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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섬

대뜸 재벌집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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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등록일 :
2024.04.01 15:20
최근연재일 :
2024.04.09 11: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557
추천수 :
207
글자수 :
47,242

작성
24.04.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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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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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1쪽

004.

DUMMY

4.




신체검사를 받으러 병무청으로 이동했다.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머릿속을 괴롭혔다.


“이게 맞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


등 떠밀려 해선 안 될 결정을 해버렸다.

아무리 취업, 아픔, 가문의 규칙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타 신검이라니.

설마 자신이 이런 걸 하게 될 줄은.

처음으로 겪는 것들이 점점 늘고 있었다.


“신검이라, 신검.”


[이번 정거장은 XX 병무청 앞입니다.]


버스 창 너머로 병무청이 시야로 들어왔다.

생각하는 사이 병무청에 다다랐다.

대부분 이번 정거장에서 내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내릴 준비를 했다.

삑,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성큼 버스에서 내려 정면을 바라봤다.


자랑스러운 육군.


이란 문구의 현수막이 먼저 반겨준다. 그밖에 다양한 현수막을 통과하며 예비 입대자들과 신체검사를 받는 장소로 이동했다.

시력, 키, 몸무게, 청력, 혈압 등의 검사를 받고 너무도 당연하게도 1등급을 받았다.


“쩝.”


막상 이걸 받게 되니, 기분이 더욱 착잡했다.


“진짜 정말로 날 본인을 대신하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그것도 문제지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은 입대를 다시 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현실성이 없었다.


“아닐 거야.”


아닐 거라며 고개를 좌우로 털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복잡한 감정을 품고 집으로 향했다.


“1등급이다.”


집에 도착해 신체검사 결과지를 주었다.


“캬, 1등급 죽이네. 고맙다.”


1등급이란 소식에 표정이 밝아진다.


‘고맙다, 덕분에 대리 만족한다. 친구야.’


실은 가문에 군대를 꼭 가야 한다는 그런 규정은 없었다. 모두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그냥, 건강한 몸을 지녔다는 사실을 자신과 붕어빵인 류선율에게서 느껴보고 싶었다.

기분이 좋았다.

프로필이 예상대로 같아, 정말 자신이 받은 기분이었다.


“내일 이사할 거지?”

“뭐, 그렇지. 그런데 내 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음.”

“다 버려. 중요한 것만 빼고.”

“그거 다 버리면 난 뭐 어떻게 살라고?”

“옷은 내 옷 입으면 되고. 신발도 그렇고. 소모품이야 우리 집에 다 있고.”

“......... 부자 놈.”


사고방식이 확실히 다르다.

자신은 부족한 게 천지인데, 녀석은 부족함이 없었다.

항상 말과 행동에 여유가 넘쳤다.


“그렇게 해.”

“그래.”


하기야, 여기로 냉장고며 장롱이며 등등을 가지고 오는 것도 웃긴 일이다.

작은 방에는 없는 게 없었다.

옷도 그리 많지 않은 터라 부모님 유품 외에 마땅히 챙길 건 없었다.


“잘 생각했다. 자기 방은 자기가 청소하면 되고, 설거지나 요리는 돌아가면서 하자.”

“좋아, 잘 지내보자.”


하루가 지나고 이사 업체를 불러 정든 동네를 벗어나 청담동 아파트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




시간은 흘러, 한 주가 지나 출근 전날인 일요일이 되었다.


“어쭈, 운전 좀 한다?”

“군대 있을 때 운전병이랑 같이 생활했거든, 거기서 운전 배웠어.”

“와, 군대에서 운전도 알려줘? 진짜 좋구나. 군대?!”

“어이,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마라.”

“아니, 그렇잖아. 밥 주고, 재워 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얼씨구.”


군대가 무슨 5성급 호텔인 줄 아니?

거기 수련회 아니다.

진짜 얼음물에 빠지고 눈 오는 날 텐트를 쳐봐야.

‘아, 집이 좋았구나’ 알 거다.


“넌 내가 군대를 우습게 본다고 여길 거야. 넌 모른다. 내 기분을.”


그래, 모를 거다.

모든 게 닮아 있는 너 일지라도.

마지막 말은, 속으로 말하고 씁쓸한 마음을 숨겼다.


“.........”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사고가 멈췄다.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알기에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심장으로 전달됐다.


“야야,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

“어디가 아픈지 말해 줄 수 있어? 내가 대신 신검을 받을 정도로.”


물어보기 조심스럽던 내용을 꺼낼 타이밍을 잡았다. 전에도 물어볼 순 있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병명을 물었다.

그러면서 몸을 유심히 살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처음 만났을 때보다 살이 많이 빠졌다.

먹는 것도 그리 많이 먹지 않았고.

처음엔 그저 많이 먹지 않은 얘구나 싶었지만, 그건 억측이란 판단이 섰다.


“뭘 그리 심각하게 얘기해.”


진지한 류선율의 모습에 꽤 당황한 모습이다.


“나를 갑자기 집으로 불러들인 것도 그렇고. 내게 너무 잘해 주는 것도 그렇고. 난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솔직히 말해줘. 네가 아픈 것과 연관이 있는 거야?”


언제고 물어봐야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여겼던 결정을 오늘 모두 꺼냈다.


“.........”


여유롭기만 했던 얼굴에 점차 여유가 사라져갔다. 이내 바깥과 대조되는 어둠이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우리 친구 맞지. 정말로 네가 나를 친구로 여긴다면, 날 믿는다면. 말해줘.”


더욱 목에 힘을 주고 똑바로 보며 꼭 듣고 말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휴, 이리 와라. 원래는 조금 더 지내고 말하려고 했는데. 네 말대로, 말하고 넘어가는 게 나로서도 좋을 거 같다.”


끝내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식탁으로 이동하기 전, 서랍에서 약을 꺼냈다.


“.........”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류선율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약이 엄청나게 많았다.


“앉아 봐. 이게 무슨 약인지 알아? 꽤 독한 진통제야.”

“.........”

“난 이걸 먹지 않으면 지옥을 겪어.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 찾아와.”

“.........”

“지금 내 모습 보여. 매일 살이 빠지더라. 말기 암 증상이래. 죽기 전 몸이 발악하는 거지.”


체중 감소는 암이 악화가 되고 있음을 알리는 동시에 임종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그에게선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지만, 타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연기했다.


“.........”


듣고 싶었던 정보를 듣게 됐다.

하나,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막상 듣게 되니 마음이 착잡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아직 아무도 몰라. 내가 비밀로 하고 있거든. 난 나를 보며 살아가는 부모님께 슬픔을 드리고 싶지 않아. 그래서 생각을 해봤어. 나랑 닮은 사람이 있다면 나 대신 살아줄 순 없을까? 하고. 아주 꿈 같은 소리였지. 너를 만났을 땐, 정말로 놀랐어. 완전히 나를 보는 거 같았거든. 모든 게 일치하는 사람. 게다가 혼자지.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네게 나 대신 살아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어.”

“.........”


그의 기억과 생각을 읽었던 내용이 흘러나왔다.


“말이 나온 김에 부탁할게. 네게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나 대신 살아줘라. 부탁할게.”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으로 보는 모습이었다.

항상 여유로 가득하고 밝았던 모습은 없었다.


“살 수도 있잖아. 그리고 날 뭘 믿고 이런 부탁을 해.”

“후후, 살 수 있었으면 수술을 받았겠지. 그런데 살 확률이 없어. 설사 있었다고 한들, 이젠 늦었지. 널 뭘 믿고 부탁하냐고? 실은 사람을 사서 너를 조사했어. 그리고 나대로 널 관찰했고.”

“.........”

“오해는 하지 말아줘. 난 널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우리 집에 널 들인 거고. 그리고 거기서 너를 더 확인하고 싶었어.”

“.........”

“난 네게 바라는 건 오로지 하나야. 나 대신 행복하게 살아줘. 이게 다야.”


행복하게 산다는 건,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이다.


“미안, 못하겠어. 그건.”


나를 버리고 사는 건 할 수 있다.

하나, 낳아주고 평생을 사랑으로 길러준 분들을 속이는 일은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이다.

결국, 고개를 저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왜지?”

“너의 마음, 생각은 알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해. 부모님께 솔직하게 알리자.”

“싫어.”

“선율아.”

“부모님 떠나보냈다고 했지? 당시에 네 마음은 어땠어?”

“그것과 이건......”

“같지 않겠지. 하지만, 심정은 이해하겠지.”

“.........”

“내가 이기적인 건 알아. 네게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것도 알고. 하지만! 네가 겪었을 그 고통을 부모님께 주기 싫어.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은 어떻겠어?”

“.........”


부모를 잃은 자식보다, 자녀를 잃은 부모의 마음이 더욱 아프지 않을까?


“괴로울 거야. 내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부모님이 날 잊어버리는 건, 감당할 수 있어. 하지만, 나로 인해 아픔을 겪고 평생을 힘들어하는 건 보기 싫어.”

“.........”

“선율아, 이렇게 부탁할게.”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무릎마저 꿇었다.

고집으로 가득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엄마랑 아빠랑 할아버지랑 쭉 살고 싶어. 그런데 그럴 순 없잖아.”

“.........”


류선율은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품었던 자신을 반성했다.

가족을 잃은 아픔과 슬픔은 아주 잘 안다.

하나, 죽음을 목전에 두고 가족의 곁을 떠나야 하는 이의 심정과 마음은 알지 못했다.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살 수 없다.

그런 공포, 두려움을 이겨내고 버티고 있는 건,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이가 있었기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웃고 있던 거였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떻게 녀석을 대신해.’


어렵다. 너무 어려웠다.

자신 혼자만의 문제라면 답이 있는 문제였지만.

녀석이 끼니 답이 보이지 않았다.

죽는 자와 남는 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자신에게 희망을 품고 극복하고 있는 녀석이기에 무조건 안 된다고만 말하기 어려웠다.


“난 오래 살아야 아마 이번 달은 넘기기 어려울 거다. 이제 약도 통하지 않아.”

“.........”


꽈 악.


주먹에 힘을 쥐어 본다. 설마 했는데.


“엄마, 아빠 얼굴을 보고 싶은데, 어떻게 이 꼴로 가냐. 걱정하실 거야.”

“내가 너 대신하게 되면 너희 가족은 너의 죽음을 모를 거야. 아니, 너란 존재를 아무도 인식하지 못할 거야. 그래도 좋아?”

“그러라고 네게 부탁하는 거잖아. 그리고 왜 아무도 인식하지 못해. 네가 있잖아. 난 그걸로 족해.”

“하, 아.”

“네게 어려운 부탁을 하는 건 나도 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어. 부탁해.”

“......... 걸릴지도 몰라.”

“그땐 네 판단에 맞길 게. 난 없을 테니까.”

“......... 내게 생각할 시간을 줘.”

“오래는 못 줘.”

“최대한 빨리 답을 줄게.”

“고맙다. 아, 배고프다. 밥 먹자. 선율아.”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고 어둡던 표정을 지운다.

과장된 손짓으로 배를 문지르며 배고프다고 말하는 모습에.


“.........”


심장이 울렁인다.

아주 잘 안다.

약으로 치료받는 과정에서 식욕이 사라진다는 것을.

이 분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만의 배려이리라.


“그래, 밥 먹자.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게.”


알면서도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괴롭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둘은 거짓된 웃음을 입가에 품고 내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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