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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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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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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76

작성
19.06.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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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누구에게는 5분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반면,


누구에게는 5분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그 시간에 대해 길고 짧음을 증명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5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그 5분이라는 시간을 길다고 느끼게 될 줄이야.


"다녀왔어."


"···아."


아, 망했다···.


전화 끊은 지 1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온 거야?


아니 그전에 이 늦은 시간에 식칼이랑 망치를 파는 곳이 있었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식칼과 망치를 가방 안에서 꺼내 드는 하연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어, 어어. 그랬지."


시바견!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말했던 몇 분 전의 나를 패고 싶다!


"그래서 그냥 주변 분들한테 빌렸어."


사러 간 게 아니라 빌려온 거였냐!


어쩐지 너무 빨리 돌아온다고 했다!


"그대로 자르면 병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하연이는 망치와 식칼을 꺼냈던 가방에서 또 무언가를 꺼내 들어왔다.


"소독약도 사 왔어."


식칼과 망치로 손목을 자르겠다는 창의적인 방법도 그렇지만, 상냥하고 배려심이 많다는 설정을 이런 식으로 다시 깨닫게 해주지 않았어도 되었는데 말이지.


아니 상냥하고 배려심이 많다는 설정은 오류 아닌가.


정말로 상냥함과 배려심이 많았다면 식칼과 망치로 손을 자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연이는 배려심이 많구나···."


물론 칭찬은 아니다. 칭찬은 아니었지만···.


하연이는 부끄러운 듯 내 시선을 피했다.


칭찬 아니라니까. 비꼬듯 한 말조차도 칭찬으로 알아듣는 모습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안 좋은 의미로.


"좀 더 자르기 편하라고 식칼이 아니라, 사시미칼로 빌려왔는데."


···누가 나 좀 살려주지 않겠니?


아니면 나 대신 손 잘려주실 분?


"이걸로 안심이야."


안심이라뇨. 전 안심 못 하겠는데요···!


나는 반사적으로 드는 생각을 밀어내고 조용히 시간을 재어보았다.


지금 몇 분이나 지났지, 1분? 2분?


5분이면 나를 도와주러 친구 놈이 온다.


하지만 그 5분 이내에 손목이 잘려나갈 것 같은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필사적으로 시간을 벌기 위한 방법을 떠올려보았다.


"저기, 하연아."


"응."


"소독제로 칼을 소독하기 전에 먼저 한번 씻는 게 어떨까?"


"소독제면 충분해."


"···그래?"


"응."


"그렇구나."


소독제면 충분하다며 단호하게 내 말을 끊어내는 하연이.


나는 그런 하연이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어느 손을 자를 건데?"


"시우는 오른손잡이니까. 오른손을 자를 거야."


오른손을 자주 사용하는 만큼 오른손이 없으면 자신에게 더 의지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배려심 넘치네!


어느 집에서 빌려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시미칼을 소독제로 닦아내는 하연이의 모습은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거기다가···."


그리고 소독제를 가볍게 한 번 털어내고서 사시미칼을 들어 올린 하연이는 눈빛을 빛냈다.


"왼손에는 결혼반지를 껴야 하니까."


결혼반지라는 단어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앞으로 몇 분···아니. 몇 초 남았지?!


제발, 제발 빨리 와줘. 친구 놈아···!


"슬슬 자를게."


"···잠깐만!"


나는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기 위해 스톱을 외쳤다.


"왜?"


"그러니까 말이야···!"


사시미칼을 든 하연이는 조용히 내게 다가오더니 그대로 내 오른손을 강한 힘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딱딱한 도마를 내 손 아래에 깔더니 이윽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할 말 없으면 숨 크게 쉬어. 이제 자를 거니까."


분명 스톱을 외쳤는데 왜 멈추지 않는 거니, 하연아.


그거냐. 소방차는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으니까?


다시 한번 내뱉는 깊은숨.


나는 그때야 간신히 깨달았다.


지금 하연이는 흥분해 있었다.


표정의 변화가 없어서 알아채지 못했을 뿐. 지금 하연이는 내 손을 자르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표정은 무표정인데, 얼굴이 붉어서 감기라도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픈 건 잠깐이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럴 리가 있겠냐!


사시미 칼이 내 손목에 올려졌다. 올려진 것만으로도 살이 살짝 베여나갈 정도로 칼은 날카로웠다.


앞으로 수 초 뒤면 망치가 칼등을 내려치고, 그대로 내 손목을 잘라내겠지.


물론 여성의 힘으로 뼈까지 한 번에 잘라내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 그러니 몇 번을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겠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끔찍한 상상에 내가 이를 악물고 있자 하연이는 마침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눈빛을 빛내며 망치를 들어 올렸다.


3초.


들어 올려진 망치가 하연이의 작은 기합성과 함께 내려찍어진다.


2초.


망치가 휘둘러지고 사시미칼등에 닿는다.


1초.


손목이―.


파캉!!


"꺅?!"


잘리지 않았다.


"와, 시바···. 존나 식겁했다."


사시미 칼이 내 손목을 파고들려던 그 찰나의 순간, 어떠한 강력한 힘에 의해 반대로 튕겨졌다.


손목이 잘릴 뻔한 상황 속에서 들려오는 익숙하다 못해 질릴 정도인 친구 놈의 목소리.


친구 놈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반가워질 줄은 몰랐다.


"망치랑 식칼로 손목을 자르려던 거야? 어떻게 하면 이런 정신 나간 방법을 떠올릴 수 있는 건지 묻고 싶지만···."


손목이 잘릴 거라는 상상과 함께 몸을 떨고 있던 나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어 보였다.


"···왔냐."


"오냐. 왔다."


탁한 은빛을 가진 머리카락.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과 금안.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무척이나 어울리는 검은 드레스까지.


"누구야?"


하연이는 자신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망치와 사시미칼을 다시 손에 쥐고서 격한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하연이 둘밖에 없던 방에 정말 갑작스럽게 나타났으니 놀랄 만 했다.


하지만 하연이가 표정에 드러낸 감정은 놀람이나 경악이 아닌 짜증과 분노였다.


"문은 잠갔을 텐데 어떻게 들어왔어."


"그건 알 필요 없고."


친구 놈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할래?"


"일단 기절시켜. 그게 먼저야."


기절시키라는 말을 하자마자 친구 놈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고 보니 핑거스냅으로 세계의 절반을 날리는 영화도 있었지.


그거 좀 멋지던데.


딱.


가벼운 튕김.


그와 동시에 하연이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손에 쥐어져 있던 사시미칼과 망치도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고 친구 놈은 쓰러진 하연이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내게 물었다.


"내가 야행성이라 말이야. 상황을 이해 못 하겠는데 말이지. 이거 하나만큼은 알겠다."


"뭔데."


친구 놈은 바닥에 떨구어진 사시미 칼을 들고서는 그대로 내 손과 목에 묶인 밧줄을 전부 끊어냈다.


"저 여자, 이하연이냐?"


"바로 알아보네."


뭐, 알아보지 못할 그거로 생각하는 게 더 힘들지만.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의 공략 캐릭터 중 하나. 이하연을 말하는 거라면 정답이야."


친구 놈은 표정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세계가 언제부터 미연시 게임이 되어버렸냐?"


"나도 몰라. 자고 일어나니까 이렇게 바뀌어있더라."


"허허."


나는 친구 놈에게 말했다.


"그 칼 좀 줘봐."


"위험하다고? 이거 생각보다 되게 날카로워."


"나한테서 지금 칼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거야?"


"그것도 그러네."


손에 쥐고 있던 사시미 칼을 그대로 던져서 내게 넘겨주었다.


그에 나는 한 마디 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험하잖아!"


"위험은 개뿔."


다행히 칼을 넘겨받으면서 다치지는 않았다. 아니 다행이랄 것도 없다.


애초에 칼을, 날붙이를 다루는 건 내게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익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나는 손목에 묶여있는 밧줄의 나머지를 가볍게 잘라 뜯어내고서는 바닥에 내던졌다.


"와, 진짜 오늘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다···."


여전히 떨리는 손에 친구 놈은 비웃음을 입가에 지어 보였다.


"잘도 죽겠다."


"네가 당해보던가."


"집착남이라면 나름 괜찮을 것 같은데?"


"얀데레 백합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내 말에 친구 놈은 쓰게 웃었다.


"그쪽으론 경험이 있어서 말하는 건데 말이야. 얀데레라는 설정은 현실에서 써먹을 게 못 돼."


"아아. 오늘 몸으로 실감했어···."


얀데레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역시 창작 속에서나 좋을 뿐, 현실이 되는 순간 그건 그냥 끔찍할 뿐이었다.


나는 목에 남은 밧줄도 때어내고서는 그대로 하연이를 안아 들었다.


"···그냥 이렇게 보고 있으면 천사 같아 보일 뿐인데."


"얀데레라서 더 좋다고 말한 게 누구였지."


"그건 게임의 감상일 뿐이고. 현실은 아니라고 말했잖아."


바로 어제, 잠들기 직전에 얀데레라서 더 좋았다는 내 감상평을 읊어주는 친구 놈에게 나는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지금의 상황. 어떻게 생각해?"


"뭘 말이지?"


"이 세계에 대해서 물어본 거야."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말이야. 이 세계에 대해서 물어보아도 대답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는데?"


"그럼 한 가지만 물을게."


"말해봐."


나는 친구 놈을 향해 이미 확신하고 있는 부분을 물어보았다.


"이 세계는 게임이야?"


"그럴 리가."


역시나.


하지만 부정의 의사를 표현해 보였던 친구 놈은 조금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게임이 아니라는 말은 또 틀렸다고 생각해."


게임이 아니다. 하지만 게임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이하연이라는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에 있어. 그리고 지금의 네 상황을 보면 게임의 설정 역시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지."


"아아. 확실히 설정에 대해서는 반영이 되어 있었어. 거기다가 내 눈에는 호감도의 수치도 보이고, 가끔 선택지도 뜨더라."


"그렇다면 게임이 아니라는 표현도 잘못되었다는 거야. 왜냐하면, 게임의 시스템이 적용된 시점에서 게임의 배경을 모방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말이야."


"···즉."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니다. 현실과 게임. 그 중간에 있다고 봐야겠지."


"적당한 표현 없어?"


"게임을 현실로 만들었어. 그렇다고 해서 그게 게임이 아니게 될까?"


"···결국에는 게임이라는 거야?"


"일단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거라는 의미야."


'일단은' 말이지.


나는 한숨을 내쉬고서 안아 올렸던 하연이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겠어?"


"이 정도 규모의 세계 개변이야."


친구 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있겠지. 그것이 사람이든, 아니면 물건이든 간에 말이야."


"그것참 말로는 쉽게 말해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된다. 그야 말은 쉽지만···.


"하지만 뭐, '일단은' 게임이라고 했으니."


나는 친구 놈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게임을 공략해보면 알 수 있겠지."


"이거 얀데레 게임이라고. 당장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손모가지가 날아갈 뻔했는데 잘도 그렇게 말하는구나?"


"아. 그랬지···. 이거 얀데레 게임이었지?"


"얀데레들 사이에서 힘내봐."


친구 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다.


내 상황이 재미있어 보였나.


하아. 하지만 뭐 원래부터 이런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별로 상관은 없지만.


"부디 죽지 않길 빌어줄게."


"오냐."


"아 그런데."


"어엉?"


친구 놈은 고개를 기울였다.


"이거 장르는 미연시였지만 말이야."


"응."


"판타지물이잖아? 그건 이해하고 있는 거야?"


"아···?"


잠깐만.


"···맞아."


와, 시바.


잠깐만.


잊고 있었는데 그랬지···!


이 게임.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라는 게임은 분명 미연시라는 장르의 게임이었지만.


연애라는 요소에 판타지가 들어가 있었다.


마법도 나오고, 기사도 나왔던 것 같은데.


"친구야."


"왜."


"···도와주라."


친구는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였다.


"꺼져."


작가의말

분량을 맞추기 위한 빠른 연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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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험한 소녀들. +3 19.06.18 3,046 47 12쪽
1 프롤로그 +5 19.06.18 3,981 3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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