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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오 님의 서재입니다.

대하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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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오
작품등록일 :
2020.05.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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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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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5.1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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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팔만사천도법

DUMMY

청의청년과 백의장삼을 입은 사내가 해풍에 옷깃을 세차게 날리면서 대치하고 있다.

남궁필도는 자신의 애검을 앞으로 지긋이 내밀어 겨누고 있고, 하림은 평범한 철검 한 자루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 있다.

두 사람의 사이에 언제나 떠돌던 훈풍은 보이지 않고, 칼날처럼 예리한 긴장감이 서로를 훑어내며 잠시간의 지루한 시간이 흐른다.

더 견디기 힘들었음이었을까?

아니면 죄어오는 하림의 끈끈한 살기가 거슬림이었을까?

의외로 참을성 많은 남궁필도의 검이 먼저 허공을 갈랐다.


“하아얍!”


천풍신법을 밟은 남궁필도가 답답한 듯 기합을 토해내며 떠오른다.


“창궁대붕!”


남궁세가의 창궁대연검법이 그의 손에서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허공으로 덮쳐오는 남궁필도를 바라보면서, 하림은 그동안 수도 없이 펼쳐왔던 심상수련을 떠올렸다.


오년동안이다.

남궁필도는 모르겠지만 하림은 그를 상대로 무수한 심상대련을 하였다.

곧, 하림에게 은연중에 남궁필도가 스승이자, 위험한 적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빙긋이 미소가 어리다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두 눈에 날카로운 정광이 번뜩인다.

하림은 자신이 검을 잡는 순간 온몸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살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마혈성의 운명을 가진 하림의 몸에서 그도 모르는 살기가 배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 또한 하림에게는 의외였다.

자신이 제일 존경하는 남궁필도에게 살기를 뿌릴 수 있다니.....


-챙! 챙! 챙!


순식간에 두 사람의 검이 수합을 부딪치며 하림이 연신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하림의 안색은 평온했고 검에는 여유가 있었다.


“창궁필살!”


남궁필도는 그대로 밀고 들어오면서 하림을 궁지에 몰려 하는 듯 했으나, 하림은 번개처럼 몸을 틀어 허공을 갈랐다.


-휘리리릭!


“헉! 빠르구나! 하하하....”


남궁필도는 벼락 치던 자신의 공세를 너무도 쉽게 빠져 나가버린 하림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고 기꺼운 마음에 활짝 웃으며 신형을 틀어 올렸다.


“자, 아우야! 잘도 피했겠다, 이것도 받아 보거라! 제왕필도!”


-슈릭! 슈슉!


지금까지 몰아치던 남궁필도의 검이 세배나 늘어났다.

그도 엄연히 대 강호에서 강호팔협의 일인으로써 백의수사라는 명호를 가지고 있는 고수다.

일검, 일검에 예사롭지 않은 예기가 있음을 말해 무엇 할까.


“호오....좋군요. 형님!”


그러나 하림은 호쾌하게 웃으면서 검을 부딪치지도 않고, 검망을 허무하게 벗어나버린다.


“헉! 이 무슨 신법이.....”


그의 그림자만 쫒던 남궁필도는 경악에 가까운 신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치켜든다.


“이거 오늘 이 우형의 밑천을 전부 드러내게 생겼구나.”


신행만환보(神行萬幻步).


하림이 유일하게 익히고 있는 보법이자 신법이다.

흡사 귀신의 놀라운 몸놀림을 연상시킨다는 그 신법은, 어느 날 남궁필도가 고서점의 하오문 분타주인 철필사영 공호광에게서 훔쳐 내온 바로 그 비급이었다.

일개 분타주가 쥐고 있던 고서가 하림에게 넘어온 순간, 그것은 결코 평범한 신법서책이 아니었다.


“형님, 이제 소제가 갑니다.”

“하하...어서 오게, 이 우형이 더 이상 힘 빠지기 전에 끝을 보세.”

“하압!”


하림의 짤막한 기합이 나직이 울리면서 그의 몸놀림이 순식간에 변했다.


-휘익! 휙!

-팡! 팡!


그가 휘두르고 내려찍는 장검이 흡사 폭죽이라도 터지듯이 폭음 비슷한 소리를 내뱉는다.

검격의 소리치고는 기이하다.


“흐으으음....”


하지만 수세에 몰려 순식간에 손이 어지럽게 내두르던, 남궁필도의 이마에서는 힘줄이 불끈 올라선다.


“무슨 놈의 검법이....신법도 그렇고..헉!....위험!”


생각도 이어가기 어렵게 하림의 공세가 파상적으로 이어진다.

풍겨오는 살기가 마치 철천지원수에게 검을 내뻗는듯하다.

북풍한설 찬 서리 같은 검세가 위에서 아래로 쪼개어 온다.


‘헉! 일검양단......’


몸을 튕겨 겨우 피하며 생각도 이어가지 못하던 그에게, 이번에는 좌에서 우로 열기를 담은 화끈한 검세가 쏟아지듯 그를 베어온다.

검세의 기류가 살을 예일 듯 차고, 불에 데일 것처럼 열기가 가득하다.


“이게 무슨.....”


생각과 말로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던 남궁필도는 하림의 놀라운 몸놀림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졌......졌다....!’


삼백 합을 넘어서기 전에 수세에 급급하던 남궁필도의 이마에 끝내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스윽!


그가 생각을 채 끝나기도 전에 하림의 철검이 그의 턱밑으로 들어온다.


“대...대단하구나....아우.”


하림은 재빨리 검을 거두어들이면서 그에게 두 손을 모아 포권을 한다.


“형님, 양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림의 인사말에 같이 두 손을 올리며 포권하던 남궁필도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우, 어느새 무서운 고수가 되어 버렸구나. 내손으로 가져다준 비급이 이런 절기들이었다니, 눈으로 보고도 정녕 믿을 수 없구나.”


하림의 두 눈이 그에게 많은 감사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모두 형님의 보살핌 덕분 아니겠습니까? 감사드립니다.”

“허허, 감사는 무슨, 이 우형은 그저 자네의 무위에 놀라울 뿐이라네. 내가 보기에는 신행만환보는 그저 조금 빠른 신법일 뿐이었고, 팔만사천검보 또한 절기에 속하겠지만, 세가의 제왕검결에 비하면 많은 손색이 있는 절기였네, 그런데 내가 오늘 겪어본 두 절기는 자네가 십이성의 힘을 다하지 않았다 감안하여도, 강호 어느 문파의 절기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고절하고 기묘하며 무서웠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을 넘어선다고 보아야겠지. 아우, 도대체 어찌된 연유인가?”


하림은 그의 말을 잠시 떠올려 생각해보더니 불쑥 들고 있던 검을 내 밀어 보인다.


“형님, 이검을 좀 보세요.”

“헛! 검이 많이 상했구먼.”


남궁필도는 부서지기 일보직전에 이른 하림의 검을 보고 대경했다.

정상적이라면 아무리 싸구려 철검이라 할지라도, 방금 전의 비무 정도로 저런 형태를 보인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팍!

-파바바바박!


하림이 검에 진기를 주입하자, 그 철검은 곧 여러 조각으로 부스러지면서 순식간에 검 자루만 남겨 놓았다.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남궁필도를 바라보면서, 하림은 조용히 입을 연다.


“형님, 이 모든 것이 형님에 제게 이어준 인연 덕분입니다.”

“..........?”


하림의 말을 이해 못한 남궁필도가 눈만 깜빡거린다.

그 뒤를 하림이 마저 이어가고 있다.


“형님, 천요 할아버지의 옥황심법은 특이하게도 음양의 이기(二氣)를 다루고 있어요, 전에 말씀드린바 있으니 아실 거예요.”

“맞네, 분명히 들은 적 있네.”

“형님이 가져다주신 신행만환보는 일반 심법의 음이나 양, 한 가지로는 그 어지러운 변화를 모두 재현해 낼 수 없어요. 오로지 음과 양의 조화로 만변의 움직임을 표출할 수 있는 무공인 것이죠.”

“헉! 어찌 그런.......신묘한....”


두 눈이 빠져버릴 것처럼 남궁필도의 커진 눈이 경악을 가득 담고 있다.

하림은 담담히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한 가지 심법만 익힌 무인들은 이 신법서를 볼 때마다 형님처럼 그저 그런 강호의 잡서정도로 알았던 것이죠.”

“끄응....!”

“더욱 놀라운 것은 형님으로 인해 신행만환보가 제 손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지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형님?”

“그...그렇군....마치 운명처럼.......”


하림은 넋을 잃은 것처럼 멍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형님, 벌써 그런 표정이시면 곤란하십니다.”

“허어. 아우, 이 우형을 또 놀라게 할 사실이 있다는 것인가?”

“그럼요, 형님, 이것도 역시 형님이 본가에서 가주께 강탈하다시피 가져다준 팔만사천검법 말입니다.”


남궁필도가 또다시 크게 놀란다.


“허허...이번에 팔만사천검법이 문제이던가?”

“네, 형님,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애초에 이 팔만사천검법 또한 음양이기를 익힌 절대고수의 무학이었습니다.”

“헉! 그것 또한?”

“네, 형님....그래서 범인들에게는 그토록 평범하게 보여 져서, 심하게는 뒷방의 잡서로 취급받아왔던 것입니다.”

“흐음.....?”


하림은 그를 바라보면서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다.


“더욱이 여기엔 놀라운 비밀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형님!”

“아우, 이제 놀라는 것도 지쳤네. 어서 말해보게나.”

“바로 우리가 알고 있던 팔만사천검법이 검보가 아니라 도법이었다는 사실이지요.”

“도...도법...말인가? 허어....그...그것이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유추하건데, 음양이기 심법을 익히지 못한 무인들이 검법으로 변용하여 그 맥을 이어 왔었던 걸로 생각됩니다.”

“팔만사천도법이라........놀라운 일이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나를 통해서 아우에게 이어져 가고 있었고.....”

“예, 형님...소제 또한 소름끼치도록 놀라울 뿐입니다.”


남궁필도는 오년 전 세가의 무공비고에 잠입하여. 팔만사천검법서를 손에 쥐고 나오다 부친에게 딱 걸렸을 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놓으라하던 부친의 내밀어진 손을 바라보면서, 어디서 그런 용기가 튀어나왔는지 단검을 들어 자신의 목에 쑤셔 박을 듯, 밀어 넣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어떤 기이한 힘에 이끌린 것 같기도 하고, 훗날 이 상황을 여러 번 곱씹어보아도,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자신의 행동이었음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마치 의도되었던 일들처럼, 모두 하림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 아닌가?

지금도 가끔 그때 난 목 부위 상처가 쓰릴 때가 있었다.

팔뚝에 솟는 소름을 그가 조용히 쓸어 내렸다.


“아우, 아우가 잘 아는지 모르겠으나, 한사람이 음과 양의 두 가지 기류를 한 몸에 지닌다는 것은 지금까지 들어 보지 못했네.”

“.....그런가요?”

“물론 양의심법이라는 것이 있으나 그것은 음양과 거리가 먼 것이니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고, 혹시 사파에서 어떤 사이한 대법으로 연성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이 우형의 상식으로는 불가하네.”

“그렇군요.”


하림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반면에 남궁필도의 안색은 진중하면서 하림을 바라보는 눈매가 흐뭇하게 변했다.


“이제부터 강호상에 무공의 역사는 자네에 의해 다시 쓰여 지게 될 것 같군. 자네가 마지막에 펼친 초식은 그 살기까지 합하여, 이 우형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단언컨데, 전무후무한 절기였네. 대체 그 마지막 초식의 이름이 뭐였는가?”


하림이 그의 말에 나직이 웃는다.


“팔만사천도 삼초식인 팔방풍우였습니다. 형님!”

“팔방풍우라......역시 이름만큼 대단한......사방에 피할 길을 찾기 힘든 수법이었네.”


아까전의 오싹했던 위기가 떠올라 남궁필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대결을 한다하여도 필승의 자신이 서지 않았다.

후기지수들의 수장 격이라고 소문난 강호팔협의 백의수사 남궁필도, 자신이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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