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56,818
추천수 :
1,251
글자수 :
57,176

작성
19.06.19 14:50
조회
2,521
추천
41
글자
12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머리가 푹신푹신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물로 만든 베개가 있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푹신푹신함이었다.


하지만 차갑지는 않다. 오히려 따뜻해서 계속 누워있고 싶었다.


의식이 각성하기 딱 직전의 단계. 그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누웠을 때 문득 손이 무언가에 묶여서 움직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직후 나는 내가 강제적으로 잠들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떠올렸다.


"···!!"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크얽?!"


몸을 일으킨 직후 목에서부터 강한 통증이 일어났다.


한순간이지만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손을 목에다 가져다 대려고 했지만, 그 손마저도 무언가에 묶여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눈을 뜨는 것이 전부였다.


"···잘 잤어?"


"아주. 푹. 정말로. 다시는 이런 꿀잠을 자지 못할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내 무릎베개가 그렇게나 좋았다니 기쁘네."


표정에 변화가 없다.


그러나 눈은 웃고 있었다.


입가에도 은은한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것이 그나마 하연이의, 그녀의 감정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무릎베개가 기분이 좋았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나는 손을 들어보았다.


밧줄이 침대의 모서리로부터 이어져 내 손을 묶고 있었다. 길이가 무척이나 짧아서 목에까지 닿지 않았다.


정말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


"내가 말한 꿀잠은 무릎베개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구나."


"···그게 끝?"


하연이는 고개를 아주 살짝 기울였다.


"응. 그런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일단 상식적인 선에서 대화를 이어나가고자 입을 열었다.


"이 밧줄은 왜 묶어놓은 거야."


"도망치면 안 되니까."


"···수면제를 먹여서 납치한 건?"


"납치가 아니야."


도망치면 안 되니까 묶어놓고서 정작 납치는 아니라니.


나는 내려다보는 하연이의 검은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은 자색인데, 눈동자 색은 검은색이구나.


뭐 이미 알고 있던 설정이긴 했지만.


"납치가 아니라니, 이게 납치가 아니라면 뭔데?"


"상호동의하에 이루어진 결과물."


"···이 상황에 내가 동의를 했다고?"


도대체 언제?


난 동의한 기억이라고는 아주 조금도 없는데?


"날 좋아한다고 했잖아."


잠깐만. 문제의 범위가 이미 아득하게 이전부터인데?!


하연이에게 고백한 건 내가 아니라 이 게임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거기에 엮이는 건 정작 나라니.


아니 그전에 말이야.


···얀데레 설정은 없어진 거 아니었어?


"아니, 분명 그 고백은 거절당했지 않았나."


기억에는 없지만, 유리의 말로는 그랬다.


차였다고 했으니까.


"거절한 적 없어."


하연은 내 뺨을 자신의 손으로 매만졌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을 뿐이야."


그걸 원래 주인공이었던 녀석은 멋대로 거절당했다고 생각했던 건가.


하, 인생···.


"그래서 대답 대신 이런 상황인 거고?"


"응."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서 말했다.


"고백이 납치에 대한 동의 표현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이건 왜 묶어놓은 건데?"


"도망치면 안 되니까."


아까 했던 말의 반복이었다.


"그럼 이건 납치가 아니라 감금이라고 하자."


묶여서 도망칠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감금 아냐."


"감금이 아닌지, 맞는지는 둘째로 쳐두고서 일단 감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들어볼까."


얀데레에게 상식적인 대화가 통하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안다.


하지만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고 생각하며 나는 감금이 아닌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동의가 있었으니까."


"또 어디서 동의가 있었는데?!"


"고백했잖아."


"고백이 언제부터 납치와 감금의 동의 표현이 된 거야?!"


"머리가 나쁘구나. 시우는."


내 이름을 부르는 하연이의 말에 문득 납치보다도, 감금보다도 훨씬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 놈의 추천으로 설치하고 엔딩까지 전부 보았던 얀데레 미연시 게임은 주인공의 이름을 설정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본래 주인공의 이름은 시우가 아니라.


하현. 현이라는 이름이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 당장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무언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이건 나중으로 잠시 미뤄두어도 되는 일이다.


당장 중요한 건 이곳에서의 탈출. 그리고 가능하다면 얀데레 요소가 없다고 단정을 지은 내 멍청함을 비웃으며 현실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거다.


얀데레라는 설정이 없었다면 현실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겠지.


하지만 언제 어디서 목숨의 위협과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 헤매는 삶을 살면서 이 게임 속에서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목숨의 위협은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미 목숨의 위협을 받는 삶은 너무나도 익숙했고, 익숙했기 때문에 더욱 바라지 않는 삶이었다.


그랬으니까 나는 돌아왔다.


이 세계에···. 비참한 현실에.


"내가 머리가 나쁘다니. 그저 설명이 부족한 거야."


"고백했으니까."


그러니까 고백이 납치와 감금의 동의 표현이 되는 이유가 뭐냐고···.


내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었다.


"좋아하니까 고백했지?"


보통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인이 되겠지?"


"그렇겠지."


"연인이 된 이들은 결혼도 하지?"


"···과연."


나는 그녀가 어째서 고백이 납치와 감금의 동의표현이 된 지 이해할 수 있었다.


"결혼하면 같이 살게 되니까. 그래서 납치도, 감금도 아니라는 건가."


결혼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옭아매게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고백에서부터 바로 결혼까지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사이에 그 단계는 필요 없으니까."


"소꿉친구라서?"


"응."


이쯤 되면 하연이의 행동방식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미 지금의 상황이 된 시점에서 고백이 농담이었다는 말은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납치와 감금이라는 범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연이에게는 이 상황이 납치와 감금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그야 그게 당연한 거니까. '연인'이라는 관계에서는.


적어도 하연이의 머릿속에서는 그랬다.


자. 그러면 어째서 고백이 농담이었다는 변명은 할 수 없게 된 것일까.


간단하다.


얀데레한테 '고백은 농담이었어'라고 말해봐라.


어떻게 될 것 같냐.


곧바로 데드 엔딩이다.


"상황은 이해가 되었는데 말이야."


"응. 무언가 필요해?"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탈출을 시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얀데레 게임의 설정은 없다고 단언한 과거의 내가 멍청해서 얀데레 게임에서 흔히 나오는 납치 감금 루트를 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반대로 게임의 설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설정을 이용해 탈출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했다.


이하연이라는 캐릭터는 표정에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으나 배려심과 상냥함으로 무장한 소꿉친구의 캐릭터였다.


설령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부터 주인공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이 있어서 주인공을 외톨이로 만들어버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화, 화장실?"


그리고 이하연에게는 한 가지의 설정이 더 있는데.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는 점이다.


얀데레 게임에서 납치와 감금을 당한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배변 욕구를 해소했을까?


그야 당연히 히로인들이 다 알아서 해준다. 보통은 말이다.


하지만 하연이는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표정에 드러나지 않아도 말이다.


"화, 화장실···."


"아무리 연인이라도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지 않는 거 알지?"


"그, 그렇지."


"그리고 하연이는 상냥하니까. 화장실 가는 것 정도는 배려해줄 거라고 믿어."


그리고 얀데레의 공략 그 두 번째.


얀데레는 기본적으로 광기 어린 집착이 함께하지만, 그 방향은 자신을 향한 소유욕에 가깝다.


즉 다른 여자와 엮이지만 않으면, 관련되지만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얀데레는 그저 엄청나게 주인공을 좋아하는 여자로 바뀌게 된다.


그 관련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힘든 거지만 말이다.


"알았어···."


좋았어. 성공이다!


하연이는 그대로 내 손을 묶은 밧줄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밧줄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저기 하연아?"


"밧줄이 안 풀려···."


"자르면 되지 않을까?"


"그럼 밧줄을 못 쓰게 되잖아."


다시 묶을 생각이었냐.


"일단 조금만 참아볼래?"


성공했다고 기뻐한 게 조금 전이었는데 말이지.


왠지 이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 더 밧줄을 풀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던 하연이는 작은 한숨과 함께 손을 움직이던 것을 멈추었다.


"안 되겠다···. 풀리지 않아."


도대체 어떻게 묶었으면 풀리지 않는 걸까.


"대책을 생각해볼게."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자르면 될 텐데."


하연이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조용히,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왜?"


결국, 침묵을 견디지 못한 내가 먼저 묻자 하연이는 무표정하게 자신이 생각한 대책을 내놓았다.


"살아가는데···."


"······."


"손 하나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한 시우 고갱님.


지금 매우 위험한 발언이 튀어나왔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내 손을 자를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밧줄을 자르라고! 밧줄은 다시 살 수 있잖아!"


"장기적으로 생각해볼 때 시우의 손 하나는 없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젠장!? 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어?!


"손이 하나 없는 만큼 내게 의지하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손 하나쯤은···."


하연이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하연이에게 지어진 미소다.


그렇다는 건···.


지금 하연이는 진심으로 내 손 하나를 자를 생각인 것이다.


"없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 시우야."


여러분···.


얀데레 게임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방법,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내 손이 잘려나갈 것 같았으니까.


난 외팔이로 살고 싶지 않아! 그 이전에 얀데레에게 붙잡혀서 평생동안 납치 감금이 일상인 생활은 보내고 싶지 않다고!


나는 혼란스러운 생각과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하연이에게 말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야. 손이 하나 없는 만큼 불편하겠지."


"그렇지?"


"하지만 아프잖아."


"···자르는 순간만 아플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자르는 순간만이라도 아프지 않게 해주면 안 될까?"


얀데레 공략 그 세 번째.


절대로 얀데레의 방식을 강하게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부정하더라도 상냥하게. 될 수 있으면 부정 자체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부정하기보다는 긍정을 우선해주고, 긍정을 해주면서 원래의 목적에서부터 조금씩 방향을 비트는 편이 좋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말이다.


"마취약이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마취약은 시중에 안 팔잖아."


"···아."


하연이는 미소를 조금 더 했다.


"그냥 조금만 참아. 시우야. 아픈 건, 정말···정말 잠깐이니까."


이게 아닌데.


이게, 이게···!


이게 아닌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후기 및 공지 +6 20.02.10 2,550 8 1쪽
11 위험한 소녀들. +4 19.06.24 2,133 32 12쪽
10 위험한 소녀들. +4 19.06.24 1,888 29 12쪽
9 위험한 소녀들. +3 19.06.21 1,959 36 13쪽
8 위험한 소녀들. +1 19.06.21 2,030 31 8쪽
7 위험한 소녀들. +3 19.06.21 2,764 32 14쪽
6 위험한 소녀들. +2 19.06.19 2,356 34 13쪽
5 위험한 소녀들. +3 19.06.19 2,432 41 12쪽
» 위험한 소녀들. +4 19.06.19 2,522 41 12쪽
3 위험한 소녀들. +4 19.06.18 2,730 48 13쪽
2 위험한 소녀들. +3 19.06.18 3,046 47 12쪽
1 프롤로그 +5 19.06.18 3,981 34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