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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미카의 서재

우리 동아리에서는 내기 게임을 잘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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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미카
작품등록일 :
2016.10.17 22:58
최근연재일 :
2019.03.21 23: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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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3
추천수 :
86
글자수 :
998,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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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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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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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12화. (3)

DUMMY

※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중 내에서 표기된 인물, 지명, 단체 등은 모두 허구적 요소입니다.










12화. 뜻하지 않은 재회 (3)









정민준 : 아까 일에 대해서 화난거나 그런 건 아니지?


강수진 : 응. 난 괜찮으니까.


아깐 미안했어.


정민준 : 알았어 그 얘긴 됐으니까


그럼 잘 쉬고 다음 주에 보자


강수진 : 응.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수진이와 대화방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시나 답변을 안 해줄까봐 하는 걱정을 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를 초대했는데, 다행이도 흔쾌히 대화에 응해주었다. 그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영이의 말 대로 학교에서 있었던 면담같은 게 있었다고 한다. 하여간, 그런 일 있으면 진작 그렇게 이야기해 주면 될 걸.


아무튼 다행이다. 지금 보니까 특별히 뭐 화가 나거나 그런 것은 아닌...


... 아니다. 장담은 못 하겠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어쩌면 수진이는 겉으로 대화방에서만 괜찮다고 말 하고, 사실 속으로는 아직도 나에 대해 속상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걸린다. 아무래도 ‘직접’ 말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마음에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다가, 내려놓았다. 아직 속으로는 화가 덜 풀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대화방으로 ‘미안하다’는 말만 대강 쓰고 어영부영 넘기려는 것 자체가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도 아니고 계속해서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할 부원인데. 아무래도 주말동안 수진이가 조금 기분이 풀리기를 기다린 후에, 돌아오는 월요일 그녀를 직접 만나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전에... 내일 먼저 만나 사과를 해야 하는 ‘또 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서랍을 뒤져 예전에 따로 빼두었던 사진들을 다시 꺼내들었다. 지금도 시간이 멈춘 사진 속 그 곳에서 다정하게 서 있는 어린 나와 수진이. 봄 소풍 때, 놀이동산에서, 그리고 운동회에서... 여자아이처럼 길게 기른 머리카락과는 어울리지 않게, 나보다도 키가 컸던 ‘수진’이는 항상 내 곁을 지켜준 ‘든든한’ 누나 같은 친구였다. 사진 속 나와 ‘수진’이는, 마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화기애애하게 떠들고, 장난치고, 놀고, 그리고 웃고 있었다.


5년이라는 길고 긴 공백, 그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그녀를 처음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할까.


‘오랜만이야’ 라고 먼저 말을 먼저 하고... 그 다음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 땐’ 왜 그랬냐고 먼저 물어봐야할까?


그리고... 그게 만약 내 잘못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할까.


만약 내 잘못이 아니라면, 그 땐 -


“아들, 뭐 하는 거야?”


... 참 기가 막힌 타이밍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아, 깜짝이야... 엄마! 그렇게 귀신처럼 아무 말도 없이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니까.”


“얘가 참, 엄마보고 귀신이라니. 뭘 그렇게 숨길 게 있다고 그래?”


엄마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쳐다본다. 서운한건 이쪽인데.


“나도 이제 고등학생이야. 사생활이 있다고. 엄마는 알 거 없어.”


“호호, 민준이도 벌써 그런 나이인가. 그렇지만 딴 건 몰라도 네가 ‘수진’에게 신경 쓰고 있는 건 엄마가 훨씬 잘 알고 있지. 어렸을 적부터 너희 둘이 같이 지내는 모습을 봐왔으니까.”


애써 무릎 밑에 사진을 감춰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다. ‘수진’이가 초등학교 시절 내가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던 사실이라는 건 엄마도 너무나 잘 알고 있으시다. 하긴, 지금 여기 있는 사진들도 엄마나 수진이 어머니께서 찍어주신 것들이 대부분이니까.

“나 내일 오랜만에 걔 만나러 갈 것 같아.”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한 나는 다시 사진을 다시 꺼내들며 말했다.


“어 진짜야?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했더니, 언제 연락 닿았어?”


“연락은 아니고... 걔한테서 편지가 한 통 왔거든.”


“편지? 무슨 편지가 왔다는 거야? 아, 혹시 민준이 너 엄마 모르는 사이에 몰래...”


“엄마, 제발 쓸데없는 얘기 좀 하지 마! 동아리에 있는 애들도 편지 보고 다 그 얘기 하더라. 편지 주고받으면 다 연애야?”


오죽하면 ‘수진’이 만나면 전화번호 교환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할까.


“호호, 뭘 그렇게 짜증을 내고 그래? 장난으로 한 말 가지고. 엄마가 아들이 ‘수진’이랑 그냥 어렸을 적 친구 사이라는 건 다 안다니까 그러네. 근데 너희 동아리 애들도 봤어 그걸?”


“아 그게, 사실은 나도 얘가 보낸 편지 보고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애들한테 좀 보여준 것뿐인데, 엄마도 한번 봐 볼래?”


“어? 뭔데?”


궁금해 하는 엄마에게 나는 편지를 건네 드렸다.


“어, 뭐야? 이게 끝이야?”


편지를 읽어보신 엄마의 반응. 애초부터 ‘한눈에’ 다 읽을 수 있는 이 짧은 내용의 편지를 보면 누구라도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 진짜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짧은 편지가 어디있어? 보통 편지라면 내용에 안부인사 같은 거라도 적혀 있는 거 아니야? 난 처음 이거 보고 ‘이게 편지야?’ 하고 생각했거든.”


나의 말에 말없이 잠시 편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엄마.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잡고 있는 조그마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음... 근데 엄마는 그렇게 생각한다?”


엄마는 여전히 편지에 시선을 둔 채,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뭐를?”


어? 이런 ‘의외의’ 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괜히 무슨 말을 할지 신경이 쓰인다.


“사실 ‘수진’이 얘가 이렇게 어디서 언제 만날지에 대한 것만 딱 써서 보낸 건, 사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가지고 그런 건 아닐까 하고 말이야.”


사정?


“뭔 사정?”


“음... 뭐, 예를 들어 만약에 엄마가 ‘수진’이었다면 편지 쓰면서 이런 생각 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오랫동안 연락도 안 닿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민준이와 이야기를 나눌 거니까 기왕 만나는 거 직접 얼굴 보고 만나서 거기서 다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거든.”


“그, 그래?”


“만약 그런 말들을 다 편지에 적어 썼다면 그냥 편지만 보내던지 아니면 전화번호라도 알려줘서 전화로 얘기를 해도 되겠지. 굳이 만나면서까지 그렇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도 오랜만이니까 걔도 널 직접 만나가지고 진심으로 이런저런 얘기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어때?”


... 확실히 엄마의 말에 틀린 것은 없는 것 같다. 이 말에는 납득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납득했다는 말 대신, 또 다른 의문을 던졌다.


“아, 그러고 보니까 또 이해 안 되는 게 있는데, 사실 이거 나 담임선생님한테 받은 거다? 그럼 얘는 이걸 우리 학교 우편으로 보내줬다는 건데, 그럼 얘는 내가 이 학교 다니고 있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는 거야?”


“글쎄... 그것까지는 엄마도 잘 모르겠네? 그렇지만 네가 어디 살고 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너희 선생님한테 보낸 거겠지?”


“뭐 누가 모르는 사람이 보내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뭐 나쁜 짓 하려고...”


... 엄마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조용히 절레절레 흔들었다.


“민준이는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네. 하긴, 너도 그냥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고 그럴 나이는 지났지. 그래서 그런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걸 수도 있고. 그런데 친구랑 얘기 나누고 하는 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할 필요도 없어. 특히나 ‘수진’이는 네가 진짜 어렸을 때부터 맨날 어울리고 다니던 애잖아. 맨날 밤늦게까지 놀다가 늦게 돌아오면 엄마가 맨날 잔소리했는데. 그런데도 넌 걔랑 노는 게 그렇게 좋다고 며칠 안 있으면 또 늦게 들어오고 그랬잖아. 그렇게 엄마가 봐도 너희 둘인 엄청 잘 어울리고 다닌 친구사이였으니까, 걔도 오랜만에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부른 걸 거야. 만약 오랜만에 아빠가 온다고 이렇게 편지를 보냈으면, 똑같이 의심하고 그랬을까?”


... 나는 잠깐 생각을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왜 사소한 자꾸 의문을 던졌던 걸까.


‘수진’이에게 왜 의심을 품었을까.


알고 보면 다 필요 없는 고민인데.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생각 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 만난다는 그 기분으로 만나면 되지. 엄마 생각에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거든.”


엄마의 말과 함께 머리로 전해오는 부드러운 감촉. 참으로 오랜만에 전해오는 그 감촉에 괜히 소름이 끼친다.


“아 머리 만지지 마... 내가 애도 아니고.”


“우리 민준이가 아무리 커도 별 수 있어? 항상 엄마 아들이지.”


아무리 그래도. 솔직히 집이니까 그나마 괜찮은 거지. 밖에서 그런 모습 보이면 바로 마마보이란 소리 듣는다고.


“그럼 엄마는 내려가 볼게, 잘 자라.”


그렇게 엄마가 할 말을 다 마치고 내 방을 나가려고 하던 참.


“엄마.”


나는 마음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솔직한 기분’을 말했다.


“고마워. 덕분에 마음은 좀 편해진 것 같아. 내일 만나면 ‘수진’이랑 잘 얘기해볼게.”


비록 잠시 동안이었지만, 정말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 어렸을 적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잖아. 혹시나 뭔 일 있으면 네가 먼저 이해해 주고. 얘기하러 가는 김에 맛있게 밥도 먹고 연락처도 나누고 와. 잘 해봐! 파이팅.”


“어? 응...”


아들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왠지 아직도 나를 초등학생처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이쪽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잘 자.”


“응. 엄마도.”


하지만, 덕분에 뜬눈으로 지셀 줄 알았던 오늘 밤을 그나마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날. 지금 시간은 오후 4시.


그녀와의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까지 한 시간 전.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사복을 입었지만, 평소와는 달리 오늘 만큼은 한 번 더 확인을 해본다. 옷깃이 제대로 잘 접혀있는지. 옷에 뭐 묻은 것은 없는지, 머리는 단정한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보이기 위한, 그리고 그녀를 만날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떨쳐버리기 위한 나름대로의 ‘마인드컨트롤’이다.


엄마는 며칠 동안 잠시 친가에서의 일 때문에 집을 비우게 된지라 당분간은 집에서는 나 혼자뿐이다. 엄마는 나가시기 전, 오늘 ‘수진’이와 오랜만에 만나는 김에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오라고 식비와는 별도로 평소 손에 쥐기도 힘든 2만원씩이나 되는 거금의 용돈도 두둑하게 챙겨주셨다.


하여튼 참, 이렇게 용돈 주신거 보면 누가 보면 여자친구 만나 데이트 하러가는...


잠깐, 뭔 생각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정민준. 이건 데이트가 아니라 그저 어렸을 적 같이 지냈던 ‘소꿉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뿐이야.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뺨을 툭툭 친다.


그래... 단지 소꿉친구 ‘수진’이를 만나러가는 것뿐이다.


...


가볍게 만나기로 했는데,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 다잡는 게 정말 힘들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녀가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나는 그녀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그녀도 이제는 나와 같은 고등학교 1학년생일 터. 그렇기에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어쩌면 나랑 약속 없이 우연히 마주친다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스쳐 지나갈 만큼 변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다시 내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것에 대해 지금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녀에 대한 모든 궁금증은 어차피 한 시간 후면 다 알게 될 일이다.


- 그냥 편하게 생각 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 만난다는 그 기분으로 만나면 되지.


그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면 된다.


집 현관문을 나설 무렵, 엄마가 어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친구. 여자친구도 아니고 ‘그냥 친구’. 단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소꿉친구’.


“가자.”


그저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뿐이다.





4시 40분. 약속시간보다는 조금 일찍 목현동 사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예전에 홍보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수입 과자 가게 전단지를 배부했었던 곳이기도 하다.


“아직 안 왔나.”


나는 도착하자마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여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복 차림이었으면 그나마 눈에 좀 띄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주말인지라 그런 옷차림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어? 뭐야. 언제 이렇게 구름이 꼈냐?”


나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조금 놀랐다. 어쩐지 좀 흐린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아하니 하늘에는 어느새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갈 때 ‘수진’이 만날 생각에 미처 날씨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 했는데, 얼마 전 이번 주말부터 장마철 기간이라서 며칠동안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금방이라고 쏟아질 날씨. 그리고 다시 찾아온 이곳...




- 다시 말하지만. 나는 네가 알고 있는 그 ‘수진’이가 아니야...




두 달 전, 찬비가 내렸던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수진이는 나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택시와 함께 멀어져갔다.


그리고 그 날, 나는 더 이상 ‘수진’이와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이렇게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아, 일단 문구점에서 우산을 사야겠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과 불쾌하게 피부에 와 닿는 끈적거림, 그리고 점점 진하게 풍겨오는 아스팔트 냄새를 맡으니 왠지 금방이라도 한바탕 쏟아질 분위기였기다.


안 되겠다. 일단은 문구점에 먼저 가서 우산을 좀 사야겠다.


새로 생긴 수입과자 가게가 있는 작은 사거리를 마주한 건너편. 거기에는 나와 수진이의 어렸을 적 추억을 만들어주고, 우리들이 떠나고 난 뒤에도 다른 어린이들을 위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문구점이 있다.


그곳은, 오늘 ‘수진’이와 만날 약속장소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나는 문구점에 들어서자마자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어? 민준이구나. 아이고, 반가워라. 잘 지냈어?”


그리고 주인아주머니께서 살갑게 맞이해주셨다. 아주머니께서는 나를 한눈에 알아보셨다. 하긴, 4년 반 만에 본 얼굴도 기억하고 계셨는데 겨우 두 달 전에 봤던 내 얼굴을 기억 못 하실까.


“네, 잘 지냈어요.”


“그래? 오늘은 쉬는 날인데 또 무슨 일로 온 거니?”


“아, 하늘 보니까 금방 비가 올 것 같아서 우산 좀 사러 왔어요. 안 챙겨와 가지고...”


“그래? 우산이라면 저쪽에 있으니까 한번 봐봐.”


아주머니께서 가리킨 곳을 보니 과연 다양한 우산들이 놓여있었다. 어차피 계속해서 쓸 거, 튼튼하고 좋은 걸로 하나 찾아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민준이 너는 여기 안사는 거야? 저번에 한 번 오고 이번에 오랜만에 온 거 보면 이 근처에 살지는 않는 것 같은데.”

“네, 중학교 다니면서 다른 데로 이사 갔어요.”


예전에도 그랬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렇게 먼 데는 아니지만, 확실히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별로 올 기회가 없어가지고요.”


“그래? 그럼 오늘은 뭔가 그 ‘특별한 일’ 이 있어서 여기 온 거라는 거겠네?”


특별한 일... 솔직히 아무에게나 말하기는 껄끄러운 개인적인 일이긴 하긴 하지만, 뭐 어차피 남도 아니고 나랑 ‘수진’이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도 잘 알고 계시는 주인아주머니 앞이니 솔직히 말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저 오랜만에 ‘수진’이랑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5시쯤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좀 일찍 와가지고 잠깐 기다리는 거지만요.”


“그렇구나. 음, 그러고 보니 ‘수진’이 걔는 초등학생 때 마지막으로 본 이후로 한 번도 여기 온 걸 못 본 것 같네. 얼마 전에 민준이 온 거 생각하고 혹시나 그 애도 한번 여기 올까 하고 생각했었거든. 혹시나 걔가 여기 오면 민준이한테도 좀 얘기해 주려고 했었는데. 아무튼 뭐 잘 됐네. ‘수진’이가 그래도 직접 여기까지 와서 얘기하자고 해서 말이야. 연락도 안 닿아가지고 민준이 네가 엄청 걱정한 것 같았는데.”


“하하... 네.”


나는 억지로 웃는 소리를 내다가, 멈추었다. 아주머니라면 조금이라도 내 기분을 알아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근데 좀 불안하긴 해요.”


잠시 겉치레는 걷어두고, 솔직한 기분을 말했다.


“사실 걔가 편지를 보내긴 했는데 다른 얘기는 없었고 그냥 여기로 오라는 것만 얘기만 딱 해가지고요. 걔가 나랑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건지는 모르겠어요. 물론 그렇게 오랜만에 절 직접 불러서 얘기하자고 하는 거는 반갑기도 한데... 혹시나 예전에 있었던 일 가지고 저한테 서운한 감정으로 얘기를 할까봐, 좀 걱정도 많이 돼서요.”


어제 분명 마음속으로 더 이상 그 말 안하기로 했으면서 또 그 소리다. 어차피 이제 금방 만나서 이야기할 건데 또 걱정을 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스스로가 한심하다.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을 하면서 둘러보니, 마침 잡기 괜찮은 적당한 크기의 우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사둬도 꽤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수진’이도 너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네?”


그런 생각을 하며 우산을 집어 들었을 때,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민준이 너도 오랜만에 걔 만나는 게 걱정되는 거지? 만나면 뭐라고 말 할지 말이야. 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혹시나 나한테 싫어하는 말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그런데 이건 아주머니 생각인데, 만약 혹시나 ‘수진’이가 널 싫어했다면 오늘 일부러 시간을 내서 너랑 얘기를 하려고 했을까?”


... 집은 우산을 만지작거리며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다.


“너도 어렸을 적 ‘수진’이랑 같이 지내봐서 알잖아. 걔는 정말 남들이랑 잘 어울리고, 솔직하고 착한 애인 걸 아주머니도 봐서 알고 있거든. 그래서 아주머니도 분명 ‘수진’이가 그렇게 약속을 한건 너한테 나쁜 감정 뭐 그런 거 없이 ‘솔직히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아주머니께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정말이지, 나는 만나기 전부터 ‘수진’이를 너무 의심하고 있다.


웃기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지낸 친구인데, 나는 왜 그녀를 믿지 못하는 걸까.


왜 아직도, 수진이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서운한건 과거의 일일 뿐인데, 왜 자꾸 그걸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일까.


“만나면 잘 이야기해 볼게요.”


나는 더 이상 이런 고민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먹으며,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주머니의 답은 충분히 들었다. 자꾸 무언가를 기대하며 물어보는 것은 나의 이런 기분을 알아달라고 하는 ‘구걸’에 불과하다.


이건 스스로 찾아야하는 답이다.


“벌써 가게?”


“아, 좀 있으면 바로 약속시간이어서요. 혹시나 모르니까 좀 일찍 온 거긴 한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겠네. 아, 그럼 가는 김에 오늘도 뭐 하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가져가.”


우산 값을 지불하고 가려고 하던 참, 아주머니께서 또 호의를 베풀어주신다.


“아, 괜찮아요. 저번에도 그랬는데 또 그러는 건 확실히 실례잖아요.”


“하나 가져가도 돼. 남도 아니고 반가운 얼굴 봐서 그러는 건데 뭘 그렇게 사양하고 그래? 게다가 ‘수진’이랑 오랜만에 만난다면서? 기왕 가는 김에 ‘수진’이것까지 하나 챙겨가서 같이 먹어. 오랜만에 과자 나눠 먹으면서 어릴 적 얘기 나누면 더 좋잖아.”


결국 내가 찾아야하는 답이지만, 그래도 아주머니께서는 나와 ‘수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시고 계셨다. 정말이지 감사할 따름이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딱 저랑 수진이것 한 개만 가져갈게요.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참, 아까워할 거 없다니까? 하여간 민준이는 커서도 정말 예의바르구나.”


쑥스러운 칭찬을 들으면서, 나는 무슨 과자를 가져갈까 고민했다. 어렸을 적, 동전 몇 개만으로도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추억의 간식들. 페인트 사탕, 미니 쿠키, 라면 과자, 설탕과자... ‘수진’이랑 게임을 하면서 자주 나눠 먹기도 하고, 내기를 해서 한 쪽이 사주기로 했던... 소소하지만 그리운 추억이 담긴 간식들이다.


모두가 다 그리운 과자들이었지만, 역시나 우리들에게는 이거다.


나는 통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포장된 ‘초콜릿’ 집었다. 저번에 왔을 때도 들고 갔었던 그 초콜릿이다.


“응? 그거 저번에 왔을 때 가져갔었던 거 아니야? 딴 것도 한번 먹어보지?”


“아, 물론 저도 오랜만에 과자들 보니까 시간 되면 나중에 하나씩 다 맛볼까 생각은 했었어요. 그렇지만 아주머니도 아시잖아요. 저랑 ‘수진’이가 정말 맨날 찾았었고 또 여러 이야기도 해 가지고...”


“후훗, 하긴 그렇지. 너희들이 이 초콜릿만큼 그렇게 좋아했던 건 없었으니까. 특히나 ‘수진’이 걔는 초콜릿이 어떤 순서로 나오는지도 거의 외워가지고 한 10개정도 뽑았었잖아?”


‘수진’이에게는 백 원짜리 동전 하나만으로 천 원어치의 초콜릿을 뽑는 능력이 있었다. 나중에는 하도 ‘수진’이를 보채서 공책으로 비법도 전수받았었지. 정말 어린애들다운 추억이다.


“엄청 뽑았었죠... 아,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이건 죄송해서 갚아드려야 할 것 같은데.”


“괜찮다니까. 저번에도 말 했잖아. 너희들 기뻐하는 것만 봐도 아주머니는 이미 다 값은 치렀다고.”


“아하하...”


쑥스러운 나머지 어색한 웃음소리가 나온다.


그런 나를 보시던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민준아. ‘수진’이 만나면 꼭 얘기 잘 나눠봐. 어렸을 적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리고... 좀 이야기하기 어려운 얘기들이 있어도 솔직하게 다 얘기를 해봐. 어차피 전부 어렸을 적 이야기이니까 그거 가지고 계속 마음에 담아 둘 필요는 없어.”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초콜릿 몇 개를 더 꺼내서 내 앞으로 건네주셨다.


“아, 아니에요. 이거면 괜찮은데...”


“‘수진’이도 똑같이 생각할거야. 그러니까 네가 먼저 이해를 해 줘.”


... 정말이지, 아주머니께서는 고마우신 분이다.


어쩌면 이것도 보면, ‘수진’이가 만들어준 인연이 아닐까.


“네. 잘 얘기해 볼게요.”


나는 초콜릿을 받아들며, 진심을 담아서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어머, 진짜 시간이 5시 다 됐네. 그럼 친구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가 봐.”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아하니 정말로 약속 시간인 5시가 거의 다 되었다.


“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초콜릿 잘 먹을게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대로, 꼭 잘 이야기해 볼게요.





그렇게 아주머니와의 이야기를 마친 후, 나는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한 문구점 앞에 섰다.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정확히 5시였다.


드디어 약속의 시간이 되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수진’이와 재회를 할 시간 말이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나를 어떤 표정으로 맞이할까.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입이 바싹 마르고 손이 떨렸다. 도무지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초조한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여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


5시 1분이 되었다. 딱히 여학생처럼 보이는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 안 왔나.


그래, 몇 분 정도는 늦을 수 있다. 걔가 어디 사는지는 모르지만, 멀리서 온다면 몇 분정도는 늦을 수도 있는 법이다. 일단은 마음을 다잡으면서 천천히 기다리자.


... 5시 2분.


... 3분.


... 4분.


... 5분이 되었다. 여전히 그녀는 오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그녀가 보내준 편지를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오늘 5시에, ‘우리가 어렸을 적 자주 만났던 문구점’ 앞으로 와달라는 말. 나와 ‘수진’이가 자주 만났던 문구점이고 뭐고, 초등학교 시절 백번 중에 아흔아홉 번은 들렸던 문구점이 바로 여기다. 약속 장소는 틀림없이 여기이다.


...


무심코 종이를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어제 윤정이에게 지적했던 ‘그 바보짓’을 하고 앉아 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종이를 통해 다른 무언가가 보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시커먼 먹구름뿐이었다.


... 10분이 되었다. 이미 여러 번 주변을 둘러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지만, 금방이라도 쏟아질 날씨에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좀 많이 늦는 것 같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되도록 비가 쏟아지기 전에 만나는 게 좋을 텐데.


... 20분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진다. 확신이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누가 장난으로 날 골려먹기 위해 쓴 편지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니야, ‘수진’이가 보낸 거야. 틀림없어. 나는 한 번 더 마음을 추슬렀다.


... 그리고 5시 30분이 되었다.


뭔가 잘못됐다. 뭐가 잘못됐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잘못됐다.


‘수진’이라는 이름을 써서 장난으로 헛걸음을 치게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서는 안 되는 의심도 스멀스멀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

... 아니야, ‘수진’이가 그럴 리 없어. 장난으로 보낼 리 없다.


‘수진’이가 날 싫어했으면 만나고하자고 했을 리 없다.


나는 수진이를 믿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일단 어디든 가 보자. 이대로 여기 서 있기만 하면 변하는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문구점 건너편에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컴컴한 하늘 아래에 빈 놀이기구들만 즐비한 스산한 분위기의 놀이터.


‘그 날’의 아픈 기억이 잠들어 있는 그 추억의 장소에 나는 다시 섰다.


- 시, 싫어!


그녀가 처음으로 나를 ‘싫다’고 하면서 나의 손을 거칠게 내뺐었던 그 곳. 그 날의 아픔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은 채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날을 되새기며 이 자리에 섰다.


이제 그녀만 오면 모든 것은 끝날 터인데.


그녀가 오지 않고 있었다.


- 으...


어?


그 때였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놀이터 어딘가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순간, ‘혹시 수진이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생각과 동시에 거의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목소리가 ‘수진’이의 목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기에, (그리고 애초부터 지금의 ‘수진’이의 목소리가 어떤지도 몰랐기에)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주변을 둘러보며 조금 더 집중했다. 어디선가 조그맣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 흐으...


들렸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보아하니 그 소리는 바로 놀이터 끝자락에 위치한, 담처럼 덤불과 나무를 심어놓은 주택가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의 목소리를 따라서 서둘러 그 쪽으로 향했다.


- 흐으윽... 으으...


여자의 조금씩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틀림없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흐느끼는’ 목소리였다.


- 흑, 흑, 흐으으...


‘수진’이... 잠깐, 뭔가 이상했다.


‘수진’이라면 여기서 울고 있을 이유가 없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 봐도 눈에 띄는 다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로지, 한 젊은 여자가 울고 있는 소리만 똑똑히 들려올 뿐이었다.


무슨 일인지 알 리 없다. 그렇기에 나는 발걸음을 제촉했다.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과 함께, 나는 점점 목소리의 근원지에 한 발 두 발 다가섰다.


- 흐으으...


이윽고 덤불 앞까지 도착했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젊은 여자의 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와보니 알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덤불 옆에 나 있는 길을 통해 그 소리가 들려오는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흑, 흐으윽, 흐으으으으...”





거기에서, 아까부터 울고 있던 한 여학생을 만났다.


“수진아...”


수진이었다.


마침내 5년 만에 다시 만난 그녀,


오랜만에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한 소꿉친구 ‘수진’이 -





“너 왜 여기 있어? 왜 울고 있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





가 아니었다.


그 ‘수진’이는 어제까지 ‘수진’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나랑 같은 ‘홍보동아리’에 다니는 수진이었다.








- 12화. 뜻하지 않은 재회. 끝.


작가의말

코노미카입니다.
이제 2권 분량도 마무리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스토리 전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부분인 만큼 마무리 부분까지 즐겁게 감상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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