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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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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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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176

작성
19.06.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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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그것은 내가 아직 저쪽에 있을 때였다.


"노력은 꿈을 배신하지 않아."


나는 말했었다.


노력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런 나의 말에 사람들은, 그렇다면 어째서 이 세상은 아직도 이런 꼴이냐고.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나 잔혹한 세계냐고.


사람들은 나를 향해 원망을 품고서 재차 물어왔다.


그런 그들을 향해서 나는 무어라고 대답했더라.


아. 기억났다.


분명―.


"어라. 일찍 일어났네."


눈이 떠졌다.


그러자 보이는 시야 안에는 요 체감상 느낀 이틀 정도의 시간 동안 익숙해진 자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입을 가린 마스크가 소리를 바깥으로 내보내 주지 않아서 그런 걸까.


"조금 불편해도 참아줘. 당분간은 조금 몸을 사려야 하거든."


"······."


몸을 사려야 한다···라.


"상황이 궁금하지?"


하연이는 내 대답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휴대폰의 화면이었다.


그곳에는 피로 물든 바닥에 유리가 쓰러져있는 모습이 보였다.


"······."


그 모습을 보며 원래 이 게임의 주인공인 하현이었다면 분명 놀랐을 터였다.


놀라는 게 전부였을까? 피는 이어지지 않았어도 유리는 가족이었다. 경악하고, 슬퍼하고, 이윽고 하연이를 향해 분노했겠지.


설령 그 행동이 하연이를 광기 어린 애정과 광기 어린 집착을 자극하게 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게임의 주인공도 아니었고, 유리와 가족으로서 지낸 시간조차 없었다.


애초에 가족이라는 틀에 속하지도 않는다.


나는 플레이어. 게임의 주인공을 너머, 사차원의 벽을 넘어 이 얀데레 미연시를 즐기던 수많은 인간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가 다친 모습은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놀라울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다친 유리를 향해 향하는 감정도.


지극히 일반적인 수준의,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이 다쳤을 경우 양심적인 인간이 가지는 수준의 동정심 정도가 전부였다.


"후후."


크게 놀라지 않는 내 모습에 하연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본래 표정의 큰 변화가 없는 하연이에게는 드문 감정의 표현이었다.


"어째서 웃냐는 표정이네."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뭐. 일단은 그 말대로였다.


하연이가 웃는 이유가 궁금했다.


짐작이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확신을 위해서 말이다.


"'하현'. 그리고 '하시우'."


하연이는 내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동물을 쓰다듬듯, 간지럽히듯, 장난을 치듯.


그런 류의 손길이었다.


"처음에는 기억의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너와 만나고, 너와 대화한 직후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역시나.


게임의 오류는 그 자리에서 수정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얀데레 미연시 2회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하연이의 오류는 결과적으로 수정되지 않았다.


아니 수정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하연이의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닌, 하연이의 기억과 감정을 되돌리는 형태의 수정이었다.


온라인 게임으로 치면 업데이트 직후 백섭을 한 것과 같다.


이전 세이브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본래의 주인공에게 향하던 감정과 기억을 전부 되찾았으나, 동시에 내가 그 주인공이 아님을 눈치챈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가.


눈앞에 보이는 것이 결과라면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이 마음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우를 향해 뛰고 있는걸."


호감도의 수치가 이전보다도 높아진 지금의 모습.


내가 본래의 주인공인 '하현'이 아님을 알아도 변하지 않는 호감도의 수치와 지금의 상황이 나는 조금 씁쓸했다.


"하현이든, 하시우든. 결국 아무래도 좋은 거야. 내 감정이 향하고 있는 건 분명 지금의 시우니까. 그러니까···."


소꿉친구 속성을 가진 캐릭터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가장 가까운 친구, 가장 가까이서 오랜 시간을 보낸 친구라는 점과 그 우정으로부터 이어진 관계다.


하지만 소꿉친구 속성의 캐릭터인 하연의 모습은 어떤가.


이전까지의 주인공인 '하현'은 아무래도 좋다는 모습이 아닌가.


이쯤 되면 소꿉친구라는 속성은 없어진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상황도 그다지 반길 수 없었다.


"나는 시우를 가질 거야."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장난처럼 매만지던 손길이 조금 거칠어졌다.


"유리 같은 가짜 가족이 아니라. 내가 시우의, 이 세계의 진짜 가족이 되어줄게."


그리고 내 머리카락에서 목으로 천천히 내려가던 손은 이윽고 완전히 멈추었다.


내 목을 잡은 손에 작은 힘이 느껴진다.


차르륵, 하고.


무언가가 목에 걸려짐이 느껴졌다.


목걸이?


아니, 목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투박하다.


"이건 시우가 나의 것이라는 증거야."


아아. 과연.


무엇인지 알겠다.


하연이의 이름이 적힌 목걸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시우는 나만 보면 돼."


자신만을 눈에 담고.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는.


그런 의미를 담은 목걸이를 개 줄처럼 목에 채운 하연이는 내 뺨을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웃어 보였다.


"아. 그래도 당분간은 이렇게 있어야 할 거야."


손이 묶이고, 마스크로 입이 가려져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상황을 가리키며 하연이는 말했다.


"우리들의 상황과 관계를 모르는 유리가 조금 방해를 해서 말이야."


하연이는 아까 전에 휴대폰에 보여주었던 사진을 가리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년이면서, 꼴에 가족이라며 내게서 시우를 빼앗아가려고 하지 뭐야."


표정의 변화도, 말수도 그리 많지 않았던 하연이로부터 느껴지는 증오에 한없이 가까운 분노.


"그래서 조금 상황이 곤란해졌어. 사실 죽이고 싶었는데···."


하연이는 아쉽다는 듯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죽이면 더 곤란해질 것 같아서, 강도가 들었다는 정도로 이야기를 적당히 꾸몄어."


과연.


하지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강도 사건으로 꾸몄다고 하더라도 납치된 이가 있고, 상처를 입은 이가 있다.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 하연이의 거짓말 정도는 금방 알아낼 터였다.


"물론 나도 바보는 아니야. 하지만 이 부분은 어떻게든 될 것 같거든."


금방 들킬 걸 예상하는 하연이는 보다 완벽한 상황극을 준비해놓았다며 다시 한번 웃어 보이고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시우야."


하연이는 내 눈가를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즐겁게 놀자?"


물론 즐겁게 놀자고 말하는 하연이의 표정은 본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들뜬 감정을, 그리고 커다란 기쁨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었다.


놀자―. 저 말이 의미하는 바가, 정말로 단순히 장난을 치면서 놀자는 의미가 아님을 알았다.


지나칠 정도로 높은 호감도. 그리고 납치, 감금된 상황 속에서 침대에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놀이는 솔직하게 말해서 떠오르는 게 하나밖에 없었다.


"즐겁게. 즐겁게 노는 거야.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지나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강렬한 쾌락과 열락을 망상하는 소녀의.


"나를 먹고, 나를 삼키고. 그리고 시우는 정말로 내 것이 되어서···. 그렇게 되면 이 밧줄이랑 마스크도 풀어줄게."


달아오른 볼이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그러기 전에는 우선 씻어야겠지?"


내가 깨어날 때까지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고 말한 하연이는 그대로 방문을 열고 나갔다.


"금방 씻고 올게. 시우야."


"······."


"그리고, 기대하고 있어?"


무표정의 가면이 살짝 깨져나가며 지어진 작은 미소가 예쁘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정말로 방에서 벗어난 하연이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손을 움직여 보였다.


이런 젠장···. 이전보다도 훨씬 단단하게 속박되어있잖아?


손도, 발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거기에 목에는 하연이의 이름이 적힌 목줄까지.


마조히스트라면 지금의 상황에 들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테지만 아쉽게도 나는 지극히 정상인이었다.


체감상 이틀 연속으로 이루어진 납치와 감금, 그리고 그 속박에 대해서 답답함과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불편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당장에 손목이 잘려나갈 걱정이 없다는 점이랄까.


1회차 때의 납치, 감금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전보다도 훨씬 더 정성 들여서 내 사지를 속박해놓은 것을 보면 전부 기억하고 있지는 않아도 어렴풋이나마 내가 자력으로 탈출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방법이나 친구 놈에 대해서는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뭐, 1회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휴대폰이 이 근처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


없다.


고개가 돌아가는 방향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


"······."


거기다 조금 더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휴대폰이 있어도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마스크로 인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당장 손목이 잘려나갈 상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만.


당장에 탈출할 방법이 사라졌다는 건 큰 문제다.


어쩌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데.


아까 애써 무표정이라는 가면을 유지해 보였지만.


당장에라도 나를 성적인 의미로 먹어버릴 것 같았었다.


아니 거의 확정된 사항이겠지.


이대로 탈출하지 못하면 100퍼센트.


잡아먹힌다. 성적인 의미로.


중요하니까 한 번 더 말한다.


성적인 의미로 잡아먹힐 게 분명했다.


···어음.


그건 조금···좋을지도 모르겠다만···.


상대가 얀데레잖아. 그나마 소프트한 계열의 얀데레 속성인 하연이라지만.


얀데레잖아?


성적으로 잡아먹히면서 도중에 마음에 안 들면 진짜로 살을 도려내서 잡아먹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전적이 있는 게임이었으니까.


하연이가 그런다는 건 아니었지만···.


하연이가 아닌 다른 히로인이 그랬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는 떠오르지 않는 탈출 방법에 대한 우선순위를 뒤로하고서 유리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사진에 찍힌 유리의 모습은 출혈량이 많아 보이기는 했으나 목숨에 위험해 보이는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사건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하던 하연이의 모습을 생각해볼 때 제시간에 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를 받았다고 보는 게 좋을 터였다.


출혈량이 적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의식을 찾지 못할 테지만···.


뭐 이것도 가정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어떤지 확인이 필요했다.


분명 유리는 가족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원인인 상황 속에서 나를 돕다가 다쳤다.


걱정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무사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읏챠."


은발적안의 소녀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사하기를 바라며 걱정했던 대상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리고 사진으로 보았던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창문을 넘어서.


여기 분명···.


···4층이었지?


작가의말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력을 배신하는 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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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험한 소녀들. +4 19.06.19 2,521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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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험한 소녀들. +3 19.06.18 3,046 47 12쪽
1 프롤로그 +5 19.06.18 3,981 3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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