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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섬

대뜸 재벌집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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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등록일 :
2024.04.01 15:20
최근연재일 :
2024.04.09 11: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301
추천수 :
189
글자수 :
47,242

작성
24.04.05 08:00
조회
558
추천
14
글자
10쪽

005

DUMMY

5.




그날이 있고 강제로 만든 분위기 속에서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월요일 아침은 그리 개운하진 않았다.

오히려 피곤하고 정신이 없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고,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거 입어.”


옅은 분홍색 양복을 내밀었다. 전신 거울에 옷을 대며 ‘어때? 예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


“야, 나 신입이라고. 첫 출근에 이런 튀는 색은 욕먹기 딱 좋다고!”


무슨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추천하는 옷들이 전부 화려함의 끝판왕을 달리는 색상의 양복만을 내밀었다.


“너 욕 안 먹을걸?”


순진무구한 시선을 보낸다.

왜 네가 욕을 먹느냐는 말투였다.


“분명히 욕먹을 거야. 난 이걸로 할게.”


어두운 회색 원단에 하얀 줄무늬가 들어간 양복을 옷장에서 꺼냈다.


“안 먹을 거라니까.”


오히려 떠받아질지도?

일부러 마지막 말은 삼켰다.


“아냐, 분명 먹을 거야. 이게 네가 가지고 있는 옷 중 몇 안 되는 가장 좋은 옷이야.‘

“신입인데, 너무 밋밋하지 않아? 초반에 확 튀어야 널 기억하지.”

“야, 그런 걸로 튈 생각은 없어. 일 잘해서 튈 거야.”


연애든 일이든 군대든.

첫 단추가 모든 걸 결정한다.


“그래, 쩝. 그런 부분은 나랑 다르네.”

“어이.”

“킥킥. 잘 다녀와라.”

“그래, 병원 잊지 말고 잘 다녀오고. 내가 회사 가면 내 자리 연락처 물어보고 전화로 알려줄게.”

“그래, 알았다. 다녀와.”


류선율은 짙은 회색 양복을 걸쳐 입고 출근길에 올랐다.




*




미림 건설 본사 사옥.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였지?”


류선율이 출근하기 30분 전.

미림 건설 지원팀이 하권호 총무팀장의 호출에 한자리에 모였다.

하권호는 빠진 사람이 있는지 쓱 훑었다.

열외 인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본론에 들어갔다.


“저번 주에 말은 했지만, 노파심에 재차 얘기하는데. 오늘 회장님 손자이자, 대표님 외아들 출근날이야. 실수하지 않게 조심하고. 자칫 회장님이나 대표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


미림 건설 총무팀에 비상이 걸렸다.


“에이, 팀장님. 우리가 무슨 애인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현우 총무과장이 나서서 불안에 떠는 하권호의 걱정을 지워주었다.


“혹시 몰라서 그래. 이 과장이 책임지고 단속 잘해. 당분간 점심시간도 칼같이 지키고.”


주변 상가로 여타 직원들이 몰려 10분 정도 일찍 식사하러 나갔다.

회사 규정에 위배가 되는 행동은 일절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예.”


조금은 풀이 죽은 목소리.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


“자, 해산.”


하권호는 손바닥을 짝 마주치고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




[이번에 내리실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


공기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로 열렸다.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쏟아졌다.


“실례하겠습니다. 저 내려요.”


작은 틈조차 없는 비좁은 공간을 뚫고 열차 밖으로 내려섰다.


“휴, 살았다.”


자가 차량이 있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시대라 그런지,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하마터면 내리지 못해, 역을 지나칠뻔했다.


“녀석 말을 듣길 잘했네.”


살던 집에서 출근했으면 더한 고통을 맛볼 뻔했다.

류선율은 흐트러진 옷을 정비하고 미림 건설 본사가 있는 출구로 이동했다.


“여기가 오늘부터 내가 일할 곳.”


출입구를 나와 바로 보이는 높게 솟은 빌딩을 올려봤다. 고개를 뒤로 힘껏 젖혀도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억수로 높네. 그런데 고졸 이력서로 되려나?”


건설과 관련된 지식이 얼마 되지 않아, 서점에서 책을 구해 읽어봤다.

하나, 그걸로는 전문적으로 교육을 마친 이들을 따라잡는 건 무리였다.

비교 불가였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이게 최선이었다.

고졸이라고 괄시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들보다 배로 노력해야 한다.


“날 소개해 준 선율의 면을 위해서라도. 잘하자.”


양손으로 볼을 짝 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힘찬 발걸음을 건물 안으로 밀었다.


따르릉.


8시 20분이 되는 시간, 책상 위에 자리한 전화기가 울렸다.

근무 시간은 8시 30분.


“왔구나.”


이 시간에 전화가 온다는 건 하나를 의미했다.

오늘의 주인공 등장을 알리는 신호다.

곽주원 주임은 후다닥 전화를 받았다.


“지원팀 곽주원입니다.”

─ 류선율 씨 올라갑니다.

“예.”


예측대로 주인공이 도착했다는 연락이다.


“과장님, 팀장님. 왔어요!”


곽주원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모두 평소보다 잘해. 조심하고.”


하권호 팀장의 긴장된 목소리가 공기를 탄다.

그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애들도 아니고. 걱정 붙들어 매세요.”


이현우 과장이 팀장을 안심시키고 팀원들을 바라봤다.


“실수하지 않게 조심하고. 신입이다, 생각하지 말고. 대표님 대하듯 대해.”


이 말은 무조건 조심하란 의미였다.

아주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혀 대표나 회장의 귀에 들어가는 날은 기상예보에 ‘피바람’이 부는 날로 뜰 것이다.


“옙!”


모두 긴장한 시선을 출입구로 던졌다.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마른침을 삼켰다.

끼익.

문이 열렸다.


‘왔다!’


발을 들이미는 주인공의 모습이 시야로 잡혔다.

벌떡.

말하지 않아도 회장과 대표의 직계란 사실을 알겠다고 싶을 정도로 빼다 박은 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곽주원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출근하기로 한 류선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류선율은 사무실로 들어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허리는 직각으로 숙이고 시선을 땅에 두었다.

행동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

“.........”

“.........”


그러한 류선율의 행동에 모두는 얼이 나간 눈으로 바라봤다. 어떤 누구도 반응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모습이 되었다.


‘쟤 왜 저래?’

‘우리 테스트하려고 하나?’

‘이건 각본에 없던 건데?’


이들은 그간 들어온 직계 핏줄의 만행과 행동들을 전해 들은 바 있었다.

여타 재벌 기업 자제는 ‘나 핏줄이니 잘 보여’ 분위기를 풍기며 당당한 걸음으로 입장을 한다고 했다.

몸에서는 재앙, 아니 제왕의 기세를 내뿜는다고 했는데.

지금 보는 모습은 전형적인 신입의 모습이었다.

분명 저게 맞는 거지만, 대응하기 어렵고 부담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예정에도 없던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난 곽주원 주임이라고 해요. 짐은 여기에 두고, 이력서 가지고 날 따라와요.”

“예!”


씩씩하게 대답하고 이력서를 챙겨 곽주원의 뒤를 따라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 뒤로 하권호, 이현우가 따라 들어갔다.

다과가 준비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류선율은 하권호, 이현우와 마주 앉았다.

하권호 아래에 류선율의 이력서가 올려졌다.


“.........”

“.........”


이력서를 보는 둘의 미간이 좁혀졌다.


1. 성명: 류선율.

2. 생년월일/나이: 1967년 2월 17일/22세.

3. 실거주 주소: 서울특별시 청담동.........

4. 가족 관계: 없음.

5.

5-1. XX 국민학교 졸업.

5-2. XX 중학교 졸업.

5-3. XX 고등학교 졸업.

6. 자격증: 운전면허증.

7. 경력 사항: 신입.



‘대체 왜 이렇게 쓴 거지?’


이름, 생년월일, 거주지 등은 그렇다고 치고.

가족과 학력, 자격증 등의 사항이 너무 이상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와 달랐다.


‘이 과장, 왜 이렇게 쓴 거 같나?’


하권호는 개미 기어다니는 작은 목소리로 이현우에게 이력서에 적힌 내용을 물었다.


‘숨기고 싶은 거 아닐까요? 아니면, 지금 휴학 중이라고 했으니까. 고졸로 한 걸로 보이는데요?’


나름의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자격증까지 그렇다고 치고, 그러면 가족은?’

‘말 그대로 정체를 숨기고 싶은 거겠지요.’

‘아니, 다 아는걸?’

‘낙하산 인사 아닙니까. 언제고 다 알게 될 일이지만. 나름 신분을 숨기고 싶은 거겠죠.’

‘흠.’


머리가 아프다.

속 시원하게 드러내는 쪽이 대하기에 더 편할 거 같은데.

좀처럼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숨기고 들어오니 너무 불편했다.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궁금한 건 물어보면 그만이다.

그저 민감한 부분이기에 물어보는 게 조심스러울 따름이다.


“큼, 가족 사항 말입니다.”


존칭을 쓸지 편하게 말할지 고민하다, 하권호는 존칭을 사용해 가족 사항을 언급했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별세하셨습니다.”

“......... 응? 교통사고요?”


버젓이 살아계신 두 분을 두고, 류승균 대표를 고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류지열 회장은 아예 없는 사람 취급.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권호의 이마에 골이 깊게 파였다.

눈가에는 굵은 주름이 잡힌다.


“예.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돌아가셨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

“.........”


진짜 같은 모습에 둘은 할 말을 잃었다.

더 물어보면 안 될 거 같다.


“큼, 혹, 원하는 직무가 있을까요?”

“시키는 건 다 잘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켜주세요.”


두 손을 허벅지 위에 올려 군대에서 배운 차렷 자세로 우렁차게 외쳤다.

어른들은 그랬다.

신입은 패기로 가는 거라고.


“하, 하하. 알겠습니다. 우리 회사에 입사한걸, 축하합니다. 앞으로 잘해 봅시다.”


하권호는 이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재벌 집 아드님의 생각을 자신이 어찌 알까?

어차피 근무는 확정이다.

면담 겸 면접은 여기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더해봤자 무의미했다.

복잡한 정신을 끌어안고 회의실을 퇴장했다.


“열심히 잘하자.”


류선율은 회의장을 나가면서 실력으로 인정을 받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며 총무팀원들의 뒤를 따랐다.


류선율은 알지 못했다.

오늘 어떤 운명이 찾아들지를.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다섯 시에 접어들어 퇴근 시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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