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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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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56,809
추천수 :
1,251
글자수 :
57,176

작성
19.06.21 21:31
조회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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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3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아아, 그러게 말이야. 좀 더 자고 싶었는데."


"하긴 자고 싶어도 못 자겠지."


지금 유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분명 내가 차여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나 안 차였다."


"안 차였다고 믿고 싶은 거겠지."


이 녀석이···?


나는 유리를 향해 손을 내저어 보이고서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아침은 하연이가 차려줄 거니까. 넌 놀러 가도 돼."


"에?!"


유리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빠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오냐."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짜증 나네."


유리가 입술을 작게 앙다물고서는 나를 노려보았다.


"오빠가 아침을 차려달라고 빌어도 안 해줄 거거든?!"


"애초에 너 요리 할 줄 아냐?"


"와, 이게···."


"오빠한테 '이거'라니. 이 오빠는 마음의 상처가···."


"헛소리는 됐어. 차였다길래, 걱정되어서 와봤더니 뭐야. 정말."


···어. 그런 거였어?


하긴 생각해보면 유리가 굳이 내 방 앞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아니지.


있을 이유가 아니라.


있을 수밖에 없는 거 아니던가.


나는 머릿속으로 유리의 설정을 떠올려보았다.


뒷면에서는 유명한 위자드 킬러가 전문인 마법사.


앞면에서는 주인공과 피가 이어이지 않은 동생이고···.


얀데레.


그리고 집에서만큼은 주인공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내가 얀데레 미연시의 첫 공략 캐릭터로 유리를 선택하고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원래 유리는 얀데레 속성 이전에 메가데레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리의 개인 루트로 들어가면 새벽에 주인공의 방 안으로 몰래 기어서 들어가 주인공과 같은 침대에서 잔다.


매일 같이 말이다.


그리고 개인 루트에서 하연이와 얽혔을 때 유리가 얀데레로 각성하면서 했던 대사가 일품이었지.


뭐였더라.


'오빠에게서 딴 여자의 냄새가 나.'


'오늘 밤은 절대로 재우지 않을 거야. 오빠 몸에 내 냄새가 진득히 베이도록 할 거니까.'


그리고 그 대사 직후 19금 스토리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손목과 자기 손목을 잘라서 손목을 교환한다. 반지 대신이라면서.


2D 그림체이긴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역겨웠고 충격이었다.


자기 왼손에 남자의 손이 아닌 여자의 곱고 작은 새하얀 손이 실밥과 함께 꿰매어져 있었으니까.


띵동.


"어라."


바깥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안다.


오늘 찾아올 사람은 하연이뿐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하연이가 찾아오는 시간은 조금 더 뒤일 텐데.


아직 유리조차 나가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하연이가 찾아올 줄이야.


나는 예상외의 상황에 절로 몸이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게임의 오류로 인해 강제적으로 게임의 시작점, 아마도 세이브 지점이라고 생각되는 4월 12일 토요일. 오전 8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되돌아간 만큼 모든 상황도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갔을 터였다.


바뀔만한 점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바뀌었다.


바뀔 이유가 없는데 바뀌었다.


"아니, 무언가가 바뀌었으니까 상황도 바뀐 거야."


착각하지 말고, 안심하지 말고, 안도하지 말아라.


설정이 다르다고, 상황이 다르다고 멋대로 착각했다가는 또 통수를 얻어맞게 될지도 모른다.


"하연 언니려나."


유리는 벨 소리를 듣고서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현관으로 나아갔다.


그런 유리의 행동을 보며 나는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하연이다. 찾아올 사람은 하연이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이전보다도 이르다. 하연이로부터는 어디냐는 코코아톡의 물음도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내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하연이는 어쩌면 이전 회차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유리야!"


그저 작은 불안이었고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


"내가 나갈게!"


"아니 뭘. 하연 언니가 집에 찾아오는 건 익숙한 일인데."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이 공포로 바뀌려는 순간, 결국 문이 열렸다.


"하연 언니? 어서 와."


"응. 실례할게."


자연스럽게 열린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온 하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무표정한 하연이에게서는 아직 어떤 전조도 없었다.


뭐야, 그냥 지나친 내 착각이었나.


찾아온 시간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해서 사실 크게 달라질 건 없었는데 말이다.


애초에 하연이는 주말에도 일을 나가시는 주인공의 부모님 대신 찾아와서 아침마다 요리를 대신 해주었다.


그런 '설정'이었다.


그러니 위치를 묻는 코코아톡의 메시지가 없었어도 상관없었다.


"하, 하핫."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내 체감상으로는 바로 어제 당했던 납치와 감금이, 그리고 게임의 오류를 스스로 깨달았던 하연이의 모습 때문일까.


이건 게임일 뿐인데.


"어서 와. 하연아."


유리와 함께 따라 들어오는 하연이를 향해 나는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응."


여전히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눈이 웃고 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표현이 이상한가?


하지만 정말로 하연이의 표정은 잘 변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작은 변화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내 인사에도 기뻐해 주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조금 기뻐졌다.


현실이 게임으로 바뀌어서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가장 먼저 등장하는 히로인들이 미소녀라는 점을 말할 것이다.


소설에서나 언급하는 '미소녀'라는 게 무엇인지 말이나 글 따위가 아닌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크흠."


조금 흥분한 듯하군.


나는 공포에 가까웠던 불안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치솟아 오르는 흥분을 애써 진정시키며 하연이에게 다가갔다.


"뭔가 도와줄까?"


"없어."


"···없구나."


"응."


이건 어디까지나 나를 향한 배려라는 걸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이렇게 단박에 거절당하면 가슴이 아프다.


크윽.


"시우야."


마음속에 100의 데미지를 입은 나를 향한 하연이의 부름.


"왜?"


"뭘 먹고 싶어?"


이전의 대화가 똑같이 이어졌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 눈에는 선택지가 떠올랐다.


[1. 네가 해주는 거라면 뭐든 좋아.]


[2. 널 먹고 싶어.]


1번을 선택하면 이전과 같이 하연이의 소프트한 얀데레를 볼 수 있다. 손목이 날아갈 수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공략해봤으니까 걱정 또한 없다.


이미 1번을 선택해보았으니까 2번을 선택해보면 어떨까 싶었지만, 아직 유리가 집 안에 남아있었다.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유리의 모습을 한번 보고서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전과 같은 1번 선택지를 골랐다.


"네가 해주는 거라면 뭐든 좋아."


"아침이니까, 간단하게 할게."


···어라.


뭔가 조금 다르지 않았나.


이전에는 부끄러워하던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호감도는 182. 이전처럼 100을 넘는 수치였다.


"유리도 먹을 거지?"


"응. 먹고 나갈게."


"약속이 있는 거 아니었어?"


"아침 정도는 먹고 나가도 되거든?!"


유리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서는 잠시 요리를 하기 시작하는 하연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내게 물었다.


"평소랑 다름없네. 하연 언니."


"평소랑 다름없는 게 왜?"


"오빠 하연 언니한테 차였잖아."


"아."


차인 적도 없는데 말이지.


차였다는 말을 도대체 몇 번이나 들어야 하는 걸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만큼 내게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었을까? 고백을 농담 정도로 생각할 정도로 말이야."


"그것도 그러네. 오빠는 어딜 보아도 남자로서 매력을 찾을 수 없으니까."


야야. 아무리 팩트로 사람을 때릴 수 있다지만, 공격력이 너무 높잖아.


심지어 그걸 가족(설정)에게서 듣게 될 줄이야.


일단 이렇게 보여도 꽤 인기 있었는데 말이지.


과거형이지만.


약간의 시간을 조금 더 유리와 투닥거리고 있자 이내 주방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요리에 시작한 지 30분. 이전과 똑같이 간단하게 만든다고 해놓고서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화려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역시나 감탄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불고기 덮밥이 아니네?"


국도 된장국이 아니었다. 무생채는 똑같았지만.


"불고기 덮밥이 먹고 싶었어?"


무표정하게 물어오는 하연의 말에 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설마."


"오빠. 추해···."


동생은 나보다도 먼저 식탁에 앉고서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차려진 아침상의 메뉴는 김치찌개와 두부김치였다. 딱 술안주로 먹기 좋은 것들이지 않나.


갑자기 술이 먹고 싶어졌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 역시 숟가락을 쥐었다가 하연이를 바라보았다.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전회차에서는 음식에 수면제를 탔었다. 맛에 어떠한 위화감도 들지 않도록 절묘하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리가 있다.


음식에 약을 타지는 않았겠지. 설령 약을 탔다고 하더라도 이전과 같다면 탈출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약간의 각오는 필요한 법. 각오를 다지고 음식을 먹자 역시나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의 맛이었다.


맛있어어어어어어어!!


"···맛없어?"


"아니 맛있어."


"정말로?"


의심이 깃든 물음이었다.


"정말이야."


미묘하게 호감도가 올랐다.


호감도의 최대치는 200.


그리고 지금 하연의 호감도는 183.


이 게임이 얀데레 미연시라는 걸 생각해보면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수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향한 호감을 가져주는 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기뻐해도 좋은 일이었다.


순수한 호감이란 게 이 얀데레 미연시에서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별개로 해두더라도 말이다.


차가운 두부와는 별개로 따뜻한 고기와 김치를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들어먹는다.


김치찌개도 맛있었지만, 역시 이 두부김치의 조합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아. 진짜. 술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러고 보니 이 게임에서의 주인공 나이는 몇 살이더라.


고1이었으니까. 17살?


···술은 못 사겠네. 애초에 내 외모는 실제 나이에 비해서 어려 보였기 때문에 술을 살 때도 매번 곤란했었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술은 사지도 못할 정도였으니까 말 다한 셈이지.


하지만 이 이상 늙지 않는 걸 어떻게 해?


"오빠."


술을 아쉬워하며 다시 밥을 먹기 위해 숟가락을 잡을 때였다.


유리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내게는 이렇게 맛있는데?


"응?"


"잠깐만."


"왜?"


유리는 내 손을 붙잡고서는 강제로 나를 일으켜 세웠다.


"하연 언니. 잠깐만 오빠 좀 빌릴게."


"······."


"오빠. 일어나. 중요한 말이 있어."


"뭔데? 아침 먹고 들으면 안 되는 거야?"


내 태평한 말에 유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따라와. 오빠."


유리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다. 그리고 당장 유리의 분위기부터가 농담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뀐 유리도 유리지만, 고작해야 유리가 아침 식사에 합석했다고 바뀌는 상황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빨리!"


"알았어. 그렇게 끌지 않아도 간다고."


나는 일단은 유리가 바라는 데로 해주기로 했다.


나를 끌고 가는 방향은 우리 둘의 방도 아니었고, 거실도 아니었다.


현관으로.


그리고 문을 열고서는 나를 밀어냈다.


마치 하연이로부터 도망치려는 듯이.


시간이 없다는 듯 나를 재촉하며 밀어내는 그 손길에.


아까 사라졌던 불안감이 단숨에 치솟아 올랐다.


"가자. 오빠. 얼른!"


뛰라며 내 손을 잡고 이끄는 유리. 그에 따라 나 역시 달리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준 순간이었다.


비틀···!


"읏!?"


덮쳐오는 졸음.


이미 한번 겪은 것이기에 파악은 빨랐다.


수면제.


"역시나···!"


나와 같은 음식을 먹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유리는 멀쩡해 보였다.


아니,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리는 자신의 의지로 확실하게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입가에 묻은 피. 혀를 깨문 고통으로 수면으로 빠져들려는 의식을 붙잡아낸 건가.


"중요한 말이 있다는 건 알았어."


바닥으로 쓰러지려는 내 몸을 유리가 붙잡는다.


하지만 그 직후 열린 현관문을 걸어 나오는 하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바깥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을 텐데. 유리야."


졸리다. 어떻게든 의식을 유지하려고 기를 썼다.


실낱같은 의식을 유지한 상태로 들리는 하연이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오싹하기 그지없었다.


"'내' 시우를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었어? 유리야."


"언니야말로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야?! 어째서 밥에 약을 탄 건데?!"


"···역시 들켰었나."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무언가, 살을 베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내 의식은 끊겼다.


"내 시우는 아무에게도 주지 않아. 나의 것이니까."


그러니까.


"유리는 죽어줘."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서 끝. 담주 뵈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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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험한 소녀들. +4 19.06.19 2,521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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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험한 소녀들. +3 19.06.18 3,045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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