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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섬

대뜸 재벌집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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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등록일 :
2024.04.01 15:20
최근연재일 :
2024.04.09 11: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303
추천수 :
189
글자수 :
47,242

작성
24.04.06 07:00
조회
524
추천
14
글자
10쪽

006.(마지막 내용 수정)

DUMMY

6.




출근 첫날은 할 게 없었다. 사실 바로 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고.

류선율은 배정된 자리에 앉아 회사에서 준비한 규범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명확하고 투명한 기준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 계약 관계에 있는 상대와 공정하게 거래하고. 흠.”


규범집을 읽기를 잠시, 고개를 옆으로 틀어 주변을 쓱 둘러봤다.

곽주원 주임을 시작해 이나라 대리, 이현후 과장 순으로 시야에 잡혔다.

그들은 조금도 쉬지 않고 업무에 집중했다.


“전에 면접 본 곳들 사람들은 여유가 넘친 거 같았는데. 담배 피우면서 커피 마시고. 역시 대기업이구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보게 됐다. 자리한 팀원들 얼굴에는 약간의 여유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출근한 이후로 화장실조차 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아후, 미치겠네. 진짜. 말이 취업이고 진짜 감시 아냐? 저것 봐. 우리를 관찰하는 거.’


이현우 과장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선율의 생각과 달리 이현우는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중간중간 류선율을 살폈다.

보통이라면 과자, 사탕, 커피 등을 마시며 머리를 쉬어 갈 텐데.

류선율이 있어 그러지를 못했다.

다른 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장 하권호 부장만 하더라도 역사상 처음으로 장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에게 있어 류선율의 존재는 재앙 그 자체였다.


‘내가 전생에 뭔 잘못을 저질러서는. 이런 고통을.’


머리에 부하가 찾아와 두통을 유발했다.

류선율의 시선이 다시 규범집으로 이동하는 걸 보며 ‘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뇌물, 청탁, 내부자 거래, 직권남용을 금지한다.”


반독점, 담합, 부정 경쟁, 자금세탁, 조세 등등의 항목이 아래로 쭉 나열됐다. 류선율은 규범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달달 외웠다.

팀원들의 마음도 모른 채, 류선율은 열정을 불태웠다.

류선율이 미림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간.

동명이인 류선율은 병원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




XX 대학병원.

오늘은 미림 건설 대표 류승균의 아들이 아닌, 동명이인이자 친구인 류선율의 신분으로 다른 병원을 찾았다.

당연하게도 진단은 말기 암이었고.

상태는 이젠 겉잡기 어려운 정도로 심각했다.

이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당장 입원해야 합니다.”


모든 검사를 마친 직후, 검사 결과를 본 의사는 격앙된 목소리로 눈앞에 앉은 남자에게 입원할 것을 주문했다.


“입원하나 하지 않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겠지요.”

“.........”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은 의료의 신이 와도 치료하기 어려웠다.


“수명 하루 더 늘리겠다고 입원할 생각은 없어요. 전 그 시간에 더 값진 시간을 보낼게요. 약 처방만 해주세요.”


누구에나 우선순위가 있었다.

류선율에게 우선순위는 무의미하게 병원에 갇혀 수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친구인 류선율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는 거였다.


“하지만, 음. 휴. 그러지요.”


모든 건 환자의 선택, 의사라고 해서 환자를 강제적으로 입원시킬 권한은 없었다.

모든 일의 순서는 환자의 동의와 선택에서 시작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몇 번이고 제안해도 입원은 하지 않겠다고 하니 약 처방만 해주기로 했다.

눈가에는 안타까움이 맺혔다.


“감사합니다.”


류선율은 작게 고개를 숙이는 걸로 고마움을 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실을 나갔다.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들고 병원을 나섰다.


“이제 이 풍경도 보지 못하겠지.”


사실 지금 걷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빨리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집에 빨리 들어가기 싫었다.

류선율은 발을 천천히 움직여 시야로 들어오는 자동차, 사람들, 건물들 등을 빠짐없이 담았다.


“저기로 엄마와 쇼핑을 자주 갔었지.”


백화점이 보며 엄마와 쇼핑하고 맛있는 걸 먹었던 걸 떠올렸고.


“아빠랑 그네 탄 것도 즐거웠어.”


동네 놀이터를 지나면서 아빠랑 놀던 어린 시절도 떠올렸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이자,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이었다.

옛 기억을 되새기며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부모님이 사는 동네에 도착했다.

류선율은 더는 움직이지 않고 먼발치에서 부모님의 집을 바라봤다.

태연자약하던 표정에 슬픔이 감돌았다.

눈물 한줄기가 떨어지며 땅바닥을 적셨다.


“엄마, 아빠. 나 낳아주고 길러줘서 감사합니다. 짧은 만남 속에 엄마, 아빠를 알게 되고 많은 사랑을 받아 너무 좋았어요. 크면 정말 효도 잘할 생각이었는데. 못하게 됐어요.”


목소리가 차츰 떨려 잘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하고자 하는 말을 이어갔다.


“제가 떠나지만, 저의 빈자리를 채워줄...... 대신할 친구를 놓고 가요. 얘는요, 진짜 저랑 많이 닮았어요. 혈액형, 생일 모든 게 일치해요. 참 신기하죠? 이름도 같아요. 하늘이 저를 가엽게 여겨 보내준 귀인일지도 모르겠어요.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웃는 날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류선율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부모님 집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이젠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저곳을 몇 번이고 되짚어 보며 머릿속에 저장했다.

지금의 몸은 최악인 상태.

얼마 전과 비교했을 때보다 많이 나빠졌다.

눈치 백단인 엄마는 지금의 자신을 보면 한눈에 알아보리라.

이렇게나마 인사를 하고자 했다.

마음이 전해졌길 바라며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눈물은 쉬지 않고 떨어지지만.

입은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그렸다.

그의 등이 천천히 돌아간다.

류선율은 양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동네를 벗어났다.




*




태양이 저물어 가는 시각.


“학, 학. 하 악.”


어렵사리 집에 도착한 류선율은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숨을 허덕였다.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괜찮았던 몸이 갑자기 나빠졌다.

머리를 짓누르는 아픔과 호흡곤란 증세가 정신을 갉아먹었다.


“서, 선율아.”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죽음이 목전에 왔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생각나는 이를 불러보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장 보고 싶은 이는 부모님도 아닌, 친구 선율이었다.


“아직 답을 듣지 못했는데...... 지금 죽으면 안 되는데. 선율아, 빠, 빨리 와줘.”


전에 물었던 답을 아직 듣지 못해, 지금은 죽을 수 없었다.

꼭 듣고 눈을 감고 싶다.

선율을 애타게 불렀다.


“제발요, 제발 지금은 데려가지 마세요.”


시야로 흐릿한 저승사자의 형상이 보인다.

류선율은 간곡하게 빌었다.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말이다.


철컥.


얼마나 참고 기다렸을까?


“선율아, 다녀왔어. 밥 먹...... 선율? 선율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지금껏 기다렸던 류선율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길게 늘어진 복도를 따라 거실에 다다른 류선율은 거실에 쓰러져 있는 친구를 보고 손에 들린 가방을 던져버리고 급히 달려갔다.


“왔...... 어? 다행이다.”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힘이 풀린 목소리로 류선율을 보며 고통 속에서도 활짝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녀석이 와서.

흐려지는 정신을 힘겹게 부여잡았다.


“나 있지, 너 보려고, 네 대답 들으려고 지금까지 버텼어.”


‘나 잘했지’하는 표정이 얼굴에 실렸다.

고통으로 눈에 눈물이 고임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야, 류선율 정신 차려. 119. 119. 저기요, 구급대죠?! 여기 환자가 있어요. 제발 빨리 와주세요! 그러니까 여기 가요, 청담동 XX 아파트.......”


류선율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서둘러 전화기를 찾아 수화기를 들어 울먹이는 음성으로 구급대에 연락했다.


“선율아, 부......... 탁할게.”


119에 신고하는 동안, 숨을 헐떡이는 류선율의 품에 안긴 선율은 간절한 시선을 보냈다.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잡는 모습이다.


“왜,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건데! 왜!”


속상하고 답답함에 울분을 토해냈다.

바보 같이!

살아서 본인의 자리를 지키면 될 일을.

왜!!

자신에게 대신 살아달라고 하는지 류선율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나 대신 살아주겠다고 말해줘. 부탁할게. 우리 엄마, 아빠, 할아버지. 정말 좋은 분들이야.”


숨이 꺼져가는 순간까지 가족을 챙긴다.


“흑흑.”


그의 모습에 류선율은 이를 꽉 깨물었다.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리기 어려웠다.


“선율아, 아주 잠깐이지만. 널 만나 좋았어. 내 모든 걸 드러낼 사람을 찾게 돼서도 좋았고. 미안해. 이런 부탁을 하고 떠나서. 꼭 들어줘.”


귀를 가까이 가져가지 않으면 더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작아졌다.


“들어줄게. 시X. 들어 주겠다고! 네가 되어, 살면 되잖아. 흐윽.”


류선율은 욕을 하며 자신의 신분증을 넘겨주었다.

가장 하기 싫고 생각하기도 싫은 일.

그것을 해버리고 말았다.

너무도 지금, 이 순간이 싫었다.


“헤헤, 이건 이제 네 신분증이야. 이거 가지고 있어. 꼭 필요할 거야. 고맙고...... 미안......”


그의 손에 힘이 풀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눈을 감은 그의 얼굴에서는 행복함으로 물든, 만개한 미소가 자리했다.

류선율은 품속에 꼭 끌어와 안고 울음을 토해냈다.

그가 넘겨준 신분증과 노트를 함께 안아 들고 울음으로 친구를 떠나보냈다.

짧지만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주었던 그를 깊게 애도하며 그의 모든 과거의 기억을 읽고 하나둘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1988년 5월, 류선율은 오늘을 절대 잊지 않겠노라고 심장에 각인했다.


“오늘부터 난 미래 그룹 류승균 대표의 아들, 류선율이다.”


그와 한 영혼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

또 다른 류선율의 인격이 똬리를 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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