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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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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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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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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176

작성
19.06.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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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깨어있었네. 오빠."


유리는 여유롭게 창문을 넘어서 하연의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과정에서 창문 근처에 있는 물건이 쓰러지면서 지저분해지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내 몸에 묶인 밧줄과 목에 걸려 있는 족쇄와 목걸이까지. 유리는 내 모습을 보고서는 혀를 찼다.


"정말···. 이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끔찍하네."


유리는 서둘러서 내 입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떼어냈다.


"다치거나 아픈 곳은 없어?"


"없어. 없는데···."


나는 서둘러서 내 손과 발을 묶은 밧줄을 풀어내는 유리를 향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다가구 주택이라도 4층이면 결코 낮은 층수가 아니었다. 하연이의 창문은 지상으로부터 최소 10미터는 되는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우선은 탈출이 중요하잖아?"


그건 유리의 말대로였다.


그래. 지금의 상황에 중요한 건 탈출이지, 대화가 아니었다.


궁금한 건 나중에라도 물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거, 도대체 얼마나 강하게 묶어놓은 거야? 전혀 풀리지 않는데."


"정 안되면 잘라야겠지."


"날카로운 거라···"


유리는 그대로 하연이가 사용하는 책상을 뒤져서 커터칼과 가위를 찾아냈다. 둘 모두를 손에 쥐고서 다시 곁에 다가온 유리는 그대로 밧줄을 잘라내기 위해 움직였으나 쉽지 않은 듯했다.


"가위로는 소용없겠네."


밧줄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가위로는 잘라내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곧바로 가위를 버리고 커터칼로 밧줄을 자르기 위해 움직인 직후였다.


이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욕실로 씻으러 간 하연이가 돌아오기에는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돌아올 사람은 하연이밖에 없었다.


"유리야! 일단 숨어!"


"아니, 난 숨지 않아."


커터칼로 간신히 내 손에 묶인 밧줄 하나를 잘라낸 유리는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고서는 그대로 문을 향해 돌아섰다.


끼익···!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자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하연이는 방에 들어와 있는 유리의 모습을 보고서도 크게 놀라지 않은 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분명 급소를 피하기는 했지만, 바로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을 만한 상처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순순히 대답해줄 거로 생각해? 하연 언니."


"그것도 그러네."


하연은 씻던 도중에 나온 탓에 모습이 엉망이었지만, 엉망인 모습과는 다르게 하연이에게서는 살기가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손에 쥐고 있는 식칼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어떻게 유리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거지? 유리를 보고 놀라지 않은 것도 그렇고, 식칼이라는 무기를 챙겨온 것도 그렇고.


유리는 방으로 들어오면서 별다른 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뭘 할 생각이야?"


하연이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식칼을 매만지면서도 일단 유리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오빠를 데리고 돌아갈 생각인데요."


"오빠? 누가 너의 오빠일까?"


하연이의 말에 유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하연이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저 녀석이죠!"


손가락 끝으로 나를 가리킨다.


아니 나름 오빠라는 설정인데 저 녀석이라니.


"그래? 하지만 저 녀석은 네 오빠 같은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죠."


유리는 표정을 굳혔다.


하연이는 그런 유리의 모습을 보'm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저 녀석은 네 오빠인 척하는 가짜라는 소리야."


"하, 언니야말로 지금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 알아요?"


유리는 하연이의 손에 쥐어진 식칼을 경계하면서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방 자체는 그리 넓지 않았기에 거리를 벌려도 그다지 의미는 없을 테지만.


적어도 혹시라도 하연이가 식칼을 들고 공격해온다면, 그에 늦지 않고 반응하기 위해서인듯했다.


그리고 그런 유리의 행동을 보면서 나는 조금이지만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리는 평범한 '일상'에서는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는 딸이지만.


뒷면에서는 마법사이면서도 마법사의 천적인 암살자였다.


설령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암살자로서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뭐어, 그러네. 내가 이렇게 말해도 솔직히 증거 같은 건 없으니까."


하연이는 평소보다도 많은 말을 해서 그런지, 지친 표정으로 식칼을 들어 올렸다.


"그래도 네가 시우를 데려가는 건 내가 허락 안 해."


그렇게 말한 직후 하연이의 몸이 빠르게 가속했다. 지금까지의 대화 자체가 빈틈을 찾기 위한 위장이었다는 듯.


식칼을 손에 쥐고 유리를 공격하기까지의 과정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유리야!!"


반사적으로 유리를 불렀다. 위험하다고, 경고의 의미를 담아서.


그리고 아마 조금은.


걱정의 의미를 담아서.


"이렇게 보여도···!!"


식칼이 단숨에 유리의 복부를 관통하려는 순간이었다.


"눈먼 칼에 당할 정도는 아니야!!"


식칼의 면 부분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쳐서 밀어내고, 동시에 몸을 비틀어 찌르기를 피해낸다. 하연이는 자신의 공격을 피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당황이라는 감정을 품은 하연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꺾어서 식칼을 손에서 떨구게 했다.


"윽?!"


그것으로 식칼에 찔릴 위험은 사라졌다. 하지만 하연이 역시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듯, 꺾인 팔을 억지로 비틀어서 빼어냈다.


우드득···!


"···뭐?!"


"하아···아프네."


손목과 팔목이 완전히 나갔다.


표정의 변화가 드문 하연의 얼굴에 대놓고 그 고통이 드러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연이는 손목과 팔목이 부러진 자신의 상황에도 크게 놀라지 않은 채 유리의 목을 붙잡고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으로 유리의 목을 조였다.


"···큭?! 으극···!!"


유리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연이의 힘을 이겨낼 수 없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냈다.


이대로라면 유리가 죽는다.


죽어버리고 만다.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 나는 이를 악물며 밧줄이 잘려 자유로워진 한 손을 이용해 다른 한쪽의 밧줄을 잘라냈다.


하지만 두꺼운 밧줄을 잘라내기에는 커터칼의 날이 너무 약했다.


밧줄을 전부 자르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나는 숨이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유리의 모습을 보며 손에 쥐고 있던 커터칼을 하연이에게 있는 힘껏 내던졌다.


"···!"


커터칼의 날이 하연이의 어깨에 상처를 낸다.


그리고 상처가 생긴 직후. 순간적으로 힘이 빠진 하연이로부터 유리는 간신히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단숨에 하연이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고서는 기침을 하며 필사적으로 몸에 산소를 공급했다.


"하아···하아! 콜록!"


유리도, 하연이도.


상태는 좋지 않다.


무엇보다도 서로 상처를 입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도망친다는 선택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다.


"오빠를 돌려줘! 이 미친년아!"


유리는 간신히 호흡을 되찾은 몸으로 하연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유리의 모습에 하연이는 그대로 옆에 있던 책상에서 펜을 들어 손에 쥐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흉기는, 무기는 얼마든지 있었다.


식칼보다는 덜 위험하지만, 펜 역시 분명 상처를 입히기에는 충분한 무기였다.


두 소녀의 싸움.


그 소녀들의 싸움을 보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발도, 손도 묶인 상태였기에 나는 그 둘의 싸움을 막기 위해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말로 한다고 해서 두 소녀의 싸움을 말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거의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었다. 내 말을 들을 정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유리가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신체적 능력이, 그리고 이런 싸움에 대한 경험이 더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유리 개인에 대한 설정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하연이의 한쪽 팔은 아까 유리의 관절기를 통해 박살이 난 상태였다.


"큭?!"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 두 소녀의 거친 싸움에서 이긴 승자는 하연이었다.


하연이의 손에 쥐어져 있던 펜이 하연이의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강한 힘이 실리면서 유리의 손을 단숨에 관통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고통에 의해 경직된 유리의 몸을 단숨에 밀쳐내면서, 그대로 창문 쪽으로 향했다.


하연이가 무엇을 하려는지 나는 직감했다.


이곳은 4층. 높이는 최소 10미터 이상.


맨몸으로 떨어진다면 무사하지는 못하겠지.


"유리야!!!"


다시 한번, 아무것도 못한 나 자신에게 화를 내며 유리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유리의 이름을 부른 직후 하연이는 유리를 창문 바깥으로 떨어트리는 데에 성공했다.


"하아."


퍼억···!


바깥에서 들린 소리. 그 소리와 함께 이어진 침묵.


하연이는 그 침묵 속에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이윽고 웃어 보였다.


창문 아래로 떨어진 유리의 모습을 내려다본 하연이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내게 말했다.


"하하···. 아하하하하···!!"


웃는다.


만족스럽다는 듯.


드디어 해냈다는 듯.


칭찬을 바라는 시선을 담아 자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엉망이 된 자신의 몸 상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를 보았다.


"드디어, 드디어···죽였어. 시우야!"


"정말로···. 정말로 유리를 죽인 거야?"


떨어져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4층은 생각 이상으로 높지만, 반대로 생각 이상으로 낮다.


사람이 떨어져서 즉사하기에는 어려운 높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하연이는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죽였어. 아니 죽었어."


확실하다는 듯.


하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부터 떨어졌는걸? 당장 죽지 않아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죽겠지."


그렇게 말한 하연이는 조용히 내게 다가와서는 아직 다치지 않은 한 손으로 내 뺨을 붙잡았다.


"이제 시우가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어. 진짜 가족도 아니면서 가족인 척하는 녀석은 이제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하연이는 내게 말을 이었다.


사실상 최종적인 선고였다.


"시우의 가족은 나야."


자기만이 나의 유일한 아군이며 가족이라며.


하연이는 배부른 표정으로 웃었다.


"후후, 시우도 기쁘지? 기뻐해 줄 거지?"


나를 위해 이렇게 고생했다며.


부러져 엉망이 된 팔을 손으로 가리켰다.


"영광의 상처야. 시우."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


나는 그런 하연이를 향해 자유로워진 한쪽 손을 뻗었다.


"···나는."


그리고 하연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시우···야?"


쓰다듬어줄 거로 생각했는지, 기대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하연이는 손을 머리에 올린 채 움직이지 않는 나를 향해 의문을 담아 고개를 기울였다.


"나를 좋아해 주는 건 좋아. 하지만···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향한 짜증과 분노를 조금도 감추지 않고서.


그리고 동시에 이 상황에 대한 끔찍함에 일그러진 감정 역시 감추지 않고서 말을 이었다.


"사람을···죽이지는 않아도 되었잖아···."


유리가 죽었다.


사람이 죽었다.


현실이 게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은, 내가 상상하던 것 이상의 결말을 가져왔다.


최악이라는 결말을.


"뭐야. 시우야. 왜 화를 내. 왜 짜증을 내?"


그리고 그런 나의 말에, 자신의 칭찬은 조금도 하지 않는 내 모습에 하연이는 내게 빛이 없는 죽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시우를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기뻐해 주지 않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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