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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섬

대뜸 재벌집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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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등록일 :
2024.04.01 15:20
최근연재일 :
2024.04.09 11: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539
추천수 :
207
글자수 :
47,242

작성
24.04.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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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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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09.

DUMMY

9.




대표실에서 원하는 답을 들은 류선율은 사무실로 복귀해 류승균의 지시를 전달했다.


“아니, 이러는 게 어딨습니까? 미림이 이런 곳이었습니까?”


류선율의 얘기를 전해 들은 중년 남성은 짜증으로 가득한 시선을 하권호에게 보내며 크게 분개했다.


“계획이란 게 그렇지 않습니까. 사업 목적과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게. 그리고 우리라고 어떻게 해보겠습니까?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따르는게 우리가 할 일인 걸요.”


하권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렸다.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할 수 없는 일을 되돌릴 능력 따위 하권호에게 없었다.

그저 미안한 마음만 전달할 뿐이다.


“순간 욱해서 죄송합니다. 대표님께 다시 말씀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리보다 더 좋은 값에 쳐주는 곳은 없을 겁니다.”


아차 싶었는지 분위기를 수습하고 류승균의 생각을 바꿔달라 요청했다.

그의 얼굴에 다급함까지 엿보였다.


“부장이 어디 힘이 있습니까? 대표님 생각이 바뀌시면 그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어쨌든 바쁜 이를 불러들여 갑작스럽게 취소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이런 일을 겪으면, 자신이더라도 화가 날 거기에 최대한 그의 기분을 맞춰 주고 타일렀다.


“허허, 이거 참. 팀장님이 뭔 잘못이겠습니까. 다시 매물로 나오면 꼭 연락 부탁합니다.”


할 말은 많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기에 꾹 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허,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원.”


손님들을 보내면서 슬쩍 자리에 있는 류선율을 응시했다.

며칠 고생해 올린 보고서가 의미가 없어졌다.


“윗분들 생각을 우리가 어떻게 알리오.”


입맛을 다시며 담배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눈치보지 않고 담배를 펴도 되겠지?




*




아들을 보낸 류승균은 바로 미림(美林) 그룹 회장실을 찾았다. 영종도 매각 건은 그룹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던 사안이다.

그것을 자신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매각을 철회했다.

해당 내용을 회장에게 알릴 의무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 아이가 그리 말했다고?”


류지열은 아들이자, 그룹 대표 류승균의 말에 놀란 감정을 드러냈다.


“그렇습니다. 지금껏 조용히 지내던 아이가 거짓말까지 해가며 저를 찾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견해를 갖고 있을 줄은. 사실 이게 더 놀랐습니다.”


그룹에서도 무턱대고 영종도 땅을 팔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기업의 방향을 결정했기에 영종도 땅을 매각하기로 경영진 회의에서 발표한 바 있었다.

한데, 그것을 류선율의 한 마디로 번복해 버렸으니, 어이없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머릿속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허허, 그 아이가 그런 신통한 면이 있는 줄 몰랐어.”


생각이 많은 아이란 사실은 예부터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류선율이 잡아내어 사업 방향을 틀어버렸다.

게다가 그런 배포까지.

아무리 가문의 혈족이라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가문의 자녀도 어른이 계획한 일을 멋대로 틀어버리진 않았다.

한데, 류선율은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을 과감하게 나섰다.


“저도 그런 얜 줄은 몰랐습니다. 칭찬해야 할지, 혼을 내야 할지.”


생각할수록 복잡하다.


“확실히 그렇겠어. 내가 그 아이를 만나봐야겠다.”


생각을 마친 류지열의 입술이 떨어졌다.


“회장님이 말입니까?”


류지열이 나선다는 말에 류승균의 얼굴에 당혹감이 맺혔다.


“제가 잘 말하겠습니다.”


어떤 부모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혼이 나는 건 싫다. 그게 아무리 부모일지라도 말이다.


“왜? 네 자식 혼 내킨다고 생각하니 싫으냐?”

“그야 당연하지요.”

“허허, 녀석. 걱정하지 말거라. 그냥 어떻게 변했을지, 내 손자 얼굴이나 보려 하는 거니까.”


명절, 생일에만 보는 손자가 회사에 입사했는데, 여지까지 보지 못했다.

잠깐 보지 못한 사이 어떻게 성장했을지 호기심이 동했다.


“흠.”

“걱정 말래도.”

“알겠습니다. 나가는 길에 사람을 시켜 호출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나가면 영종도 건 다시 자세하게 알아봐. 이놈의 공무원들은 이게 마음에 안 들어. 저들이 필요할 때는 간이고 쓸개고 빼줄 것처럼 하더니만. 정작 중요한 건 입을 쓱 닦으니.”


류승균을 내보내며 정치꾼을 포함해 공무원들을 싸잡아 욕했다.




*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뭐 먹을까?”


지원팀은 밖으로 나가며 메뉴를 고민했다.


“제육 가죠?”

“된장이나 김치찌개는 어떠세요?”

“전 자장면 먹고 싶어요.”


의견이 갈렸다.

이현우 과장은 제육.

권종수 대리는 된장, 김치찌개.

이나라 주임은 자장면을 먹자고 했다.


“......... 류 사원은요?”


부장의 시선이 자연히 류선율에게 이동했다.

평소라면 제육으로 통일해!

이게 맞지만.

류선율의 선택에 맡겼다.


“그동안 찌개랑 제육 먹었으니까, 오늘은 자장 먹어요.”

“와! 자장이다! 오예!”


이나라 주임이 좋아했다.

누군가에겐 좋지 않을지 모르지만.

류선율이 합류하면서 점심 메뉴는 다채롭게 바뀌었다.


“자장면, 탕수육 나왔습니다.”


중국집에 도착해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검은 소스에 완두콩과 메추리알, 오이채가 올려진 자장면이 나왔다.

사람들은 면발을 치며 입안으로 쭉쭉 흡입했다.

식사를 마무리할 무렵에는 사장님의 서비스, 야쿠르트가 올려졌다.


“캬, 역시 식후 야쿠르트지.”


자장면 한 그릇에 800원.

나쁘지 않은 한 끼였다.

빵빵해진 배를 두들기며 밖으로 나왔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장소를 옮겨 담배를 피웠다.


“선율 씨.”


그때 어디선가 류선율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류선율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50미터 거리에 있는 박도영 비서실장이 부르고 있었다.


“박 실장?”


하권호가 박도영을 알아봤다.


“식사하셨어요. 실장님.”


하권호와 눈이 마주친 박도영은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시선을 류선율에게 가져갔다.


“그래, 했다. 1시 정도에 회장실로 올라가 봐라. 회장님이 찾으신다.”


이곳에서 류선율이 낙하산 인사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기에 박도영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류선율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할아버지가요? 지금 몇 시죠? 제가 시계를 차고 오질 않아서요.”


손목으로 가져가려던 시선을 주변으로 보냈다.


“12시 30분이다.”


박도영이 얘기해 줬다.


“아, 그러면 지금 가봐야겠네요. 부장님, 먼저 가볼게요.”


류선율은 하권호에게 말하고는 바쁜 걸음으로 회장실로 이동했다.


“박 실장, 우리 회사 다음 대 대표가 저 분인가?”


하권호가 회장의 부름을 받고 달려가는 류선율을 보며 물었다.


“후후, 글쎄요. 왜요? 라인 타시게요?”


뒤를 이어 능청스러운 박도영의 시선이 하권호에게 향했다.


“에이, 내가 그런 거에 관심 없는 거 알면서.”

“그랬던가요. 하하.”


말은 하지 않아도 안다.

부장 자리에 오른 시점,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하면 가장 먼저 정리되는 이들이 부장들이었다.

경영진이야 실적이 따라와 주지 않으면 자연히 정리됐고.

그렇기에 사내 정치는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

모두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었다.


“거참, 사람 민망하게.”

“후후, 뭐 우리가 다 그런 거 아닐까요? 좀 있으면 군대 갈 아이니, 그때까지 잘 부탁합니다.”


박도영은 능청스럽게 웃고는 올해 입대를 눈앞에 둔 류선율을 부탁하고 자리를 떴다.




*




회장실에 올라온 류선율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으음, 떨린다.”


기억 속의 류지열 회장과 실제 류지열 회장은 어떨지.


“뭐, 피할 수 없으면 직진이지.”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발끝에 힘을 주어 안으로 들어갔다.

회장실 안에 짙은 커피 향이 풍겼다.


“왔느냐? 몇 달 사이 꽤 나 늠름해졌구나. 거 앉거라.”


안으로 들어선 류선율을 본 류지열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얹어졌다.

병약해 보이던 그의 모습이 전보다 남자답게 변해 조금은 안도했다.


“예.”

“커피 마시지?”

“잘 마시겠습니다.”


류선율은 커피를 받아 자신의 자리로 가져갔다.

커피 향 덕인지 긴장된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영종도 얘기는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오늘 있던 일을 언급했다.


“아, 예.”


그 건에 대해 계속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지를 빠르게 생각했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잘했다.”

“?”


예상과 다른 얘기가 흘러나왔다.

오늘 일을 어쩌다 하게 됐는지, 이것도 아니면 무턱대고 나선 행동에 대하여 혼날 줄 알았다.

그런데 들려온 건 ‘꾸중’이 아닌 ‘칭찬’이었다.


“내가 혼내기라도 할 줄 알았더냐? 처음엔 그럴까도 싶었지만, 네 얼굴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잘한 건 잘한 거니까. 오히려 네게 고맙다고 해야겠지.”


회사의 손실을 막아주고 이득을 잠재적 이익을 안겨준 손자다.

혼낼 이유는 없었다.


“선율아.”

“예, 회장님.”


할아버지가 아닌, 회장님이라 칭했다.


“허, 할아버지라 불러도 된다.”


호칭을 정정해 줬다.


“예, 할아버지.”


선율은 바로 호칭을 바꿔 불렀다.


“내가 널 이리로 부른 건 고마움도 표하고, 반대로 잘못한 점을 꼬집어 주기 위함이다.”

“........”

“회사는 말이다. 질서와 체계가 잡혀 있는 곳이다. 한데, 너는 질서를 어기고 단독 행동을 벌였다는 점이다.”

“.........”

“만약에 말이다. 네가 하 부장에게 말하고 일을 저질렀다면 더 좋지 않았을지 싶더구나.”

“아........”

“그랬다면 네게는 아주 좋은 우군이 생겼을 거야. 우리는 경영자다. 비록 너는 실무를 보는 자리에 있지만.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 건 아니지.”

“.........”

“사람을 움직이는 것 또한 경영에 속한다.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나, 사람을 다루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했느냐?”

“아, 네.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네요.”

“그래, 실적도 분명 중요하지만, 나는 네게 실적은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네가 그 자리에서 일보단, 사람을 배웠으면 한다.”

“사람이요?”

“그래, 거기에 있는 사람들을 진정한 네 편으로 만들어 보거라. 모두가 너의 편이 되었을 때, 진정한 미림인이 될 게다.”


류지열의 시선이 벽에 걸린 액자로 옮겨졌다.


[사람을 경영하는 기업.]


류지열이 사업 초창기에 적은 초심이 벽에 걸려 있었다.


“.........”


류선율의 시선도 그곳에 머물렀다.


‘녀석, 몰라보게 성장했구나.’


그러한 류선율의 모습을 보는 류지열은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손자의 손을 잡았다.

자신과 다른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어라, 이건.’


액자 안에 적힌 문구를 보는 류선율의 동공이 풀렸다.

류지열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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