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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섬

대뜸 재벌집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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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등록일 :
2024.04.01 15:20
최근연재일 :
2024.04.09 11: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544
추천수 :
207
글자수 :
47,242

작성
24.04.07 07:00
조회
505
추천
18
글자
11쪽

007.

DUMMY

7.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서울 인근 공동묘지에 선율을 안치했다.

류선율은 회사에 사정을 얘기하고 휴가를 냈다.


“설마, 대표님께 본인이 입사할 거라고 얘기하고는 날 꽂을 줄은. 어쩐지. 그래서 사람들 반응이......”


첫 출근날 회사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나이가 어린 신입의 눈치를 보는 주임, 대리, 과장, 부장의 모습을 보노라면 위화감마저 들었었다.

그러한 배경에는 자신에게 모든 걸 맡기고 떠난 동명이인 류선율에게 있었다.


“넌 애초에 내게 모든 걸 맡길 생각이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이력서를 그리 쓰고 갔었으니.

당시 부장과 과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씁쓸한 마음 안에 웃음이 섞여 들어왔다.

덕분에 휴가를 쓰는데, 어떠한 제지도 없었다.

오히려 휴가를 반겼다.

‘좋은 친구네요. 떠나는 길, 잘 배웅하고 오세요.’

너도나도 존대하며 등 떠밀어 보냈다.


“뭐, 이제는 진짜로 두 분의 아들이 되었으니까.”


기억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하루를 꼬박 사용했다. 두통이 일기도 했고.

정체성의 혼란도 겪었다.

내가 류선율인지, 아니면 반대인지.

혼동의 시간을 겪었다.


“내 안에 네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 않을 거야. 선율아.”


류선율은 기억을 되새기며 청담동이 아닌, 부모님 집이 있는 한남동으로 이동했다.

쿵쾅쿵쾅.

한남동 저택 앞에 당도하자,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기억은 친숙하지만, 류선율이 직접 경험한 건 아니기에 몹시 떨렸다.

몇 년 동안 불러보지 않은 엄마, 아빠란 호칭도 떨림에 한몫했다.

작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초인종에 손을 가져갔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 누구세요?


스피커를 통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억을 되짚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찾았다.


“큼. 이모, 저예요. 선율이.”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정주부 아주머니 목소리였다. 류선열은 아주머니 호칭은 멀게 느껴진다며 주로 이모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그의 기억을 가져와 이모라 칭하며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 응, 잠만. 사모님. 선율이 왔어요.


띵, 소리가 들리며 현관문이 열렸다.

동시에 엄마에게 자신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휴.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안으로 들어가기 전 흐트러진 데가 없는지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빠도 일찍 오셨구나.”


현관에 들어서니, 류승균의 구두가 놓여 있었다. 거실에 모두 기다리고 있음을 인지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완벽하게 연기하자. 난 선율이다.”


대신 사는 인생이다. 완벽하게 미림 건설 류승균의 아들 류선율이 되고자 최면을 걸었다.

신발장 옆으로 있는 전신 거울을 슬쩍 봤다.

연분홍색 양복이 제법 잘 어울리는 미남자가 거울에 비친다.

첫 출근 당시 그렇게 입어보라고 했던 옷 중 하나를 꺼내입었다.

처음으로 입어본 화려한 색상의 옷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막상 입고 보니 본래 입던 옷처럼 어떤 거리감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기억의 저장은 역시 내게도 영향을 끼치는구나.”


타인의 기억을 받아들인다는 건, 당사자의 경험 또한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경험은 그 사람이 지내온 시간을 의미하고 시간은 인격의 완성을 말했다.

조금씩 성격이 변해간다고 생각했는데.

예측이 맞는 모양이다.

긴 복도를 쭉 따라가니 넓은 거실이 나왔다.

통창으로 되어 있는 유리창 쪽에 배치된 소파에 류승균과 고아라가 담소를 나누다 고개를 트는 모습이 보였다.


“저 왔어요.”


둘의 시선에 류선율은 자연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아무렇지 않은 걸음으로 둘에게 다가갔다.


“오, 아들. 오늘 평소보다 혈색이 좋아 보이네.”


류선율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 이나라는 하얀 이빨을 내보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 혈색이 좋지 않아 내심 걱정하던 차였는데, 오늘은 좋아 보여 크게 안도했다.


“그래, 오늘 보자고 한 이유가 뭐더냐?”


류승균이 안경을 벗으며 한 번도 하지 않던 행동을 보인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자리에 모여달라니.

덕분에 잡혀 있던 일정을 뒤로 미루고 집으로 달려왔다.


“제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께 부탁드릴 게 있어서 급히 뵙자고 했어요.”


류선율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

“.........”


웃음으로 가득하던 둘의 표정에 웃음기가 지어졌다.

공기가 제법 무겁다.


“두 분께는 어쩌면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그러니 조금은 황당해도 들어 주세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다음 말을 이었다.


“제겐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었어요.”

“.........?”

“.........?”


과거형으로 시작하는 얘기에 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얼마 전 그 친구는 떠났어요.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요.”


자신에게 본인의 몫을 맡기고 간 류선율의 얘기였다.


“.........”

“.........”


멀리 떠났다는 표현에서 둘의 표정이 굳어졌다.

곧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아들의 얼굴을 살폈다.

눈동자에서 슬픔이 전해졌다.


“제 친구가 두 분을 매우 존경하고 사랑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엄마, 아빠를 보여 주고 싶어요. 저랑 같이 가 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류선율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깊게 숙인 얼굴에서 물기가 떨어졌다.


“........ 친했나 보구나.”


그렇지 않고선 저러진 않을 거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친구를 잃은 슬픔을 왜 모르겠는가?

자신의 나이대에 이르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아픔이다.

그걸 일찍 경험하게 됐으니, 마음이 매우 무거울 것이다.


“선율이 엄마. 준비하지.”


고민할 일도 아니었다. 아들이 가장 사랑했고 아낀 친구다.

게다가 자신들을 존경했다지 않은가.

이건 아들의 아비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결혼식은 가지 않더라도 이건 꼭 챙길 의무가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고아라도 깊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화장을 고치고 수수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류선율은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으며 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우리 아들, 많이 속상하지. 엄마 품에서 울어.”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아들을 가슴으로 꼭 끌어와 안았다.

얼마나 아프리오.

류선율은 잠시간 엄마의 품속에서 슬픈 마음을 달래었다.

그로부터 십 분 정도 흐른 시간, 세 가족은 류선율이 안치된 공동묘지로 향했다.


한남동에서 약 한 시간 정도 걸려 공동묘지에 도착한 세 사람은 경건한 마음으로 묘지에 꽃을 올리고 아직 비석조차 없는 묘지를 내려보다, 이내 고개를 내려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선율아, 네 부모님 모셔 왔어. 비록, 당신의 아들이 이곳에 묻혀 있다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너의 마지막은 보는 게 맞지 싶다. 이걸로 내게 뭐라고 하진 않겠지? 이제 아프지 말고. 춥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다음 생은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선율아, 고맙다. 내게 친구라는 소중함과 잊고 있던 가족의 향을 맡게 해줘서.’


류선율의 고개가 묘지에서 하늘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떠오른 햇살이 밝게 비추어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저 어딘가에 선율이 있으리라 여기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




1988년 6월, 약 한 달이 지나는 시간 무겁고 먹먹하던 가슴이 조금은 흐릿해져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건설 회사 총무라고 해서 심부름 업무라고만 여겼던 부서는 할 일이 상당히 많았다. 생각 이상으로 머리를 많이 써야 했고 섬세하게 일을 해야 했다.


단순히 보조 업무인 줄 알았건만.

공무, 회계, 노무 외 기타 업무들이 쉴 새 없이 줄줄이 떨어졌다.

공사 낙찰 금액에 따라 들어가는 서류도 많았고.

회계 부서는 부가세 처리로 매일 밥 먹듯이 야근했다.

초췌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때.

출입구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인 걸로 볼 때, 외부에서 온 손님들로 보였다.

류선율은 잠시 일을 멈추고 그들의 뒷모습을 눈여겨봤다.


“저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바로 옆자리에 있는 이나라 주임에게 칸막이로 가려진 자리로 향하는 이들을 가리켜 물었다.


“아, 저 사람들. 우리가 들고 있는 땅 매입하러 온 사람일 거예요.”


선율이가 더 어림에도 이나라는 아직도 존칭을 사용했다.

회장, 대표의 직계 자손이란 사실이 말을 놓지 못하게 장벽을 쳤다.

꼭 이나라만 그런 건 아니었다.

과장, 부장도 류선율에게 만큼은 말을 놓지 않았다.


“땅은 들고 있으면 이득 아녜요?”

“그렇긴 한데요. 매각할 땅은 필요 없는 땅이에요. 녹지로 되어 있는 데다가, 개발할 땅도 아니라서 그냥 팔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거기가 어딘데요?”

“영종도요.”

“아, 거기라면 팔만 하네요.”


영종도는 대한민국에서 여섯 번째로 넓은 섬으로, 면적은 대략 115㎢다.

땅만 넓었지, 돈이 될 만한 지역은 아니었다.


“여기 간식이랑 차 좀.”


하권호 팀장이 나라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간식을 주문했다.


“아, 제가 다녀올게요.”


이나라가 일어나려 하자, 류선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괜찮아요. 일해요. 제가 할게요.”

“아녜요. 이런 건 막내인 제가 해야 맞죠. 꼭 여자가 하란 법 있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몇 년 뒤면 부장 달고 대표까지 달 사람이 사람 불편하게!

내가 주임이어도 너보다 아래야!!

라고 속으로 외쳤다.

겉모습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전표 정리 다 못하셨잖아요. 돕고 살아야죠. 다녀올게요.”


류선율은 이나라와 손이 맞닿으면서 기억의 일부를 읽게 되면서, 오늘 그녀가 맞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거 하나에 시간을 허비하게 할 순 없었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고 간식류를 쟁반에 올려 하권호 팀장과 손님이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흐끅.”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하권호의 눈이 부릅떠졌다.

‘왜 네가 거기서 나와’하는 표정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류선율은 레스토랑 웨이터로 빙의해 영업 미소를 입가에 잔뜩 걸치고 커피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하나는 이리로 가져오게.”


그때 하권호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중년인이 팔을 뻗어 커피를 달라고 주문했다.


“여깄습니다.”


류선율은 커피를 중년인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


찌릿!


커피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중년인과 손이 맞닿는 순간, 손에서 정전기가 일며 중년인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신공항 건설 계획......... 비밀 엄수.】


중년인의 기억을 읽은 순간, 류선율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엄청난 정보를 알아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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