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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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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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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76

작성
19.06.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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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내 손을 자르기로 결심한 하연이는 이내 내게 물어왔다.


"우리 집에 작두나 전기톱은 없어서. 식칼이랑 망치를 사용할 거야."


···이야, 천재적인 발상인데.


작두나 전기톱, 손목을 자르는 용도의 물건이 없다면 그냥 거기서 포기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식칼이랑 망치를 사용해 손목을 자른다는 발상을 떠올려내는 거냐.


"한 번에 잘리지는 않겠지만···."


하연이는 내 뺨을 손으로 매만졌다.


입가에 지어진 은은한 미소가 섬뜩했다.


"자를 수는 있을 테니까. 조금 아프더라도 참아줘."


그렇게 말하고서는 곧바로 하연이는 식칼과 망치를 챙기러 나갔다.


문까지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 걸 보니 망치가 집에 없었나 보다.


혹은 식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쪽이 없었든 간에 일단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당장 지금 순간은 살았다.


그나저나 하연이의 행동방식은 정말로 직접 겪어보니 상상 이상으로 강적이었다.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손을 자르자는 결론이 나왔다.


손을 자를 기구가 없으니, 식칼과 망치라는 조합으로 손목을 자르겠다는 발상을 해왔다.


"게임은 게임일 뿐, 현실에서의 얀데레란 그냥 공포 그 자체잖아?!"


하지만 현실에서의 얀데레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도 좋았다.


"후아···씨···. 진짜···진짜 무서웠다···."


나, 앞으로는 얀데레 게임 안 할래···아니 못해···.


이게 무슨 게임이냐. 게임이 아니라 이건 그냥 정신적, 신체적 고문이다. 젠장···.


"후우···. 후우. 하아···."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과 극한의 공포로 굳어졌던 몸을 호흡을 통해 풀어내고서는 손을 움직여보았다.


꽈악···.


"목까지 닿지도 않고, 반대쪽 손에도 닿지 않네."


우선은 탈출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나마 지금의 상황은 탈출하기 어렵다고 하긴 힘들었다.


적어도 손과 목을 묶어 놓은 게 수갑은 아니잖아?


거기다가 아직 사지도 멀쩡하게 남아있었다. 하연이가 돌아오면 그 사지 중 하나 혹은 둘은 사라질 거라고 생각되지만.


"밧줄은 두껍고, 몇 겹이라서 영화 속에서처럼 날카로운 부분에 비벼서 자르는 건 무리인 것 같은데."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하연이는 나를 납치해올 때 내 휴대폰을 같이 챙겨와 주었다.


그리고 휴대폰은 음성인식이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서랍장 위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자, 이쯤 되면 내가 어떤 식으로 탈출할지 예상이 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오픈, 코리더!"


게임 속으로 빠져버렸어도 내 방의 모습이 그대로였으며, 휴대폰 기능도 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번호조차도 그대로 남았으니까 휴대폰의 시스템 설정도 그대로였을 터였다.


요즘 나오는 휴대폰은 기본적으로 음성인식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정식 명칭은 AI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


정말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연이는 지금의 상황을 납치나 감금이라는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휴대폰을 굳이 챙겨온 거겠지. 뭐 그게 아니고 데려왔더니 뒤늦게서야 휴대폰을 버리고 오는 걸 잊었던 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보통 납치나 감금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휴대폰 같은 건 버려두고 온다.


요즘 시대에 휴대폰을 통한 GPS 추적은 경찰에 연락만 해도 알 수 있는 상태니까 말이다.


하지만 하연이가 휴대폰을 챙겨와 준 덕분에 나는 이를 이용해서 탈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띠링.


좋아. 음성인식 앱은 실행되었다.


"코리더! 유리에게 전화 걸어줘!"


[유리님에게 전화를 겁니다.]


뚜루루루. 뚜루루. 뚜루루루.


"좋았어! 됐다!"


게임 속에서라면 모를까. 현실에서 유리와의 관계는 깊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의 설정이 반영된 이상, 유리와의 관계는 최소한 사이가 나쁘지 않은 남매 정도는 되었다.


도움을 요청한다면 충분히 나를 도와주러 올 터였다.


―응 뭐야? 오빠?


"아. 유리야. 난데."


혹시 전화를 받지 않을까 걱정한 부분도 있었으나 다행히도 유리는 내 전화를 받아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그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하연이한테 납치, 감금당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그걸 믿어주면 고맙겠지만···.


이전에 하연이에게 대답하려고 했을 때와 같이 시야에 선택지 화면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게임 시스템···!


[1. 하연이에게 납치를 당했어. 도와줘.]


[2. 하연이네 집으로 와줄 수 있을까?]


다행히도 선택지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솔직하게 말하던가, 아니면 이유를 말하지 않고 일단 도움부터 요청할까.


선택창이 나왔을 뿐. 결과적으로 내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선택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하연이에게 납치를 당했어. 도와줘."


일단 솔직하게 말해보자.


선택지가 지금의 상황에서 나타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택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하연이가 돌아오기 전에 도망치는 게 중요했다.


―하아? 오빠. 미쳤어?


아하하···. 과연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게 되나.


"정말이야."


―나를 놀리는 건 그만해줘. 오빠. 하연이 언니네 집에 놀러 간다고 했던 건 오빠였잖아. 그런데 납치라니?


"···뭐?"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으려던 계획이 단번에 박살 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언제 놀러 간다고 말했었던가?


―이미 밤이 늦었어. 오빠. 장난은 그만하고 얼른 돌아와.


"아니, 잠깐만 유리야!"


뚝.


끊어졌다.


"솔직하게 진실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어째서 믿어주질 않는 거지?"


유리와의 관계가 사실은 나빴다던가? 단숨에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가정을 나는 부정했다.


"아니, 아니야."


내 눈에는 호감도의 수치가 보였다. 그리고 그 호감도의 수치를 보고서 나는 유리에게 '나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을 던졌었다.


그에 부정을 한 건 유리였지만 새삼스럽게 생각해보면 나는 '좋아한다.'라는 기준까지의 호감도의 수치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유리는 내게 그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내 농담에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유리는 나를 걱정해주었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진실을 이야기했는데도 믿어주지 않는 건, 유리와의 관계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유리는 말했다.


'하연이네 놀러 가겠다고' 했던 건 나였다고.


즉.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데려온 건 아니라는 소리네."


휴대폰을 일부러 따로 버리지 않고 챙겨온 것은 필요에 의해서였다.


문자를 미리 보내두는 것으로 납치를 당했다는 상황 자체에 의심이 들지 않게 한다.


수면제도 그렇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두어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는 것까지.


배려심이 많고 상냥하다는 설정에 '계획적이다.'라는 부분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래 얀데레라는 캐릭터들을 보면 이런 상황 자체에 지극히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연이처럼 계획적인 얀데레 캐릭터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지."


유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유리는 내 말을 농담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해볼 수밖에 없는데.


당장 나는 도움을 요청할 만한 이들이 없음을 깨달았다.


유리가 이런 반응이었으니, 가족에게도 도와달라고 해도 의미가 없겠지.


그렇다면 가족이 아닌 이들.


친구라면 어떨까.


"근데 원래 주인공의 설정대로라면 친구 없잖아···."


외톨이잖아?


그게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친구 자체가 없으니까···.


다른 방법. 다른 방법이 더 없을까···!


이렇게 고민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하연이가 오기 전에 탈출하지 못한다면 일단 손 하나는 가볍게 날아간다.


아니 하···. 인생···.


내가 무슨 타짜도 아닌데, 손모가지를 내기 품목으로 걸고 이래야 해?


불안해지니 자연스럽게 불만이 나온다.


하다못해 친구 놈만 아니었어도 이 얀데레 게임에 휘말리지는 않았을 텐데···!


불안과 불만. 두 개가 양립하며 나를 점점 괴롭게 하던 상황 속에서, 정말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니 떠오른 생각이라고 해야 할까.


"오픈, 코리더!"


띠링.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정말 문득.


지금의 상황이 되기 이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친구 놈에게 추천받은 미연시 게임.


그 게임 속에 들어온 나는 게임의 기본적인 설정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같았다.


내 방의 모습도 그대로였고, 내가 사용하던 휴대폰조차도 같은 거였다.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의 본래 이름인 '하현'이라는 이름이, 나의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가능성은 낮지만. 낮다고 하더라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해결방법은 하나.


휴대폰의 AI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 통칭 '코리더'를 이용해 지인에게 연락하여 도움을 구한다.


그리고 본래 주인공의 역할을 맡았던 녀석에게는 연락할 친구는 없고, 지인 또한 없었다.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면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는 상황에 당장 친구가 없다는 게 문제가 된다.


하지만 만약, 만약 가능성이 있다면.


"코리더! 친구 놈에게 전화해줘!"


[친구 놈님에게 전화를 겁니다.]


"···!!"


그건 바로 '친구' 그 자체.


내게 이 빌어먹을 게임을 추천한 장본인이며 어쩌면 지금의 내 상황조차도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녀석.


뚜루루. 뚜루루.


착신음이 몇 번 더 이어지고 이윽고 전화를 받는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하, 하하···하하하하하!"


연락이 닿았다. 그 기쁨에 나는 절로 튀어나오는 웃음소리에 친구 놈이 욕설을 내뱉었다.


―미쳤어? 왜 웃고 지랄이야?


"네가 내 상황이 되어보면, 너도 웃지 않을 수 없을걸."


―뭐 됐고. 무슨 일이야?


"도와줘."


―하?


"도와달라고."


기적처럼 이어진 친구 놈과의 통화.


지금의 상황에서 간신히 붙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도와달라니, 도대체 또 무슨 일에 휘말린 건데?


"일단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줄 수 있어? 조금 급하거든.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매우 급해."


―이 늦은 시간에 날 불러서 무슨 짓을 하려고?!


"야, 농담 같은 게 아니야."


―······.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나 죽을지도 몰라."


내 진지한 목소리에 전화 너머로부터 친구 놈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서는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게 말했다.


―위험한 상황이야?


"어."


―5분. 그 정도 걸릴 거야. 괜찮겠어?


"솔직하게 말해서 모르겠어. 하지만 당장에 5분이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갈게. 5분만. 5분만 버텨.


"어."


전화가 끊어졌다.


"···하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5분. 5분만 버티면 되었다.


설마 정말로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일단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 세계는 미연시 게임 속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 미연시의 게임이 아니다.


친구 놈이 내게 해보라고 추천해준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라는 이름의 게임을 모방한 세계인 것이다.


게임의 시스템, 게임의 설정, 그 모든 것이 같으나 이런 현상을 나는 이미 겪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확신한다.


확신하고, 단언할 수 있다.


"이건 게임 같은 게 아니야."


정말로 이 세계가 게임이었다면.


친구 놈에게 연락이 닿을 리가 없을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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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소녀들. +3 19.06.19 2,432 41 12쪽
4 위험한 소녀들. +4 19.06.19 2,521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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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험한 소녀들. +3 19.06.18 3,046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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