하게 우리에게 분풀이를 하려는 것인가?”


홍미미가 따져 묻자 포쾌는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사실 포쾌 정도의 높은 직책이면 성안의 큰 도적을 잡거나, 부정부패를 일삼는 자들의 범죄사실을 밝히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조직적인 폭력단체를 체포해 치안을 유지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런 한적한 시골의 조무래기 산적들의 문제는 지방 포졸들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나라고 한가해서 이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윗사람의 명령에 따라 하는 일이니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어쨌든 내가 여기 온 이상 더는 너희들의 못된 짓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너부터 얌전히 포박을 받아라.”


“호호호, 네 말을 들어보니 너나 네 상관이나 똑 같구나. 네가 보다시피 우린 백성들의 돈을 갈취해서 먹고 살지만 목숨을 뺏은 적은 없다.


그러나 높으신 양반들은 억지로 죄를 만들어 장사치들의 돈을 뺏는 것은 기본이고, 툭하면 그들 식구들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느냐?


각설하고, 강호에선 오직 실력으로 말할 뿐 더 이상의 잔소리는 필요 없다.


너와 내가 대결해서 네가 이긴다면 네 뜻대로 하겠다. 만약 네가 진다면 이곳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마라. 약속하겠느냐?”


두성이가 들어봐도 산적두목인 홍미미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모여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홍미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포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란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좋다, 나도 포쾌이기 전에 사나이다. 네 말대로 하겠다. 자, 준비해라!”


운비가 보기에 홍미미가 비록 나이는 어려 보였지만 상당한 실력자임을 알 수 있었고 포쾌는 실전에 강한 고수라고 생각했다.


이 두 사람의 대결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 운비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두 사람의 대결을 주시했다.


홍미미는 손잡이가 붉은 검을 하단으로 겨누고 침착하게 서서 포쾌를 노려봤다. 포쾌는 검을 상단으로 겨누고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접근했다.


순간 포쾌가 홍미미의 빈틈을 발견한 듯 달려가다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기다리던 홍미미는 다가오는 포쾌를 향해 번개처럼 검을 찔러 넣었다.


홍미미의 검이 양미간을 겨누고 찔러오자 포쾌는 공중에서 훌쩍 공중제비를 돌아 홍미미의 머리를 넘으며 검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홍미미가 몸을 홱 돌리며 포쾌의 검을 맞받았다.


“창! 차창!”


요란한 금속성이 울려 퍼지며 흙먼지가 이는 가운데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짧은 순간에 두 사람은 두 번의 공격과 방어가 있었음을 두성는 볼 수 있었다.


땅으로 내려선 포쾌의 넓적다리에선 붉은 피가 바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홍미미는 아무런 상처 없이 싸늘한 시선으로 포쾌를 노려보고 있었다. 홍미미의 완벽한 승리였다.


포쾌는 약속대로 말없이 수하들을 데리고 절룩이면서 떠나갔다. 홍미미가 구경하던 사람들과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을 집안 식구에게도 절대로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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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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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1 9 10쪽
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5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1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0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2 11 10쪽
»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4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8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1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4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2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1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8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6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8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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