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5차원

시 그건 나였다

웹소설 > 자유연재 > 시·수필

서의시
작품등록일 :
2022.08.20 13:53
최근연재일 :
2024.02.17 06:51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384
추천수 :
86
글자수 :
19,694

작성
23.02.28 17:31
조회
37
추천
2
글자
11쪽

어린이 공모전 떨어졌지만 도전작이예요 ㅋ

DUMMY

왼손잡이 영태


김연주







“아야! 또 부딪혔잖아! 너도 오른손으로 필기하면 안 돼? 그럼 내 오른 팔꿈치랑 네 왼 팔꿈

치가 부딪히는 일은 없을 거 아니야? 그럼 밥도 같이 먹을 수 있을 텐데······.”

그렇다! 내 짝 영태는 왼손잡이이다!


내 오른쪽 팔꿈치에는 스위치라도 달린 듯 영태의 팔꿈치가 스치기라도 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자동으로 터져 나오는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영태는 오른쪽 책상 모서리에 바짝 붙어서 필기를 하곤 했고,

점심시간이 되면 말하지 않아도 빈 책상을 찾아서 혼자 밥을 먹기 일쑤였다.

나는 그런 영태가 움츠릴수록 더 크게 소리를 쳤고, 영태가 움츠린 만큼 내 자리는 점점 더 넓어져 갔다.


반 아이들도 영태와 짝이라도 되는 날에는 내 팔꿈치에 있는 스위치를 그대로 가져다 단 것처럼

나와 똑같은 불평을 어김없이 쏟아 내었고, 영태도 익숙한 듯 대꾸 없이 같은 반응으로 회피하곤 했다.


집에 가는 길에도


“왼손잡이래요! 왼손잡이래요!”


영태는 자기의 위치를 알리기라도 하듯이 언제나 놀리는 아이들을 몰고 다녔다.

나는 그런 영태가 가엾기도 했지만, 답답한 마음이 앞서 드는 게 사실이었다.

나와 아이들은 모두 우리라는 틀을 정해 조금이라도 다른 건 큰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거부 반응을 보였고,

밀어냈으며, 종일 놀려 대고 핀잔을 주었다.

나는 그런 놀림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영태처럼 놀림당할까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혹시나 내게 다른 모습이 있을까 매사 조심스러웠고,

우리라는 무리 속에 더 섞여 보려고 영태를 앞장서서 괴롭히곤 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손 씻고 밥 먹으렴”



“우와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숟가락을 드는 순간 문득 영태 생각이 났다.


“엄마! 제 짝 영태는 왼손잡이예요!

필기할 때도 밥 먹을 때도 항상 왼손을 써서 제가 얼마나 불편한지 몰라요!

애들이 맨날 놀리는데 바꿀 생각을 안 해요! 영태 하나만 바꾸면 반 전체가 편할 텐데 말이에요!”



“저런 영태가 많이 속상해했겠구나?

영태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인데······.”


“다른 거랑 틀린 게 무슨 차이가 있어요? 그게 그거죠!“


”아니야 순철아!

틀린 것과 다른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단다.

틀린 것은 분명 고쳐야 하지만 다른 것은 고칠 필요도 비난받을 이유도 없는 거란다.

머리 색이 다르다거나 쓰는 언어가 다르거나, 영태처럼 왼손을 쓰는 사람, 왼쪽 발로 슛을 차는 축구 선수,

손으로 말하는 수화기능사 또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등등 다르다는 건

다양하다는 말과도 같을 정도로 인정받아야 하는 개개인의 특성이란다.

영태가 왼손잡이여서 좋았던 적은 없었니? 분명 있었을 거야! 잘 생각해보렴!“



영태는 글씨를 왼손으로 쓰는데도 전교에서 글씨를 제일 잘 쓰는 아이이다.

오른손으로 쓰는 아이들을 다 제치고 하필 왼손으로 쓰는 영태가 글씨를 제일 잘 쓰다니

오른손잡이들의 수치이자 선망이 된 영태가 질투가 나서 더 괴롭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운동회 때에도 한발씩 묶어 깃발 가로채기할 때 왼쪽에 있는 깃발을

왼손잡이 영태가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빠르게 잡아채서 이긴 적이 있었다.

영태랑 짝이 돼서 망했다 생각했는데 덕분에 상으로 탄 공책을 아직도 집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 두고는 쓰지 못하고 있다.

쓰지 못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나는 왼손잡이 영태의 좋은 점을 꽤 많이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선뜻 말을 하지 못했다.

왜냐면 영태의 편을 들었다가는 나도 영태처럼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절대 그런 일은 있지도 않겠지만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생각도 하기 싫다.

영태의 다름이 선생님께 인정받는 순간 아이들의 시기와 질투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엄마의 말씀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금 새 잠이 들었고,


여느 날처럼 등교한 학교에는 까무러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 멀리 영태가 친구들 사이에 껴서 웃으며 학교에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태가 하루아침에 오른손잡이라도 된 거야? 헐!


어리둥절한 채로 들어간 교실에는 이보다 훨씬 더 까무러칠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왼손으로 칠판에 글씨를 쓰시는 것이었다.

“선생님도 왼손잡이? 그럼 나도 왼손으로 써야 하나?

키득키득” 장난 같은 생각이 떨어지기도 전에 일제히 왼손으로 필기를 하는 아이들이 보였고,

나는 끝까지 인정 하고 싶지 않아 피하고만 싶었던 현실 앞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건 오직 나 하나?


애들과 다른 한 사람이 나?


놀림거리가 될 게 뻔한 아이 나?!


오른손잡이 순철이!


그렇다! 나는 왼손잡이 세상에 온 것이었다!”


”아야! 또 부딪혔잖아!

너도 왼손으로 글씨 쓰면 안 돼?

네가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고 밥을 먹으니까 자꾸 부딪히잖아!”


“으악 뭐야?

내가 영태한테 한 말과 똑같은 말이잖아?”


나는 혹시 내 팔꿈치에 있던 스위치를 단 게 아닌가 싶어 내 짝 팔꿈치를 살펴보았다.


“뭐야? 왜 그래?”


“아야”

내 짝은 살펴보느라 정신없는 나를 밀쳤고, 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져 손바닥이 그을려서 붉게 까졌다.


아픈 걸 보니 꿈이 아닌가 보다.

현실을 직시한 나는 지난날들의 나의 만행이 시나리오처럼 머리에 떠올랐고

난 그 시나리오의 순철이가 아닌 영태가 되어 있었다.

팔꿈치가 서로 부딪히기라도 하면 나는 영태처럼 왼쪽 책상 모서리에 바짝 붙어 글씨를 썼고,

바짝 움츠렸으며 움츠린 만큼 내 자리는 좁아졌고, 내가 움츠린 만큼 내 짝은 더 커 보였다.

나는 지난날 내가 한 만행들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펼쳐지기 시작했고

이내 나를 반성했지만 소리치는 영태와 반 친구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머리에 떠오르는 시나리오대로 끌려가는 것뿐이었다.

점심시간에도 난 내가 가야 하는 자리를 알고 빈 책상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왼손잡이 세상은 훨씬 더 가혹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빈 책상조차 없어 운동장에 나와 혼자 밥을 먹어야 했고, 저 멀리 친구들과 맛있게 점심을 먹는 영태가 보였다.

막상 본 영태는 마냥 미울 것만 같았는데

“영태가 오른손잡이 세상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온통 영태 생각뿐이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울음을 꾸역꾸역 참으며 도망치듯 서둘러 집에 가고 있었다.

귀신같이 따라붙을 짓궂은 녀석들을 따돌려 보려는 꼼수였지만, 역시 나보다 한발 빠른 녀석들은 재밌는 놀이를 놓칠 리 없었다.


“오른손잡이래요! 오른손잡이래요!”


놀려 대는 소리에 나는 꾹꾹 참고 있던 눈물이 결국 터져 버리고 말았다.

영태 때문에 더 참고 버텼는데 저 멀리 영태가 우는 나를 어김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맞는 거고 너희가 틀린 거야”


“말도 안 돼! 다 왼손으로 쓰는데 너만 오른손을 쓰잖아?


그럼 네가 틀린 거지! 왜 우리가 틀린 거냐?”


“아니야 그럼 나는 다른 거랬어!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

다른 건 고칠 필요도 비난받을 이유도 없는 거라고 우리 엄마가 말해 줬어!

그러니 난 다른 거라고 다른 거! 다른 거라고!”



“순철아! 순철아! 꿈꿨니?”


꿈이었다!

나는 엄마를 와락 안고 아직 가시지 않은 분한 마음과 영태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한참을 엉엉 울었다.

부은 눈을 하고 학교를 향하는 나의 발걸음에 왠지 모를 책임감과 무게감이 느껴졌다.

분명 나의 모습은 같아도 마음은 틀린 사람이 된 듯하였다.

나와 우리의 틀린 것을 다 부수어 바꿀 준비라도 한 것처럼 비장함이 내 주위를 맴도는 듯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른쪽 책상 모서리에 바짝 붙어 글씨를 쓰고 있는 영태가 보인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영태의 왼쪽 팔꿈치를 가운데로 끌었다.

의아한 듯 쳐다보는 영태는 한껏 움츠리지 않아서인지 덩치가 훨씬 커 보였고,

내가 불편한 만큼 너도 불편했을 텐데 말없이 참아 준 영태의 맘은 바다보다 더 넓어 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은 나와 영태가 부딪히지 않고도 글씨를 쓸 방법을 알아내었다.


“영태야! 네가 오른쪽 책상에 앉아! 내가 왼쪽 책상에 앉을게! 그럼 우리 팔꿈치가 부딪히는

일은 영영 없을 듯한데? 밥도 같이 먹을 수 있겠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지?”


하며 우린 한참을 깔깔 웃어 댔다.


미안하다는 말은 못 했지만, 영태는 벌써 용서한 듯 나를 보고 웃어 주었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 사이가 달라진 이유를 서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운동회 때는 손을 들어 선뜻 영태와 짝이 되었고 한발 묶어 깃발 잡아채기에서 우리는 명불허전 일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우리의 모습에 은근 영태의 짝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질투도 느껴졌다.

이번 운동회 때 받은 상품은 효자손이었는데 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쓰시면서 손자가 일등 한 자랑을 입이 닳도록 하신다. 그럴 때마다 왼손잡이인 영태의 능력이 정말 특별해 보이기까지 한다.

집에 가는 길에도 우리는 함께이다. 여전히 영태를 놀리려고 몰려드는 아이들을 향해 나와 영태는

서로의 왼손과 오른손을 내밀어 깍지를 껴서 앞으로 나가며

“영태와 순철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소리를 냅다 지르며 아이들을 쫓기 시작했고, 두 깍지에 당할 수 없는 아이들은 혼비백산 흩어지곤 했다.


그리고 더는 혼자가 아닌 영태를 놀리는 아이들은 없었다.

집에 가는 우리 둘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영태는 왼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고 나는 오른손을 올려 영태 어깨를 감싸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나와 다른 너, 너와 다른 나는 둘 다 없어서는 안 되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다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왼손과 오른손이 있어야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름은 다양한 것들이 모여 서로 존중받고, 이해하며, 받아들여서 함께 발전해 가는 것······.

다르지만 개성이 강한 왼손잡이 영태와 오른손잡이인 나 순철이가 함께 만들어 갈 세상이 벌써 궁금해진다.

아마도 나와 영태가 만들어 갈 세상은 오색이 어우러져 아름답고 빛나는 멋진 세상이지 않을까?

비 갠 하늘 위로 무지개가 떴다. 일곱 색깔 무지개가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 그건 나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법의 정의란 +3 23.03.22 28 0 1쪽
18 내가 사랑하는 것은...... 23.03.17 25 1 1쪽
17 나의 노년의 노래 23.03.11 18 1 2쪽
16 한국미디어일보에 기사 났어요 23.03.10 34 2 2쪽
15 이 성(화이부동) 23.03.06 25 2 1쪽
14 모난 돌 23.03.06 19 2 1쪽
13 무시당할만 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무시당해 마땅한 짓은 있다. 23.03.01 31 2 1쪽
» 어린이 공모전 떨어졌지만 도전작이예요 ㅋ 23.02.28 38 2 11쪽
11 개똥철학 23.02.25 37 2 1쪽
10 감정은 지금 강제 입원중 23.02.24 33 2 6쪽
9 정류장 23.02.21 36 2 1쪽
8 신의 한 수 +2 23.02.17 42 2 1쪽
7 1300원 막걸리 +5 23.02.15 49 2 2쪽
6 임의 미련 23.02.12 29 2 1쪽
5 밤에 쓰여진 시 23.02.09 30 3 1쪽
4 망각의축복 23.02.07 27 3 1쪽
3 나의 맘 23.02.03 37 2 1쪽
2 산 가재가 들려준 이야기 22.08.20 42 2 2쪽
1 달의 몰락 22.08.20 62 2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