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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미카의 서재

우리 동아리에서는 내기 게임을 잘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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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미카
작품등록일 :
2016.10.17 22:58
최근연재일 :
2019.03.21 23:16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21,307
추천수 :
86
글자수 :
998,913

작성
17.02.24 17:59
조회
264
추천
1
글자
21쪽

10화. (4)

DUMMY

※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중 내에서 표기된 인물, 지명, 단체 등은 모두 허구적 요소입니다.









10화. 윤정이는 여자친구 (일일한정) (4)




“우리 선배의 튼튼한 어깨와!” “우리 민아의 귀엽고 강인한 손놀림이 함께라면!”


“결승전 티켓은 우리 손안에!”


“와! 변함없이 멋진 세리머니를 보여준 커플에게 박수 보내주세요!”


망설임 없는 당당한 세리머니를 관중들 앞에서 하는 이들 커플의 연승 행진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자, 먼저 여자친구분은 이 털모자를 착용해주시고요, 준비가 다 되시면 남자친구분께서 여자친구분을 태우시고 아래 테이프로 해둔 출발선에 각각 서 주시면 되겠습니다.”


주섬주섬 모자를 쓴 양쪽 여자친구분. 그리고...


“자, 그럼 이제 목마 자세로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오! 이번 게임이야말로 남자친구로서 한마디로 상남자의 포스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왔다. 내가 지금 제일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시선은 자연스레 민아 쪽 커플로 향한다. 보아하니 승민씨가 망설임 없이 자리에 앉자 민아도 망설일 것 없이 그의 어깨에 올라탄다. 그리고.


“오오...”


이어서 벌어지는 광경에 내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승민씨는 민아의 양 다리를 안정감 있게 꼭 잡고는 망설임 없이 일어난다. 민아는 잠시 동안 승민씨의 머리를 잡으며 살짝 중심을 잡더니, 이내 여유롭게 한 손을 관객 쪽으로 흔들어 보인다. 흡사 관객들에게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승마선수 같아 보였다.


그건 그렇고 저걸 얘랑 하라고. 솔직히 저건 보통 커플 사이라고 해도 웬만해서는 부담돼서 못할 것 같은데.


“와아! 완전 재밌겠다. 빨리 끝내라, 윤정이도 하게!”


... 윤정이가 부럽다. 나도 차라리 지금만큼은 윤정이 같은 사고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준비되셨죠? 그럼 바로 첫 번째 게임...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구령과 함께 첫 번째 준결승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커플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양 팀. 아무래도 움직임은 남자친구쪽이 담당하고 실제로 모자를 벗기는 것은 여자친구쪽이 담당하는 일이니, 확실히 커플들 간의 의사소통이 상당히 중요해 보였다.


“네! 드디어 공격을 시작하는 양쪽 팀!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은데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가 없군요!”


여자친구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다리를 꼭 잡고 있는 남자친구분. 물론 넘어지면 큰일 나니까 저렇게 꽉 잡고 있어야 하는 게 맞긴 하다. 사실 자세 자체는 부담스러워도 저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예상을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으니, 다름 아닌 윤정이의 복장이다. 바지를 입고 있는 다른 커플들과는 달리 윤정이는 혼자서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윤정이를 붙잡기 위해서 불가피지만 맨 다리를 만져야 한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그래도 뭐 견딜만하다.


그러나 나는 상대팀이 취하는 자세를 보고는 이보다 더 부담스러운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말로 표현하기는 조금 그렇긴 하지만, 위에 앉아있는 여자친구가 중심을 잡으면 넓적다리 윗부분이 머리 뒤쪽에 닿는다. 즉, 그렇게 되면 내 머리 뒤쪽으로... 치마를 입은 윤정이의... 왠지 닿으면 안 될 것 같은 그 ‘천의 감촉’이 느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솔직히 싫다는 것은 아니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위험하다는 -


“오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던 그때, 나는 민아의 날렵한 손이 순식간에 상대 여자친구의 털모자를 낚아챈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저절로 탄성을 지었다. 마치 카멜레온이 혀로 파리를 잡아채는 광경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낚아챌 수 있는 거지.


“오오! 게임 종료! 와, 정말 순식간이었는데요?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번에 손으로 낚아챘습니다. 역시 이 고등학생 커플팀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은 했지만 진짜 이길 줄은 몰랐네요. 결승전 진출 축하드립니다!”


민아는 경기가 끝났어도 바로 내리지 않고, 빼앗은 털모자를 흔들면서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화답한다. 분위기는 이미 결승전까지 다 이기고 승리를 만끽하는 챔피언 같아 보였다.


“슉, 슈슉! 오오! 완전 짜릿!”


평소 민첩성과 손놀림에서는 지지 않는 윤정이도 이번에 민아가 보여준 날렵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기 손을 허공에 휘날리면서 감탄을 연발한다. 윤정이가 인정해줄 정도라면 말 다한 것이다. 다음 경기가 뭔진 모르지만, 아마도 이 게임으로 지금 민아랑 승부를 했다면 아마도 졌을 것 같다.


... 보아하니 뭐 지금 상황이라고 그렇게 이길 것 같아 보이는 기분은 전혀 안 들지만.


“자, 그럼 두 번째 준결승전 경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파죽지세로 올라온 늠름한 여성 커플분 대, 패자 부활전에서 멋진 안아주기 자세로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으면서 진출한 또 다른 고등학생 커플팀의 대결입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나는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하고 윤정이와 함께 무대 위로 향한다.


“뭐, 이번에는 쉬어가는 거니까! 그냥 오빠는 나 넘어지지 않게 잘~좀 붙잡아줘!”


“뭐가 도대체 쉬어가는 거야. 작전이 뭔데 그래?”


“쯧쯧, 아직도 모르나 보네. 이 착한 윤정이가 오빠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려줄게. 타고나서.”


여유가 넘치는 윤정이의 표정.


“자, 그럼 준결승 경기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올라간 팀이 드디어 운명을 가를 마지막 결승전으로 향하는 티켓을 쥐게 됩니다! 다른 커플들이 부러워할 푸짐한 상품이 걸려있는 경기인 만큼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에 나는 무대 한가운데로 서서 윤정이가 머리 위에 탈 수 있게끔 자리에 앉았다. 마찬가지로 반대편에 선 상대 남자친구분도 그렇게 한다. 솔직히 나는 지금 상대팀과 대결에서 어떻게 게임을 풀어 나가야 하나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지금 당장 나는 이제 곧 내 어깨와 등에서 느껴질 그녀의 감촉에 대한 부담감만으로도 벅찼다.


“자 그럼! 여자친구분 준비해주세요!”


이어서 들은 사회자에 지령에 나는 바싹 긴장하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잘 부탁해. 민준오빠.”


한껏 들뜬 윤정이의 목소리와 함께 내 어깨를 짓누르는, 그렇지만 어딘가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졌다. 그 감촉은 어깨 위를 넘어 겨드랑이 바로 위쪽 부분까지 전해져왔다.


우와아, 이런 기분 처음이야.


물론 그 기분을 말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낯선 감각에 나는 정신이 살짝 멍해졌다. 설마 나랑 같은 나이의 여학생을 이렇게 목마를 태워주고 있을 줄은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직접 태워보니 처음 느끼는 그 감각에 그야말로 소름이 끼쳤다.


아, 그러고 보니 제일 부담스러웠던 목뒤는? 때 마침 아까 치마 때문에 걱정했던 목뒤의 감촉도 느껴졌다... 음,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조금은 거친 옷의 감촉이 느껴졌다. 다행히 그녀가 입은 치마의 길이가 그렇게 짧지는 않았던지라 옷감의 감촉이 닿은 것 같았다. 그나마 좀 낫다. 만약 윤정이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지금의 옷 감촉이 아닌 내가 생각한 그 감촉이 왔다면... 지금쯤 말 그대로 패닉 상태가 되었을지도 -


“저기요... 준비되신 거 맞지요?”


갑자기 들려온 사회자에 말에 나는 시선을 깜짝 놀라며 시선을 올린다... '이미' 나는 패닉 상태였다.


“아, 죄송합니다. 준비 다 됐어요!”


“집중해 집중! 멍 때리지 말고!”


이어서 윤정이의 잔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조금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음을 굳힌 후 그녀의 다리를 손으로 꼭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오호호! 와, 완전 높다! 윤정이 키가 딱 이 정도였으면 좋을 텐데!”


윤정이의 이런 농담 어린 말 때문에 조금은 부담감이 덜어졌지만, 나는 그러면서도 확실히 그녀를 지지하고 있는 손으로부터 전해져오는 부드러운 다리의 감촉과 내 어깨 위에 닿은 종아리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윤정이가 평소 이미지가 애 같다고 하지만, 이래 봬도 같은 나이의 여학생이다. 솔직히 말하면 기분 좋은 것에 앞서서, 낯설고 당황스럽다.


“오빠 잘 부탁해!”


보아하니 저쪽 팀도 준비를 다 마친 것 같다. 남자친구는 용케 거구의 여자친구분의 목마를 태워서 곧장 일어선다. 조금은 버거워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당당히 일어선 커플.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아까 전 걱정했던 문제를 다시 떠올린다.


여자친구분에게 이런 표현이 좀 실례이긴 하지만, 과연 저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딱 봐도 윤정이 체중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저 거대한 몸집의 여성에게 한번 잡히는 순간 그대로 게임은 끝이다.


“그나저나 작전이 뭔데.”


나는 불안함에 다시 한 번 물어본다. 이런 나의 초조한 심정에도 아까부터 따로 작전을 말해주지 않고 있는 윤정이.


“헤헤, 좀만 기다려봐! 시작하고 때 되면 알려줄 테니까. 그동안 적당히 움직이고 있어.”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나는 머리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을 느꼈다.


“야, 머리 쓰다듬지 마! 내가 애냐?”


“에헤헤...”


무슨 애 취급하듯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윤정이.


... 그렇지만 솔직히 진짜로 싫어서 이렇게 반응한 것이냐고 물으면 백 퍼센트 오답이다.


사실은 그 반대였다. 오히려 나는 이런 감촉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당황스러워서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다. 나의 아직까지는 죽지 않은 이성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전혀 다른 답을 뱉어냈다.


그렇게 낯선 윤정이의 맨살 감촉과 저 부담스러운 상대를 이겨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내 머리가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갈 참.


“그럼 준비되셨으면, 시작!”


기다리던 사회자의 구령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시작과 동시에 잡생각을 떨쳐내고 집중하기 시작한다. 승부 앞에서 이런 쓸데없는 상상은 사치일 뿐이다. 지금은 윤정이의 작정을 믿으면서 승부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윤정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살짝 걸친 다리를 꼭 잡는다.


“꺄아!”


윤정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온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윤정이의 반응에 놀란 나머지 순간적으로 손에 힘이 풀렸다. 그와 동시에 뒤에 앉아있던 윤정이가 갸우뚱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다급한 마음이 든 나머지 윤정이의 다리를 힘껏 잡았다. 잠시 동안 뒤로 쏠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다시 중심을 잡았는지 그 느낌은 바로 사라졌다.


“미, 미안! 갑자기 잡길래 간지러워서...”


“아니야, 내가 멋모르고 꽉 잡은것 같아서 미안해.”


윤정이가 바로 앉았다는 것을 감으로 느낀 나는 그제야 긴장감을 겨우 풀려고 하는데..


... 내 머리 위로 뭔가 수상한 감촉이 느껴진 건 바로 그 때였다.


뭔가 쿠션처럼 물렁물렁하고 탄력 있는 감촉이 나의 머리 위에서 바로 느껴졌다. 지금 내가 처한 사항에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마치 머리맡에 베개라도 갔다 둔 듯한 그런 감촉이 내 머리를 둘러쌌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촉이 느껴질 수 없는데. 지금 벌어진 이 느낌에 대해 상황을 정리하며 다시 생각해 본다. 내 어깨 위에 있는 사람은 윤정이이다. 방금 전에 넘어질 뻔했고, 내가 다행히 자세를 꽉 잡아서 넘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윤정이는 자세를 잡기 위해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을 것이다.


지금 그녀가 취한 자세를 고려해 볼 때 윤정이의 ‘작은 신장’에서 내 머리 쪽에 닿을만한 그런 ‘푹신한 감촉’의 것이라고 하면... 설마.


평소 윤정이가 작은 신장에 어린아이 같은 체형이긴 해도, 그녀의 신체에서 딱 하나 그렇지 않은 부위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지금 내 머리 위에 닿고 있는 '그거' 말이다.


“야, 주윤정! 너 머리에 닿...!”


“잠깐, 이쪽으로 온다!”


당혹스러운 기분과 동시에 윤정이에게 닿는다고 말을 하려고 하였으나, 하마터면 때 마침 운 나쁘게 우리를 노리고 다가오고 있는 커플 때문에 말이 끊기고 말았다. 먹이를 노리는 거구 여자를 보며 일단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나름대로 판단을 세워보려고 했지만, 내 머리 위로 닿는 그 푹신한 감촉 탓에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준비됐지?”


판단력을 상실한 나에게 들려온 윤정이의 한마디. 그 말과 동시에 나는 온 신경을 기울였다. 마치 조종사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는 로봇처럼 말이다. 내가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다면, 윤정이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커플을 지켜보고 있던 윤정이의 한 마디.




“도망쳐!”




나는 윤정이의 말에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이미 그녀에게 통제받는 로봇이 되버린 나의 발은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와 동시에 조금씩 내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대 커플. 남자친구분의 발을 보아하니 상대방도 분명히 내 쪽을 향해서 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시선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딱 봐도 초등학생 신장이었던 윤정이는 실제로 업고 움직여보니 정말로 가벼웠다. 나의 도망치는 발걸음은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오오! 고등학생 커플들이 아주 빠르게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남자친구분이 굉장히 발걸음이 빠르시네요!”


내가 그렇게 빨랐나. 사실 빠름의 비결은 나의 운동신경이라기보다는, 생각보다 원체 가벼운 윤정이 체중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야호! 민준 오빠 달려!”


그녀는 신났다는 듯이 주변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 이어서 잠시 잊었던 머리 위로 전해오는 푹신한 감촉이 다시 느껴지는 순간, 마치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발걸음을 멈췄다.


끊임없이 몸을 내 머리 위로 착 달라붙어 있는 그녀 덕분에 오늘 나는 생각지도 못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가 아니라 지금 뭔 생각하는 거야!


끊임없이 내 머리 위를 자극하는 편안한 감촉 덕분에 슬슬 나는 본능만을 추구하는 동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누구한테 이 말을 꺼내다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하루아침에 나는 변태 취급받을 것이다.


“저기 윤정아... 제발 몸 너무 착 붙이지 말고...”


“다시 온다!”


멀리서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모습에 또 한번 내 말은 무시당한다. 점점 다가오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는 나는 윤정이의 ‘명령’을 기다린다. 탄 모양이며 의도치 않게 그녀의 ‘신체’로 나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모습. 이 순간 나는 흡사 승마 경주를 하기 위해 선수를 태운 말, 혹은 전장에 싸우러 나선 조종사를 태운 로봇이 된 듯한 기분이다.


상대방이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는, 마침내 조종사가 명령을 내린다.


“도망쳐!”


또... 하지만 나는 아까처럼 그녀의 생각에 이의를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바로 행동한다. 발걸음과 동시에 다시 점점 멀어지는 상대 커플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쾌감이 느껴진다.


윤정이의 이 작전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답이다.




- 와 진짜 모르나 보네? 무식민준오빠.




아까 윤정이가 나에게 한 말에 대해서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저렇게 무거운 여성을 업으면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나는 그저 한번 잡히면 빠져나올 수 없는 저 손만 생각하면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이,


“아아, 남자친구분이 조금 지친 것 같은데요? 여자친구분을 위해서 좀 더 힘을 내주셨으면 합니다!”


그 느린 움직임마저 점점 둔해지고 있는 상대 커플. 하긴, 내가 만약 저 몸집의 여자를 업고 이 게임을 하라고 하면 확실히 허리가 남아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자... 뒤로 살짝.”


이건 윤정이랑 민아가 잘 생각한 것이 아니다. 이건 내가 완전히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작전이다. 이런 단순하고도 당연한 생각을 못 할 줄이야. 맨날 윤정이가 쓸데없고 이상한 사고방식을 하는 애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무시해 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녀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면 안 될 것 같다.


그렇게 윤정이의 단순하지만 명쾌한 게임 플레이 덕분에, 그 커플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얏호!”


그녀의 환호를 들으면서, 나는 윤정이가 상대 여자친구의 털모자를 벗기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였다. 그리고...


- 물컹.


동시에, 그녀가 손을 뻗기 위해 앞으로 고개를 쭉 숙이면서 머리 위로 몸을 밀착함과 동시에 그녀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그곳의 감촉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머리 위로 짝 퍼져나간다.


기분 좋다... 설마 이런 생각을 할 줄이야. 역시 난 변태인가.


“게임 종료! 힘과 민첩성의 예측할 수 없었던 이번 승부의 승자는 바로... 이쪽 고등학생 커플 분입니다!”


“됐다! 결승전이다!”


윤정이는 신났다는 듯이 낚아챈 털모자를 들어 관객들에게 흔든다. 그 환호성 소리와 함께 잠시 달아났던 이성을 다시 바로잡으려고 애쓰지만 여전히 그녀의 두 다리가 내 어깨를 자극하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한테 승부는 뒷전이다.


“윤정아, 끝났으면 이제 좀 내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은 좋다. 하지만 아직 나는 그 기분을 한껏 느껴가면서 ‘평범한 사회인으로써의 자격을 포기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






“후훗, 설마 우리랑 너희들이 결승전에 올라올 줄이야. 나도 전혀 생각 못했었는데... 역시나 아영이랑 같이 지내면서 확실히 게임 같은 걸 많이 해봤나 보네?”


결승전을 앞두고 잠시 대기 시간. 결승 상대인 민아가 우리들을 떠볼 목적으로 또 다가왔다. 그녀는 경쟁심 때문인지,


“물론, 엄연히 따지면 우리 쪽이 더 잘하긴 했지만.”


또 살짝 우리를 긁는 말을 한다.


뭐 사실 민아가 한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첫 게임에서도 확실히 민아 쪽이 더 짧았고, 두 번째 게임도 원래는 졌는데 부전승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방금 끝난 게임도 솔직히 도망치다가 틈을 보고 낚아채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깔끔하게 이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관있어? 모로 가던 이기면 장땡이지!”


그런 나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것처럼, 옆에 있던 윤정이가 양손을 자기 허리춤에 둔 채 우쭐한다. 그녀의 그런 자세를 보며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아까 전 나에게 의도치 않은 ‘만족감’을 선사한, 그녀의 작은 체형에서 유독 눈에 띄는 그곳으로 향한다. 이 귀엽지만 어른스러운 몸이 왠지 오늘 경험한 이 ‘특별한 체험’은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맞아. 윤정이 말 대로야.”


나는 쓸데없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그녀의 말을 지지한다. 윤정이 말 대로이다. 모로 가더라도 결과가 잘 되면 된다. 그게 원래 승부의 법칙이다.


“오호! 웬일로 민준오빠가 나한테 공감을? 헤헤, 멋진데? 왠지 모르게 진짜로 반해버리겠는걸?”


윤정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동시에 내 팔 쪽에서 익숙한 감각이 또 다시 느껴졌다. 아까도 팔을 끌어안았을 때는 이런 감촉을 느끼지 못했는데, 방금 전의 일 때문에 지나치게 의식을 해 버린 것일까.


“어이, 너무 착 달라붙지는 마. 진짜 연인 사이도 아니면서.”


“오~ 게임 한판 하고 나더니 부쩍 사이가 좋아졌는데? 이렇게 가다가 진짜로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둘이서 좀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데이트 장소라도 소개해 줄까?”


“시끄러워.”


민아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불편하게 나를 쳐다본다. 남의 일이라고 아주 신났군.


“자 드디어 기다리던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와, 이번에 참여한 팀들 중에 고등학생 커플은 단 두 팀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두 팀이 결승까지 올라갔습니다! 청춘 커플들의 힘이 이렇게 강한 줄 몰랐는데요! 기다리기 지치셨죠! 그럼 바로 ‘우리 동네 베스트 커플 콘테스트’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어쩌면 처음부터 기다렸을지도 모르는 숙명의 라이벌 커플과의 결승전이 그렇게 막을 올렸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네? 결승전에서 모처럼 만난만큼 잘 해보자고? 그럼. 선배 잘해봐요~! 우승은 우리 거인 거 알죠~♡”


“그럼! 우리 민아가 이기면 기뻐할 모습 너~무 기대하고 있는데 선배가 열심히 안 하겠어?”


변함없이 여유로운 표정의 민아 커플.


“흥, 게임은 애정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기는 거라는 걸 몸소 보여주지! 오빠, 마지막까지 잘해보자! 절대로 지지 말자고?”


물론, 그런다고 윤정이가 주눅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게 윤정이의 강점이자 -


“물론이지.”


내가 확신해서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이유이다.


작가의말

코노미카입니다.
원래 (4)에서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나와서 (5)까지 연장해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5화는 2월 27일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우내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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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2화. (1) 17.04.26 218 1 23쪽
31 11화. (4) 17.04.05 253 1 42쪽
30 11화. (3) 17.03.19 337 1 23쪽
29 11화. (2) +1 17.03.12 471 2 33쪽
28 11화. (1) +2 17.03.05 566 2 27쪽
27 10화. (5) 17.02.28 288 1 27쪽
» 10화. (4) 17.02.24 265 1 21쪽
25 10화. (3) 17.02.13 411 2 36쪽
24 10화. (2) 17.02.04 441 1 31쪽
23 10화. (1) +2 17.01.24 788 1 29쪽
22 9화. (2) 17.01.21 400 1 37쪽
21 9화. (1) 17.01.09 652 1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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