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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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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72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7.01 17:02
조회
581
추천
8
글자
10쪽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DUMMY

“서천문의 관염생한테서 뺏은 것입니다. 도움이 되겠지요?”

“우리의 대업을 위해선 꼭 필요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동송신은 임설매와의 대화가 끝나자, 하일웅에게 표국을 재건하자고 말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절망 속에 빠져 있던 하일웅은 한껏 고무되어 고개를 깊이 숙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전에는 표사와 쟁자수 등 표국의 인원이 몇 명이나 되었습니까?”

“네, 표사가 삼십 명, 쟁자수가 오십 명 기타 인원이 십여 명이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동송신은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표국 이름은 그대로 용호표국으로 하고 국주는 임 여협, 총표두는 하 대협, 부총표두는 장중표로 합시다.


그리고 자금은 걱정하지 말고 인원을 전보다 배로 늘리는 건 어떨는지 서로 의논해서 결정하십시오.”


하일웅은 이 모든 게 장중표 덕분이란 걸 알았다. 장중표를 보고 활짝 웃으며 친근하게 말했다.


“부총표두, 앞으로 바빠질 것 같은데 표국에 들어와 사는 건 어떤가. 우리는 그동안 형제처럼 지냈으니 서로 거리낄 게 없지 않은가?”

“그게 좋을 것 같네, 나도 옆에서 도울 수 있고.”

동송신이 찬성하자 그날부터 장중표와 전씨는 무척 바빠졌다.


우선 살고 있던 집을 팔고 이사준비를 했고, 장중표는 동송신을 위해 목공소에 찾아가 단단한 재질로 바퀴달린 의자를 주문했다.



*********



조 의원은 마차를 타고 오며 두성이에게 ‘약초전서’란 책을 주었는데 두성이는 오는 동안에 내용을 모두 외웠다.


마침내 웅장한 황산의 초입에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조 의원은 마차에서 내려 황산객잔이란 작은 가게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이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약초를 채취하려 황산에 오를 것인데,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려면 체력이 있어야만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공도 있어야지. 내 실력은 미천하지만 오늘은 일단 내공을 기르는 기본적인 방법을 배워보자.“


사실 조 의원은 어려서 무공을 배웠으나 무술실력은 겨우 하류를 벗어나 이류의 초입으로 대단치는 않았다. 그래도 산에서 갑자기 공격해오는 짐승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알량한 실력이나마 내 몸 하나 지킬 수 있는 호신술정도의 기초를 가르치려는 것이다.


남에게 얻어터지기만 했던 두성이가 제대로 된 무공을 가르쳐준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정신을 집중했다.


조 의원의 귀한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을 일찍 먹은 두 사람은 황산으로 향했다. 유람객들이 다니는 복잡한 산길을 피해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통해 계곡으로 들어갔다.


눈앞에는 아름드리 고목이 즐비했고 이름 모를 기화요초가 만발하여 마치 딴 세상에 온듯하였다.


두성이는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계곡 안으로 들어갔다.


책에서 본 적설초가 눈에 띠였다. 꽃이 병처럼 생겼다고 병꽃풀 또는 병풀이라고 하는 적설초는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잘 자란다.


아주옛날 상처 입은 호랑이가 병풀이 자란 곳에서 몸을 뒹굴려 상처를 치료했다고 하여 호랑이풀이라고도 하며, 병풀로 많든 호랑이 연고도 아주 유명하다.


병풀은 맛이 맵고 약간 쓰며 성질은 약간 차다. 열을 내리고 해독하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어혈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두성이는 대나무 칼로 조심스럽게 흙을 파고 적설초를 채취했다. 책으로만 봤던 것을 처음으로, 그것도 혼자 힘으로 캤다.


대여섯 개를 더 채취하여 망태에 넣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가슴 한편이 뿌듯해졌다.


조 의원은 말없이 두성이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영민한 애라 하나를 가르쳐주니 열을 헤아린다.


잔뜩 신이 난 두성이가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며 산을 탔다. 등에 맨 망태에 약초를 반쯤 채운 두성이가 힘이 드는지 땀을 닦으며 쉬었다.


“생각보다 힘들지? 점심때도 지났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두 사람은 산을 내려오다 빈터에서 잠간 쉬었다. 두성이는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온몸이 나른하고 다리가 천근처럼 무거웠다.


“약초를 채집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든단다. 다리의 근육을 키우지 않으면 갈수록 힘이 들지, 우선 점심부터 때우고 빨리 걷는 보법을 배워보자.”


조 의원은 준비해온 만두를 꺼내 두성이와 함께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식은 만두였으나 평소보다도 더 맛이 있었다.


“배도 부르고 쉴 만큼 쉬었으니 보법을 가르쳐주마. 호흡법은 무공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


그리고 보법은 결정적으로 네 생명을 지켜줄 것이다.”


“네? 듣기론 싸움을 잘해야 목숨을 보전한다고 들었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나 전쟁에서도 36계를 제일로 치지 않니? 불리하면 일단 도망을 쳐야 한다. 미련하게 임전무퇴만 고집하다 죽으면 그 다음엔 싸울 사람이 없지 않겠니?”


“하긴 그러네요, 불리하면 도망갔다가 기회를 봐서 다시 싸운다는 거죠?”


“네가 배울 보법의 이름은 36계도망보법 즉 ‘36도보(三六逃步)’라는 것이다. 고수가 되면 필요 없지만 초보자한텐 꼭 필요하지.”


앞을 보고 선 자세에서 오른발을 앞으로 최대한 벌린 다음, 왼발을 앞으로 옮겨 최대한 벌리고, 다음 발을 최대한 앞으로 벌려서 천천히 걷는 방법이었다.


열 걸음만 걸어도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 같았고 허리가 아파서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오늘의 목표는 오백 걸음이었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허리는 끊어지기 직전이라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조 의원이 바위에 앉아 책을 보고 있어서 농땡이를 피울 수도 없었다.


힘이 드니까 위에서 쓴물이 올라오고 헛방귀만 나와 정말 창피했다.


어기적거리며 이상하게 걷는 두성이의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약초꾼들이 킥킥거리며 배꼽을 잡았다.


심지어 두성이의 모습을 흉내 내며 낄낄대는 사람도 있었다.


죽을둥살둥 사백 걸음을 걸었더니 안 쓰던 근육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도망가는 보법이라 해서 날로 먹을 줄 알았더니 웬걸, 도망가지 않고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뻔했다.


안간힘을 쓰면서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며 할아버지를 보았더니 남은 죽을힘을 다해 연습하는데 조금도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


책에서 눈도 떼지 않는 걸 보니 그렇게 안 봤는데 인정머리라곤 털끝만치도 없는 노인네였다.


힘들어도 열심히 하라고 한마디만 해줘도 힘이 날 텐데 괜히 서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속으론 섭섭해서 꺼이꺼이 울면서도 악을 쓰고 연습했다.


마지막 오백 보를 걷고는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 꼼짝도 못 했다.


“차가운 땅바닥에서 잠들면 입 돌아간다.”


조 의원은 그 한마디 남기고 뒤도 안 돌아보고 휘적휘적 산을 내려갔다. 퍼뜩 정신을 차린 두성이가 어기적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오전에는 약초를 채취하고, 오후에는 36도보와 기마자세, 정권찌르기와 발차기 등을 연습하자 손과 발에 제법 근육이 붙었다.


두성이는 대단한 무공을 배운 걸로 알고 있어 자부심이 생겼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호신술을 배운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두성이는 거지노릇을 할 때 함께 했던 애들은 이제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황산에서 생활한지 열흘이 지나자 조 의원은 다시 마차를 대절해 자신의 약방이 있는 항주로 향했다.




항주,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물의 도시.


낮에는 부유한 유람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밤이면 술꾼들이 흥청망청 돈을 뿌리며 미인을 희롱하는 불야성의 도시.


덕분에 가지각색의 일거리로 많아 그날 벌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거지들이 모여들었고, 흉악한 범죄조직의 온상이 되었다.


항주의 서쪽 교외, 허름한 작은 판잣집들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은 빈민촌엔 유일하게 간판도 없는 작은 약방이 있다.


이곳의 주인은 오십대 후반으로 중키에 보기 좋을 정도로 살집이 붙었고, 이목구비가 반듯해서 사십대로 보이는 조 의원이다.


열 평 정도밖에 안 되는 일층에서 진료를 하고 약을 팔았으며 이층에는 약재를 보관하였다.


일꾼은 없었고 모든 일을 혼자 해서 행여 진귀한 약초를 구하려면 몇날며칠이고 가게 문을 닫았다.


조 의원은 딸린 식구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돈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아서 번화가 약방에서 받는 약값의 반에 반값만 받았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는 삼 년째지만 이곳 빈민촌 사람들에겐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어느덧 저녁때가 되어 조 의원이 약방문을 닫으러 밖으로 나왔을 때, 심부름 갔던 두성이가 힘겹게 걸어왔다.


조 의원이 힐끗 쳐다보니 눈은 밤탱이가 되어 부어있었고, 코피가 말라붙은 얼굴은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여기까지 걸어온 게 기적처럼 여겨졌다.


“어찌된 일이냐? 많이 다쳤느냐? 어디 좀 보자.”


조 의원이 놀란 얼굴로 두성이를 붙잡고 온 몸을 만져봤다.


오른쪽 어깨는 탈골이 되어 덜렁거렸고, 찢어진 바지 사이로 드러난 왼쪽 무릎은 몽둥이로 맞았는지 퉁퉁 부어 있었다.


두성이는 그런 한심한 몰골을 하고서도 빙그레 웃고 있었는데, 얼굴이 붓고 입술이 찢어져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조 의원은 우선 두성이를 의자에 앉히고 탈골된 어깨를 맞춰주는 등 응급조치를 하면서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두성이에게 물었다.


“엊그제 그 애들한테 또 맞은 거냐?”

“네!”

“뭐야? 이렇게 얻어터지려고 일부러 찾아갔어? 정신이 올바로 박힌 녀석이냐?”


엊그제 놀러나간다고 시장통에 간 녀석이 왈패들에게 붙들려 용돈도 뺏기고 얻어맞고 왔는데, 오늘도 흠씬 두들겨 맞고 돌아온 것이다.


“36도보도 배운 놈이 그놈들을 보면 얼른 도망가야지 굳이 얻어맞고 웃는 이유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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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89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49 제49화, 방귀 뽕! 왕王자 23.07.18 521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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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5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1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0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3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4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8 9 10쪽
»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2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4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1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8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8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8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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