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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오 님의 서재입니다.

대하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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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오
작품등록일 :
2020.05.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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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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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5.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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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영파현의 어린배수(1).

DUMMY

1.영파현의 어린배수(1)


열다섯 살의 하림은 배수(소매치기)다.

관의 허가 따위는 철저하게 무시하고, 우후죽순처럼 자리 잡은 난전이 그의 생활터전이고 치열한 전쟁 통이라 부를 수 있다.


안휘, 복건, 강소, 강서성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절강성의 영파현.

지저분하고 코를 썩게 만들 정도의 시궁창 냄새가 진동을 하는 지류천 뒷골목에서, 오늘도 나름 두 눈을 번뜩이며 조그만 인영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하림이다.

장하림.

십오 세에 때 국물이 흐르는 앳된 얼굴은 그저 어리다하는 것 정도만 나타내줄 뿐, 별다른 큰 특징은 없었다.


“쓰으.....왜 오늘따라 철검방 새끼들이 쫙 깔린 거야?......”


아니나 다를까 그의 전방 근처에서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있는 청의 무복을 걸친 자들이, 은밀한 눈초리로 행인들을 감시 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라질.... 저것들 때문에 오늘 영업은 글러먹은 것 같구나, 성질 더러운 조장 놈한테 쥐어 터질 일만 남았군.”


어린 그의 두 눈에 두려움이란 낯익은 눈빛이 살짝 떠올랐다 사라져 간다.


조장, 마철삼.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행인들의 금품을 터는 업을 맡고 있는, 한마디로 하림한테는 염라전의 사자와 같은 두려움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의 곁으로 갓 넘은 이십대로 보이는 깡마른 자가 이빨을 쑤시며 슬쩍 다가선다.


“림아, 아무래도 오늘은 조장 놈한테 경을 칠일만 남은 것 같구나.”

“두형, 까짓 거 어디 한두 번이오? 설령 작업에 성공해서 돌아간다 하여도 많네, 적네 하면서 쥐어 패는 놈 아니오.”


두형이라 부르는 자의 얼굴에도 씁쓸한 표정이 떠오른다.


“하긴....그런데 철검방 놈들이 오늘따라 똥 묻은 강아지 나대듯이 시전을 뒤집어 놓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다더냐?”

“두형, 소제도 잘 모르오, 하지만 아까 얼핏 저놈들 말을 들어보니, 철검방에서 보관 중이던 어떤 귀하디귀한 보물을 도둑 맞았다하는 것 같았소.”

“뭣이? 보물을.....?”

“쉿! 저놈들이 듣겠소. 물론 확실치 않소, 보물의 보자만 나와도 쌍심지에 불붙는 것이 안 보이는 것이오?”

“흐음.....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구나.”

“가.......가만......두형, 우리 어쩌면 마가 놈에게 치도곤이 당하지 않아도 될 거 같소, 저길 보시오.”

“으응?.....”


하림의 눈짓에 곁눈질로 힐끔거리던 두형이란자의 눈빛이 빛난다.


“호오....그렇구나, 림아.”

“두형, 소제가 따라 붙을 테니 다른 형님들한테 신호잡고 시작합시다.”

“.......?”


하림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웅크리고 있던 몸을 움직인다.

매섭게 움직이고 있는 그의 눈빛 끝에 걸린 자는 백의를 걸치고 있는 삼십대 장한으로 보였는데, 무기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무림인이 아니라고 단정 지은 하림의 입가에, 모처럼 미소가 떠올랐다.

하얀 박속같은 이빨이 살짝 드러나더니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추었다.


‘저...건...무조건 왕거니다.’


하림은 코끝에 스치듯 스며드는 은량의 냄새에 가늘게 몸을 떨고, 그의 시야 끝으로 사라져 가는 백의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철검방에서 몰려나온 무사들이 덮치듯 행인들을 감시하고 있었으나, 백의인과 하림의 몸놀림은 그들의 눈길에서 교묘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투둑! 툭!


북적이는 인파속에 어깨와 몸 곳곳을 부딪치며 흔들거렸으나, 하림의 두 눈은 백의인의 신형을 예리하게 살피고 있었다.

절대, 그의 보폭과 걸음걸이를 초과해서 움직이면 안 된다.

그만의 법칙을 되뇌며 백의인이 걸음을 옮길 때만 같은 발걸음을 떼어 놓는, 하림의 이마에 어느새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난전을 벗어나고자하는 백의인의 의지가 담긴 몸놀림이 하림의 감각에 걸려 들었다.

이때, 그의 눈빛이 살짝 움직였다.

백의인의 주위로 네 방향에서 같이 움직이고 있는 조원들이 눈에 들어 온 것이다.

그들은 어느 지점에 이르러 백의인을 작업하게 될 것이다.

작업이라 해봐야 고작 몸으로 부딪치고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밀치고 넘어지는 것이 전부이겠지만, 그 와중에 하림이 백의인의 주머니를 따게 될 것이다.


백의인은 자신을 향해 조여 오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철검방 인물들의 시야만을 의식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또다시 하림의 입가에 예의 박속같이 하얀 이빨이 잠시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확실히 두둑하게 느껴지는 저 전대 안에는 필시 금자가 들어 있을 거야, 난 느껴져.... 저 누런 황금빛이 찬란한 금원보의 냄새가.....’


어쩌면 오늘만큼은 조장인 마가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림의 가슴속을 설레게 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츄리릿!


앞선 네 명의 조원들에게서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신호가 왔다.


‘됐다....시작이다.’


그의 시선에 백의인을 향해 몸을 날리는 조원들이 들어왔다.


-투둑!


“어이쿠!”


-퍽! 퍽!


“아악!”

“으윽!”


세 마디의 짧은 단말마 같은 신음이 터져 나오고, 바닥을 뒹구는 세 명의 조원들을 바라보는 하림의 두 눈이 흡사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실.......실패?’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두 글자에 마가에게 치룰 혹독한 대가가 자동으로 밀려오는 순간, 그의 두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아까 그와 얘기를 나누었던 두형만이 잽싸게 몸을 숨긴 채로 하림에게 고개를 가로 젓고 있었다.


‘.........포기하라고?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자가 아니라고?’


그들만의 수화로 두형이 전해오는 의중에 하림의 두 눈은 진한 아쉬움이 떠올랐다.


한순간 덮치듯 세 방향을 점하고 달려드는 양아치들을, 교묘한 발걸음 세 번으로 스치듯 움직이며 패대기 쳐버린 백의인은 잠시 동안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시선을 들어 하림을 건네다 보았다.


‘앗!....’


순간 하림은 타는 듯한 안광이 쏘아져 오는 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 치고 말았다.


‘무슨 눈빛이.......’


눈빛하나로 두려운 마음에 겁이 바짝 솟은 하림은 두형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가로 젓고 있던 두형은 어느새 인파속으로 스며들고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빛하나로 정확하게 하림을 지적해서 몸서리치게 만든 백의인조차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바닥에 널 부러졌던 조원 세 명만이 겁에 질린 눈빛으로 몸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었다.

하림은 백의인의 무시무시한 안광에 피워 올랐던 두려움을 고개를 흔들어 떨쳐버리며, 두형이 사라져간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


-퍼억!

-퍽!


“으악!”

“악!”


시궁창 냄새로 가득 찬 지류 천 말미부분에 자리 잡은 헌책방으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를 지나서, 갖은 쓰레기 더미들로 어지럽게 지저분한 후원에, 방금 전 삼십대 초반의 흑의 인에게 구타를 당한 다섯 명이 나뒹굴었다.


흑의인,

하오문 비수대 을조 조장 마철삼.


변변한 별호조차 없는 그는 이들 다섯 명에게 만큼은 지옥의 사신과도 같았다.

길쭉한 말상의 얼굴에 왼쪽 뺨을 훑고 내려간 징그러운 칼자국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이 더러운 새끼들아! 어제도 겨우 은자 백 냥으로 때우더니 오늘은 아예 공을 쳐? 죽어라! 죽어!”


-퍽! 퍽!


“윽!”

“으악!”

“으윽!”


갖가지 신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누구의 피 인줄도 모르는 피들이 그가 휘두르는 쇠몽둥이에 맞춰 허공으로 비산하고 있다.

얼마나 매타작이 이어지던가?

한식경 가까이 이어진 매타작에 이제는 비명조차도 변변히 지르지 못하는 다섯 개의 웅크린 고깃덩어리들이 연신 꿈틀거리고 있다.


“이 버러지 같은 새끼들아! 해떨어지기 전까지 삼백 냥을 못 채우면 내일 아침 해는 다 본줄 알아라!”


-철그렁!


후원 구석으로 쇠몽둥이를 던져버린 마철삼은 험악한 표정으로 선혈이 난자한 다섯 개의 고기 덩어리를 노려본 후 자리를 떠나갔다.

그는 떠났지만 느릿하게 꿈틀거리고 있던 고기 덩어리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널 부러진다.

긴장이 풀리고 밀려오는 엄청난 고통에 겨우 잡고 있던 정신 줄 마저 놓아버린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씨....씨......벌......저....새끼만큼은....내손...으로 꼭 죽여 버리고 말테다.”

“으윽!....씨발.... 아....안돼! 은가야! 저놈은 네놈에게 양보할 수 없어, 반드시 내손으로 목줄을 잡아 뜯어 버릴 것이다.”

“아...씨바.....”

“막내야! 괜찮은 것이냐?”

“..........?”


하나둘씩 정신이 돌아오면서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들은 꿈틀거리며 일어날 수 있었다.


다섯 사람 중에 제일 막내인 하림은 마철삼이 사라져간 후원의 문을 바라보며,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언제고 때가 온다면 반드시 저놈의 눈깔을 파버리고 말리라.

원독이 가득 찬 눈길은 하림만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독기 가득한 얼굴로 한쪽에 있는 우물로 다가섰다.

그놈을 죽이는 것은 훗날에 이루어질 일, 지금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추스려 밥벌이에 나가야 할참이다.


열네 번째다.

하림이 네 살 때, 이곳 저자거리에 내버려진 고아인걸 알았고, 그 뒤부터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탈출을 시도했던 횟수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오문의 은형대에 붙잡혀 죽을 만큼 얻어터졌었다.

물론 하림은 지금도 탈출을 꿈꾸고 있다.

비록 하오문도라 할지라도 그는 이곳에 눈곱만큼도 소속감이 없다.

그저 언제고 능력만 된다면 하오문을 비롯하여 이곳을 초토화 시켜버리고 말 것이란 복수심만 가득 차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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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피독주의 비밀 +10 20.05.11 7,388 117 13쪽
3 영파현의 어린배수(2). +9 20.05.11 7,921 126 9쪽
» 영파현의 어린배수(1). +6 20.05.11 10,272 133 10쪽
1 서장. +13 20.05.11 12,073 20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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