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영웅갱생기 38
죽었다고 복창해라 1
추웠던 겨울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오월의 어느 날...
침대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던 재민이 눈을 떴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시침이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재민은 가부좌를 풀고 있어서 가볍게 관절을 풀었다.
“조금 늦었네.”
평상시라면 4시에 운기조식을 마치고 아침 수련을 해야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시작한 운기조식 도중 불현 듯 다가오는 감동에 취해 저도 모르게 운기조식 삼매경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는 감동이었다. 천사마라혈공을 수련하고 두 달이 되던 때에 단전의 크기가 어느 순간 크게 확장이 되는 경험을 했었다.
그런데 어제도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단전이 확장 되었다고 해 봐야 천사혈존이 전해 준 천사혈정도 완벽하게 담지 못하는 좁은 단전이었다.
단전을 채우고 남은 천사혈정의 기운은 재민의 몸 곳곳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 계속해서 천사마라혈공을 수련하고 오늘과 같이 행운이 찾아온다면 언제고 천사혈정의 기운 모두는 재민의 것이 될 것이다.
“빨리 가자.”
평상시 보다 늦었기에 재민은 서둘러 수련을 할 때 입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재민이 늦었구나.”
아버지가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걸어가시고 계셨다.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시기에 언제나 새벽 5시면 집을 나서시곤 하였다.
‘응?’
재민은 스치듯 지나간 아버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입술이 붓고 눈 주위가 파랗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버...”
재민이 부르려 했을 때 아버지는 이미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벗어난 후 였다.
한참이나 서서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들, 오늘은 조금 늦었네.”
“네. 늦잠을 잤어요.”
“무슨 일이야? 아들이 늦잠을 다 자고.”
“어제 늦게까지 잡생각을 하다 잠이 들어서요. 그보다 아버지께 무슨 일 있으세요?”
“아빠? 아빠가 왜?”
어머니가 의아한 듯 물었다. 하지만 재민은 어머니의 음성이 가늘게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분명히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다.’
자신이 부르는데도 나가버리신 아버지도 그렇고 무엇인가를 감추려고 하시는 어머니도 이상했다.
“저 운동 다녀 올게요.”
“그래. 오늘은 엄마 혼자 밥 먹어야겠네.”
어머니도 일을 다니신다. 작년까지 하시던 파출부 일은 그만 두시고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생각 같아서는 가지고 있는 돈을 부모님께 드리고 싶지만 돈의 출처에 대해 물으실 적당한 핑계꺼리를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재민이 가지고 있는 돈은 5억이 조금 모자라는 돈이었다. 아귀를 잡고 삼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상준은 재민에게 세 번의 일거리를 더 주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이 5천만원이었다.
그 돈들은 모두 재민의 침대 쿠션 밑에 깔려 있었다. 재민의 침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돈침대’였다.
재민은 석연치 않은 기분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산을 올라 평상시에 수련을 하는 정상으로 올라갔다. 조금 늦게 집을 나서서인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천사섬전비를 펼치면 순식간에 도착을 할 거리를 순수한 근력만으로 뛰어 올라갔다.
요즘 재민이 수련을 하는 곳은 처음 천사유령보를 수련하던 곳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공터였다.
수련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다 발견한 곳이었다. 공터에 도착을 한 재민은 운동복 상의를 벗어 근처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다.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푼 후 천사유령보를 밟으며 천사혈황장을 수련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팡- 팡-
내력을 운기하지 않았음에도 재민의 주먹과 발이 허공을 때릴 때면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두 가지 무공을 수련하던 재민이 나무가 빽빽이 자라 있는 곳으로 갔다.
재민은 손등이나 팔뚝, 어깨, 허벅지 등을 이용해 굵은 나무를 후려쳤다. 이것은 천사혈황장을 수련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재민이 수련을 하는 무공은 바로 천사만변공이었다.
외모와 체형을 바꾸는 천사만변공과 지금 하는 행동이 어떠한 연관이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연관이 있었다.
팍-
팔목의 바깥쪽으로 나무를 있는 힘껏 후려치자 지름이 20센티미터는 될 것 같은 나무가 크게 진동을 했다.
재민은 몸으로 나무를 칠 때 천사만변공을 운용해 타격하는 부위의 근육을 수축 시키고 있었다.
천사만변공의 궁극의 경지는 몸 전체의 근육과 뼈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다. 재민은 천사만변공으로 근육을 수축하게 되면 수축된 부위의 근육 강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강도가 상승한 근육은 웬만한 타격은 모두 견뎌낼 수가 있었다. 이러한 원리를 찾아낸 후 그에 관한 수련을 한 재민이 한 가지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팔뚝에 한 부분의 근육을 수축시킨 후 과도로 찔러본 것이다. 칼로 자기 몸을 찌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재민은 과감하게 찔렀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제법 힘을 주고 찔렀음에도 과도는 살갗을 조금 찢었을 뿐 살을 뚫지 못했던 것이다. 재민은 다른 부위에도 똑같은 실험을 해 보았고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천사만변공의 수련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내심 총알을 막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수련이 완성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천사만변공의 수련에 매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성취가 높아져 이제는 얼굴의 모양을 바꾸는 정도는 간단하게 할 수가 있었다.
천사만변공까지 수련을 마친 재민은 잠시 호흡을 고른 후에 운동복이 걸려 있는 나무에 기대어 있는 목검을 집어 들었다. 해동검도를 수련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목검이었다.
재민은 한 손으로 검을 들고는 공터의 중앙에 섰다.
자연스럽게 검을 사선으로 늘어트리고 눈을 반쯤 내리감은 재민이 아주 느릿하게 검을 끌어 올렸다.
지면과 수평이 되게 눈높이까지 검을 끌어 올린 재민이 호흡을 들이마시며 벼락같이 앞으로 검을 찔렀다. 찔렀던 검을 회수하는가 싶더니 폭풍이 몰아치는 기세로 사방을 쓸어갔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베고, 찌르고를 반복했다.
천사혈경 상 유일한 검법인 천사천혈검을 수련하고 있는 것이었다. 천사천혈검은 천명의 피를 머금어야 완성이 되는 검법답게 살기가 강한 검법이었다.
애시당초 천사천혈검에 수비초식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나같이 상대에게 피를 강요하는 필살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천사천혈검이었다.
천사혈존이 무림을 종횡할 때 성명절기로 사용하던 무공이 바로 천사천혈검이었다. 천사혈존은 천사천혈검으로 감히 대적할 자를 찾지 못 할 정도의 절대자로 군림을 했었다.
전 사식과 후 하식. 즉 칠초식으로 이루어진 천사천혈검은 각 초식이 또 다시 일곱 가지 변화를 담고 있어 실제로는 49초식으로 이루어진 검법이었다.
재민은 현재 삼 개월의 수련으로 전 사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상태였다. 정확히는 전 사식의 마지막 초식은 천사혈세의 변화는 아직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근시일 내에 전 사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는 재민이었다.
츠릿- 치리릿-
재민의 검이 대기를 가를 때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검에는 짙은 살기가 담겨 있었고 검법을 펼쳐내는 재민의 몸에서도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전자의 살기가 강하면 강할수록 강해지는 검법이 바로 천사천혈검이었다.
“후우...”
천사천혈검의 수련까지 모두 마친 재민이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검법을 수련하기 시작 할 때처럼 검을 사선으로 늘어트린 재민의 얼굴과 어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 작가의말
즐거운 휴일 보내고 계신가요?
언제나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온 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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