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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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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63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6.21 10:22
조회
602
추천
10
글자
10쪽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DUMMY

거지들은 모두 두성이를 따라 억지로 만세를 외쳤다.


모지리는 지금까지 거지 두목노릇을 해오면서 ‘위대하고 위대하신 두목님 만세!’란 소린 처음 들어보는지라 우쭐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말하는 것을 보니 두성이가 좀 배운 데가 있는 것 같았고 여간 똑똑하지가 않았다.


가만히 보면 볼수록 두성이가 맘에 들어 흐뭇한 눈길로 보며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이때부터 두성이를 업신여기거나 엉덩이를 걷어차는 애들이 없었고 하나둘 두성이를 따르기 시작했다.


특히 눈치가 빠른 노삼은 두성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두성이의 환심을 사려고 시키지 않는 짓도 나서서 했다.




일찍 잠에서 깬 장중표는 세수를 하고 서둘러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애들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백여 리(里)나 되는 길을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말도 충분히 쉬어서 배를 차자 쏜살같이 관도를 달려갔다.


서너 시간 달려가자 관도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길은 무림인들과 장사꾼들과 파양호를 구경하려고 온 사람들로 매우 혼잡했다. 장중표는 사람들을 피해 말을 천천히 몰았다.


길가에 있는 허름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상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다.


팽염이 가르쳐준 대로 물가를 따라 나루터로 갔다. 크고 작은 배들이 모여들어 짐을 싣고 부리느라 매우 시끌벅적하였다.


장중표는 그중 가장 커다란 창고가 보이자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


돛이 여러 개 달린 커다란 배에선 웃통을 벗어부친 일꾼들이 부지런히 쌀가마를 내리고 있었다. 창고 앞에선 한 사내가 창고로 들어가는 쌀가마를 장부에 적고 있었다.


장중표는 일이 다 끝날 때까지 한쪽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우락부락한 일꾼들이 쌀가마를 다 내리고 술통과 기름통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숫자를 장부에 기재하던 모유건이 한쪽에 서있는 장중표를 이상한 눈으로 힐끔힐끔 보았다.


장중표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모유건에게 인사를 했다.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둑어둑해 질 무렵에야 일이 다 끝났는지 모유건이 장중표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아까부터 나한테 인사를 하는 것 같던데,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인가요?”


“모유건 형님이신가요? 난 장중표라고 합니다. 개코 팽염이 애들을 이곳에서 봤다고 알려주었기에 찾아왔습니다. 난 그 애들의 애비입니다.”


모유건은 장중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애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원래 자신의 책임은 아니지만 입장이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모유건은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장대협, 그 애들의 부모시군요.”

“애들이 어디로 갔는지..., 혹 무슨 단서라도 될 만한 게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모유건은 팽염이 뭐라고 했는지 몰라 정말 난감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모유건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애들이 이 근처에서 잠들어있기에 내가 창고 안으로 안고 들어갔지요. 집이 어디냐고 물어도 애들은 잘 모르더군요,


누군가 애들을 찾으러 올 거라고 생각하고 애들에게 먹을 걸 주고 잠을 재워주었지요.


그런데 애들이 없어진 날은 오늘처럼 물건이 많이 들어오고 나가는 날이라 애들에게 주의를 기우리지 못했습니다.


일이 늦게 끝나서 애들에게 줄 저녁음식을 사서 돌아와 보니 애들이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어요. 나는 음식을 내동댕이치고 부리나케 뛰어나가 사방으로 찾아다녔지요.


날은 저물고 비까지 내려 사방이 깜깜해져서 끝내 애들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장중표가 들어보니 애들이 한군데 오래 있지 못하고 집을 찾는 다고 슬그머니 나간 것 같았다. 모유건은 애들을 위해 애를 써준 것이 분명하였기에 장중표가 고개 숙여 절을 했다.


“그동안 친 자식처럼 보살펴 준 은혜만 해도 고마운데 죄송하단 말씀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이 근처를 찾아보고 점점 넓혀갈 생각인데 혹시라도 그사이에 애들이 이곳에 오거든 붙잡아두시면 고맙겠습니다.”


“애들이 다시 찾아온다면 내가 반드시 보호하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때 사방은 이미 어두워져서 나루터 부근의 술집들은 저마다 반딧불 같은 등불을 내다 걸었고, 거리는 흥청거리고 있었다.


구름이 없는 하늘엔 별들이 하나둘 자신을 들어내었고 강가에 두둥실 떠있는 배에서 비취는 등불이 물빛을 밝히며 별빛과 어우러져 그림과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장중표의 눈에는 강물에 비치는 등불과 별빛 하나하나가 모두 애들의 웃는 얼굴로 보였다.


(아, 애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못난 애비를 만나 애들이 고생이 심하구나. 애들이 무사해야 할 텐데......)


장중표는 애들의 걱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눈에 밟히는 애들 얼굴이 눈물을 따라 흘러내려 얼른 소매로 훔치며 말고삐를 잡고 천천히 걸었다.


이때, 앞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더니 서너 명의 장한들이 허겁지겁 달려왔고 뒤이어 검은 경장차림의 괴한이 뒤쫓아 오고 있었다.


장중표는 달려오는 장한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얼른 말고삐를 잡아끌어 한쪽으로 피했다.


챙이 넓은 모자에 망사로 얼굴을 가린 괴한이 도망치는 장한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경장차림의 괴한은 신법이 무척이나 빨라서 어느새 장한들의 앞을 막아서면서 냉혹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희들이 달아나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순순히 너희들의 감옥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는 게 좋을 거다.”


달아나다 앞길이 막힌 우락부락한 장한들은 염라대왕을 만난 사람처럼 안절부절, 우왕좌왕하며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저마다 날이 시퍼런 칼을 뽑아들고 있었지만 이미 겁을 잔뜩 집어먹고 달달 떨고 있었다.


그중에 한 장한이 겨우 입을 떼어 말했다.


“저 정말 우리 수채엔 가 감옥이 없습니다. 거 거짓말이 아닙니다!”

“흥! 다 알고 왔는데 누굴 속이려고!”


검은 경장의 괴한은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휘둘렀다. 손끝에서 번쩍이는 강침(鋼針)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말을 한 장한의 눈에 박혔다.


괴한은 비명을 지르며 들었던 칼을 떨어뜨리고 눈을 감쌌다. 손가락 사이로 진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나마 괴한이 손에 사정을 두어서 나머지 눈이 멀쩡한 것을 장한들은 알고 있었기에 꼼짝 못하고 떨고만 있었다.


멀리서 보고 있던 장중표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검은 경장의 괴한이 너무 악랄하다고 생각하여 나서서 참견을 하려고 한 발짝 나섰다.


그때 뒤에서 왁자지껄하며 여러 사람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이십여 명이 넘었는데 장중표를 지나쳐 괴한의 앞에 멈추더니 그중에 우두머리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너는 도대체 누군데 감히 이곳에 와서 내 수하들을 함부로 살상하고 제멋대로 활개치는 것이냐? 눈에 뵈는 게 없단 말이냐?”


앞에 나서서 호통을 친 사람은 괴한이 나타나 안하무인격으로 수하들을 두드려 팼다는 보고를 받고 술집에서 달려온 청룡검객 황인교였다.


황인교의 옆에는 신웅비와 수하 이십여 명이 모두 무기를 꺼내들고 검은 경장의 괴한을 노려보고 있었다.


검은 경장의 괴한을 본 신웅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갑자기 낙양에서 구백청이 죽은 것과 검은 경장차림의 여인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경장차림의 괴한은 이들을 보고도 발의 때처럼 여기는 듯한 표정으로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말없이 서있었다.


비록 챙이 넓은 모자 밑으로 검은 망사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허리가 잘록하고 날씬한 몸매로 볼 때 여인임이 틀림없었다.


검은 경장의 괴한은 무정나찰(無情羅刹)이란 별호(別號)로 불린 임설매였다.


임설매는 정주의 한 객잔에서 대단치도 않은 불한당의 무리들에게 곤경을 당했다. 생석회를 뒤집어쓰고 도망쳐, 흐르는 물에 눈을 씻은 후에야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평소에 자존심이 강하고 거만한 임설매가 하찮은 무리에게 곤욕을 당했으니 성질상 결코 그냥 놔두고 올 수 없었다.


파양호로 가서 동송신을 찾는 게 급선무였지만 고양이 상을 한 묘두옹이라는 놈의 패거리들을 그대로 놔둔다면 결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한쪽 발을 독침에 찔려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눈도 상처를 입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놈들을 응징하지 않고는 분해서 밥도 넘어가지 않았고 잠도 잘 수 없었다.


한겨울의 지독한 추위 속에 세찬 바람을 맞으며 눈 속에서 고고하게 피어나는 매화(雪梅)라고 이름 지어진 임설매였다.


어렸을 적에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가 앙탈을 부리며 얼굴을 할퀴자 단번에 몽둥이로 때려죽일 정도로 냉혹한 임설매가 놈들을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시냇가에서 이를 갈며 밤을 지새운 임설매는 근처 민가에 방을 얻어 하루 종일 몸을 추스른 후 밤에 다시 정주로 돌아갔다.


전에 묵었던 '청풍소거'라는 작은 객잔의 주위에서 놈들을 발견하고 뒤를 쫓은 임설매는 결국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냈다.


독침에 찔린 발도 거의 나았고 눈의 상처도 매우 좋아진 임설매는 거칠 것이 없었다.


단단히 준비하고 홀로 놈들의 소굴에 쳐들어간 임설매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놈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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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88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49 제49화, 방귀 뽕! 왕王자 23.07.18 521 7 11쪽
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1 9 10쪽
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5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1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0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2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4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8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1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4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1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8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6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8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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