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56,811
추천수 :
1,251
글자수 :
57,176

작성
19.06.21 21:25
조회
2,763
추천
32
글자
14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나는 멍하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다. 익숙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야 이곳은 내 방. 현실이 게임으로 바뀌었어도 달라지지 않은 것 중 하나였다.


"···하아."


졸리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피곤했다.


피곤해서 졸린 게 아니라 졸린 것과는 별개로 정신적인 피로가 남아있는 것이다.


조용히 휴대폰을 들어서 확인해보니 11시였다.


햇빛이 들어오고 있으니 아침 11시겠지. 평소라면 원룸이었던 내 방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었을 것이다.


몸을 일으켜 조용히 창문의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원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경 좋은 마을의 모습이 보였다.


"···꿈이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역시 나는···.


여전히 얀데레 게임 속에 있는 것 같다. 젠장.


휴대폰을 들어서 날짜를 확인해보았다.


어제가 4월 12일 토요일이었으니 오늘은 4월 13일의 일요일이겠지.


"···메인 스토리 시작까지 앞으로 하루 남았나."


나는 게임의 메인 스토리가 시작한 날짜를 떠올리고서는 다시 튀어나오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4월 14일. 월요일은 정식으로 이 얀데레 미연시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 사실을 다시 되새겨보면서 나는 어제 친구 놈이 해주었던 조언을 떠올렸다.


"설령 현실이 게임의 설정대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게임은 게임이야. 그렇다면 이 게임에서 벗어날 방법도 한 가지뿐이겠지."


게임의 엔딩을 보면 된다. 친구 놈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답이 게임의 공략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의 엔딩은 하나가 아니었다.


미연시에 등장하는 히로인들의 숫자만큼 엔딩이 존재한다. 설령 중간에 겹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게임 자체의 엔딩은 캐릭터의 숫자만큼 나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게임에서 공략할 수 있는 히로인의 숫자는 총 5명. 그렇다면 네가 해야 할 일은···."


"야. 잠깐만.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막 눈치챘거든? 근데 아니지? 아니지? 그렇지?"


친구 놈은 내 희망을 아주 간단하게 박살 내주었다.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에 등장하는 모든 히로인들을 공략하여 엔딩을 보는 거야."


끔찍하다 못해 자살 충동이 들었다.


"농담이지?"


"농담일 리가."


친구 놈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되게 미인인데.


저런 미소를 지어 보이면 악의 여간부를 보는 것 같다.


"얀데레들 사이에서 5명 모두의 엔딩을 보면 누구 하나는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을 테지. 운이 좋으면 5명 전부 엔딩 볼 필요 없이 처음부터 바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놀리는 거냐. 그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잖아!"


"놀리는 거 맞아."


"하···."


"진담이기도 하고."


나는 친구 놈의 엿장수 같은 배려에 혀를 찼다.


"죽지 않게 도움은 줄 테니까. 힘내도록."


"내 인생은 왜 이러냐···."


인생에 대한 불만에 친구 놈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제 와서 인생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아도 의미 없지 않아?"


"···그건···."


"새삼스럽게 얀데레 미연시에 휘말렸어도 네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닌데 말이지."


하지만 자기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하던 친구 놈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고 있자니, 절로 이가 갈렸다.


얀데레가 한 명이라면 어떻게든 할 만하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일단 얀데레라는 표현을 쓰기는 해도 결과적으로는 그 원인은 애정 결핍이었으니까 말이다.


애정을 받는 만큼 애정을 주면 솔직하게 말해서 얀데레는 더 이상 얀데레가 아니게 된다.


분명 자기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대부분의 행동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의한 충동적임을 생각해보면 상대하기가 어려움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만을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상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감정의 조율이다. 광기 어린 집착이 아니라 애정이 담긴 서투름. 그것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면 얀데레라는 캐릭터성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게 한 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다.


다섯 명.


만약 엔딩을 조금이라도 잘못 타면 각각 팔, 다리, 눈, 심장, 머리로 나뉘어서 가져갈 것 같은데.


"그런 끔찍한 엔딩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한 명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다섯 명. 친구 놈은 다섯 명의 얀데레를 공략하는 게 쉬울 것처럼 말했는데 이게 과연 쉬울까?


오히려 서툴게 관계에 대한 거리감을 잡다가 또다시 납치당해서 데드엔딩으로 갈 것 같은데?


친구 놈은 내가 죽기 전에는 구해주겠다고 했으니까 죽지는 않겠지.


대신 하연이 때처럼 손이나 다리 하나 정도는 가뿐하게 날아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녀석의 말대로이긴 해."


이 얀데레 미연시 속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인지는 몰라도 세계의 시스템을 건들어 조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게임이라면, 분명히 이 이변의 원인은 게임 내에서 찾을 수 있을 터였다.


"다섯 명의 캐릭터를 공략해서 엔딩을 본다. 그 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겠지."


이 이변의 원인을 말이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는 책상에 앉아 공책을 펼쳤다.


이후에 얀데레 미연시의 설정을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최대한 기억하고 있는 지금, 잊지 않도록 아는 설정들을 적어서 정리해두기 위해서였다.


"이 게임에는 등장하는 모든 히로인이 얀데레였지."


총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는 가족으로 설정된 유리와 소꿉친구인 하연이를 포함하여 5명.


한유리, 이하연, 서지수, 김지현, 성신아.


여기서 한유리는 피가 이어지지 않은 동생이라는 설정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인공은 이 집의 자식이 아니었다.


가족의 그 누구와도 피가 이어지지 않은 양자인 것이다.


그래서 처음 공략캐릭터를 유리로 정했을 때는 근친물인가 싶었지···.


"그리고 그건 지금도 적용되는 사항이지."


머릿속의 생각을 노트에 적으면서 정리해나갔다.


나는 손에 잡고 있던 팬을 돌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리는 내게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일까."


물론 완전히 믿기에는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게임의 설정과 다르다고 생각한 직후 하연이에 납치를 당했었으니까 말이다.


방심했다가 훅 갈 뻔했다. 조심해야지.


나는 조심히 유리에 대한 설정을 적어나갔다.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고 떠오르는 설정은···."


역시 그거겠지.


"위자드 킬러, 마법사이면서 마법사의 천적인 암살자."


얀데레라는 설정만 해도 게임을 만들기에는 충분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만든 제작사에서는 얀데레들에게 각각 특별한 설정을 넣어놓았다.


한유리. 주인공과는 피가 엮이지 않은 가족이며 주인공과는 1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이다.


여기까지라면 지극히 평범한(?) 얀데레에 불과하지만 스토리가 진행이 되면서 믿을 수 없는 반전이 드러난다.


그것은 바로 유리가 바로 위자드 킬러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암살자라는 점이었다. 유리가 사냥하는 마법사들은 대부분 범죄를 저지른, 악한 마법사들이었고 어떻게 보면 선역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게임의 공략 캐릭터를 유리로 해놓으면 주인공은 유리가 살인자라는 점에 충격을 받고 거리를 벌리지."


그게 바로 유리가 얀데레로 각성하는 이벤트로 변한 것을 모르고 말이다.


"그러니 유리에게 주의해야 할 점은, 유리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끝까지 모른 척하는 거겠지?"


결국, 유리가 얀데레로 각성하는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유리가 암살자라는 점을 알지 못할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유리와의 관계에 있어서 거리를 잘 조절할 것."


괜히 좋아하게 만들어서 안 되고.


괜히 거리를 벌려서도 안 된다.


딱 지금 정도의 관계가 제일 적당한 거겠지.


나는 유리에 대한 정보를 가볍게 적어놓고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날짜는 4월 13일."


정식으로 게임의 스토리가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하루가 남았다.


4월 14일. 월요일.


그것이 이 게임.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리고 스토리의 시작과 동시에 만나게 되는 이 게임의 메인 히로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당장에 떠올릴 수 있는 건 화면 너머로 보았던 2D 그림이 전부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유리도, 하연이도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았을 뿐인데 누구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얀데레 게임의 메인 히로인은 유리도, 이하연도 아니야."


나는 펜을 한 번 더 빙글 돌리면서 시선을 창문 바깥으로 돌렸다.


"서지수지. 하지만 메인 히로인만큼 설정이 매우 많으니까 제일 뒤로 미루자."


그러면 일단 가장 공략하기 쉬운 캐릭터인 동생을 먼저 공략할까.


소꿉친구인 이하연보다도 가까이에 있기도 하고, 접점도 제일 많다.


애초에 같은 집,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녀석이니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 피가 이어지지 않은 동생이라는 설정이었고 애초에 나부터가 이례굴러니까."


살다 살다 미연시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볼 줄은 몰랐다.


그것도 얀데레 미연시의.


"···그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없는데."


왜 이리 찔리는 거지.


피는 이어지지 않다고 하더라도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을 진짜 오빠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아아, 모르겠다."


나는 당장 기억나는 대로의 게임의 설정을 공책에 적어놓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저것 생각나는 데로 적어놔서 나중에 다시 한번 정리를 해야겠지만 당장에 급한 불은 껐다.


전부 끝내고 나니 벌써 시간이 1시에 가까워졌다.


똑똑똑.


"저기 오빠? 아직도 자고 있어?"


주말이라고 하더라도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아서 그런가.


유리가 내 방문에 노크해왔다.


"아니, 일어났어. 다만 정리 좀 할 게 있어서."


나는 게임의 설정을 적은 공책을 서랍장 제일 안쪽에 넣어두고서는 방문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12시가 지나도 나오지 않아서 걱정했을 뿐이야. 어제 상태도 좀 이상해 보였고 해서."


유리는 멀쩡한 내 모습을 한 번 보더니 이내 안심한 듯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려 보였다.


"근데 멀쩡한 것 같네. 걱정해서 손해 본 기분이야."


원래 유리가 좋아했던 진짜 오빠도 아니었기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유리의 걱정이 불편했다.


현실이 게임으로 바뀌기 전의 나에게는 가족은 없었고 친하게 지내는 지인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걱정을 받는 상황이 어색했고 배려가 부담스러웠다.


심지어 그게 원래 있던 주인공의, 게임의 히로인인 유리의 진짜 오빠룰 향한 감정이라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행동도 안 할 수는 없었다.


대타가 되었어도, 가짜가 되었어도, 설령 이 세계의 주인공을 연기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짜라도 유리의 가족을 행세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나는 더욱 원래 게임의 주인공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고맙다."


고맙다는 인사를.


그리고 그와 함께 유리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읏?!"


그런 내 행동이 이상했던 걸까.


아니면 그저 갑작스러워서 놀랐던 것뿐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리는 얼굴을 붉히며 신음을 흘렸다.


"난 어린애가 아니야! 오빠!"


어, 그냥 분노였나.


쓰다듬은 것뿐인데 그게 어린애 취급으로 느껴졌나보다.


예상이 둘 다 틀렸군.


"뭐 됐고."


동생은 가볍게 혀를 한번 차더니 내게 말했다.


"하연 언니가 기다리고 있어. 오빠."


네?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유리 님?


하···뭐시기요?


"······."


"표정의 변화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동생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내게 물었다.


"어제 허겁지겁 도망치듯 돌아온 거랑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거야?"


"유리야."


"응?"


"나 없다고 전해주지 않을래?"


"왜?"


"나, 아직···."


나는 유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동생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내 진심에, 하지만 더없이 웃긴 상황에 동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 진지하던 분위기 어디로 갔어?"


"진지가 뭐죠. 전 모릅니다. 판사님."


"판사는 또 누구야? 그전에 좀 일어나! 동생 앞에 무릎을 꿇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목숨 앞에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은 사소한 거야!!"


참고로 무척이나, 314159265358979만 퍼센트만큼이나 나는 진심이었다.


"살려주라! 유리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원래 주인공의 대타라고 여기던 생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목숨뿐.


나는 유리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며 외쳤다.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왜 이래?! 정말?!"


"경찰! 경찰에 신고부터!!"


"경찰은 무슨 경찰?! 지금 오빠 모습을 보니까, 되게 어이없는 거 알아?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한 게 있다면 직접 가서 용서를 빌어!!"


"난 잘못한 거 없어! 왜 그래!"


"그럼 왜 이러는데?!"


"죽고 싶지 않으니까!!"


"이, 일단 아무래도 좋으니까 이 손부터 놔!"


"핥을까?! 핥을까요?! 동생님?! 이 발을 핥으면 저를 살려주시겠습니까?!"


"이 미친 놈아아아아아아아!"


내 발언에 유리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그대로 있는 힘껏 걷어차였다.


"끄악?!"


나는··· 나는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인데요···.


훌쩍.


작가의말

컴터바꿨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후기 및 공지 +6 20.02.10 2,549 8 1쪽
11 위험한 소녀들. +4 19.06.24 2,132 32 12쪽
10 위험한 소녀들. +4 19.06.24 1,887 29 12쪽
9 위험한 소녀들. +3 19.06.21 1,959 36 13쪽
8 위험한 소녀들. +1 19.06.21 2,029 31 8쪽
» 위험한 소녀들. +3 19.06.21 2,764 32 14쪽
6 위험한 소녀들. +2 19.06.19 2,355 34 13쪽
5 위험한 소녀들. +3 19.06.19 2,431 41 12쪽
4 위험한 소녀들. +4 19.06.19 2,521 41 12쪽
3 위험한 소녀들. +4 19.06.18 2,730 48 13쪽
2 위험한 소녀들. +3 19.06.18 3,046 47 12쪽
1 프롤로그 +5 19.06.18 3,981 34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